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암시하는 행동 12개

입력:2010-02-01 월

삼성전자 부사장의 투신자살때문에 저 제목의 뉴스가 포털에 올라왔기에 이 글을 쓴다.

자살의 위험 징후에는 다음과 같은 12가지가 있고,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자살 위험을 염두에 두고 전문적인 도움을 청하는 등 조처를 취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세 개도 아니고 두 개도 아니고 하나라도 해당 된다면 도움을 청해야 한다니... 정신과 의사들의 장사속도 좀 들어있지 않나 싶다. 아니면 자살이라는 게 그만큼 급박하게 발생하는 사건이라 그런 것이던가. 어쨋거나 저 12개에다가 나를 적용시켜 봤다.

①과거에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
없다면 없는거고 있다면 있는거네. 중학생때 모기향을 여러 개 피우고 죽으려 했는데 죽지 않더라. 얼굴에 물수건을 덮고 죽으려 했는데 역시나 죽지 않더라.(나이어린 중학생의 한계다.) 이런 것도 자살시도 축에 끼인다면 시도한 게 맞긴 맞겠네.ㅋㅋㅋ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총같이 깨끗한 자살방법이 있었다면 지금 이렇게 살아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떨어졌을 것 같다.

하여튼, 내같은 자살예비자 관점에선 총은 정말 축복받은 자살 방법이다. 총기소지가 자유로운 미국 등에서 총기자살하는 년놈들 중에, "그래도 우리는 총이라는 깨끗한 자살방법이 있어 좋구나"라는 감사함을 느끼고 자살 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기야 그런 거에서 감사를 느낄 수 있는 인간이라면 자살을 하기 전에 어떻게든 고통, 절망의 의미를 읽어내면서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삶을 살게 되지 싶다.

②극도로 우울하고 불안해하며 지쳐 있다.
허허~ 웃음이 나오는 항목이다. 극도로 우울하고 불안하고 지쳐있는 게 기본치로 설정돼 있는 상태라서, 사실 내게는 해당사항없는 거라고 해야 겠다. 한 달에 1000만원 벌던 사람이 500만원만 벌게 되면 그건 심각하게 불행한 상황이지만 10만원으로 한달 생활을 꾸려 오던 사람이 10만원만 있다면 다른 사람에겐 불쌍하게 보일 수 있을지라도 그건 비상상황이 아니라 정상적인 상황인 것과 마찬가지인 거다.

③자신의 죽음이 가족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부쩍 늘었다.
늘 움추린 상태로 살아 왔거니와---능력도 쥐뿔도 없는 것들이 자신의 못남, 열등함을 인정할 자질이 없어 무턱대고 오바질을 해대는 게 대부분의 불행의 시작점이지 싶다. 희망이 무조건 선이라는 걸 주입하는 교육의 잘못이라고 해야 할까?---내가 부양의 의무를 진 사람도 아니니 가족에게 나라는 인간이 미치는 영역은 상당히 좁다. 그래서 가족에게 나의 죽음은 "머식이가 죽었다"의 단순 차원이지, 가족에게 꽤나 심각한 생존 위협을 발생시키지는 않을 것 같다. 어쨋든 자살로 부모 얼굴에 똥칠하기는 싫으니 양친이 생존해 있는 동안에는 나는 살아 있어야 할 의무가 있다.

④자살할 생각이 있다고 말한다.
이 항목을 보니 웃음이 껄껄~ 나왔다. 이건 자살 생각에 갓 입문하게 된 자살 초보자나 할 법한 생각이다.ㅋㅋㅋ 이 항목을 보니, 기업체의 중견 직원이 갓 들어온 예쁘장한 신입 여직원을 보는 기분이 이런 걸까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내게 있어 이 항목은 정년퇴직을 앞둔 직장인에게 자신의 파릇파릇한 신입사원때의 그 느낌을 들게 하는 질문이라고 해야 겠다.ㅋㅋㅋ

⑤초조해하고 불안해하다 갑자기 차분해지고 편안해 한다.
나는 평생이 초조, 불안했었기에 이 상황에서도 이제 긍정의 의미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고 해야 할테니 이 항목 역시도 내게 해당이 안된다. '나쁜 것의 항상성'이란 이렇게 좋은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병을 앓아봐야 건강한 상태가 좋았다는 걸 느끼듯이, 좋은 게 항상 있으면 그 좋은 게 왜 좋은 지를 못 느끼는 것이니 말이다. 반대로 나쁜 게 항상 있는 상태, 즉 '나쁜 것의 항상성'에는 의외로 대단히 좋은 의미가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 항목을 보고서 '나쁜 것의 항상성'에는 좋은 의미가 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수확은 얻었네.ㅋㅋㅋ 나의 경우, 절망, 우울, 무기력과 평생을 벗하며 살다 보니, 지금의 이런 은은한 행복감을 느끼는 정서가 개화된 것 아니던가? 행복하게 살려면, '나쁜 것의 항상성'을 택하던가, '좋은 것의 항상성'에 의도적인 나쁜 변화를 가하던가, 이 두가지 방법 밖에 없는 것 같다.

