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왜 안 좋은 것인가? ①
입력:2008-12-30 화
"장애인이 왜 안 좋은 것이냐고라고라고라?~" 이 병신새끼야, 그걸 몰라서 이딴 글을 적고 있냐!!!
끄응, 저 말은 내게 하는 말이다. 얼마나 할 일 없는 인생이면 이런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이렇게 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일까? 중병, 장애라는 사람의 신체적 결함에 대해 어지간히 한이 맺히긴 맺혔다고 해야겠군. 그런데 병신, 장애인 중에 자신의 병, 장애에 대해 한이 안 맺힌 사람이 과연 한 사람이라도 있을 수 있을까???
신앙으로 그 한을 덮은 사람도 적지는 않겠지만, 신앙이라는 그 알량할 수도 있고 심오할 수도 있는 자기최면의 껍질을 살짝만 벗겨내면 엄청나게 초라해지고 문드러진 이성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이성, 상식보다는 신앙에 더욱 더 의지 할 수 밖에 없는 것일테고. 하기야, 이성으로는 도저히 삶을 지탱할 수 없는 사람은 신앙의 힘을 빌려 살아갈 수 밖에 없긴 하다.(내가 아직 자살안하고 이렇게 살아 있는 것도 그렇고, 확실히 사람의 뇌는 "생존을 위해 자신의 존재를 유지시켜야 한다"는 생명체의 대명제를 충족시키는 프로그램이 정말 기똥차게 잘 만들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상인과 장애인, 그 어느 쪽에도 고착되지 않고 정상인51%,
장애인49%의 상태로 살다 보니 아마도
정상인과 장애인의 장단점을 나만큼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존재가 잘 없지 싶다.(정상인계에는 속하고 싶어도 속할 수
없었지만 장애인계에는 정말로 속하고 싶지 않다. 음냐, 자신의 정체성을
아직도 거부하고 있는건가? 아니면 아직도 버틸 힘이 남아 있는걸까나?
무슨 똥배짱으로 아직도 이러고 있는걸까나? 내가 생각해 웃기고
신기하다ㅋㅋㅋ) 딴생각1 딴생각2
하지만 좀 양보해서 저런 신기한 활력같은 게 있다손 치더라도, 장애인이 되어야만, 즉 사람 힘으론 어쩔 수 없는 초절정의 절망에 빠졌다가 그 절망에 아주 익숙해 졌을 때 비로소 생겨나는 이 새로운 활력이 그리 가치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게 정말로 가치가 있는 거라면 일부러 장애인이 되는 것 같이 자발적으로 이런 류의 초절정의 절망에 빠지는 사람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은 없잖아? 그리고 후천적 장애인들 중에도 "장애인이 되니 이런게 좋네. 당신도 장애인이 한 번 돼 봐라"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도 없지 않은가? 이런 생각도 든다. 장애인이 된 뒤에 생기는 희망이 제로썸 차원의 것이고 너무나 좋은 궁극의 희망이라 외부와 공유하면 공유할수록 자기들 몫이 줄어 드니, 다른 사람들이 이 좋은 것에 접근하는 게 싫어, 외부에 공포안하고 자기들만 몰래 그 좋은 걸 살포시 공유한다고 저러는 게 아닐까? 즉, 비록 속으로는 궁극의 행복을 누리지만 그걸 감추기 위해, 겉으로는 맨날 사회와 정부에 요구사항을 주장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그런데 아무리 양보해서 생각해도 실제로 저런 궁극의 희망이 존재할 확률은 0.0001%에도 못 미치지 싶다. 특정 집단의 연기력이 저렇게 일관되게 훌륭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나 장애인 협회에서 복지수첩을 처음 받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회에 대한 스파르타식 징징거리기 훈련', '너무나 좋은 거지만 무척 안 좋은 척 하기'같은 훈련을 보름의 특훈형식으로 강제적으로 하지 않는 한에는 말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장애인으로 살 바에야 죽어버리겠다"고 하지 "죽을 바에야 장애인이 되겠다"는 사람은 없는 걸 봐도 정상인의 상식으로는 장애인은 좋은 게 아닌 것 같다.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사람의 경우, 사고 순간에 의식이 있고 선택할 수 있었다면 100이면 99는 죽음을 선택했겠지만 그 순간에 의식이 없었기에, 가족의 의도, 법률의 규정 등 자신의 본심과는 무관한 외부의 의지에 의해 죽음 대신에 치욕스럽게도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존재상태를 맞닥뜨리게 되는 거잖은가? 그 뒤로는, 의식이 그 치욕스러움에 적응이 되고---내가 안 죽고 살아 있는 것도 그렇고, 뇌의 적응능력은 정말 이렇게 엄청난 거다---생존해 있음의 상태에 대해 거역할 용기가 없어지면서 마지 못해 '나=장애인'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것 아닌가? 이걸 봐도 장애인이 되는 건 분명히 권장될만한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고 해야 겠다.
