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게 그렇게 힘들고 고단한 일일까? ②

입력:2009-11-08 일

이런 관점이라면,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대로 이 세상의 존재 중에서 인간이 가장 열등한 존재가 되는 것이고 문명이란 것도 가장 미성숙하고 열등한 존재가 집단적으로 만들어 내는 집단 행위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닐까??? 그런데, 삶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이런 생각은 적당한 선에서 끊어줘야 한다. 의식이 저 쪽으로 무작정 흘러 가도록 계속 방치해 놨다간 사람이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어버릴 수도 있으니까.ㅋㅋㅋ

원래의 얘기로 원윈치한다. 10대 시절에는 정체를 짐작조차 못하는 불안, 절망, 자살의식 속에 살다가 20대 초중반에 저런 인식을 하게 됐다는 건, 무의식 차원에선 인정하고 있었을지라도 의식차원에선 정말 인정하기 싫었었었던 '나=병신장애인'이라는 '나는 빼도 박도 못하는 열등한 존재'라는 걸 비로소 구체적으로 인정하는 첫 시기였었다는 말도 될상 싶다.(지금 생각해 보면 20대 초중반에 이미 나이듦의 미학같은 걸 느꼈었다는 말이 되겠다.)

비록, 인식을 하긴 했지만 이때에 엄청난 정신적 외상을 입었었지 싶다. 사람은 다 잘 나려고 사는 것인데, '나=열등한 개체'라는 걸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겠나? 항상 우울하고 침울한 인생이었지만, 저걸 받아들이기로 했었을 때에 느껴졌던 절망감, 우주에서 내 혼자만 뚝 떨어져 나와 있는 것 같은 외로움, 고립감은 정말 엄청놨었다. 당연히 이 뭐같은 현실에 분노하는 마음도 엄청놨었고...

아마도 저런 외로움, 고립감은 사고로 휠체어 장애인이 된 사람이 '다른 사람은 다들 실패했는지 몰라도 나는 신경이 살아나 다시 걷게 되는 날이 올거야'라는 삿된 희망을 가지고 온갖 헛지랄을 하다가 결국 부질없는 것이라는 걸 깨닫고 휠체어를 자신의 '진정한 동반자'로 처음으로 인정하게 될 때의 그 마음과 비슷한 거라고 할 수 있을 게다.

내 인생도 참 비루하긴 하지만, 휠체어를 자신의 진정한 동반자라는 걸 깨닫게 되는 인생이라... 쩝, 이건 뭐 도저히 상상이 안된다.(세상은 넓고 내가 인지못하는 것도 당연히 많은 법이니 저걸로도 부족해 더 비루한 삶을 생각하면서 자기 삶을 위안받는 사람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 밑으로는 너무나 끔찍해서 사실, 나도 별로 들어가 보고 싶진 않다. 그런데 저 밑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면??? 으악!!!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자...ㅋㅋㅋ)

저 상황은, 내 앞에서 얼굴도 예쁘고 몸빼도 잘 빠지고, 손기술, 혀놀림 기술도 최고고 괄약근 힘까지 최고에다가, 일류대 출신에 지성, 학식까지 모든 걸 다 겸비한 미녀가 나랑 하고 싶어 내앞에서 온갖 교태를 부린다고 할지라도 꼬치가 안 서고 오히려 오그라 드는 상황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감히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되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저렇게 되기 전에 의식이 있어 저 상황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었다면 10000이면 9999는 다 죽음을 선택하지 않을까?싶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똥, 오줌을 스스로가 가릴 수 있다는 거 이것 하나만 돼도 자신의 존엄성은 존중받는 거다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도염을 앓아 본 사람은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좀 이해할 거다. 요도에 볼펜 하나가 꽂혀 있는 것 같은 엄청난 고통과 불쾌감...ㅋㅋㅋ) 음냐, 삶이 워낙 비루하다 보니 생각이 이 수준으로까지 올라 와 버렸다.ㅋㅋㅋ 요 인간은 이제 자기보다 못한 조건에 사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삶의 위안을 느끼는 능력이 최고 수준의 단계로 올라왔지 싶다. 이젠 완전히 체질이 됐다는 말이다.ㅋㅋㅋ우와~ 나는 이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놈이 됐다는 말인가???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뇌란 놈이 참으로 질기긴 질긴 놈이다. 휠체어 장애인이 되었는데도 저렇게 삶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 자기가 관장하고 있는 생명체의 생존유지라는 자신의 임무를 저렇게 필사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하기야 장기 중에서 자기 본분을 무시하는 그런 무책임하고 안 질긴 놈이 어디 있을까마는... 사람은 이래서 성실하게 사는 게 사람과 생명체의 본분에 맞는 것이지 싶다.

