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죄가 되는 세상

가난이 죄가 되는 세상

입력:2009-10-13 화

내 생각에 물질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가난은 더욱 더 죄가 되는 사회가 도래하지 않나 싶다. 물론, 가난한 사람에게 법정에서 판사가 "당신은 가난하니까 2년 징역형이야~" 이런 걸 뜻하는 건 아니다.ㅋㅋㅋ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삶은 다채로워질 수 밖에 없는거다. 저런 삶의 다채로움 속에는 "예전에는 불가능했었던 게 지금은 향유가능해졌다"같은 좋은 혜택도 많을텐데 저 혜택이 가난한 자에게까지 돌아오기가 힘들 거기에 가난은 더욱 더 죄가 되는 사회가 도래할 것 같다는 의미다.

극단적인 예로 입, 몸을 엄격하게 관리할 수 있었던 놈만이 배에다가 새길 수 있었던 '王'자를 요즘에는 돈만 있으면 성형외과에서 새겨주는 정말 경이로운 세상이더만.ㅋㅋㅋ

고로 타인들은 향유하는 저런 다채로움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 즉 타인보다 삶의 질이 떨어지는 사람은 그 괴로움, 박탈감이 더욱 더 증대될 수 밖에 없을거라는 말이다.(나는 이 병때문에 박탈감을 너무나 겪은 인간이다 보니 이런 식의 비유밖에 못 든다.ㅋㅋㅋ 그런데, 이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정도의 차이일뿐이지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있는 의식이라고 해야 겠더만.)

승합차안에서 서울의 성동구였나? 하여튼 어떤 구에 사시는 분이 이런 얘길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나도 좀 무리를 하면 강남의 아파트에 집을 마련할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할 맘은 없다. 거기에 살게 되면 다른 집과 수준을 맞춘다고 방학때마다 애를 스키장에 데려다 줘야 되는데, 애를 그냥 뛰어 놀게 놔두면 되는 걸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나는 저렇게 하기기 싫다. 그런데 거기에 살면서 그렇게 안하는 건 애 기를 죽이는 게 되는거니 거기서 안 살려고 하는 거다." 저 양반의 허세인지 모르겠지만, 저 말이 사실이라면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부모로서 좀 무책임한 태도가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요즘의 대입시험을 보니 대입점수말고도 좀 희한한(?) 방법으로도 대학을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보던데, 저것도 궁극적으로는 돈이 있고 몸이 성한 집 애들이나 할 수 있는거지, 그게 아닌 집의 학생은 엄두도 못 내는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세상이 발전을 하다 보니 좋은 취지를 가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을 뽑으려는 그 좋은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빈자나 장애인들에겐 그런 선의가 선의로 와 닿기가 힘드니 그게 문제라는 말이다.

육체적 열등함을 제외하서라도 병신과(科), 장애인과(科) 사람들의 삶이 험난할 수 밖에 없는 게 바로 이런 이유다. 대다수 사람들이 말하는 상식이 자기들에겐 상식이 아니고 상처로 다가와 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리고 가난은 그래도 자기가 열심히 하면 구제까진 아니더라도 지금보다는 나아질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병신과, 장애인과는 답이 없다.

내 생각엔 돈많은 집 애나 돈 없는 집 애나 1년에 딱 한번의 객관식 시험지 평가로 대학에 가야했었던 80년대의 입시 제도가 가장 공평한 대입제도가 아니었나 싶다. 잘 모르긴 하지만 요즘같은 여러 곳에 응시원서를 넣을 수 있는 대입제도에선 가난한 집의 애는 응시료가 부담스러워 대학지원을 적게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러면 가난한 학생은 좋은(?) 부모를 만난 덕분에 응시를 많이 할 수 있는 학생들보다 기회의 측면에서 차별받는거는 분명한 거 아니겠는가?

물론, 가난해도 스스로 싹수를 틔운 학생은 "그러니까 더 열심히 공부해야지"란 생각을 할 것이고, 싹수를 틔워내지 못한 학생은 "이런 불공평한 세상이 어디있나?"이러면서 투덜거리고만 있을 것이다. 후자의 학생은 성인이 되면 자신의 빈곤한 성장 경험때문에 의식 역시도 그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을 거기에 세상사를 빈정거리는 마음으로 비판하기만 하는 싸구려 진보파 시민이 되는거고, 전자의 학생은 나쁜 걸 좋은 쪽으로 바꿔내려는 고급 진보파 시민이 되는 것일게다.

