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왜 안 좋은 것인가? ③

 

입력:2008-12-30 화 

 

절망, 좌절, 우울, 무기력, 분노등을 지켜보는 재미(?)
어릴 적에는 내 뇌리 속에 있는 이 우울한 기분이 뭔지 몰랐었고 나이가 들면서 "이런 걸 절망, 소외감, 박탈감 등등이런 어휘로 표현할 수 있겠구나"라는걸 느끼게 되었는데, 이게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이런 깨달음아닌 깨달음이 너무나 짜릿하다.(절망, 좌절, 우울, 무기력 속에서 사는 것의 장점아닌 장점이다.)

 

이런 쾌감아닌 쾌감이 있기에 아직 자살하지 않고 살아있는 것일테고, 젊었을 때 자살했으면 지금 나름의 충만함(?), 만족감(?)을 모른채 "왜! 나만!!!"이라는 젊음 특유의 분노만 주구장창 느끼면서 죽었으리라. 어쨋든 내 맘이 1초 뒤에 어떻게 변할진 모르겠지만 지금 현재로는 "자살안한 게 휴~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유지되고 있는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외부와 단절된 은둔형외톨이가 되지 않았으면 이런 차원에서의 감사함을 느낄 수가 없을텐데... 그렇다고 은둔형외톨이가 좋은 거라고 타인에게 권유할 순 없는 일이다. 그리고 개나 소나 은둔형외톨이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은둔형외톨이는 딱깨고 얘기하면 일종의 치명적인 도피다. 자신에게 병이 있거나 장애인인데도 부양의 의무 등등 때문에 도피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긴 있을테니까. 그 사람들보단 내가 편한 삶인 것은 분명 맞긴 맞다. 이런 면에선 절좌우무가 정말 도움이 됐지 싶다. 내가 이것들을 못 느꼈었다면 나도 정상인들과 마찬가지로 상승욕구가 기반이 된 생활을 하다가, 무저갱의 절망이 딱 버티고 있는 저 상황에 맞딱뜨렸을텐데 그럼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러웠을까나?

 

물론, 저런 처지가 된 뒤에 그대로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벽을 깨고 한층 더 진보하는 사람도 없진 않다. 하지만 내같은 병신장애인에게는 저런 난관을 돌파할 저력이 있을리 없다는 걸 내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있으니 저건 내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얘기다. 하여튼, 나는 절좌우무가 나의 상승욕구를 봉쇄하고 나를 이렇게 고정시키지 않았었다면 아마 지금 이렇게 숨을 쉬면서 이런 글을 두드리고 있지 못했을 것같다. 아, 내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이 절좌우무에게 정말 감사라도 표 해야 하는 걸까나?ㅋㅋㅋ

 

가만 생각해 보면, 희망이 없는데, 절망과 맞닥뜨리기 싫어 희망이 있다고 과잉의욕을 가지고 생활하다가 잘 되는 경우도 있긴 있으리라.---나 역시도 회피할 수 있었으면 회피했지, 절좌우무를 벗삼아 생활하진 않았을 거다. 회피가 안 됐으니 이렇게 생활한 거지. 자기가 선택해서 장애인이 된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하지만 파국으로 가는 경우도 없지 않을진데 자신의 기질, 처한 조건에 따라' 희망없음'을 '절망'이 아니라 '그냥 현재로선 희망없음'의 상태로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도 좀 좋지 않을까?싶다.

 

물론, 내가 글을 이렇게 적고 있지만 이건 내가 우쭐대려고 적은 내용이지---얼마나 병신같은 새끼면 이렇게 우쭐대고 싶어 할까나?ㅋㅋㅋ---실제로 저렇게 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이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세상에 대한 집착, 끈을 쉽게 놓을 수 있다는 의미기에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다. 사는 게 의미가 없다"고 진작에 자살했었을 확률이 무지 높다. 욕심이 제어가 안돼서 문제가 되는 거지, 욕심은 생명체를 지탱시켜 주는 거대한 힘이니까. 이런 거대한 힘을 제어한다는 게 너무나 힘이 드니 원치않는 사고가 터지는 것이고...

 

각설하고, 정상인들은 잘 모르더구만. 자신에게 신체적 결함이 없어 별다른 제약없이 자신이 하고픈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기뻐해야 할 일이란 것을...(성공이 아니라 도전이라고 했다) 그런데 사람은 위로 보고 사는 동물이기에 그 일에 도전해 성취를 못한 것을 한탄하지, 그 일에 도전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할 줄은 모를 수 밖에 없지 싶다.

