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없는 것도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입력:2010-03-03 수

나는 정말 할 일없는 사람이다. 이 비루한 삶이 선사하는 절망에 희망을 들이대면 그 희망이 조각조각나는 그 기분이 더러워 나도 '놓음', 즉 절망으로 대응해야만 살아 남을 수 있겠다 싶어, 그렇게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인생을 소극적으로 포기를 한 사람이 되었기에 나는 할 일이 없다.(어떤 환경 속의 절망에는 희망이 아니라 절망으로 대응하는 게 가장 타당한 방법일 수 있는건데, 내가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해야.)

그래서 아마도, 이 세상에서 내만큼 할 일없는 사람이 잘 없지 싶다.ㅋㅋㅋ 그리고 그 할 일없음이라는 어떻게 보면, 생명체에겐 지옥일 수 있는 상태에서---특히나, 젊을수록 그 할 일없음은 더욱 더 지옥같이 느껴진다.---이렇게 별로 안 망가지고 굳건히!!! 버티고 있을 역량을 갖춘 사람도 잘 없을게다.

이 지옥같은 할 일 없음의 상태에서 내가 이길 순 없더라도 망가짐, 즉 퇴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워낙 치열하게 싸워 와서, 감히 '도'(道) 비슷무리한 것이라도 깨우쳤는지 지금은 은은한 행복감까지 느끼고 있다. 이러니 안 그래도 할 일 없었던 인생이 더욱 더 할 일이 없어졌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건 정말 넘어서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정말 엄청난 큰일일 수도 있는 거다.ㅋㅋㅋ

갓 노숙자가 된 사람이 시간이 흘러 노숙자로 지낼만한 생존술을 체득한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해야 할까? 후천적으로 휠체어 장애인이 된 사람이 드디어 휠체어를 자신의 삶의 동반자이자 생존 도구로 받아 들이게 된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어쨋거나, "우씨, 이러고 있으면 큰일 나겠다"싶어, 뇌에 신선한 새 자극을 줄 수단을 마련하긴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긴 든다. 하지만 "이런 무저갱의 절망에서도 이런 행복감을 느껴낸 게 바로 나라는 놈인데, 나는 타인들이 행하는 그런 노력을 안해도 충분히 행복감을 느끼며 잘 살 수 있다"는 '놓고 삼'에 대한 자신감이 이런 의욕을 방해한다. "좋아해야 할 일인지? 슬퍼해야 할 일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하여튼, 나는 할 일이 없으니 별의별 고뇌를 다 해보는, 보통인은 결코 느껴볼 수 없는 호사를 누리고 있는 건 분명한 건 같다. "이런 호사를 누리는 것 역시도 좋아해야 할 일일까? 슬퍼해야 할 일일까?" 이것 역시도 잘 모르겠다.ㅋㅋㅋ

이 정도면 내가 어느 정도로 할 일없는 인간인지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대략 이해가 되었지 싶다. 이런 연유로,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할 일없는 인간 축에 끼이는 인간이다. 지금 이 글을 적는 것 역시도 할 일이 없어 너무나 심심해 하는 뇌를 진정도 시키고 자기 단련도 할 겸해서 적는 거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하기야, 이렇게 엄격하게 따진다면야 세상 사람 중에 할 일이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마는... 이런 논리라면 취미, 예술 등등도 궁극적으론 인간이 할 일이 없는 걸 못 견뎌 해서 하는 일에 지나지 않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그리 틀린 얘기는 아니잖은가?

나는 어릴 적부터 이 병때문에 절망을 느껴, 자살 욕구(?)를 짊어진채로 살아 왔었도다~ 이런 인생이 비루한 인생이 아니면 대체 어떤 게 비루한 인생이겠는가? 다행히, 나는 그 과정을 잘 버텨 왔기에 이런 글을 이렇게 좋은 감정에서 적을 수 있는 것이리라.

팔팔하게 생의 활력을 불태울 청년기 시절에 희망이 박탈 당한 게 아니라, 애초에 나라는 자아가 생겨나는 어릴 적부터 희망을 박탈 당했었다는 게 어떻게 보면 내가 얻은 최고의 행운일 수도 있는거다. 20대 30대같은 생의 활력을 팔팔 불태울 때에 이런 희망을 박탈당하는 상황에 처했었더라면 지금같은 은은한 행복감은 느끼기가 힘들었을테니까. 쩝, 삶이 얼마나 비루하고 고달팠으면 선척적 장애인들이나 할 법한 이런 생각을 이렇게 태연하게 하고 있다.ㅋㅋㅋ

