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히히, 이거 대체 몇 년만의 서울방문이다냐~

입력:2012-12-12 수

추석 직후의 일이다. 저녁을 먹는데 우리 부친이 이런다. "아, 까먹었는데 며칠 전에 머식이가 부산에 내려 왔다고 전화왔었다." 저 얘길 들으니 뚜껑이 열릴랑 말랑한다. "아따, 노인네, 그런 얘기는 그날 해야지, 며칠 지나고 하면 내보고 뭘 어쩌란건데!!!"

저 말을 표현은 못하고 속에서 부글부글.ㅋㅋㅋ 쩝, 오늘 픽~ 쓰러지고서 내일 세상을 하직해도 별 이상할 거 없는 저 노인네에게 화내면 뭐하나? 나는 삶이란 내가 적응해가는 게 내게도, 상대에게도 좋은거라는 깨달음을 얻은 인간이 아니던가?(시발, 늙음이 주는 미덕이다.ㅋㅋㅋ) 더군다나 상대가 그냥 상대가 아니고 비록 자식들에게 나이키 신발같은 걸 한 번도 사준 적이 없었을지언정 그래도 나를 낳아준 부모가 아니던가~

이 내용이 우리 부모를 칭찬하는건지, 칭찬을 가장해 까고 있는건지 내 자신도 사실 좀 난감하다.ㅋㅋㅋ 이 얘기는 관두고 부친의 까먹은 전화 얘기로 원위치힌다. 사실, 우리 부친의 저 까먹음은 꽤나 타당성(?)이 있기도 한 일이니 나는 더욱 더 우리 부친을 욕할 순 없다. 내가 저 새끼의 전화를 몇 년동안 안 받고 있었으니까. 그러니, 늦었지만 전화 왔었다고 알려주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인거다.

저 새끼는 서울에서 직장다니는 놈인데 휴대폰을 분실하고서, 다행히 수첩에는 우리 집 전화번호가 남아 있었다고 우리 집으로 가끔씩 이렇게 전화질을 한다. 쟤는 자기 부친이 좀 시원찮은(?) 사람이고 그런 부모에게서 제대로 된 사랑을 못 받은 놈이다.(그렇게 말하는 나는 많이 받았남?ㅋㅋㅋ) 보통 이런 놈은 부모에게 강한 분노심을 가지거나, 그런 부모까지도 과잉으로 수용하는 능력을 키우거나 둘중의 하나를 택하게 되는데 저 새끼는 후자를 택한 놈이다. 똑똑한(?) 놈인거지. 전자를 택해 잘 되는 놈은 잘 없으니까. 웬만큼 타고난 자식이 아닌한 자식은 부모에게 복종을 해야 삶의 승율이 높아지니 말이지, 안 그러면 얘의 경우처럼 서울 여의도에서 칼부림하는 새끼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르는 거.ㅋㅋㅋ

쟤의 정서적 기본 바탕이 저렇고, 우리 부친은 얘의 전화를 잘 받아주니 그 맛(?)에 몇년 째 우리 집에 가끔씩 전화질을 하는 거다. 우리 부친은 "XX이 지금 나가고 없다", "XX이 휴대폰 번호는 나도 모른다"고 하는데도 말이지.ㅋㅋㅋ 보통 놈같으면 계속되는 우리 부친의 저런 사기질(?)에 눈치를 까고 그런 병신짓을 계속하는 자신이 한심해져서 전화를 안 하게 되는데... 하여튼 웃기는 새끼라니까.

나라면 병신 개백수새끼는 패죽이고 싶기도 하고, 혐오, 경멸스러워서 아예 상대를 안할텐데(으아~ 이런 차원의 자기 부정이 가능한 인간이 있을까나???) 내같은 병신 개백수새끼랑 통화하려고 이렇게 용쓰는 놈이 있는 것 보면 "나는 역시 병신 개백수 새끼가 아니라 엘리트 개백수 새끼였구나~"라는 생각이.ㅋㅋㅋ 저 새끼가 내모르게 내한테 꿀이라도 발라놨었남???

득도는 인간의 마음을 인간답게 만들어 준다.
어쨋거나 내게 있어 2012년은 득도 원년의 해고 세상을, 인간들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겼으니 이 새끼랑 통화를 한 번 해 보긴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득도하고 나니 찢어죽이고 싶은 이 병신 개백수 새끼라는, 초라, 모멸 그 자체의 내 자신의 존재 상태에 대한 수용력이 월등히 좋아진거다. 친구에 대한 반가움이 자신에 대한 초라함, 모멸감을 넘어서는 정상적인 인간의 정서상태로 다시 복귀한거다.

이래서 득도가 좋은거다. 내같은 초라한 병신 개백수 새끼에게 '친구에 대한 반가움'같은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감정을 좋은 감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다시 생겨나게 만들었으니까. 그뿐만 아니라 소멸됐다가 다시 생겨났으니, 있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 있다는 것 자체를 감사할 수 있게 됐으니 더욱 더 좋을 수 밖에. 재혼하고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복한 척이 아니라 진짜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재혼 부부만이 이런 차원의 감사함을 느낄 수 있지 싶다. "뭔가를 해야 한다", "해야만 한다"라는 목표, 성취, 책임, 의무등에 찌들어 지내는 보통인, 특히 부양의 의무를 지닌 가장에게 이런 감성이 개화되기는 힘들테고. 보통의 인간은 결코 오를 수 없는 정서적 상태에 이른 나는 나름 성공한 인생이라니까...ㅋㅋㅋ

전화번호를 부친에게서 받아 얘에게 전화한다. "얘에겐 전화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전화할 일이 있구나"란 생각이 스쳐간다. 역시 사람 일이란 모르는 거다.ㅋㅋㅋ "여보세요~"했더니 나도 반갑긴 했지만 이 새끼도 내 목소리를 금방 알아 듣고선 정말로 반갑게 맞이해준다.

몇 년만에 통화하니 이렇게 반가움이 발생할 수 있는거지, 자주 통화했었으면 이런 반가움이 발생하지 않았으리라. 이래서 좋은 자극도 좋다고 자주, 반복적으로 취할 게 아니라 일부러 억제를 해야만 삶의 실질적 행복도가 올라간다니까. 밥을 매일 안 먹고 일 주일에 한 번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밥 먹을 때 얼마나 많은 감사함과 행복함을 느낄까나? 남여가 결혼하고서 한달만 딱 같이 살고 그 뒤로는 한 달에 하루만 같이 사는 생활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면 아마 평생 신혼의 느낌이 유지돼 이혼율은 월등히 감소하지 싶다.

그런데 저건 기능적으론 분명히 가능한 일이지만 실제론 절대 불가능하다는 게 문제. 인간은 정서적으로 살아가는 동물이지 기능만으로 살아가는 동물이 아니니까. 저건 골초에게 담배를 일주일에 1개피만 펴라, 술꾼에게 술을 한달에 한 번만 먹으라고 하는 것과 같은 거니까. 기능만 생각한다면야 저깟 행위를 못하는 게 이상한 거지만, 실제로 인간의 삶은 저런 식으로 돌아가진 않는다는 거.ㅋㅋㅋ

서울에 함 올라 오란다. 부산 서울간 차비가 애 이름도 아니라서, 내가 차비 얘기를 넌지시(?) 흘렸더니만, "옛날에도 그런 적 있었잖냐"면서 차비는 지가 주겠단다. 애가 셋 딸린 가장이면서도 요즘에는 형편이 좀 풀리나 보다. 반가운 소식이네. 나는야~ 돈이면 100% 꼬셔지는 사람이니ㅋㅋㅋ 올라가기로 했다. 작년의 자전거 사고로 인한 무릎부상이 꽤나 나았기에 몸도 좀 홀가분해졌기도 했고.

뽕맞은 듯한 기분으로 자전거를 타다
우히히~ 자전거타고 부산역에 표예매를 하러 간다. "니미, 시발, 이거 꼭 국민학교때 소풍가는 기분이네.ㅋㅋㅋ"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이 붕~ 뜬다. 내 뇌는 중학교때부턴 이 병때문에 삶의 고통을 느끼는 인지체계가 본격적으로 개화됐었기에 학교에 대한 좋은 기억은 국민학교 시절 것 밖에 없어 그런 거다. 더군다나 나는 국민학교 땐 자타가 공인했었었던 엘리트이기도 했었으니 재차 그럴 수 밖에. 에헴~ㅋㅋㅋ

우히히, 내 돈 많이 안 들이고 간만에 서울가서 그 동안 못 봤었던 병신같은 놈도 보게 됐다는 기쁨이 이렇게 좋게 느껴지는거다.(그깟 차비가 사람 기분을 이렇게나 좌우하다니... 역시, 찌질한 걸베이 개백수 새끼는 어쩔 수 없는거다...ㅋㅋㅋ) 물론, 서울에 가서 얘를 만나면 별 거는 없겠지만 지금 현재의 이 좋은 느낌 이 자체는 이렇게나 마음에 드는 거다.