⑥최근 가족의 죽음이나 건강 상실 등 힘든 일이 있다.
건강상실은 없진 않았지만, 죽음은 없었다. 그리고 그 건강상실이 심각한 차원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무능력한 놈이다 보니 일부러 집안 일에 개입 안하려 해서---이건 자식의 도리가 아닌데, 무능력자의 어쩔 수 없는 한계다. 이 병때문에 유능력자가 못 되는 환경인데 유능력자인것처럼 하다가는 결국 부러지고 마니 이럴 수 밖에 없다.---가족 중에 건강상실같은 힘든 일이 있는 걸 모르고 있는 걸 수도 있긴 있을 게다. 하지만 이건 무능력한 자가 되기로 한 자가 당연히 받아 들여야 할 거라서 자신의 이런 비존재감에 불만을 표시하면 안되는거지 싶다.

⑦가족 중 자살로 사망한 사람이 있다.
없다. 없는데, 나의 자살로 인해, 가족에게 그런 문제있는 가족이라는 꼬리표가 붙여 지는 게 싫어서 부모, 가족들을 위해 이렇게 자살 안하고 살아 있는거다. 아, 이런 차원으로 부모, 가족의 위신을 세워 주려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하여튼, 효도상 부분에 적극적 효도가 아닌 소극적 효도 부분이 있다면 나는 그 상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다.ㅋㅋㅋ(재차 링크: 부모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자살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

⑧삶의 무가치성을 강조하며 의기소침해 한다.
푸하하, 이 항목은 정말 내 자신에 대한 뿌듯함을 느끼게 하는 항목이다. 나는 무저갱의 절망 속에서 이런 은은한 행복감, 희망을 일궈낸 놈이라, 자신의 존엄성이 극도로 손상받을 수 밖에 없는 최저급의 이런 비루한 삶에도 가치,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내만큼 말할 수 있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ㅋㅋㅋ

임사체험 책에 나온대로 자기 생존이 침해받는 경험을 하고 그걸 돌파해 낸 사람은 이런 기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 같으니(링크: 생존이 침해받는 건 뇌에겐 최대의 자극이자 최고의 도전적인 자극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일 수도 있지 싶다. 자기 생존이 정말로 침해받는 경험은 스스로는 결코 만들어 낼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니까.

⑨식사, 성, 수면 등 생물학적 욕구가 현저히 줄었다.
성은 내 형편에 여기에 맛들이면 안된다 싶어 항상 조심해 왔었던 거라 나랑 별 해당사항없는 거니, 해당되는 건 식사, 수면 정도겠다. 수면은 별로 변화가 없는데(그나마 잠이라도 잘 자서 이 비루한 삶이 유지되는 것 같다. 정말 감사할 게 너무나 많다. 역시나 감사함 과잉 모드ㅋㅋㅋ) 식욕은 너무 댕긴다. 내 의식에 억압된 모든 게 식욕으로 분출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식욕이 너무 댕겨서 죽겠다. 자제를 해야 하는데 잘 안된다. 특히나 과자, 빵 이런 거... 그런데, 과자, 빵을 과식한다고 자살상담을 받으러 가야 한다고 하면 이 세상 사람 중에 상담을 안 받아야 할 사람이 어느 정도 있을까?

성 욕구 얘기가 나와서 덧붙이는데, 나는  이혼녀는 성욕구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참 궁금하다. 내게 있어 이성과의 성관계는 내가 넘보면 안 되는 세계의 것이라(능력도 없고, 후유증이 커서... 경제력이 없는 놈이 주제파악 못하고, 위스키에 맛들이면 큰일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구경은 많이 했지만 별로 관심을 기울이질 않았다.

고로 나는 성관계를 안 해도 상실감이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는데,(이것역시도 가난한 삶의 미덕이다.) 이혼남, 이혼녀에게 성관계는 있다가 사라져 버린 거니 상실감이 엄청 클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남자에 의해 성욕이 개발되기 마련인 보통의 아내들은 그 상실감이 더욱 더 클텐데, 이혼녀는 그 성 욕구를 대체 어떻게 해결하는지 참 궁금하다. 여자는 남자와는 달리 어디가서 편하게 그런 욕구를 해소할 데도 없을텐데... 그래서 나는 그런 여자들이 불쌍해서 남창제를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그래야 캬바레 등에서 악질 제비를 만나 마음과 돈을 뺏기는 피해를 보는 여자들도 줄어들테니 말이다.