어쨋거나 나는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이런 반송장(半送葬)같은 상태로 누구보다 오랫동안 존재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반송장인데,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해야 했었다는 거... 이것도 여간 고역이 아니다. 물론, 반송장이면 반송장일 수 밖에 없는데, 반송장인데도 반송장이 아닌 것처럼 행세할 수 있었다는 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봐 줄 수 있는 거긴 하다. "물이 반 밖에 안 남았다."와 "물이 반이나 남았다"의 차이니까. 어떤 것을 선택해 어떤 삶의 자세를 취하느냐 하는 건 자신이 결정하는 것~

어쨋거나 나는 이런 환경에서 살아 남기 위해, 상향욕구를 대부분 억제한채로 존재해 왔다.(역시 반송장같은 삶인거다.ㅋㅋㅋ) 저걸 억제 안했으면 나는 분노에서 결코 벗어나오지 못했을 것이고, 결국에는 분노를 껴안고 자살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여튼, 내가 생각해도 나라는 인간은 꽤 용의주도한 놈이고 내가 채택한 생존유지 전략은 성공적이었다는 말이 된다. 성한 몸에 취해 주제파악 제대로 못한채 자기능력을 과신하다가 자신의 본질적인 열등함, 근원적인 초라함을 깨닫는 상황과 마주하고서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하게 되는 사람이 적지 않은 세상이잖은가?

이렇게 오랫동안 소극적인 삶의 태도를 나름 필사적으로(?) 고수해 왔다 보니, 드디어 나름의 성취가 느껴지는 단계에 이르렀지 싶다. 그래서 지금은 내 삶에서 대체로 행복한 느낌이 드는 것일테고.

내가 단언코 말할 수 있는 건 나는 지금 현재가 내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상태라는 거다.(이렇게 좋은 기분을 확신을 가진 채 느낄 수 있다는 거 이거 정말 좋다~) 얼마나 행복하냐면 평생 처음으로 "이 은은한 행복감을 선사하는 이 삶을 내가 지켜 내야 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있으니 말 다한 것 아니겠는가? 아마, 술에 술탄듯 물에 물탄듯 별 고생없이 자란 사람은 이게 어떤 개념인지 이해가 전혀 안 될 수도 있을 게다.

우리나라같은 사회안전망이 취약하고, 경쟁이 미덕인 사회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저당잡힌 채 살아 갈 수 밖에 없기에, 지금 현재에서 행복을 느끼는 능력이 선진국 시민보다 떨어진다고 하더라. 저 얘기가 맞는 말이라면 "나는 한국사람 중에서 대단히 행복한 사람 축에 끼인다"라는 말이 성립될 것이다. 나는 내 인생에서 지금처럼 행복한 때가 없었으니까. 상승욕구를 억제시킨 채 살아온 삶의 진가, 저력이 이제사 발휘된다고 해야 할까??? 이런 비루하고 치욕적이고 모멸적인 삶을 인내하면서 살아 온 보람이 드디어 느껴지는 거다~ㅋㅋㅋ

만일, 주관적 행복감이 삶의 성공을 측정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면, 지금 이 나이에 이런 행복감을 평생 처음 누리고 있는 나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게 되는 거리라.(이야~ 신난다~) 어불성설이겠지만, 그렇다면 절망 속에서 버텨내는 게 가장 성공적인 삶을 사는 방법이라는 말도 성립될 것 같다.

필사적인 노력을 해서 저 멀리 있는 외적인 성공에 다가가기(물론, 능력자면 당연히 이렇게 진취적인 삶의 자세로 살아가는 게 두말하면 잔 소리다.)보다는 자신 안에 들어 있는 절망, 우울과 마주보면서 서로 다독거리고 놀아 주는 게(절망과 우울이랑 저런 걸 하라고라?ㅋㅋㅋ) 싸게 치이는 방법일 수 있는거다.

촛불이 꺼지려고 할 때 최대로 불꽃이 화려해지는 증상이 있듯이 "죽을 때가 다 되었기에 이런 기분좋음을 일시적으로 느끼는 걸까나?"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이런 은은한 행복감이 한 2년 전쯤부터 느껴지길 시작했고 아직까지 지속되는 걸 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고로 내게 주어진 이 비루한 삶의 환경에게 지지 않기 위해 내가 들이댔던 내 방어책이 드디어 결실을 맺고 있다는 말이 맞을 것같다.