표 자동판매기에서 한참 버벅댔다. 기계 그 자체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는데 철도에도 지하철처럼 환승이 생겼다는 걸 몰랐었기에 한참이나 버벅댄거다. 나는 분명히 서울, 무궁화를 찍었는데 대구, 구미, KTX, 새마을 이런 메뉴가 튀어나와 계속 반복질을 해야만 했었으니까.(각 기차별로 가격이 다른 환승철도의 이용률이 실제로 어느 정도될까? 이용률이 사실상 0%에 가깝지 싶은데...)

아이고, 정말로 반갑다야, 서울행 기차표야, 이게 대체 몇 년만이냐~ㅋㅋㅋ

표를 무사히(?) 사고 집에 왔다. 그냥 표도 아니고 사실상 공짜표(?)가 되기로 예정돼 있는 표를 사들고서~ 아, 기분좋아~ㅋㅋㅋ 그런데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웃기게도 "이렇게 기분좋게 자전거를 탄 적이 예전에도 있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기쁨(?)의 자전거 타기는 ①득도 상태+②공짜 기차표+③정말 오래간만의 친구만남 이렇게 좋은 3조건이 결합됐기에 가능한 거다. 그런데 ①은 올해부터 내 삶에 추가된 조건이니(앞에서 읊었다시피 2012년은 득도 원년의 해로다~ㅋㅋㅋ) 올해이전에 이런 기쁨의 자전거 타기를 경험했었던 적이 있을리가 없다. 그런데 그런 적이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다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인데??? 할 일도 없는데 함 생각해 봤다.

생각을 좀 하니 비로소 답이 나온다. 2004년도였나? 주식에서 600만원 상폐당하고서 "처자빠져 지내지 말고 취직하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보다"라고 스스로 의미부여. 혹은 병신짓을 하고서 공사시험에 도전한다고 도서관에 토익책빌리러 갈 때에도 이런 좋은 기분을 느꼈었네.

나는야 취직 공부를 한 적이 없었던 정말 병신같은 대졸자~
나 역시도 명색이 대졸자, 그것도 4년제 대졸자지만(ㅋㅋㅋ) 나는 취직 공부를 해본 적이 없는 인간이다. 이런 병신같은 인간이 "취직 공부를 나도 한다"는 그 느낌, 그리고 "공사에 취직하면 600만원 돈 꼰거는 원상복귀가 될뿐만 아니라 나도 당당한 고급(?) 직장인이 된다"는 전화위복의 그 느낌이 그렇게나 쾌락적으로 느껴졌던 거다. 하여튼 인간의 본전심리란 이렇게나 위대하고 강렬한 거다.ㅋㅋㅋ(지금 생각해 보면 득도의 느낌을 일시적으로 느껴보는 거라고 해야겠다.)

취직을 하게 되면 이 병이 발각(?)될 확률은 당연히 높아질 수 밖에 없고 나는 "이 병이 알려질바에야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인간이라(희한하게 이 생각은 죽어도 안 고쳐지네.ㅋㅋㅋ 내만의 근본주의적 신앙인듯...) 나는 존엄성, 인간다움을 보장받으려고 취업대신에 개백수를 선택했었다. 이렇게 심지(?)가 곧은 개백수 새끼인데도 본전심리라는 이 위대하고 강력한 힘이 인간에게 가해대는 마성은 어쩌질 못해 결국 취직공부라는 저런 황당한 짓을 했었던거다.

어쨋거나 이런 황당한 사건이라도 있었기에 금방 토익을 900점으로 올려 공사시험칠 수 있는 자격을 얻었고 그 결과 서울가서 시험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었다. 하여튼 지금 생각해도 저때 발생했었던 사건과 내가 겪은 그 경험들이 정말 웃기고 신기하다는.ㅋㅋㅋ 자기 인생에 절망하고서 사실상 학교 공부랑 평생 담을 쌓아왔었던 내같은 인간이, 도서관에서 빌린 구닥다리 토익책과 EBS 라디오 강좌만으로 금방 토익을 900점 획득해내는 걸 보면 "역시 내 생각대로 나는 엘리트였어~"라는 자긍심이 들 수 밖에.ㅋㅋㅋ(이 내용은 600만원을 지불하고서(?) 얻은 토익900점과 최고급 명품(?) 글에 들어 있다.)

아~ 저 위대하고 강렬한 본전심리의 마성에 이끌려 사람들이 잘못된 연결을 얼마나 많이 만들게 될까? "그 잘못된 연결의 결과때문에 또 얼마나 적지 않은 인간들이 후회, 고통 등을 당하고 있을까?"라는 걸 상상해 보면 삶이란 정말 웃기고 신기한 거라니까...ㅋㅋㅋ

각설하고 소풍을 앞둔 국민학생마냥 그날 밤에 잠을 좀 설쳤다. 다음 날인 금요일에 소풍가는 맘으로 부산역으로 갔다. 기분좋다. 득도를 한 상태로 서울구경을 간다는 것도 감사한데, 가서 오랫동안 안 보던, 비록 내한테서 병신 취급을 좀 당하던 놈이긴 하지만 옛친구를 만난다는 거. 그리고 차비를 준다고 했으니 내 돈도 별로 많이 안 든다.ㅋㅋㅋ 이 얼마나 좋은가?

아, 내가 이런 기분으로 서울간 적이 있었던가? 10년전 쯤에도 얘한테서 차비받고 서울간 적이 있긴 있었었다. 하지만 그 때는 득도는 커녕, 초라하고 모멸스럽고 치욕적인 개백수 새끼로 존재하는 내 자아와 생존을 건 무의식적인 전쟁에 돌입하기 직전의 비참, 처절 그 자체의 상황이 아니었던가!!! 강원래같이 급작스런 사고로 후천적 장애인이 돼 버리고만 사람이 치뤄야 하는 그! 초라한 자아와의 그! 궁극의 전쟁을 나도 직면해야만 했었던 시절이었던 거다...

기차를 탔다. 대구를 지나간다, 부산보다 더한 새누리당의 텃밭, 으아~ 정말 혐오스럽고 경멸스러운 곳,ㅋㅋㅋ 침이라도 ��~받고 싶다.(할 일이 없어 일상에서 재미를 느껴 내려고 이렇게나 발악하는 내 자신이 너무 안쓰럽도다.ㅋㅋㅋ)

군계일학같은 여자가 보인다
서울에 한층 가까운 대전역에 정차했다. '일상에 대한 나태함, 불성실함'의 영향이겠지만 사람들이 세련돼 보인다. 걔중에 얼굴이 다른 여자보다 얼굴 한 두개 정도 더 높은 위치에 있으면서 얼굴도 작고 예쁘고 다리까지 쫙~ 빠진 군계일학적으로 예쁜 20대 중반의 여자가 보인다. 잘은 모르지만 옷도 가죽풍으로 세련되게 차려 입었다. 눈이 마주치는 게 두려워(?) 안 보는 척 하면서 살짝 보는데ㅋㅋㅋ "서울의 초특급 룸살롱에 주말에만 출근하는 초특급 룸살롱여가 지금 출근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 저런 군계일학같은 여자를 여친으로 '데꼬'다니면서 자신의 우월한 수컷성을 과시하는 놈은 대체 어떤 놈일까나?", "저런 우월한 몸을 가지고 있는 여자로 하여금 자기 보지를 스스로 벌리게 하는 수컷은 또 대체 어떤 놈일까나?", "얼마나 많은 자원을 갖다 바치면 저런 여자로 하여금 '이 남자가 나를 그냥 따먹고 내팽개칠 남자가 아니라 계속 이런 지원을 해줄 남자'라는 확신을 갖게 하는 걸까나?"같은 여러 생각이 든다. 니미, 수컷의 솔직한 마음을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했남??? 내 글은 하드코어 포르노니까 수컷의 본성에 대해서도 이렇게 솔직하게 쓴다.ㅋㅋㅋ

영등포에 도착했다. 도착하니까 역시 기분이 새롭고 이런 건 별로 없다. 예전같았으면 서울에 온 걸 기념해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을텐데 그럴 맘이 안 난다. 시발, 귀찮다!!!ㅋㅋㅋ 땅바닥에 1000원짜리 지폐라도 떨어져 있으면 머리에서 번개가 번쩍 치면서 후다다닥~ 줍게 될텐데 늙으니 사진찍기에는 그런 열의(?)가 안 나온다. "가만 있어도 괜찮은 이 홀가분함이 이 얼마나 값지고 귀한 건가?"라는 걸 알아 버렸다 보니, 타인과의 약속이거나 금전적 이익이 창출되지 않는한 행위의 동기가 잘 생성되지 않는 거다.