 

사람을 위를 보고 살도록 프로그램된 동물이다
굳이 사람뿐만이 아니라 모든 동물이 다 그렇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프로그램되어 있지 않으면 그 종은 '자족'이라는 개념의 덫에 갇혀 멸종할 수 밖에 없을테니까. 자족과 욕심은 서로 상치되는 개념인 것 같은데, 자족을 하는데 어떻게 욕심이 나올 것이며, 욕심이 없는데 내게 안 주어진 것을 획득코자 몸과 마음을 움직일 개체가 어디 있겠냐는 말이다. 이래서 욕심은 생명체의 원동력이고 자족은 생명체 멸종의 원동력이 아닐까?싶다.

 

내가 무기력이란 상태에서 바라봐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하여튼, 내 관점에선 자족이라는 말처럼 무서운 게 없다는 생각이다. 나도 지금 자족의 덫에 갇힌 상태일 수도 있고... 그런데 이게 덫인진 모르겠지만 내 욕망을 자족으로 그럭저럭 묶어 놨기에 늘그막에 이런 나름의 충만함, 행복감을 맛 볼 수 있는 건 분명하다고 해야 겠다.

 

나 역시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나 역시도 정상인들 보단 약한 강도가 약해서 그렇지, 도전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할 줄 모르는 건 마찬가지다. 내가 병신장애인이다보니 주위에서 나보다 조건이 우수한 정상인들을 늘 접하다 보니, 그런 개체들에게서 그런 게 느껴지는, 지극히 소극적 차원에서 이런 게 느껴지더라는 거다. 내가 정상인보다 근기가 우수한 사람이라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저런 차원이라면 현재의 이 살아있는 상태에 대해 지금보단 좀 더 감사한 마음이 들어야 하리라. 그럼, 내가 지금 비루한 삶을 살고 있다는 의식보다는, 성공은 못 하더라도 이렇게 도전, 혹은 버텨내고 있는 상황에 대해 지금보다는 더 강한 감사가 느껴져야 할테니까.(내가 살 길이 저 방법 밖에 없다는 자각이 들게 되면 아마도 저 길로 들어가게 될지도...)

 

나도 절망, 좌절, 우울, 무기력이라는 정말 포악하고 질까지 나쁜 친구들하고 살다 보니 이런 걸 느낄 수 있는 거지, 정상적인 삶을 살았었다면 아마도 이런 개념을 절대 못 느끼고 죽지 않았을까 싶다.(어느 정도 늙었느냐에 따라 다른 거지, 정상인, 장애인 불문하고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저런 게 느껴지고 깨달아 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긴 든다. 하지만 나쁘게, 못 나게 늙어가면 절대 이런 생각은 들지 않으리라)

 

이것 역시도 절망, 좌절, 우울, 무기력 속에 사는 것의 장점아닌 장점이다. 칼맞을 얘기겠지만 절망, 좌절, 우울, 무기력이 처음에는 정말 흉폭스럽게 느껴지지만 좀 익숙해지고 나면 나름의 긍정적 요소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어쨋든 사람의 몸을 받아 살면서 이런 개념을 깨우쳤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긴 한데, 이런 깨달음이, 나랑은 인연이 없었던 정상인의 삶과 바꿀만한 가치가 있는걸까?라고 생각하면 약간 회의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정상인의 삶은 내가 자발적으로 포기한 게 아니라 내가 못해서 포기한 거니까.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정상인인척 하면 할수록 내게 손해가 나는 상황이 도래했기에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을 포기한 은둔형 외톨이가 된 거고... 장애인 취급받는 건 정말 죽는 것보다 싫고...

 

이 상황은 돈 없는 백수가, 직장인 친구들에게 만나서 술 한 잔 하자고 쉽게 연락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거라고 해야 겠다. 이것도 한 두번이고, 미래에는 직장을 구할 확신이 있거나, 미안함을 모르는 뻔돌이라면 모를까? 자기가 술값을 낼 수 있는 형편도 못 되면서 빈번하게 연락한다는 건 민폐를 끼치는 것이니까. 뻔뻔스럽게 저러면 자기 값만 퍽퍽 떨어뜨리는 일이다.