푸하하~ 대체, 자기 삶에다 의도적으로 학습한 무기력이란 전략을 들이댈 수 있는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되겠는가? "역시나 나는 잘난 인간이었던 것이다~"라고 하고 싶지만 나이가 들다 보니, "저건 개인의 능력뿐만 아니라 환경도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것이더라"는 겸허한(?) 단서를 붙이게 된다. 젊었을 적에 절대 생각할 수 없었던 발상이다. 사람에 따라선 철딱서니없던 젊음이 떨어져 나가는 게 이렇게 좋은 걸 수 있다는 거다.

비루한 삶을 사는 인간이라 글의 사설이 늘 이렇게 길다. 그런데 지금 느끼고 있는 이 은은한 행복감이 어지간히도 맘에 드는 모양이다.(얼마나 힘들게 획득한 건데, 마음에 안 들리가 있나.ㅋㅋㅋ) 그러니까 이 은은한 행복감을 언급 안하는 글이 없는 것 같다.ㅋㅋㅋ "얼마나 내세울 게 없으면 이런 것 밖에 내세울 게 없을까나?"라는 생각도 든다. "병신아, 니 얼굴에 똥칠하는 격이니 앞으로는 그 근거도 미약한 은은한 행복감 얘기 그만해라~"라는 내 안의 관조의식이 또 시비를 건다.

다시 원래 얘기로 원위치한다. 하여튼, 나는 이 병때문에 희망을 접었었고, 할 일이 없는 반송장같은 상태로 존재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삶을 관통하는 "나는 이런 비루한 삶을 살아야 하는구나~"라는 감정은 나만 겪는 고뇌는 아니고 병신과(科), 장애인과(科)의 사람은 다 겪는 고뇌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장애인과는 빼도 박도 못해서 장애인과일테니 성장하면서 도저히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인식할테고 정말로 고통스럽고 모멸스럽긴 하겠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그 한계를 인식하기 이전의 삶의 태도에서 방향을 트는 어떤 변화를 이뤄내지 싶다. '체념을 통한 전진'이라고 해야 할까? 저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그 열등한 육신이 주어져 있는 그 열등한 환경에서 생존하기가 힘드니까. 그런데 병신과(科)는 저럴 확률이 낮다는 게 장애인과(科)와의 가장 큰 차이가 아닌가 싶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삶의 기본적인 팍팍함은 병신과보다는 장애인과가 월등히 높겠지만, 그게 세부적으로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고 해야 할 게다. 병신과는 "혹시나 나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주는 부작용때문에 자신의 병을 인정하고 껴앉을 노력을 덜 하게 된다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선 희망보단 빼도 박도 못하는 절망이 더 건설적일 수 있는거다.

요즘에는 잘 사는 나라가 되어서인지 맞춤교육이란 말을 많이 쓰던데, 절망이 더 건설적이겠다고 판단되는 환경의 애에겐 차라리 절망을 교육시키는 게 걔나 사회에나 더 도움이 될 수 있단 말이다. 나도 내게 희망은 없다는 인식을 어릴 적부터 하지 못했었다면 커 오면서, 자신의 희망, 기대가 충족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분노해 반사회적인 사람이 안 됐다고 장담못하니까.

그리고 병신과는 장애인과보단 신체적 결핍, 열등함이 덜해 비교 상대는 정상인이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기에---스스로도 장애인과 비교하기 보단 정상인과 비교하려고 하게 된다. 그래야 타인의 잘남에 자극을 받아 자기도 그 잘남의 대열에 동참하려는 욕구가 생긴다. 장애인 애의 부모가 가능하다면 자기 애가 정상인들과 같이 교육받기를 바라는 것도 그런 까닭일테고. 장애인과 같이 교육받으면 비슷하게 열등한 것들이라 장애인 애의 마음은 편하겠지만 발전은 별로 없을 수 밖에.---오히려 삶의 실제적 팍팍함은 장애인과보다 더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내가 딱 저런 경우였다. 사실상의 장애인인데 집에선 정상인의 기준을 요구한다는 거... 군대 신검에서 신의 아들이 아무나 되는 게 아니지 않은가?(이걸 봐도 나는 병무청이 인정한 공식 병신!!!) 나는 이런 상황이 너무 울화가 터져, "시발, 더욱 더 잘 대해주진 못할 망정, 정서적 폭력도 유분수지"싶어 내게는 부모에게 폭력을 휘두르고픈 욕구도 꽤 있었을 수 밖에.(희망과 꿈이 없어 할 일이 없을 수 밖에 없는 젊음은 이 수준일 수 밖에 없는거다.ㅋㅋㅋ)

부모 토막 살인 사건에서 약간의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ㅋㅋㅋ
내 정서상태가 저 수준이다 보니 2000년도에 고려대 학생인 이은석이가 자기 부모를 토막살해하는 초대형 사건을 떠뜨렸을 때, 나는 그 사건에서 약간의 카타르시스도 느껴지더구만. 그 당시에는 "밖으로 표현하면 안 될 것 같은 이 묘한 쾌감이 왜 느껴지는 걸까?"싶었었는데 지나고 생각해 보니 걔를 통해 나의 부모공격욕구가 대리배설됐기에 그런 쾌감이 느껴졌던거지 싶다.