이렇게 자기 이해관계에만 투철하게 만드는, 늙어가는 어른의 삶이 만들어 내는 근태, 단조로움은 나 역시도 어쩔 수 없는거다. 이러니 배낭에 든 카메라를 꺼낼 생각은 않고 그냥 휴대폰으로만 사진을 찍게 되더만. 내가 쓰는 디카는 광각이 36mm밖에 안 되는데 이런 일상의 그냥 사진찍기에는 광각이 좋은 이보의 28mm화각이 고마울 뿐.

친구놈 직면
지하철타고 이 새끼가 근무하는 곳에 찾아 간다. 좋은 세상이라 그런지 부산의 후불교통카드가 서울에서도 작동이 되더만. 전에 공사시험치러 왔었을 때에는 후불교통 카드를 쓰질 않아 1회용표를 썼었더랬다. 그런데 표인식 기계가 오류가 많은지, 구간 초과를 안 했는데도 나올 때 무조건 삑! 소리가 나는 경우가 있어 짜증이 났었는데 말이지.

도착했다고 전화했다. 이 새끼가 나왔다. 시발 놈, 볼따구에 살이 엄청 처붙었더만.ㅋㅋㅋ 그동안 잘 살았었다는 얘기리라. "이야~ 그동안 뱃돼지가 얼마나 처불렀기에 얼굴이 그렇냐?"라고 했더니 이 새끼는 "이게 몇 년만인줄 아냐? 7년만이다." 중얼, 중얼... "그리도 너네 집에 전화했는데 너희 아버님이랑하고만 통화되고 연락 한 번도 안 주고 이 독한 새끼..." 중얼 중얼...

이 새끼는 교회다닌다고 술을 안 먹는 놈이지만 그래도 날 만나면 술을 먹었었다. 그런데 마침 가는 날이 장날이라 어딜 크게 다치는 바람에 술을 못 먹는단다. 에이썅!!! 마침 저녁 때라 호프집에서 닭안주를 저녁삼아 먹으면서 내만 맥주 500cc 하나 먹었다. 이건 내가 낼라했는데 지가 내더만.(개백수 새끼에게 이런 배려를 해줘서 고마워~ 머식아~) 거리를 좀 배회하다가 얘의 숙직실에서 이 얘기 저 얘기를 했다.

"득도했다"는 얘기를 진담에 가깝게 하다
사실, 나는 개백수 새끼고 뭘 해 놓은 것도 없고, 뭘 하겠다는 의지도 없으니 내 얘기는 별로 할 게 없었다. 그래도 내가 이뤄놓은 건 이 요상스런(?) 득도 밖에 없기에 이 득도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었는데 역시나 내 예상대로 이 새끼는 이 말을 좀 알아 듣더구만. 내가 정말로 무서운 계에 들어갔다가 나왔다는 걸 약간은 알아 들었다는 말인거다.

내 입으로 이런 얘기해서 좀 그렇지만 이 계는 정말 무서운 곳이다. 유영철같은 사이코패스들도 저 계의 그 극단적인 이질감을 맛 봤었기에 도덕, 타인의 고통까지도 초월해 내는 초절정의 엘리트형 인간이 된거다. 그래서 저 계는 내같은 초절정의 최정예 선수들만이 들어가야 극단적인 이질스러운 맛앞에서도 의식이 안 망가지면서 겨우 득도를 이뤄낼 수 있다고 해야. 보통인은 말할 것도 없고 '초절정'의 수식어가 아직 붙지 않은 그냥 최정예 선수가 들어가도 그 맛에 의식이 파괴돼 자살 아니면 광기로 갈 수 밖에 없는 그런 무시무시한 곳이다.(시발,  자기포장을 하는 기교가 날이 갈수록 증대되는구나...ㅋㅋㅋ)

이러니, 얘가 이 계의 구체적 실상(?)까지 제대로 알리가 없겠지만, 그나마 약간이라도 이해해준 게 고맙게 느껴질 수 밖에. 저 계는 절대 고독 그 자체의 계일 수 밖에 없기에 이 계를 타인으로부터 좀 이해받았다는 그 느낌이 이렇게나 좋은 거다.(삼성그룹의 황태자인 이재용도 초절정의 엘리트만이 느끼는 이런 고립감을 느끼지 싶은데, 쟤는 이런 고립감을 뭐로 풀라나??? 더군다나 이혼남이기까지 하니 그 고립감이 더욱 더 괴기스럽게 다가올텐데???)

아~ 얘가 아니면 우스개식의 "나 득도했다"가 아닌 진담성의 "나 득도했다"를 어떤 놈에게 얘기할 수 있겠는가? 이건 동성애자가 자기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하고서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이해받은 느낌, 혹은 강간 피해녀가 애인에게 그걸 고백하고서 죄책감과 마음의 응어리를 덜게 된 그런 느낌이리라.(저 여자는 엄청나게 좋은 그 기분에 이끌려 저 남자랑 결혼까지 하게 되면, 그게 자신의 불행이 되는 것이리라.)

이 친구는 내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놈
어쨋거나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는 득도 이 얘기밖에 없고 저거는 말로 표현 가능한 곳이 아니니, 나는 이 새끼가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었던 얘기들을 주로 듣기만 했었었다. 들어보니 내가 연락을 거부하고 있었던 그 7년 동안에 꽤나 열심히 살긴 살았더구만. 확실히 이 새끼는 병신같아도 정말로 열심히 사는 놈인 건 확실하다니까. 그건 내가 인정 안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내가 얘처럼 평균(?)보다 꽤 떨어지는 시원찮은 부모를 만나 인문계에 진학못하고 실업계에 진학했었으면 나는 틀림없이 삐뚫어져 사고치는 문제아가 됐을게다.(물론, 이 병이 없다는 가정하에서.) 아니면 처절한 냉소에 빠졌거나 실업계 고교 특유의 하향평준화 현상에 물들어 의식 자체가 퇴화돼 바닥권 의식을 가진 인간이 돼 버렸거나. 허접들이 대다수인 곳에선 같이 허접함에 동화되어야 생존이 가능하니까.

더군다나 수컷에게 내재된 본질적인 폭력성, 충동성같은 건 사춘기때에 폭발적으로 증대될 수 밖에 없다. 그냥(?) 사춘기 수컷들이라고 해도 그럴진데, 사회적으로 열등한 것들, 별 희망없는 것들이라고 취급받는 실업계 수컷 고교생이라면 열패감때문에 폭력성, 충동성은 더욱 더 파괴적 형태를 띄기 마련. 성인도 살아 남으려고 저런 거친(?) 환경 속에서 허접함에 동조하면, 그 허접 행위의 영향을 받아 결국 허접의 늪에 빠질 수 밖에 없는데 사춘기 애라면 새삼 말할 필요도 없는거다. 그런데 얘는 그렇지 않다. 생각이 실업계 출신답지 않게 엄청 반듯하다. 더군다나 반에서 육십몇등으로 사실상 맨꼴등으로 맴돌았던 새끼가 말이지.ㅋㅋㅋ

반듯한 생각은 잘 난놈들만의 전매특허같은 것이라 실업계라는 열등한 것들, 관심받지 못하는 것들의 계에서, 더군다나 반에서 꼴등으로 맴돌던 놈의 머리속에선 절대로 자라날 수가 없는거다. 상식적인 몸은 커녕 돈많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는 운도 따라주지 못한 최저 바닥권의 중증 장애인들이 복지를 빌미로 국가로부터 돈을 뜯어낼 생각만 하지, 국가에 뭘 해줄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과 동일한 거다.

물론, 저런 중증 장애인들의 태도가 절대 잘못됐다는 말은 아니다. 자기가 저런 계에 존재한다면 저리 될 수 밖에 없는 거니까. 그런데 저 새끼는 사회의, 인간의 이런 기본적 존재특성(?)을 개무시하면서 존재하는 놈이라니까.

이러니 얘를 보면 "어째 이런 놈이 있을 수 있을까?"라는 신기함, 경이로움도 들 수 밖에. 전에도 이런 생각을 좀 했었더랬는데 득도하고나니 더 그런 생각이 더 든다.ㅋㅋㅋ 시발놈, 그 점에 관한한 너는 정말 대단한 놈이다. 그건 내가 인정한다. 이런 측면에선 이 새끼는 내가 못하는 걸 해 낸 인간축에 드는 놈이다. 어릴 적부터 희망이라는 개나 소나 다 가지는 그런 것없이 살아와 내같이 처절하게 삐뚫어질 수 밖에 없었던 놈에게서, 이런 좋은 감정을 들게 하는 구체적 인간이 잘 없는데, 정말 고마울 뿐이다.