 

그래서 나처럼 근거없는 자학이 아니라 병신장애인이라는 객관적 자기인식의 차원에서 희망이 없고, 직장을 구할 생각도 없는 사람이라면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 밖에 없으리라. 무기력한 내 자신이 좀 괴롭기는 하지만, 내가 선택한 것이니 이런 은둔형외톨이가 될 수 있는 이 선택에 감사하면서 이 삶을 꾸려갈 수 밖에 없다.

 

죽은 사람이 나를 보고 있다면?
그런데 내가 교만하게시리 "정상인들은 도전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감사할 줄 모르더라"고 감히 지적하듯이, 죽은 사람의 혼령이, 지금 이런 글을 적고 있는 나를 보고 "그나마 너는 살아 있으니 니 삶이 비루하다고 이렇게 글로 표현할 수 있는거지 죽으면 그것도 못한다"라고 내 옆에서 말하고 있을 수도 있으리라. 식물인간, 전신마비의 환자는 "니 의지대로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그 환경이 정말 행복한 거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고 "양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그게 행복한 거다"라고 말하는 한팔절단 장애인도 있을 것이고 "네 부모는 너에게 자신들의 똥오줌을 치우게 하는 고생을 안 시키는 거, 그게 행복한 거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아, 내 생존을 위해 항상 아래만 보고 살아온 경륜이 이럴 때 발휘된다고 해야 하나?ㅋㅋㅋ)

 

내가 최악의 상황에 처해진채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는 걸 나도 알기에, 내가 만든 저런 상상력을 통해 이런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것일게다. 아래로만 보는 게 나의 유일한 생존방법이다라는 걸 자각해온 내가 이런 걸 모를리 없으니까.(내가 이런 걸 모른다면 나는 정말 헛살아 온 게 된다)

 

'내가 지금 아프다'라고 말을 내뱉을 수 있다면 그 내뱉을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세상에는 정말 아프고 고통스러운데 그 말을 들어줄 상대가 없거나, 아프다는 말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도 분명히 없진 않을테니까. 에이즈 환자가 이런 경우일까? 폭력아빠가 엄마에게 폭력을 가하고 있는 상황을 그냥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어린 자식이 그런 경우일까? 지금도 세상 어디서 고문받고 있을 어떤 사람이 그런 경우일까? 여자 둘 사는 집에 강간범이 들어와 한 여자를 칼로 난도질한 뒤에 다른 여자를 강간하고 있는데, 난도질당한 그 여자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게 강간범에게 알려질까봐 그 격심한 고통을 꾹 참으면서 죽은 척하는 게 그런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저건 내 상상력이 만들언 낸 얘기가 아니라 몇 년전에 실제로 신문에 나왔었던 사건이다.)

 

장애를 왜 겁 안 내지???
다시 병신장애인 얘기로 원위치... 하여튼, 장애인도 아니고 정상인도 아니고 어중간한 병신장애인이란 상태에서 정상인들과 어울려 살면서 들었었던 생각 중의 하나가 "왜 사람들은 장애에 대해 겁을 내지 않는걸까? 알면서도 말하기 싫어서 장애에 대한 내색을 안하는 걸까?"였었더랬다. 지금 내 나름으로 내린 결론은 희망, 목표, 성취의 쾌감이 가져다 주는 '긍정적임'에 너무 압도되어 장애라는 불행은 나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거라고 생각하고 아예 관심을 안 기울이는 거기에 그런 거라고 해야 할 것 같다.(희망, 목표, 성취의 쾌감이 가져다 주는 '긍정적임'에 압도되어 장애를 생각하지 않는 세상이라... 내 관점에선 정상인들이 못 느껴서 그렇지 이런 세상은 정말 살기 좋은 세상인 거다)

 

이해는 된다. 장애가 두렵다면 적극적으로 어떻게 삶을 개척, 향상시키면서 살아갈 수 있겠는가? 그런데 양면의 칼이라고 삶에 대해 가지게 되는 저런 적극성에는 부정적 요소도 좀 들어있지 싶다. 은근하면서도 보편적인(?) 기쁨, 감사함을 배울 기회가 저런 적극성에 가려져서 줄어들 수 밖에 없을테니까.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면 목적지에 빨리는 갈 수 있겠지만 걸어갈 때보다 많은 장면을 놓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적극성의 강도가 세면 셀수록 정신 역시도 그 적극성의 방향쪽으로만 레이더를 뻗고 있을 거기에 세상에 존재하는 은근하면서도 보편적인 기쁨, 감사함을 배울 기회 역시도 반비례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물론, 성취가 주는 이익에 견주면 걸을 때 느껴지는 많은 장면은 무가치한 것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류의 얘기는 제대로 달릴 수가 없었던 인생낙오자의 넋두리에 지나지 않거나, 달릴 수 있었던 자에 대한 시기심에서 나온 얘기일 수도 있다.