⑩알코올 의존이 있다.
이거는 인정한다. 나는 혼자 술 먹는 거에 많이 중독돼 있는데 이거 정말 중독성이 강하다. 혼자서 술 먹는 거는 술이 당길 때 무한정으로 술을 먹을 수 있다는 의미도 성립되는 거나, 이거는 정말 쉽게 고치기 힘들다. 안 그래도 나는 식욕까지 댕기는 단계다 보니 술을 먹으면 폭식까지 하게 되는데 이게 참 잘 안 고쳐진다. 어쨋든 고치긴 고쳐야 한다는 맘은 굴뚝같지만 잘 안 된다. 술이 이 절망, 좌절, 우울, 무기력을 버티게 하는 한 축이었기에 감사한 생각때문에 더욱 더 고치기 힘든 것이리라. 어쨋든 고치긴 고쳐야 하는 거다. 인정한다.

⑪별거나 이혼, 사별로 혼자 살고 있다.
나는 평생 혼자 사는 게 내 존엄성이 가장 덜 훼손되는 거라고 자각한 사람이니까 나는 별거, 이혼, 사별에서 전적으로 자유롭다~ 새꺄, 그래서 기분 좋냐?ㅋㅋㅋ(이것도 가난한 삶의 장점에 해당되는 게 아닐까?)

⑫평소 소중히 여기던 물건을 아낌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그런 거 없다. 역시나 아직 자살할 때가 아니라는 게 증명되고 있는갑다.ㅋㅋㅋ 나는 자살하게 되면 비록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내가 가진 돈 전부를 참여연대나 인권운동 사랑방같은 선명성이 강하고 좀 수준있는 시민단체에 기증할 생각이다.

삼성전자 부사장이 투신자살하는 바람에 평소에 보지 못했었던 자살관련 글을 2개나 보고 이틀 연달아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된 것 같다. 고인이 된 그 양반도 자기 인생이 이렇게 끝나리라고, 삼성전자에서의 초고속 승진이라는 막대한 성취를 누리고 있었을 때에 감히 예상이나 했었겠나?

하여튼, 인간에게 있어 최대의 불행은 막대한 성공이라는 정신의학자의 말이 상당히 타당성이 있긴 하다. 저 자살은, 행복은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건데, 너무나 유능한 사람이라 희망, 성취가 주는 이면을 못 보고 희망, 성취가 주는 쾌감에만 함몰돼 있을 수 밖에 없어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유지될 것이다"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최대의 불행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나?(물론, 정말로 유능한 사람에겐 저런 삶의 태도는 분명히 타당성이 있는거다.)

나는 내가 이 병때문에 잘난 사회인, 잘난 자식이 되지 못하고, 비루하게 어디에 짱박혀서 평생 혼자 살아야 한다는 이깟 개인적인 차원의 모멸감, 치욕, 분노, 절망, 무기력, 자살의식을 이렇게 심하게 겪었는데, 삼성전자에서의 초고속 승진이라는 사실상의 세계적 성취를 이룬 양반이 좌천으로 인해 겪었을 모멸감, 치욕, 분노, 절망, 무기력, 자살의식은 대체 어느 강도였었을까?

나도 이 부정적인 기운들을 심하게 겪었었지만, 저 양반이 겪었을 그거에는 뻔데기 앞에 주름잡는 격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저 양반이 삼성전자 주식을 8400주 정도를 가지고 있다던데, 이왕 죽을 거 나한테 돈 좀 기부하고 가지~라는 생각도 든다.ㅋㅋㅋ 내처럼 낭비 안하고 그 돈을 정말 귀하게 잘 쓸 사람도 잘 없을텐데...)

이렇게나 잘난 사람을 자살로 내몰 수 있을 정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삼성재벌의 총수인 이건희씨의 머리통에는 대체 어떤 생각이 들어있는지도 정말 궁금하다. 이씨는 사실상 우리나라 최고의 권력자인데, 그 머리에 들어 있을 자존감이란 대체 어떤 차원의 것일까나? 저런 권력자에게 자신의 낮출 수 있는 겸허함은 또 어느 정도 갖춰 있을까?라는 생각도 드네.

이씨는 사실상의 언터치블 절대 권력자인데 이씨의 두뇌에 저런 겸허함이 자랄 토양이 남아 있긴 있을까나? 이재용등 그런 최고 권력자의 자식들에게는 또 어떤 차원의 자존감이 전수되는지도 정말 궁금하네.

음냐, 역시나 나는 지독시리도, 할 일없는 놈이다~ 지독시리 할 일이 없는 게 예전에는 엄청 부정적으로 느껴졌었는데, 요즘에는 무한대의 사유, 사색을 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린다는 행복감이 느껴지고 있다. 이것 역시도 자살안하고 살아 있으니 느껴게 되는 미덕의 하나리라...

 www.lone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