하여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숙직실에서 같이 잤다. 그런데 어디서 벌레가 앵앵~ 우는 듯한 아주 미세한 소음이 들린다. 이게 뭔 소리지???싶었는데, 알고 봤더니만 이 새끼가 휴대폰으로 틀어놓은 찬송가 소리더구만. "예전에 일반폰쓸땐 이 새끼가 이 지경(?)까진 아니었는데... 스마트폰이 문명의 이기가 맞긴 맞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곤 "시발, 처자는데도 이걸 털어놓고 자냐?"라는 생각도 든다. 히야~ 역시나 대단한 놈인거야.  그렇지, 뭔가를 신봉하면 저 정도의 열의는 투입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드네. "니가 그렇게 열심히 사는 놈이라는 걸 내게 그렇게 과시하고 싶었더냐? 응, 이 시발놈아~"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온다. 아, 우산 안 들고 왔는데 이걸 어쩌나? 그래도 늙음이 주는 노파심에서 그랬던 건데, 자전거를 계단에 안 두고 집 안에 들여놓고 오기를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ㅋㅋㅋ

자기 집까지 걸어가려 했는데 비가 와서 택시타고 갔다. 차가지고 어디가려고 잠시 집에 들른건데, 이 시발놈이 그냥 차만 가져 나오면 될 걸, 뭘 가지고 올게 있다면서 자기 집으로 올라 가더니만 전화로 나를 호출한다. 자기 집으로 올라 오란다. 아, 왕짜증과 함께 뚜껑이 열리려 한다!!!

내가 아무리 득도했다고 한들, 이건 나의 정신적 딸딸이용이지 구체적 사람 앞에선 아무런 효용이 없다. "나는 득도한 사람입니다."☜이래봐라, 병신취급받지, 사람취급받겠나? 이래서 대인 관계에 있어선 삼성전자 XX사업부 과장, XX기관 사무관같은 폼나는 사회적 지위가 가장 가치있는 거다. 고로 내가 득도했다고 온갖 정신적 딸딸이를 치고 있어도 대인 관계에 있어선 '나=개백수 새끼'라는 이 초라하고 모멸적인 존재 상태에는 하등의 변화가 있지 못 한다. 그런데 "집으로 올라와라"는 이 새끼로부터의 전화호출이라니... 아, 이 초라하고 모멸적인 병신 개백수 새끼의 상태의 나를 제수씨에게 드러내야 하는 상황이 오고 만거다. 욕 나온다. "이 시발 놈아, 너거 집사람 보기 쪽 팔리니까 차만 가지고 나오라"고 내가 누누히 말했잖아!!!

계단을 올라 간다. 발걸음이 무겁다. 제수씨를 직면하게 됐을 때 느껴질 그 초라함, 이 모멸스러움을 어떻게 감당하지??? 회삿돈을 횡령하고서 그 남의 돈을 펑펑 쓰는 그 궁극의 스릴, 쾌락을 누리다가 결국 발각돼 상급자에게 처음으로 불려가게 된 경리직원의 마음이 이런 걸까나? 사형수가 자기 번호가 호명됐을 때의 기분이 이런 걸까나?(쩝, 전에도 개백수 새끼, 지금도 개백수 새끼인 놈이 이렇게 느끼는데, 이혼당했거나, 다리를 쩔뚝거리는 식으로 후천적 장애인이 된 사람이면 대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지만 딩동ㅋㅋㅋ
딩동. 친구놈이 아니라 제수씨가 열어준다. 정말 쪽팔리고 초라하고 수치스럽고 모멸스러워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지만 안 그런 척하면서 "아이고, 제수씨, 오래간만입니다"라고 인사를 했다.ㅋㅋㅋ 내 나름의 오기라고 "득도하고서 이제사 서울에 왔습니다."라고 덧붙일까 하다가 꾹 참았다. 아무리 쪽팔리고 초라해져 정신줄이 풀릴려 한들 오기짓하고 병신짓을 구분못해선 곤란한 거다.

아, 시발, 그날 기억을 회상하면서 글을 쓰려니, 개백수 새끼라는 초라하고 모멸스런 내 자아상만 계속 떠올라 정말 진짜 쪽팔린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ㅋㅋㅋ(역시 인간은 상징의 지배를 받을 수 밖에 없는 동물이라니까.) 문제는 저건 득도라는 개념에도 숨어지지 않는다는 거다. 재차 말하지만 득도는 구체적 대인 관계에선 아무런 효용을 발휘하지 못 하는 거기 때문이다.

자칭 어느 득도자가 "득도가 괜히 득도인가? 진정한 득도는 그런 것도 가능하다"고 믿게 되면 그 인간은 드디어 광기라는 그 안락한 지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게 되는 거다. 득도가 만능이 아니니까.---내가 느끼기로 니체가 자신의 초라함, 모멸, 치욕스러움을 못 견디고 결국 저 안락한 광기에 흡수되고만 대표적인 인물이다.---시발, 이 부분의 얘기는 더 이상 적기도 싫다. 그냥 넘어간다.

그런데 제수씨를 보고 좀 놀랐던 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렇게 늙지 않았고 얼굴 인상은 오히려 옛날보다 좋아졌다는 거다. 집안 형편이 그때보다 좀 나아졌고, 남편에게도 나름 익숙해졌으며, 애 셋을 키운다고 자기 나름의 노력을 삶에다가 열심히 부어왔고 그게 이제 삶의 습관으로 어느 정도 굳어졌기에 그런 거리라.(물론, 애 세명이 다 잘 크고 있으니 자기의 노력이 나름 보답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게다.) 인간은 이래서 습관이 중요한 거고 이왕 들일 습관이면 좋은 습관을, 지속 가능성이 높은 습관을 들여야 하는거다.

어쨋든 제수씨를 봤을 때의 그 쪽팔림, 초라함, 모멸감 등등은 어쩔 수 없는거지만 나름 흐뭇한 부분도 있다. 내가 득도하고서 이런 나름 기분좋은(?) 늙음을 맞이하고 있듯이, 제수씨도 그런 기분좋은 늙음을 맞이하고 있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런 차원의 생각은 자기 마음속으로만 담아놔야지, 이 느낌을 그 상대와 얘기하면서 공감하는 인간이 있을까나???)

물론, 저 여자의 남편, 즉 친구놈이 아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으니 서로의 좋은 상태가 서로에게 선순환되기에 저런 좋은 현상이 발생하는거리라. 이래서 결혼은 궁극의 도박이라니까~ 아, 내보다 열등한 것들, 병신같은 것들만 가득해 짜증만 가득한 이 세상에서 내게 이런 좋은 느낌을 주는 저런 구체적 인간이 여전히 존재해서 고마울 뿐...ㅋㅋㅋ

어쨋거나 이 시발놈이 그냥 처나올 것이지 안 나오고 날 호출했던 건, 밥처먹는다고 날 부른거더만. 이왕 시간 걸리는 거 너도 들어와서 먹어라 이거다. "시발놈아, 시발놈아... 어쩜 그리 니 생각만 하냐???"

밥 다 먹고, 자기차를 몰고 몇군데 볼 일보러 다녔다. 시발 놈, 운전하면서도 찬송가만 처듣네.ㅋㅋㅋ 하기야 잘 때도 휴대폰으로 찬송가를 처틀어 놓고 자는 새낀데 운전 중에 찬송가를 왜 안 듣겠나??? 안 들으면 그게 이상한 거지. 너는 정말 멋진 놈인거여~

볼 일을 다보고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양심상 내가 밥값냈다.(그런데, "아, 시발, 내가 안 내는 건데..."라는 후회가 나중에 발생하고 만다.) 다 먹고 나서 얘가 "너 서울 올라 올 생각 없냐?"라는 얘기를 한다. "내가 하는 일 도와주지 않을래?"라는 질문을 저렇게 담으로 구렁이를 넘겨 보는 질문을 하는 거다.

얘는 궁극의 자기 차별화, 자기 희열을 갖고 사는 놈...
이 새끼는 사고 안 치면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에 종사하면서도 투잡을 뛰는 놈인데, 그 나머지 잡에서 엄청난 자기 차별화, 자기 희열을 느끼고 있다. 그 일을 이 세상에서 자기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고 있을 정도로. 내가 봐도 저 믿음은 나름 근거가 있긴 있다. 저 새끼가 저 나머지 잡에서 느끼고 있는 자기 차별화, 자기 희열이 어느 정도의 것이냐 하면 "전 세계에 내 이름을 꼭 알리고 말거야"라는 막가파식(?)의 신념을 가지게 할 정도다. 저 정도면 말 다한 것 아니겠는가?

저런 자기 신념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있겠는가? 더군다나 중년남이!!!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는 신념, 명예욕을 갖고 있는 초절정의 엘리트 학자, 연구원이 아닌한 그 어떤 중년도 가질 수 없는 그런 신념, 명예욕을 저 새끼는 갖고 있고 그것의 구체화에 점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놈인거다. 그것도 자신의 공식 잡이 아니라 비공식 잡에서...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이 새끼는, 가정 환경이 시원찮아서 정말로 열심히 달릴 수 밖에 없었고 그 덕분에 나름 성취를 이뤘긴 하다. 이건 나도 인정~ 하지만 가난이 만들어내는 인간유형이 대체로 뻔하듯이 자신의 그 좁은 세계밖에 못 보는 놈이다. 간단히 말해 전형적인 기독교형 단세포 인간인거다. 그래도 그런 인간치곤 대단히 양호하다라는 게 저 새끼의 대단한 점이고.

