장애인이 왜 안 좋은 것인가? ④
입력:2008-12-30 화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는 거는 목표를 아직 성취하지 못한, 즉 만족감이 들지 못하는 상태란 의미니 기쁨, 감사함을 느끼기란 힘들게다. 보통의 인간들은 삶에서 기쁨, 감사함을, 과정이 아니라 뭔가를 성취하고 나서 느끼는 거고, 이런 성취란 게 자주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보니, 결국, 사람이 인생에서 기쁨,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고 봐야 하리라. 인간은 삶에서 비중을 그렇게 많이 차지하지 않는 성취를 통한 기쁨, 감사함을 느끼려고 더 많은 노력, 시간을 투입해 그걸 이뤄내려 하는 것일테고...
그럼, 만일 가능하다면 많은 시간, 노력을 들여야 하는 성취를 통하지 않고 별다른 행위없이 일상에서 기쁨, 감사함을 느끼는 게 더 가치가 있고 삶에 더 유리하지 않을까? 저런 일상의 기쁨, 감사함이 목표의 성취 뒤에 느껴지는 기쁨, 감사함보다는 분명히 그 질이 떨어지리라는 단점은 있지만 편이성, 지속성 측면에선 월등히 우수하니, 그냥 일상의 기쁨, 감사함이 삶에 미치는 매력이 더 크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나? 이건 '적극적 성취의 이익' 대 '소극적 안락의 이익'의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걸 선택하느냐는 당사자의 선택에 달린 거지만 전자가 너무 버거운 사람이라면 후자를 선택하는 것도 나름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희망이라곤 없는 이런 병신장애인인 채로 이런 류의 기쁨,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걸 실증하는 거라고 볼 수 있는 것이고... 아, 이건 나름 타당한 잘난체 같다ㅋㅋㅋ
사실, 저 개념은 내게 있어 정말 엄청나게 중요한 의미다. 이건 불행에서 행복의 의미를 뽑아 냈다는 말인데, 이걸 다르게 표현하자면 그 동안의 부정적 상태를 뒤짚어 엎는 역전의 가치를 일궈냈다는 의미다. 위축의 차원에서 내 존재를 인식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적극적 의미로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단계, 즉 내 자신을 세상의 중심으로 느끼기 시작한 것일 수 있는거다. 이건 내가 그동안 참 신기하다고도 부럽다고도 생각해 왔었던, 자신의 계(界)가 탄탄히 정립된 사람들이 가지는 그 뻔뻔함, 즉 자기 존중감이 내게도 약간씩 생겨나고 있다는 말이 되는 거리라.
나는 '나=병신장애인'이라는 원인도 있지만, 사실상 삶도 포기했었던 사람이라 세상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 보니, 할 일도 없고 해서 자기 존중감이 더욱 더 세워지지 못했었던 것 같다. 자기 존중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세상에 바라는 게 많을테고, 그걸 구현해 내기 위해 정력적인 활동을 하게 될테니까. 내가 보기엔 사람들이 자기가 잘못 해 놓고도 자기 잘못을 인정 안하고, 전가시킬 수만 있다면 그 잘못을 남에게 전가하는 뻔뻔한 짓을 하는 것도 넓게 보면 과도한 자기존중감이 시키는 일이더라. 이건 자기 존중감의 부정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남탓하기
저 말은 우리는 돈빌리기 싫었는데, 외국에서 강제적으로 우리나라에게 "너희들, 우리 돈 안 빌려가면 큰일난다" 이렇게 협박을 통해 돈을 빌려줬을 경우에만 성립되는 말이잖은가? 일본에서 "일본의 아시아국가 식민지배는 피지배국가들에겐 축복이었다"는 주장을 하는 일본 우파들과 저 학자가 뭐가 다른가?(저 둘은 비교대상이 아닌 것 같지만 자기 잘못을 전혀 인정 안하고 잘못을 상대방에게만 돌리려 한다는 점에선 같은 거다. 하여튼, 저런 후안무치한 뻔뻔함은 예전에 임지현교수가 말한 '우리안의 파시즘'과 일맥상통하는거지 싶다.)