그리고, 가만 보면 신문, 방송에 등장하는 고교생은 '대학 입원은 당연한 것'이라는 환경에 있는 고교생들인 것 같다. 그러니 고교생 관련 소식은 언제나 대학입시에 관련된 뉴스뿐이다. 차라리 자식이 없는 집이면 스트레스를 안 받겠지만 실업계고교에 다니는 학생, 부모들은 저런 뉴스도 스트레스이지 않을까 싶다.

웬만한 개차반 애가 아닌한 부모가 돈이 없고 교육열이 없어 자기 자식을 실업계 고교로 보낸 것이니 "저런 뉴스에도 무덤덤해 질 수 있는 시각이 갖춰지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긴 한다. 부모 입장에선 자식에게 저것 밖에 못해준, 자신들의 무능이 건들여 지는 게 싫어 저런 생각을 강하게 억압할 수 밖에 없기에 저런 뉴스에 무덤덤해질수 밖에 없을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자식이 장애인인데 인문교 고교를 다니는 학생의 학부모와 정상인인데 실업계 고교를 다니는 학생의 학부모 중 누가 덜 불행할까?라는 생각이 든다ㅋㅋㅋ이거, 뭐 거의 정신병 수준인가?(시발 놈아!!! 당연히 후자지!!!)

사실, 내가 신경쓸 바는 아니지만 이렇게 사회에서 가난이라는 억압을 쓰고 사회생활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보면 좀 안 쓰럽기까지 하다. 나는 내가 가진 신체적 가난이라는 억압을 쓴 채로 타인과 동등하게 살아갈 자신감, 만족 능력이 없다는 걸 알기에 진작에 포기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지만 말이다.ㅋㅋㅋ "나는 미리 내 한계를 인지할 수 있었기에 이런 포기라도 할 수 있는 선택권을 획득할 수 있었고 나는 그 포기권을 실제로 행사했다는 거는 정말 감사해야 한다"라는 깨달음이 뒤늦게라도 느껴졌으니 아직까지 이 비루한 삶을 놓지 않고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여튼, 있는 사람들이 없는 사람들을 좀 배려를 해 줘야 할텐데, 우리나라는 그런 게 너무 없다는 사람들의 주장이 맞지 싶다. 물론, 이건 없는 자들의 편협한 생각이고, 우리나라의 없는 사람들은 눈만 높아선 있는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이 아니고선 만족을 못 할 정도로 욕심만 가득차서 그런 걸 수도 있긴 있다. 그런데, 직접세, 부동산 세금 등등 가진 자에 대한 세금이 선진국에 견줘 그렇게 적고, 있는 자나 없는 자나 똑같이 적용되는 세금인 간접세 비중이 월등히 높은 걸 보면 우리나라의 제도는 가진 자들에게만 지나치게 유리하도록 맞춰져 있는 사회라고 하는 게 그리 틀린 말은 아닐게다.

내같이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이 가난한 자들 중에도 많으면 사회가 좋은 쪽으로 좀 달라질텐데, 가난한 자들은 무식한 경우가 많으니까 사회가 계속 이 수준으로 유지되는 게 아닌가 싶다.(무식해서 가난한 건지, 가난하니까 먹고 살기 바쁘다고 무식해 지는 걸까?) 그리고 가진 자들은 자기들이 누리고 있는 이익에 당연히 민감하니 뭉치지 말라고 해도 끈끈한 연대를 과시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이리라. 나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지 않는한 투표는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는데, 가진 자들이 투표에 임하는 자세도 바로 내같은 자세가 아닌가 싶다.