이렇게 뻔한(?) 새끼가 뻔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것도 아니고, 넓은 계를 아는 척하곤 해서 내한테서 그동안 병신취급을 좀 받아왔었더랬다. 내가 이런 측면에선 지보다 몇 수위의 인간이라는 걸 지도 인정하니 이런 병신취급에 별 항의를 못했었었고.ㅋㅋㅋ

하여튼, 이 새끼는 내 눈에는 병신새끼라는 게 뻔히 느껴지는데, 자기를 굽이 보살펴 주시는 주님이 선사하시는 자기확신때문에 세상이 자기를 위해서 돌아준다고 믿고, 그 방향으로 정말 새빠진 게 달려온 거 만큼은 내가 인정 안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병신끼가 좀 있어도 대단한 놈인 건 분명하다는 말이 되겠다.

얘기를 본론으로 원위치한다. "너 서울 올라 올 생각 없냐?"라는 곤란한(?) 질문을 받으니 나도 좀 스트레스다. 얘가 맘에 들어할 법한 얘기를 하고 싶은데, 내겐 그럴 능력이 없으니까. 득도하고서 처자빠져 지내는 이 자유로움이 얼마나 귀하고 값진 것인가?라는 걸 느끼고 있는데, 내가 서울와서 얘의 일을 도울 이유가 뭐 있겠나???

서울에 와도 처자빠져 있을 놈은 처자빠져 있게 된다.
서울에 올라 왔다 치자. 집세, 생활비는 어쩌고? 얘가 월급 준다고 해 봤자 대체 얼마를 준다고? 한달에 1000만원을 준다고 해도 나는 서울와서 살 생각이 없다. 내 자신이 죽는 경험을 통해 처자빠져 지낼 수 있는 이 홀가분함, 자유로움이 이렇게나 좋다는 걸 깨달아 버린 내같은 놈은 서울에 와도 그냥 처자빠져 지내게 될 뿐이다.ㅋㅋㅋ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에서만 맛볼 수 있는 문화적, 사회적 혜택 등은 외부계에 대한 욕망이 준동하는 청춘들, 그리고 자신의 죽음을 경험해 보지 못한 보통인들에게나 효용이 있다. "내가 살아 있구나" 라는 자신이 살아 있음에 대한 각성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내 같은 사람에겐 그런 건 가치순위에서 저 밑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저런 문화적 혜택을 누리는데 투입해야 할 돈도 없고 돈을 투입하기도 싫다. 열등한 것들, 병신같은 것들하고 같아지는 행위를 내가 왜 내 돈을 투입하면서까지 해야 하는데!!!

아, 시발, 당장에 가부를 안 알리고 얘의 말을 들어주는 척 할 수도 있었겠지만 쟤가 내게 월급주는 사람도 아닌데 그러긴 싫더만. "내가 서울에 왜 오는데? 올 이유가 없다."라고 대꾸했다. "그럼 계속 그렇게 살거냐?"란다. "득도하고서 맘 편히 사는 이게 정말 맘에 들고 우리 친구들을 봐도 내가 제일 행복한 삶이던데, 내 생활을 바꿀 이유가 없지"라고 했더니 이 시발놈이 성깔을 부린다.ㅋㅋㅋ

"부모 생각 안하고 지만 생각하는 너는 정말 이기주의자..."어쩌고 저쩌고. "너거 친구들은 어쩜 그렇냐?"어쩌고 저쩌고. 아따, 시발 놈, 술 처먹으면서 이런 얘길하던가, 맨 정신에 들으니까 기분좆같더만.ㅋㅋㅋ 좋게 보면 나를 생각하는 거라 그 관심이야 고맙지만, 우리 부모도 내게 이런 얘길 안하는데 이 개같은 새끼가 지가 뭐라고 내게 저런 얘길한다냐???

나를 지 일에 끌어들이려는 지 욕심때문에 그러면서 우리 부모 핑계나 되고 있는 이 병신새끼.ㅋㅋㅋ 지가 늘 이 수순에서 머무니 내한테서 병신취급 당했었고 여전히 당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거로다. 하여튼 이 새끼는 내가 고작 그런 말로 꼬셔질 수 있는 그런 병신급의 인간으로 느껴지는건지, 정말 어이가 없기도 하다.

사실, 성실하지, 기본 머리, 눈치도 있지, 세상, 인간에 대한 판단도 꽤나 정확하지, 배부른 소리도 안하지, 남에게 뻣뻣하지도 않지, 늘 배우겠다는 자세까지 갖춰져 있지, 음냐, 또 뭐 없남???ㅋㅋㅋ 팔불출같은 얘기지만 이런 기질을 갖춘 내같은 놈을 자기 부하로 쓰게 되는 사람은 진짜 땡잡은 거라니까.ㅋㅋㅋ(물론, 이런 능력이 쟤랑 같이 일하면서도 여전히 발휘되리라는 장담은 못하는 거다.)

얘는 그 동안 누구한테서도 못 들어봤었고 자기 스스로도 미처 생각치 못한,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를 내한테서 좀 들어오는 행운(?)을 누려 왔었다 보니 내 능력(?)을 좀 아는 거다. 변태는 변태형 인간이 알아 본다고 얘도 보통 놈의 범주에서 좀 벗어난 놈이라, 내 입에서 나오는 자신에 대한 얘기의 진가(?)를 알아보는 능력이 있었던 거라고 해야.

아마 이 세상에서 자기 친구, 주변 사람에 대한 거울역할을 내만큼이나 정확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잘 없으리라. 중요한 건 저런 역할을 하면 인간관계가 좋아지기는 커녕 깨진다는 게 문제... 지 자신도 인지못하는 걸 남이 인지하고 그걸 지적해주니 선수급이 아닌한 이걸 좋아할 사람은 있기 힘들기 때문이다.(좀, 원통하다. 이런 능력이 있는 사람을 우대하지도 않고, 월급 주는데도 없는 이 문명세계가...ㅋㅋㅋ)

내 정도되는 인간이면 어떤 이유로 자기가 엇나가려 할 때, 그걸 인지하고 자기에게 정확한 지적질을 할 수 있다는 걸 아니까 얘가 나를 이렇게 살살 꼬시려 하는 거다. 그런데 내가 하기 싫은 걸 어쩌겠나? 초라, 모멸, 수치스런 자아가 주는 극한의 고통을 버텨내고 중년들어 겨우 득도의 경지에 올라 이 편안함, 홀가분함을 느끼고 있는데, 이 귀한 걸 내팽개치고 서울 올라와서 니를 도우라고? 이 시발 놈아, 그게 양심을 갖고 있는 인간이 할 소리냐!!! 응, 이 개같은 새끼야!!!(근데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것도 아니고 왜 이리 흥분하남???ㅋㅋㅋ)

자기 살 길은 저 길 뿐이라고 정말 열심히 달렸고, 자기 신념을 이루기 위해 더욱 더 열심히 계속 달리고 있는 이런 놈에게 내가 도달한 이 경지를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겠는가? 시발, 갑갑하다.(물론, 지도 나를 보면 갑갑한 건 마찬가지리라.)

지가 그리 잘 난 놈이라서 내게 이런 얘기를 하면, 나는 "안 그래도 서울 올라와서 니 일 도와줘야 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라고 대꾸해야 하는 걸까나? 하여튼, 세상이 지 위주로 돌아간다고 믿는 새끼니 그런 말하고도 남을 인간이라는 걸 내가 알지만서도 갑갑한 건 어쩔 수 없도다. 아, 술먹으면서 이런 얘길하면 덜 갑갑할텐데 맨정신에 이런 얘길하니 정말 갑갑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좀 있으니, 이 새끼가 내 말을 어느 정도 수긍했는지 이제사 좀 솔직한(?) 얘기를 한다. 추석때 부산에 내려가서 자기 동기들을 만나 보니 걔네들도 다들 사는 게 좆같다는 얘기밖에 안 하더란다. 꿈이란 건 사라지고 돈에 쪼달리면서 모든 게 돈의 가치로만 환원되는 삶...(쩝, 아내, 자식에겐 내색을 못해서, 안해서 그렇지 유부남 중년의 삶이란 저런 건가 보더구만. 그런데, 이 시발 놈이, 자기 동기들도 그런 얘길했으면서 "어째 너거 친구들은 그렇냐???"라는 개소리를 내게 할 수 있다냐!!!)