"전세계의 국가들이 피터지게 경쟁하는 이 험한 세상에서 자기나라를 두둔하는 주장에는 무조건 동조해 나라의 힘을 한데로 모으는 게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다"라는 말을 뻔뻔하게 해도 되는 세상이 아닌한 저런 주장을 한다는 건 좀 그렇지 싶다. 만일 저 경제학자의 거지근성스런 저 주장이 옳다면, 시원한(?) 옷을 입고 밤길을 다니다가 강간당한 여자에게, "요즘 세상이 어떤 시대인데 남자의 성욕을 자극하는 그런 옷을 입고 밤길을 다니냐"면서 피해자에게도 강간의 책임을 묻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닌가 싶다.
다시, 삶의 적극성 얘기로 원위치한다. 세상이 뭐같다고 욕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그건 객관적으로 세상이 뭐 같은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세상에 기대하는 욕망이 채워지지 않았기에, 즉 아직 목표로 달려가는 과정이기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하는 게 더 옳지 싶다. 자기 딴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었는데도 자신의 기대만큼의 성과를 아직 못 얻어 냈고, 미래에는 이뤄질 것이라는 확신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으니 세상을 저렇게 비판하는 횟수도 늘어나고 강도도 세지는 것일테니까.
'화나면 욕으로라도 풀어야 된다'가 사람들의 당연한 습성이니 이해는 하지만, 내 관점에선 저 사람들이 병신, 장애인이 되는 식으로 상승욕구가 완전히 봉쇄되는 상황에 처한 적이 없기에 저런 배부른(?) 불평, 불만을 늘어 놓을 수 있는 거다. 물론, 이런 얘기는 넋두리성의 이런 글에서나 밝힐 수 있지 사람들에겐 직접 얘기할 수는 없다. 그랬다간 "남의 불평에 공감할 줄은 모르고, 불난데 부채질이나 하는 이 병신새끼~"이러면서 칼 맞게 되니까.ㅋㅋㅋ
병때문에 좋은 세상이라는 걸 인지하다?
나는 저 축복의 혜택을 받진 못했지만 저런 기술의 진보로 인해, 이 지긋지긋한 중병, 장애가 사람으로 부터 분리되는 걸 TV등에서 보면 은근히 대리만족같은 게 느껴진다. 그런 프로를 보고 있으면 나 역시도 기분이 좋아지면서 "니미, 좋겠다"라는 부러운 감탄사도 나온다.---병신, 장애인같은 사람을 의학으로 그 질병을 해결, 완화시켜주는 MBC의 '닥터스'같은 프로그램이 저런 흐뭇한 기분을 들게 하는 대표적인 프로다---물론, 저런 프로에도 부작용이 없지는 않다. 예전 같았으면 병신, 장애인으로 존재했었을 사람도 최신의 의학기술로 그 억압에서 풀려 나게 하니 그런 혜택을 못 입는 과도한 상태의 병신, 장애인들의 분노, 박탈감은 예전보다 더 세질 수도 있으니까. 이것도 일종의 빈인빈 부익부 현상이라고 해야 하리라.
하지만 저렇게 현대문명으로 혜택보는 사람 외에 환경오염, 자동차 사고, 산업재해 같은 현대문명의 부작용으로 인해 병신, 장애인이 되는 경우도 있을 거기에 현대문명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게다. 그 맘이야 이해는 하지만 그건 그 당사자가 운이 없어 그렇게 된 것이지, 현대문명 탓을 할 그거는 아니라고 봐야 하지 싶다. 아마도 저런 상황에 처한 사람의 정신이 더욱 더 퇴행하게 되면 "현대문명이 나를 병신으로 만들어 놓고도, 괘씸하게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를 않는다"라는 별 근거없는 분노에 마음이 더 비비꼬이게 돼 현대문명을 더욱 더 삐딱하게 보게 되리라.
하여튼, 저렇게 기고만장하게 살아가는 많은 정상인들을 보고 있자면, 저러다가 자신의 삶의 반경에 장애라는 조건이 개입되면 엄청 놀랄텐데?라는 걱정아닌 걱정을 하곤 했었다.(내 관점, 즉 병신장애인의 관점에서 그렇게 느껴진다는 말이지, 정상인의 관점에선 저렇게 사는 게 타당한 삶의 태도다. 그리고 '장애는 나랑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건 대다수의 정상인들이 가입하는 보험의 위력인가?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내가 "새꺄, 장애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아냐? 너 그렇게 기고만장하게 살다가 장애란 놈하고 맞닥뜨리게 되면 정말 대책이 없게 된다. 정상의 상태를 유지하는 몸에 감사한 줄 알아라~"이렇게 얘기할 수도 없다.