어쨋든 세상이 계속 발전해 고도의 물질 문명사회로 가면 갈수록 자책이든 타책이든 가난이 죄로 느껴지는 강도 역시도 강해질 수 밖에 없으리라. 이런 발전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도 분명히 늘겠지만 피해가 느껴지는 사람도 늘텐데 내가 느끼기로 후자쪽이 더 많이 늘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래서 고도의 물질 문명 사회에선 가진 자, 없는 자나, 평균으로 가진 자를 불문하고 없는 자를 경계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될 수 밖에 없으리라. 가난한 자 역시도 가난한 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난한 자의 박탈감, 빈곤함이 가지는 폭력성, 달리 표현하면 "나는 저사람 만큼 되질 못해, 가지질 못해 화가 나 있는 상태의 사람들이 가지는 폭력성"에게 자기 자신이 피해를 안 입으리라는 보장을 그 누구도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못 가진 것, 못 누린 것때문에 세상을 저주하면서 아무 인간이나 칼로 찌르고 싶다는 퇴행(카, 저 퇴행이란 놈은 내가 정말로 경계하고 있는 개념이다.ㅋㅋㅋ)의 극치에 이른 인간이 휘두른 칼에 나, 자기 가족이 안 찔린다는 보장은 절대 못하는 거 아니겠는가?

내 생각엔, 사회의 정서적 안정감으로 따지면 6.25동란 직후의 그 빈곤했었던 시절이 대한민국 역사상 우리 사회에서 정서적 안정감이 막힘없이 가장 잘 흐르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부다 못 살았으니 나는 저만큼 되지 못해, 가지지 못해 화가 나 있을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물론, 전쟁때문에 탄생된 장애인, 사망자 그리고 좌우익의 대결같은 이념전쟁에서 패배자가 입은 학살은 예외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저 시대는 워낙 빈곤한 시대라서 전부다 배가 고픈 상태였었기에 전부다 먹는 거에만 집중을 하지 다른 거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던 시대라는 거다. 그래서 자기는 사회적 기준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거칠어지고, 흉포화되는 사람이 거의 없었을 게다.

그런데, 웃기게도 사회가 이렇게 물질적으로 크게 발전을 해, 대부분의 절대적 빈곤이 해결되었고, 비만이 늘면서 당뇨병이 국민병이 되었고, "어떻게 하면 음식은 음식대로 맛있게 먹고 칼로리 섭취를 덜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열량을 더 소비할까?"같은 고민을 하는 이런 풍요로운 시대에, 상대적 빈곤으로 인해 마음이 흉포화, 짐승화돼 가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는 이 역설의 시대!!! 이런 걸 보면 욕심이란 게 삶을 지탱해주는 가장 큰 힘이기도하지만 가장 무서운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균형이 이래서 중요한 것일게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사람이란 게 이렇게나 웃기는 동물인거다. 배고프면 배고프다고 지랄하고, 굶주림을 좀 면하게 되니까 감사해 할 줄은 모르고, 다른 사람만큼 못 먹는다고 지랄하고...ㅋㅋㅋ 사람의 이런 치사한 본성때문에 문명이란 것도 궁극적으론 사람에게 별 의미가 없는 게 아닐까 싶다.

어쨋거나 "살아 있는 동안에 아무리 열심히 하든 결국에는 죽음이 모든 것을 삼켜버릴테데 열심히 생활하면 뭐해!"라는 게 말이 안 되는 듯이, 이왕 문명속에 존재하고 있으니 이 사회를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나아가야 한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리라.(음, 좋은 말이네. 나도 이 말을 좀 되새겨 봐야 겠군.ㅋㅋㅋ)

그런데 "사람같이 이렇게 만족을 모르는 개체에게 만족감을 선사하는 세상이란 게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우주의 질서도 인간에 대해 "이 새끼들은 해도 지랄이고 안 해도 지랄이다. 어째 이런 생명체들이 다 있을까?"라면서 인간에 대해 대단히 황당해하고 있지 않을까나?ㅋㅋㅋ (물론, 우주의 질서는 인간을 버거워 하지 않고 인간을 다양성, 변화라는 관점에서 아주 재밌게 지켜보고 있을런지도.)

어쨋든 나는 경쟁에서 탈락한 사실상의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다 보니 비루함, 모멸감, 위축등등 부정적인 것도 엄청 느껴지지만 이 짓도 오래하다 보니 평안함, 안정감이라는 경쟁사회에선 쉽사리 못 느꼈던 걸 이런 걸 자각하게 되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다. 결국, 이것도 그 중요한 균형이란 게 맞춰 지고 있다는 의미가 되는거지 싶다. 기대안한 건데 어쨋든 뒤늦게 나며 생겨나 줘서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