"당연한 얘기를 지 혼자 아는 생각인 것처럼 이렇게 길게 적어 놓은 걸 보니, 이 새끼, 진짜 병신새끼구만~"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런지도 모르겠다.ㅋㅋㅋ 이해해 주세요. 삶을 사실상 포기했기에 할 일도 없고 당장에 죽을 수도 없으니 맨날 이런 칙칙한 주제를 가지고 화두씹기 밖에 할 게 없다는 것을요.(그런데, 자신이 느끼는 절망을 이렇게 담담하게 묘사해 놓은 글은 잘 없기에 이런 저의 넋두리가 읽어 볼만한 가치가 약간은 있을거라고 봅니다) 이렇게 비루한 삶이 언제까지 유지될라나? 오래 살기로 마음먹으면 의외로 누구보다 오래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ㅋㅋㅋ
(힘 좀 내 볼까나?) 자기의 약점, 불안정함 등은 웬만한면 감추고 싶고, 가능하다면 그것들을 없애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병이 들면 그 상태를 수용하려 들지 않고 그 병이 들기 전의 상태로 되돌리려 하고, 즉, 치료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게다. 그런데 장애인이 정말 좆같은 건 이런 감추고픈 자신의 신체적 약점, 불안정한 요소를 외부에 다 드러내 놓고 생활 해야 한다는 게 아닌가 싶다.
"내 약점을 드러내 놓고 살 수도 있는 거지, 이게 뭐 어때서?"라면서 이런 점을 쉽게 수긍하는 좀 신기한 사람도 없진 않겠지만 이런 사람은 극히 소수라고 해야 할테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걸 정말 수긍하기 싫어한다고 봐야 하리라. 나 역시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이다.---수컷의 간택을 받기를 원하는 성향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여자보다는 남성홀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이끄는 남자는 특히 더 그렇지 싶다---내만 이런 점을 너무 과민하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법에 병원에서의 의료기록을 그렇게 엄격하게 관리하도록 되어 있는 걸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약점 누출 특히, 병에 관련된 기록 누출은 끔찍히도 싫어한다는 말이 성립되리라.
장애인이 된다는 것이란
이게 현실이라면 정말 잔인한 세상인데 자신의 병, 장애가 바로 겉으로 드러나는 병신, 장애인들은 저런 잔인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일게다. 같은 병신, 장애인이라고 할지라도 자기가 노력하면 자신의 병, 장애가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 병신, 장애인은 그나마 덜 가혹한 세상에 살고 있는거리라. 복지수첩도 못 받는 주제긴 하지만 나는 다행히 노력하면 그런 부류에 속할 수 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런데, 저런 내면적인 정보가 표시되는 세상을 오히려 환영하는 사람도 있을 게다. 저렇게 드러내기 싫은 내면적인 정보가 아니라 자신의 잘난 점을 드러낼 수 있는 세상이면 잘난 사람들은 자신의 잘난 것을 바로 표시할 수 있으니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자수성가한 사람은 이마에 ' 서울대 졸업, 내 힘으로 강남에 60평 아파트 장만, 에쿠스도 소유하고 있음' 이렇게 표시할 수 있으면 얼마나 뿌듯하겠나? 물론, 저 사람도 이마에 '미국 예일대 MBA취득, 내 힘으로 100평 아파트 2채 장만, 벤츠도 소유하고 있음'을 표시한 사람에게 느껴지는 주눅, 위축은 당연히 감수해야 할테지만 말이다.
드러내기 싫어하는 내면적인 정보 얘기로 다시 복귀한다. 저렇게 상대방이 노출하기 싫어하는 본질적인 특징이 바로 드러나 있으니, 상대방이 내 목적에 맞는 상대인지 아닌지를 바로 알 수 있어, 상대방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덜 굴려도 되니 저런 세상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 싶다.
가령, 나이트같은 유흥업소에서 이혼녀는 이마에 이혼녀라고 표시된다면, 다른 여자랑 놀고는 싶지만 남의 가정은 깨기 싫어하는, 최소한의 기본적 양심을 가진 유부남들이 얼마나 좋아 하겠는가? 여자 입장에서는 나중에 이상한 꼴 당하지 않게 미혼남, 이혼남, 유부남을 확인하고 자기 목적에 맞게 부킹할 수 있으니 좋을테고... 아마도, 이런 세상은 가식이 없는, 말그대로 모든 게 단도직입적인 세상, 즉, 효율, 생산성이 정말 엄청나게 높은 세상이리라~
내 생각이 잘못된 건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내 관점에선,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육체적 기능이 떨어진다는, 기능적으로 열등하다는 의미 외에, 정상인들은 천부인권 차원에서 보호받는 남에게 드러내 놓고 싶지 않은 자신의 내면적 요소를 강제로 드러내 놓고 살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거다. 내가 직접적으로 그런 걸 체감해서 인지, 나는 자신의 열등함을 외부에 드러내 놓고 살아야 하는 장애인의 삶보다 더한 모욕적인 삶이 잘 없다고 생각한다. ①◀◀■▶▶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