쩝,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역시 과잉불안, 불안장애로다. 몸이 병신이다 보니 정신에도 항상 이런 불안이 들어 있을 수 밖에. '함'에 있어 주저함, 난관이 별로 없는 건강한 신체를 가진 정상인과 '함'에 난관이 너무나 많은 병든 육신을 가진 병신의 차이가 바로 저런 거리라.
그런데 병을 앓아 봐야 건강한 게 좋다는 걸 알 듯이, 사람은 위로 보고만 살려고 하지 아래로는 의도적으로라도 보지 않으려 하기에 삶이 실제 이상으로 힘들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중요한 건 사람이 아래로만 보기 시작해 자기 만족을 하기 시작하게 되면 생명체는 멸종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자기만족을 하는데 왜 자기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바람을 가지고 그것을 얻기 위한 행동을 하겠는가?(어? 이 얘긴 앞에서 한 얘긴데 또 하고 있네ㅋㅋㅋ) 그래서 사람이 위를 보고 살게끔 설계돼 있는 것은 욕심이 많은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한 당위인 것이고, 이런 생명체의 당위에서 벗어난 삶, 즉 아래를 보고 살아야 하는 삶은 보통 사람들은 견딜 수가 없는 정말 비루한 삶이 되는 것일게다.
희망이 없어 자살한다???
사람들이 굳이 장애 뿐만 아니라 불행도 '불행은 내게는 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현재 유보돼 있는 것일뿐이다'라고 불행으로 행복을 파악하고, 절망으로 희망을, 죽음으로 삶을 파악하게 되면 삶이 좀 더 여유로울 텐데 그렇게 잘 하질 않더구만... 그런데 큰 사고 등으로 자신의 생존기반이 급격하게 흔들려 본 적이 없는 한, 정상인이 저런 걸 깨닫기는 정말 힘들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이 병때문에 저런 걸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나같은 병신과(科), 장애인과(科)의 사람들은 저런 걸 깨닫지 못하면 정상인들과 비교해 너무나 급, 질이 떨어지는 이 희망없는 삶을 도저히 영위해 나갈 수가 없다. 고로 저런 것을 안 깨닫고 싶어도 살아 있는 한, 저런 게 깨달아 질 수 밖에 없다고 해야 할 거다. 병신, 장애인인데도 저런 걸 깨닫기를 귀찮아(?) 하거나 못 깨닫는 것 같은 초절정 교만을 계속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진작에 분노를 머금은 채로 자살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음냐, 잘난 장애인도 없진 않을진데, 일반적인 장애인의 부정적인 측면만 가지고 너무 까발렸나?'라는 생각도 들긴 든다. 장애인은 내 삶의 사표이고 좀 과장되게 말하면 내 생명의 은인이기도 한데, 장애인의 고달픈(?) 삶을 이렇게 까발려도 되는건가 싶기도 하다. 아휴, 병신새끼가 지 얼굴에 똥칠을 하고 있구나, 똥칠을...ㅋㅋㅋ
아휴... 얼마나 비루한 삶이면 장애인의 실상(?)을 까발리는
글을 이렇게 올리고 있고, 장애인의 삶보단 그래도 낫다는 거에 우월감,
안도감을 느끼면서
자신의 비루한 삶을 심리적으로 보상받으려 이렇게 애쓰고 있을까나???
역시 나는 날 잡아 죽어야 하는 팔자라는 의미인가?ㅋㅋㅋ 음냐~
그래도 'ㅋㅋㅋ'거리면서 나름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된 거에는 정말로 감사한다~ 절망에 아직 무너지지 않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정말 은은하면서도 지극한 미소라고 해야 할상 싶다.
이 기분을 누가 알라~ ㅋㅋㅋ
그런데 내가 생각해도 나는 또라이새끼가 맞긴 맞는가 보다. "장애인이 왜 안 좋은 것인가?"라는 글을 이렇게 쓴 걸 보니...ㅋㅋㅋ 대체 누가 이런 글을 이런 차원으로 이 분량으로 이렇게 쓸 수 있을까나?ㅋㅋㅋ 어쨋든 이 글을 통해 병신장애인 삶에 대한 넋두리, 한풀이는 제대로 한 것 같다. 정상인들 중에도 이 글을 보고 자신의 정상인 상태에 대해 그전에는 못 느꼈었던 좋은 감정을 느끼는 이가 한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세상이 이전과는 많이 달라 보일테니 말이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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