이러다 보니, 다른 중년남들과는 달리 지나 내나 용케(?) 인생의 최고 행복기를 지금 누리고 있다는 어떤 묵시적 동의가 흐른 것 같다. 사실, 나는 이런 행복감을 평생 처음 느껴보는 거고, 얘는 그런 행복감을 나이듦에도 불구하고 계속 확장, 강화시켜 온 엘리트형 인간이라고 해야 하리라.

다른 친구놈의 전화가 왔다
뭘 모르는 20대 청춘도 아니고 어차피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는 걸 아니까, 다른 얘기를 한다. 그런데 띠리링~ 다른 친구놈에게서 전화가 왔다. 얘는 가족은 부산에 있고 서울에는 몸만 와서 직장다니는 놈인데 "언제 오냐?"란다. 금요일날에 기차 안에서 얘에게 "지금 서울가는데 토요일쯤에 보게 될 것 같다"고 문자를 보냈었는데 궁금해서 전화를 한거다.

안 그래도 갈 때가 됐기에 이 새끼에게 "이제 가야 겠다. 서울 온 김에 전화한 얘한테 함 들려야 겠다"고 했다.

두구두구둥~ 이제 이 서울방문의 가장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고, 참으로 초라하고 모멸스런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한다. 내가 얘에게서 차비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온거다.ㅋㅋㅋ 얘가 차비주는 걸 까먹으면 "차비 안 주나?"라는 말을 나는 못한다. 난 그 정도로 뻔뻔한 인간은 못 되니까. 만일 얘가 차비주는 걸 까먹었으면 속으로 "에이, 시발, 좋다가 말았네"라고 생각하고 그냥 내 돈으로 기차탈 수 밖에 없는 거다.

이렇게 "차비 줄라나? 말라나?"나름 조마조마하고 있는데 얘 입에서 "차비줄게"라는 말이 나왔다. 고맙기도 하고 초라하기도 하고 이거 참... 그래도 돈이 좋은 걸 어떡하냐~ㅋㅋㅋ 더군다나 내가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지가 준다고 한 건데~(찌질한 병신 걸베이 개백수 새끼만이 맛볼 수 있는 삶의 비타민같은 게 이런 게 아닐까나???)

저 때 느꼈었던 복합적인 감정은 가장들이 더럽고 아니꼬운 꼴을 보면서도 부양의 의무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장에 계속 다닐 수 밖에 없는 그것과 비슷할듯. "이 시발놈아!!! 대한민국 800만(맞나?) 가장들의 명예를 훼손하지 마라!!!"라는 환청이 들린다. 그런데 가장이 하면 예술이고 개백수 새끼가 하면 음란이란 말인가??? 니미, 쪽수로 밀어붙인다면 나는 질 수 밖에 없으니 내 생각을 우길 생각은 없다.ㅋㅋㅋ(늙으니까 저런 병신같은 우김짓을 한다고, 내 뇌를 낭비하는 것같은 헛지랄을 안하게 됐다는 거, 이것도 참 고맙다.)

충격의 5만원~
그런데, 어라? 5만원을 주네. 시발 놈이, 옛날에 10만원 줬으면 최소한 이번에도 10만원은 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 동안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데!!! 그리고 지 입으로 "KTX는 안돼도 무궁화나 새마을호 타고와"라는 말까지 했었다!!! 니미! 시발! 분노가 폭발한다.

그런데, 분노가 폭발하긴 했지만 분노가 폭발하는 것만큼이나 내 자신에 대한 초라함, 모멸감도 증대된다!!! 어라라? 화가 솟구치면 솟구칠수록 내가 독박쓰는 꼴이 돼 버리네. 뭐 이리 좆같은 경우가 다 있다냐? "이제는 화를 내야 마땅한 상황에서도 화를 못 낼 정도로, 화내는 능력까지 상실하고만 병신이 된 걸까나???"라는 섬��함이 느껴졌다.

아, 복지를 빌미로 국가로부터 뜯어낼 생각만 할 수 밖에 없고, "그게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다"라는 생각에 갇혀 살 수 밖에 없는 바닥 환경의 인간들이 적지 않은 세상에서 이런 건설적인 쪽팔림, 모멸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거 이거는 장말 높이 사줘야 하는 거다라는 생각도 든다.

어쨋거나, 차비에 관한한 이 새끼가 당당한 갑이고 나는 초라하지만 나름 양심은 있는 을이라 "시발, 5만원 밖에 안 주나"라는 말을 차마 못한채 분노, 우울함, 쪽팔림이 뒤범벅이된 복잡 그 자체의 마음을 안고서 작별인사를 한다. 그런데 이 시발놈이 끝까지 "너거 부모님 생각하면 넌 그래 살면 안 되는 거야" 어쩌고 저쩌고 해샀네. 우리 부모를 팔아서라도 내 욕을 하고 싶은가 보다. 시발 놈, 새마을까진 된다고 한 새끼가 5만원 밖에 안 주면서 무슨 할 말이 그리 있다고... 그리고 내 머리 위에 올라타고픈 니 놈의 그 근원적 욕구를 내가 모를 줄 아냐??? 이 새끼는 지가 못 느끼고 있을 뿐이지 내 머리 위에 올라 타려고 지랄 발광을 하는 놈이라니까.ㅋㅋㅋ

작별 인사를 하고 지하철로 간다. 가만 생각해보니 "시발, 5만원 밖에 못 받을 줄 알았다면 아까 점심값을 내가 내는 게 아닌데..."라는 후회가 밀려오네.ㅋㅋㅋ 다음에도 이렇게 차비받아 서울 올 기회가 있을 것 같진 않지만, 만일 있다면 "내 계좌로 차비 먼저 입금하라"고 해야 할까 보다.

그런데, 그냥 부산으로 내려간다고 했으면 예전처럼 10만원이 나왔을지 모르는데, 다른 친구에게 가는 걸 알았기에 5만원으로 깍인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지만 만나는 게 아니라 다른 애도 만나는 거니, 이번 방문은 오롯히 자기 때문에 서울에 온 게 아닌 게 되니 예전같이 왕복차비를 줄 필요가 없는거다.(그런데 소통한답시고 "왜 5만원 밖에 안 줬냐?"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까나???ㅋㅋㅋ)

어쨋거나, 머식아, 고맙다. 니가 없었으면 내가 구체적 인간에 대해 이렇게나 솔직한 글을 어떻게 적을 수 있었겠냐? 그리고 농담반 진담반이 아니라 진담에 가깝게 "나 득도 했다"라는 말을 그 어떤 인간에게 할 수 있었겠냐? 정말, 고마워. 열등한 것들, 병신같은 것들로 가득찬 이 세상에서 내가 느끼는 이 복에 겨운 짜증을 완화시켜 줘서.

친구놈2
지하철역에서 친구놈에게 전화해 보니 자기차 타고 뱅뱅 돌고 있다. 신대방역에서 만났다. 차에 타니 얘의 첫마디가 "이야~ 오늘은 추리닝 아니네."라면서ㅋㅋㅋ거린다. 니미, 서울오는데, 더군다나 몇 년만에 친구놈 만나러 오는데 추리닝 입고 오랴!!!

얘가 부산에 내려오면 가끔 봤었는데 서울에서 보니 기분이 새롭더구만. 비도 오고 아직 한 낮이라 짜다리 할 것도 없어 차로 서울 구경 좀 하다가 서울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사택으로 갔다. 얘가 서울에서 이렇게 사는구나 싶더만. 그런데 혼자 객지생활하니 경동시장에 가서 인삼같은 걸 사와서는 술 담가 먹는 취미가 생겼더만. 인간은 이렇게 할 일이 없으면 평소에 안하던 짓을 하게 돼 있다니까.ㅋㅋㅋ 이래서 "할 일이 없어졌을 때 어떤 짓을 하게 되느냐?"가 그 인간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봐야.

날도 어둑 어둑해졌고 해서 프링글스, 생라면을 안주삼아 인삼주를 먹는다. 프링글스는 부잣집 애들이나 먹는 과자라고 생각하고 관심끊고 있었었는데(농심의 포테이토칩도 그렇다, 감자관련 과자는 양은 적으면서 값은 엄청 비싸서리.ㅋㅋㅋ) 먹어보니 먹을만 하더구만.

좀 먹다가 밖에 구경하러 나갔다. 이야, 관악구청 정말 어리어리하게 지어났더만. 용산구청처럼 이 구청도 혈세 낭비라고 말이 좀 있었을 것 같은데... 좀 걷다가 얘가 외국술 파는 가게에 쑥~ 들어간다. "XX술 있어요?"하니 주인이 하나 남았다면서 진열대에 있던 걸 꺼내 준다. 가격이 56000원이었나? 대기업다니면서 돈을 나름 잘 벌고 빚도 별로 없는 놈이니 이런 비싼 술을 즐길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것이리라.(시발 놈, 최근들어선 주식에서 돈까지 따고 있으니 더 그럴테고.)