 

성취가 중요한가? 과정이 중요한가?

내가 생각해도 당연히 과정보다는 성취가 중요하다. 인생은 유한한 것이니 자기에게 맞는 적극성을 잘 발휘해 그걸 성취하는 기쁨을 누리는 게 절대적으로 올바른 삶이라는 생각에 감히 시비를 걸 순 없다. 거는 놈이 있다면 그 인간이 또라이지... 나 역시도 저런 성취의 삶이 가능했었다면 이런 넋두리를 안 읊고 당연히 성취를 추구하고 있었을 게다. 병때문에 그게 안 돼 사실상 인생을 포기하고, 사람들이 말하는 성취란게 존재치 않는 삶을 억지로나마 이렇게 살아 왔을 뿐이고, 그러다 보니, 웬걸, 이 과정 자체에서 은근하면서도 보편적인 기쁨, 감사함같은 게 느껴지더라라는 좀 황당한 넋두리를 읊고 있을 뿐이지...

 

하지만, 이 넋두리에는 적극성이 앞세워진 삶을 사는 사람들이 인지해서 나쁠 것 없는 좀 신선한 요소가 들어있지 않을까?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좀 오버되게 표현하면 평소에는 느끼기 힘든 정말 귀한 것들이라 하고 싶고...그런데, 그걸 내 입으로 직접 표현하기가 참으로 쑥쓰럽긴 하지만 그래도 당당하게 그런 표현을 하고 있다.ㅋㅋㅋ 그 귀한 맛을 느꼈기에 자살안하고 이런 비루한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니까. 뇌의 이 오묘한 능력~

 

나는 비록 상식이 말하는 성취란 게 없는 삶이긴 하지만, 과정에도 이런 귀한 가치란 게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보니 "일부러 성취보다 과정을 더 중요시하는 삶을 사는 사람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과정의 가치를 더욱 더 느끼려고, 다른 사람은 뛸 적에 걷는 게 아니라 기어가는 사람도 있을 것 같고, 더 욕심을 부리는 사람은 삼보일배하면서 가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종교적 심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야 하지 싶다. 아니면 과정에서 극한의 쾌락을 느껴보려는 종교적 변태들이라고 해야 하던가...(종교적 고행을 하는 이들의 심리도 바로 저런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궁금하다. 종교적 고행을 하는 사람 중에 자신을 장애인으로 만드는 고행이란 게 있는지... 그 종교적 신체 고행이란 것도 나중에는 원상복구가 되는 신체적 고행이 아닌가 싶다. 이 생각이 맞다면 결국 장애인은 종교적 고행을 하는 사람보다 더 고행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되리라. 중요한 건 원치않은 고행이라는 거고...)

 

이렇게 성취가 아니라 과정에서 충만함을 느껴보겠다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타인과의 비교' 혹은 '타인의 가치'라는 일반인들의 상식에서 탈피를 한 정말 대단한 사람이던가, 다른 사람과 비슷한 방법으로 살아보니 동등은 커녕 계속 열등해져만 가니 "그 방법으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어 나는 내 방식으로 이 열등함을 깨 보겠다"면서 적극적인 반동형성을 이뤄 낸 사람이 아닐까 싶다.(나도 병신장애인의 상태로 안정적 심성을 유지하려면 후자에 끼이는 방법 밖에 없으리라.)

 

어쨋든 과정에서 이런 감사함, 기쁨이라도 느낄 수 있게 된 건 정말 감사하다. 일반적인 상식이 말하는 성취는 분명히 없지만, 이렇게 과정에서 좋은 감정을 느끼다가, 생명체는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 죽음에 이르게 될 때에 "이 병신장애인의 상태로 하나의 삶을 무사히 기분좋게 마무리 해냈다"는, 사람이 살면서 단 한 번 밖에 못 느낄 법한 궁극의 성취감을 느끼면서 죽을 수도 있을테니까. 이 생각을 하니 미소가 인다. 이런 궁극의 성취감을 못 느끼고 죽는 사람이 대부분이지 않을까나? 비루한 삶이지만 보통인들은 결코 꿈꾸기 힘들 이런 희한한 차원의 희망을 가지고 산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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