이런 관점에선 내같은 은둔형 외툴이는 자신의 장기에게나 가족에게나 사회에게나 암적인 존재임에는 분명하다고 해야 겠다. 그래서 안락사, 존엄사 센터가 있으면, 장기기증하고 죽을 내같은 은둔형 외톨이 부류들도 좀 있을텐데 왜 저런 제도를 만들 생각을 안하는지 모를 일이다. "싫으면 말라고 그래~ 그냥 자살하면 그뿐인데 내가 왜 이런 제도가 없다고 아쉬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ㅋㅋㅋ

어쨋든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인간들아, 자신이 겪는 고통이 세상 최대, 최고의 고통이라는, 당연하지만 어떻게 보면 정말 어리석을 수도 있는 자기만의 그 좁은 세계에서 벗어나 보라고. 벗어나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이라는 세계를 벗어나 보려는 노력이라도 한 번 해 봐라. 돈드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세상이 예전보다는 온화하게 느껴질 것이로다~" 물론, 저 말은 내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나는 어릴 적부터 이런 절망, 좌절, 우울, 무기력, 자살감정 같은 불쾌한 감정들이랑 살아왔다 보니 이런 부정적 감정들의 분화가 꽤나 잘 이뤄졌기 때문인듯 하다. 눈이 많이 오는 북극지방에선 흰색 관련 어휘가 많이 발전하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내가 이 병때문에 겪는 고통이 이 세상에서 제일 크고 가장 강한 아픔이다"라는 협소한 차원에서 벗어나 "고통의 크기는 사람의 형편, 자질에 따라 다 다르다"라는 사실을 일찍부터 체감한거라고 봐야 할 것 같다는 말이다.

이런 글은 아무나 못 적는 거다.
얼토당토않은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 같이 이런 차원의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그리 있을리 없다고 본다. 이런 글을 적을 수 있으려면 절망, 좌절, 우울, 무기력, 죽음의식 등에 대해서 충분한 경험을 해야하고, 그걸 기술해낼 수 있는 자질도 갖춰야 하지만, 이런 글을 씀으로써 드러나게 되는 자신의 근원적인 초라함, 쪽팔림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아닌 용기도 어느 정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무엇보다도 할 일이 없어야 한다는 핵심 조건까지도 충족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공익적인 생각도 좀 있어야 하고... 이래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일 경우에는 결코 저기에 해당되는 사람이 잘 없을 거기에 이런 글이 쉽사리 나올 수 없는 것이고.  사실, 자신의 근원적인 초라함, 쪽팔림이 드러나는 이런 글 적는 거 정말 쪽팔리는 일이다. 나도 내가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그렇게 드러나지 않는 인터넷이니 이럴 수 있는 거고...ㅋㅋㅋ

재차 강조하는 거지만, 나는 이렇게 모든 요건에 충촉되기에(아, 슬프다~) 결코 쉬운 게 아닌 이런 류의 글 쓰기가 가능한 거다. 할 일이 없다 보니(아이고, 인간아, 그래, 자랑이다~ㅋㅋㅋ) 고차원의 정신적 노동도 하고 몰입의 기쁨도 누려보자는 강한 긍정의 생각으로 이 상황에 임할 수 있으니까. 푸하하~(푸하하~가 아니라 엉엉엉~해야 하나? 좀 혼란스럽긴 하다.ㅋㅋㅋ)

내가 이런 류의 글을 이 사이트에 적는 건 이 비루한 삶에 대한 넋두리도 하고 공감도 받고 후원도 얻고, 우쭐거려도 보자는(딱 깨고 말해서, 이 의도도 분명히 들어 있다.) 의도도 물론 있지만 이런 류의 글을 읽으면 평소에는 못 느꼈었던 뭔가(?)를 느끼게 되는 도움을 얻을만한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글을 읽다 보면 부정적 감정들의 분화가 일어나 "내만 세상에서 제일 큰 아픔, 고통을 겪는다"는 그 협소한 세계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되겠다.(기대가 너무 큰감???)