빠에 가면 이 술 한 잔에 10000원 받는데 달달한 게 여자들이 진짜 좋아하는 술이란다. "시발, 술 한잔에 만원??? 미쳤다"라는 생각이.ㅋㅋㅋ 하기야 이건 내같은 걸베이 새끼들의 생각이고, 돈있는 것들은 저런 소비행위로 자신의 여유롭고 호사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하는 거지.

사택에 와서 이 비싼 술을 마신다. 소주 56배의 가격인데 맛이 소주의 56배만큼이나 있을까나? 아, 병신같은 이런 졸렬한 생각으로 이런 비싼 술을 못 사먹는 자신의 초라함을 위로하는 거다.ㅋㅋㅋ 먹어 보니 뒷끝이 달긴 달다. 꼭 유자차의 그 달달한 느낌이다. 내 취향은 아니다. 내가 소주를 제일 좋아하는 이유가 가격이 싸다는 게 가장 크지만 목넘김이 청량하다는 이유도 꽤 크다. 양주 가격이 소주와 비슷하다고 해도 나는 아마 소주를 사먹지 싶다. 물론 56000원짜리를 1000원에 판다면야 "안 사면 손해"라는 생각에 나 역시도 당연히 그 양주를 구입하고.

그랑마누에??? 돈쟁이들만 누릴 수 있는 이런 여유로움을 나도 부러워 해야 하나?

불청객(?)의 등장
좀 먹고 있는데 어라라~ 얘의 직장 동료가 왔다. 아, 이렇게 둘이 기분좋게 마시면 딱 좋은데 불청객이 온거다. "초라하고 모멸적인 개백수 새끼라는 이 초라한 내 존재 상태를 이 양반에게 드러내야 하겠구나"라는 좆같은 느낌이 든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도 이런 생각이 번쩍!!! 드는거다.ㅋㅋㅋ 개백수 새끼의 삶이란 이렇게나 우울하고 초라한 거다. 사실상의 장애인의 삶... 이런 초라, 치욕, 모멸스런 삶에서 어떤 의미, 재미를 못 만들어 내면 개백수 새끼는 우울, 칙칙의 자살로 갈 수 밖에.

내가 초라, 치욕, 모멸의 개백수 새끼인 건 현실이고 저 양반이 온 것도 현실이다. 이걸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음냐~ 안 그래도 오늘 오전에 제수씨에게도 이런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 양반에게 못 드러낼 것도 없지.ㅋㅋㅋ 사람은 이렇게 한걸음씩 한걸음씩 성장해가는 거야~ 아니, 이왕 버린 몸, 계속 자포자기로 가고 있는 것 같기도. 어쨋거나 지금은 술도 좀 들어갔으니 맨 정신으로 제수씨를 볼 때보다 초라, 치욕, 모멸에 대한 처리 능력이 월등히 좋은 상태라는 건 분명하다.

반듯한 직장다니다가 개백수 새끼가 된 사람이 아니고, 이혼당하고 재산도 뜯긴 사람이 아니고, 다리를 쩔뚝거리는 것같은 후천적 장애인이 아닌 예전과 동일한 개백수 새끼로 존재한다는 거 이것도 나름 고마운 거다!!!라는 자기 암시를 발동하면서 현실(?)에 대응한다.

노래방으로
나의 대응(?)이 잘 됐는지 저 불청객이 끼였는데도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흘러갔다. 다행이다.ㅋㅋㅋ 이렇게 양주를 다 비우고 인삼주도 좀 마시다가 밖으로 나갔다. 누가 가자 했는진 모르겠지만 노래방으로 가더구만. 내가 돈 내겠다고 한 게 아니니 내가 가자고 했을리는 없고... 맥주시키고 보도 아줌마(?) 3명을 불렀다.

술이 좀 들어갔다고 친구놈이 발동 걸렸는지 미친 짓을 한다. 주인 아줌마에게 지 카드를 주면서 돈을 찾아 오란다. 50만원을 두 번 찾았다. 보도 아줌마들에게 팁으로 엄청 뿌렸다. 두당 최소 25이상 은 갔지 싶다. 저 아줌마들 땡잡은 거다.

"인간으로 하여금 늘 '을'이라는 굴욕을 느끼게 하는 돈이시여~ 이 기회에 당신을 이용해 저도
'갑'이라는 그 우아한 지위를 한번 누려 볼랍니다!"라는 친구놈의 사자후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나?(전형적인 공돌이 새끼의 뇌에서 이런 차원의 생각이 만들어질 것 같진 않지만ㅋㅋㅋ)

아마도 이 3명의 아줌마 중에 누가 요 근래에 손님이 사별한 자기 남편, 혹은 첫남자 같은 느낌이 들어 돈과의 교환이 아니라 그냥 주고 싶은 순수한 마음으로 자기 보지를 주는 선행을 베풀었기에 이런 복을 누리는 것이리라. 아니면 어떤 손님에게 자본주의 법칙에 따라 보지를 대줬는데 그 손님이 보지를 먹기만 하고 돈을 안 주고 줄행랑치는 아픔, 상실을 겪었기에 이런 치유스런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던가. 그 덕분에 2명의 아줌마는 땡잡은 거다.

이래서 어떤 줄에 서느냐?가 이렇게 중요한 거라니까. 그 줄의 영향력때문에 자신의 삶에 행운이 오던가? 재앙이 오던가 하는거 아니겠는가? 그런데 인간은 줄의 저런 특성은 커녕, 그 줄의 존재 유무 자체를 인지할 수 없다는 게 문제...

2시간 정도 놀고 노래방을 나온다. 젊었을 적에는 이 정도 놀면 잘 놀았다는 생각이 들텐데, 중년에 만사가 귀찮은 상태니 잘 놀았단 생각도, 못 놀았단 생각도 안 든다. 친구랑 기분좋게 술마셨다는 것 그 자체가 좋은 거지 구체적인 사건, 행위에 대해선 그냥 무덤덤해져서 그런거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아줌마를 조물딱 조물딱 만지는 것도 30대 후반땐 좀 반짝 재밌게 느껴지더니만 지금은 이것도 재미가 없다. 내가 워낙 병적인 정신상태다 보니 "남에게 민폐끼치지 말자"라는 생각이 노래방 안의 아줌마에게도 적용돼 그런거지 싶다.

셋이서 사택으로 오는데 회사 동료가 친구 놈에게 "너, 임마, 서울오더니만 너무 망가졌다. 빠구리도 안 하고 돈을 팁으로만 그렇게 뿌리는 인간이 어딨냐?"라는 정확한 지적질을 구사한다. "이 양반도 내처럼 입바른 소릴 잘 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신기하고 대단한다는 생각도 든다. 늙으면 다들 자기 이익에 보다 충실해지고, 상대에 대한 존중심(?)도 강해지기에 남에게 저런 얘기하기가 젊었을 때보다 더 힘들어 지는데 말이지. 나는 초라한 개백수 새끼니까 이 경향이 평균이상보다 더 가속화되는 상태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저 직원은 자기가 그 돈으로 빠구리를 못 한 것에 대한 속상함(?)을 얘에 대한 건설적인 지적질로 땜빵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나?라는 생각도 들긴 드네.ㅋㅋㅋ 팁을 그렇게 병신같이 뿌릴 바에야 빠구리를 하는 게 100배, 1000배는 낫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컷은 있기 힘드니까.

시발 놈들, 체력도 좋아
사택에 왔다. 그런데 그냥 처잘줄 알았더만 이 인간들은 사택에 와서도 또 술을 처먹네. 아이고, 시발놈들, 체력도 좋지.ㅋㅋㅋ 하여튼, 직장인들의 강철체력 정말 대단하다니까. 기업, 특히 월급을 많이 받는 것만큼 인간을 지독시리도 쥐어짜내는 대기업에 다니는 가장들은 특히 더 대단해. 저렇게 자신을 적응시키면서 버텨왔었던 것들만 저 혹독한 계에서도 계속 살아 남은 거라고 봐야. 내가 만일 저 계에 존재했었으면 나는 저런 강철체력을 유지못하고 그냥 도중에 뚝~ 부러지고 말았지 싶다.

이래서 팔팔한 젊었을 때만 생각하면 대기업에 입사하는 게 정말로 폼도 나고 가치도 있는 일이라는 건 분명. 그러니 젊음은 당연히 저 길을 좇는 게 맞지만 늙음을 생각해 보면 그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도다. 물론, 나는 정상적인 늙음이 아니라 개백수 새끼, 득도라는 비정상적인 늙음의 상태로 세상을 바라 보기에 이런 생각이 가능한 것일뿐이다.

어쨋거나 지금 현재의 내 생각으로는, 가정을 꾸리지 않아 부양의 의무가 별로 없는 늙음이라면 내처럼 득도하고서 그냥 인간들을, 세상을 내려다 보는 궁극의 권력감도 누리고, 그 어떤 인간도 누리기 힘든 사유의 바다를 훨훨 노니는 재미도 느끼는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인 것 같다니까.ㅋㅋㅋ(그런데 우리 부모가 이런 내 주장에 동의할까나???)

결국 회사 동료는 내일 아침에(정확하게 말하면 오늘 아침) 어디 가볼 데가 있다면서 먼저 골아 떨어졌다. 나는 서울에 자주 오는 것도 아니니 친구에 대한 예의로 좀 더 버텼지만 나도 결국 무너졌다. 얘는 평소에도 재잘 재잘 거리는 놈인데 술에 취하니까 더 재잘, 재잘거린다. 나는 잔다고 이불에 누웠는데도 계속 재잘, 재잘한다. "야 이 시발 놈아!!! 잠 좀 자자!!!"라는 말은 차마 못 하고...ㅋㅋㅋ

재잘거림 중에는 맨정신에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취중진담성 얘기도 좀 있었지만, 뒷날에 자기가 뭔 얘기한 줄 기억도 안 날 확률이 높은 놈에게 그에 걸맞는 대꾸를 하는 것같은 병신짓이 또 있겠나? 나는 그냥 "시끄럽다, 나는 그냥 처잘끼다~"라 계속 그냥 누워 있었다.ㅋㅋㅋ 좀 있으니 결국 지도 눕더구만.

인천으로 가다
뒷날 일요일이다. 나는 어제 노래방에서 맥주를 덜 마셨기에 내가 좀 일찍 깼고 얘는 좀 늦게 깼다. 얘랑 나의 관계가 문명을 초월할 정도로 찐덕한 관계면 사택에서 키스, 애무도 하고 항문에다 좆을 박아대기도 하겠지만(게이 새끼들, 아무리 좋기로서니 항문에다가 어찌 좆을 박아댈 생각을 할까나??? 정말 무서운 놈들...) 그게 아니니 남정네 둘이서 별로 할 일이 없다. 드라이브를 하기로 했다. 자기는 술이 덜 깨 운전이 안 된다 해서 내가 운전을 하고 인천공항쪽으로 간다.

으아, 인천대교, 진짜 길다.(송도 신도시인지 모르겠지만 인천대교에서 보이는 그 미래형 도심도 역시 대단해 보였다.) 하여튼, 인간은 대단한거야. 토목도 대단한 거고. 토목이 이렇게나 대단하니 이명박같은 괴물이 그 바닥에서 탄생될 수 있었던 걸테고.

인천 공항을 좀 지나 어떤 길을 가고 있는데 길이 정말 일직선으로 뻥~ 뚫린 도로라는 게 느껴진다. 주위에는 건물도 안 보이고 펜스만 있으니 더욱 더 이런 시각이 든다. 오후무렵이라 마침 태양의 위치도 좋고 대기도 맑아 저 지평선 끝쪽에서 햇볕의 그 찬란한 기운이 느껴진다. "이야~ 이런 길이 다 있구나~"라는 신기함과 함께 "이 길의 저 끝에는 뭐가 있을까나?"라는 유토피아스런 판타지성 생각이 떠 오른다.

저때 영화 다크시티의 끝장면이 떠오르더만. 저런 깨달음을 견뎌낼 인간이 몇이나 있을까나???

술기운때문에 조수석에 그냥 찌그러져 있는 친구놈에게 이 얘길하니 자기도 그런 느낌이 든단다. 간만에 운전하는 내같은 사람이 아니라 서울생활 2년에 한강다리 진입로까지도 꿰차게 됐을 정도로 운전에 이골이 난 인간의 입에서, 더군다나 전형적인 공돌이 새끼의 입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오는 거다. 그 정도로 이 길이 처음 온 운전자에게 신기한 느낌을 준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길일뿐이니 절대로 그럴리가 없다는 걸 아는데도 "이 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뭔가 아주 대단히 좋은 게 있지 않을까?"라는 은은하면서도 묘~한 느낌이 든다. 하여튼 인간은 생각하는 병을 앓고 있기에 이런 은은한 상징이 주는 공격(?)에는 속수무책이라니까. 강렬한 상징은 그 강렬함때문에 방어를 하려면 방어를 할 수가 있는데, 이런 은은한 놈은 방어가 안 된다. 일반적인 고온화상의 피해는 다들 느끼는 거라 물리적으로 못 피하는 환경이 아닌한 다들 피하지만, 저온화상은 피해를 못 느끼니 피하자는 생각을 못하고 화상의 피해에 무대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것과 같은 거다.

저녁 무렵에 사택에 귀환했다. 마음같아선 나는 술 한잔 더 하고 싶었지만, 얘는 안 그래도 술이 덜 깨 골골골 하고 있고 내일 출근도 해야 하는 직장인 고유의 우울(?) 상태다 보니 차마 그런 말이 안 나오더만. 결국 술없이 밥으로만 떼웠다. 인터넷으로 열차시각을 검색해 보니 코레일, 이 시발 놈들, KTX만 잔뜩 넣어 놓고 무궁화는 사실상 씨가 말랐더구만!!! 뻔히 알고 있는 사실이라 별로 화낼 그거는 아니지만 글로나마 이렇게 화를 내는 척을 한다.ㅋㅋㅋ

이렇게 맨 정신으로 무궁화 입석으로 부산에 내려왔다. 자전거 사고로 인한 무릎부상이 완전히 다  나은 게 아니라서 장시간 서있는 게 좀 무리가 될텐데 싶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부산에 도착했다.

꽤나 즐거운 서울 방문이었다. 방문에서 발생하기로 돼 있었던 사건 자체가 좋은 거였었고 역시 내 예상대로 좋은 사건으로 일어났다. 그리고 이 좋은 사건에 내포돼 있는 좋음이 오랜 시간, 먼 거리라는 조건에 의해 내 기대치를 엄청 넘어 증폭됐기에, 더욱 더 즐거운 서울방문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외적인 조건말고도 나는 아내, 자식같은 가족을 만들지 않았고 직업도 없기에 "내게 주어진 이 삶이 10분 뒤에 바로 끝날 수 있다", "이런 친구 관계 역시도 언제든 끊어질 수 있다"는 인간 궁극의 호사스런 각성이 가능하다는 것도 영향을 끼쳤으리라.---가족, 직업등이 있으면 저기에 대부분의 신경을 집중해야 하기에 저런 사유를 할 겨를이 없다.---저런 게 가능한 부류는 이런 좋은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건이 당연한 게 아니라 그 사건이 발생시키는 좋은 자극에 더욱 더 감사함, 감동을 느끼고 거기에 심취할 수 있게 되니까.

마무리:친구들이 고마울 뿐
이런 좋은 사건은 저 친구놈들이 있었기에 발생할 수 있는 거니 쟤네들이 너무 고맙다.---나는 친구관계에 내 자원을 그리 투입 안하기에 이런 친구관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게 행운이자 나름의 기적이기까지 하다.---더군다나 나는 타인에게 심지어 가족에게도 혐오, 경멸을 유발시키는 초라, 치욕, 모멸 그 자체의 개백수 새끼니 더욱 더 고마울 수 밖에.ㅋㅋㅋ 득도하고나니 감사할 거리가 이렇게 계속 생겨나주고 있는 것 이것도 역시나 대단히 고맙도다.

물론 나로 하여금 저렇게 고마움,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저것들 역시도 내 삶에서 박탈되는 날이 오긴 올테고 그럼 이 좋은 특성이 정반대로 바껴 엄청난 상실, 고통이 돼 나를 공격하게 되리라. 하지만 인간은 상실, 고통으로 변화되기 전의 그 좋은 자극이 주는 쾌락을 맹목적으로 좇을 수 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삶은 이런 맹목적 자세를 가져야만 살아가지는 거다.)

재차 말하지만 인간은 자극에 종속될 수 밖에 없는 정서적 동물이다. 고로 1주일에 담배 한 개피만을 피는 골초, 한 달에 한 번만 술을 마시는 술꾼같은 초인이 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래서 삶은 자극에게 늘 패배할 수 밖에 없는거라고 해야. 이렇게 자극에게 늘 패배할 수 밖에 없는 삶에게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충만하면서도 감사한 자살이지 싶다. 아니면 광기에 빠지는 거던가.

내가 느끼기로, 위버멘시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자칭 초인 행세하던 니체도 삶에 대한 애착이 너무 강했기에 자살보단 광기에 빠져든 거다. 그 나물에 그 밥의 수준에서만 평생 맴돌 수 밖에 없는 열등한 것들, 병신같은 것들의 한계다. 음냐~ 글이 잘 나가다가 막판에서 너무 안드로메다로 난 느낌이...

시발, 니체까는 맛 너무나 재밌다.ㅋㅋㅋ 니체까면서 이렇게 ㅋㅋㅋ거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나??? 건설적으로 자신의 의식을 폭주시킬 수 있는 인간, 즉 건설적으로 미칠 수 있는 인간만이 이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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