사실, 이 사이트에 올려 놓은 이런 글들은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들에게 하고픈 말이었기도 한데, 그 말을 못했었다는 부채의식(?)도 상당히 작용했지 싶다. 아니면 내게 억압으로 작용됐거나... 이런 내용은 이렇게 글로서나 가능하지 면전에서 말로는 절대 불가능한 거 아닌가? 이런 말을 하게 되면 내 정체(?)가 탄로 나 버리거나 이상한 사람이 돼 버리거나 상대방을 가르치려고 하는 참으로 난감한 입장이 돼 버리니 말이다.

사람들이 살면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이런 점을 쉽게 느끼기 힘든 건, "희망, 성취가 무조건 좋은 것이고, 선이다"라는 걸 주입하는 교육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교육이 소극적인 차원을 가르칠 순 없으니 저런 교육 자체를 비판 할 순 없는 거라고 해야 할게다. 그나마 이런 류의 글이라도 읽으면서 평소에 느끼지 못했었던 걸 느끼는 계기가 되면 좋긴 한데 이런 류의 글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게 문제리라. 자가당착의 극한의 달리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이 글을 읽는 사람은 행운일 수도 있을 게다.(물론, 글 읽는 이만 행운인 게 아니라 나 역시도 자신의 글이 공감받는 행운을 누리고 있는 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종교적 관점을 들이대질 않고 일반적인 차원에서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쓴다.(읽는 사람에게 안 물어봤으니 이건 만고 내 생각에 지나지 않는 걸 수도 있다.) 아마도 내가 정상인도 아니고 장애인도 아닌 병신장애인이라 이 양계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이 양계에서 동시에 존재한다고 머리는 정말 쪼개질듯 했었지만ㅋㅋㅋ) 어느 계에도 안 고착되고 자유롭게 양계를 드나들 수 있어 이런 글을 쓸 수 있다고 해야 할게다.

정상인은 적고 싶어도 장애인계를 몰라서 못 적고, 장애인은 자기가 그계에 고착돼 있기에 저런 얘길 적고 싶어도 자신의 근원적인 비루함, 초라함을 드러내는 거라 못 적을 수 밖에 없는데 나는 저렇게 한 계에 고착돼 있는 사람은 적을 수 없는 그런 글을 적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되겠다.(이래서 장애인계에서 보면 나는 장애인계의 현실을 외부에다가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내부고발자로 인식될 수도...)

자가당착성 내 자랑질은 그만하고, 다시 지상최고의 외로움, 고독이라는 가장 초라함이 드러나는 때의 얘기로 원 위치한다. 어쨋든 저걸 받아 들이기로 하긴 했는데, 저런 고립감을 소화해 낼 능력이 저 나이의 내게 있을리가 없으니 얼마나 원통하고 침울했었을까? 참, 불쌍하다. 사람은 집단에서 떨어진다는 것 자체가 강한 스트레스인데, "니미, 지상최고 수준의 외로움, 고독이라니!!!"

정말로 무력한 상황에선 분노도 안 나온다.
그런데, 지나간 일이고, 글로 적으니까 저 상황에 대한 분노를 저렇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지, 저 상황이 주는 침울함, 우울함이 워낙 거대하고 강한 것이었기에 저런 분노는 표현가능한 차원의 것이 아니라 신기하게도 너무나 미약한 차원의 것일 수 밖에 없었다가 맞는 얘기다. 즉, 저항이라는 것 자체가 통용되지 않는 상황인거다.(이 때의 기분은, 느낌만 따진다면, 후천적 휠체어 장애인이 휠체어를 자신의 동반자라고 처음 인식하게 될 때의 그 기분과 비슷한 것일게다. '저 상황에서 대체 어떤 저항이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는가? 복종말고는 방법이 없지.')

저건 이 웹에서 주구장창 주장하고 있는 무저갱의 절망, 좌절, 우울, 무기력과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조우하게 된 상황이라고 해야 할텐데, 하여튼, 불행한 상황이라고 해도 저항, 분노할 힘이라도 나오는 상황, 그게 오히려 행복한 것일 수 있는거다. 즉, 주위를 향해, "나 아파요.", "도와 주세요."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오히려 행복한 걸 수 있다는 말이다.

으아~ 그때의 상황을 생각만 하는데도 섬��한 기운이 돈다. 내가 어떻게 저 상황을 버텨냈을까?라는 생각도 들어 내 자신이 경이롭기까지 하다.(할 일없는 병신장애인이 하기 마련인 최고조의 자기최면일 수도 있음은 부정 안하겠다ㅋㅋㅋ) 어쨋든, 지금은 저 상황을 그럭저럭 버텨 냈고, 그렇게 했기에 내 자신에 대한 뿌듯함이라는 꽤 강력한 무기가 생겼다는 거 이건 정말 맘에 든다.

지금은, 비록 비루한 삶이긴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되기로 예정돼 있었고 그렇게 된 것일 뿐이고, 살아 있음의 형태로 존재하는 한, 잘 버텨 온 게 아까워서라도 어쨋든 강하게 버텨내야 한다는 오기로 산다.(이렇게 살아야 자살할 때에나 죽을 때에 후회가 없을 게다. 이건 죽음을 생각함으로써 삶에서 얻게 되는 미덕의 하나라고 해야 할게다.) "이성으로는 힘들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를 격언으로 되뇌이면서 말이다. 예전에는 없었던 '뿌듯함'이라는 근사한 무기까지 생겼으니 예전보다는 덜 힘들겠지라는 살포시한 기대도 가지면서 말이다.ㅋㅋㅋ

나는 그나마 저런 절대 고독을 수긍하기 전과 후가 그리 심하게 차이가 나지 않는 환경이라서 다행이고, 어릴 적 부터 이런 방향으로 내 삶이 전개되리라는 걸 막연하게나마 짐작이라도 할 수 있었다는 게 더더욱 다행이다. 물론, 내 삶의 이 뭐같은 방향에는 정말 저주를 품었었고, 이 어쩔 수 없는 저주, 분노를 살살 달래 온다고 무지 힘들었었던 건 새삼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저주, 분노를 이만큼 살살 달래면서 지금까지 버텨 낸 거... 이거는 정말 칭찬받아 마땅하지 싶다.ㅋㅋㅋ

그런데 재차 말하는 거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이런 저주를 퍼부울 수 있었던 게 지금 살아있음을 지속시키는 거에 큰 힘이 된 것 같다.(아마도 장애인의 의식 속에도 정상인들은 모를 법한 이런 류의 힘이 존재할 것 같다.) 이 병이 타인의 잘못으로 인한 게 아니기에 누구에게 증오를 가질 수도 없어, 삶 자체에 대한 저주도 없이 그냥 멍~한 상태로만 있었었다면 아무런 반발심도 못 느낀 채 그냥 절망, 무기력 속에 푹 파진 채 거기에 완전히 동화되어(?) 진작에 자살했었을 것 같기 때문이다.(분노도 그렇고 이런 반발성의 힘은 그 방향만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 비루한 현실을 지탱하는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이게 내가 자살하지 않았기에 느끼고 있는 삶의 보람이다. 자살했었었다면 나이가 들고 젊음이 떨어져 나가고 의식이 나름 성숙해져야만 느낄 수 있는 이런 좋은 의미를 못 느꼈을 것 아니겠는가? 가만 생각해보니까,(하여튼, 이런 넋두리성 글 쓰기라는 고도의 정신집중을 하다 보니 내 자신도 참 많은 걸 깨닫게 된다.) 나는 인생목표가 없었지만 내 삶에 대한 분노, 저주가 의외로 인생목표가 제공할 법한 힘을 제공해 준 게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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