다시 장애인과, 병신과 얘기로 원윈치한다. 게다가 장애인과는 장애인계라는 비록 비루하긴 해도 자신의 존재를 지지해주고, 자기가 소속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계도 있고, 국가의 혜택도 받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빼도 박도 못하는 장애가 가지는 특징때문에 그 과는 어릴 적부터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적응하는 태도를 갖춰 갈 수 밖에 없을게다. 하지만 병신과는 자신의 존재를 나름 지지해 주는 그런 계 자체가 없을 뿐만 아니라 국가가 주는 혜택도 별로 없다. 그뿐만 아니라 병신이 정상인척 하는 거 이것도 장난 아니게 힘든거다.(하기야 이 말에는 놀부심보 측면이 꽤 들어 있긴 하다. 병신인주제에 정상인척 하는 이익을 분명히 누리고 있으니 저건 내가 당연히 감당해야 할 부분임에는 분명하니까.)

그리고 재차 말하지만 병신과는 "병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주는 부작용때문에 장애인과보다는 자신의 병에 대해 안일한 태도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기에 어떻게 보면 실제로 체감하는 삶의 팍팍함은 장애인과 보단 병신과의 그게 더 셀 수 있다. 절망보단 희망이 오히려 독이고 그 반대로 희망보단 절망이 약일 수 있는 게 바로 저런 경우다.

내 자신이 '병신과'니 그 과의 일원(?)으로서 병신과와 장애인과의 차이를 이렇게 읊어 봤는데, 이런 주장이 장애인과에 견주면 복에 겨운 어리광에 지나지 않는 개소리라는 건 분명히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재차 강조하지만 사람이 고통에 대해 느끼는 강도는 상대적인 거라서 객관적인 측면이 아니라 주관적인 측면에선 병신과가 겪어야 하는 고통이 장애인과가 겪는 고통보다 더 클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가 예전에 후진국, 중진국에 속하면서 다같이 못 먹고 못 살았았을 땐 자살자가 별로 없었지만 사실상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선 오늘 날에는 자살자가 속출하는 것도 바로 같은 이치다. 그래서 옛날 사람은 이렇게 좋은 세상에 사는 요즘 젊은이들이 자살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든거고.

어차피 안되는 거는 어릴 적부터 깨닫는 게 낫다~ㅋㅋㅋ
반복적인 얘기가 되는 감이 없진 않지만... 장애인과는 어차피 안 되는 거, 자신의 장애가 주는 절망을 최초로 인지했을 때 자살을 하던가, 체념을 하고서 절망스럽긴 해도 그 삶을 받아들이는 선택을 했으리라. 하지만 병신과는 혹시나 나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고문에 빠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같은 기능의 장애일지라도 선천적 장애인의 자살율이 후천적 장애인의 자살율보다 월등히 낮지 싶다. 즉, 최소한 '자살 방어 능력'에 관한한 선천적 장애인이 후천적 장애인보다 월등히 우수하다는 말이다. 이건 선천적 장애인은 절망을 어릴 적부터 소화해 내는 능력을 키워 올 수 밖에 없었으니 그렇다고 해야 할 게다. 나도 그런 능력이 좀 있는데, 장애인들이나 나나 그런 능력을 못 갖추면 "왜 나만?"이라는 분노에 빠져 자살로 골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왜 나만!!!☜저 말 알고 보면 엄청난 특권의식의 발로ㅋㅋㅋ)

"내게는 희망이 없다"는 걸 비교적 어린 나이에 느낀 내같은 인간도, 병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완전히 못 버리고 그 희망에 그렇게 과도하게 집착을 했었으니 말 다한거다. 나도 이랬는데, 자신에게 희망, 성취가 도래할 줄 알고 치열하게 살아온 보통인이 무저갱의 절망에 맞닥뜨리게 되면 그 심정이 어떻겠나? 초절정의 무기력 상태에 빠져 자살로 가던가, 저 과정을 거친 뒤에 더 진실한 자아가 탄생되게 되던가, 이렇게 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이분법적 상황에 처하게 되는거다. 후자쪽에 속하는 능력자라면 "무저갱의 절망에 맞딱트린 게 내겐 엄청난 복이었다"고 말하게 되리라. 죽은 자는 말을 못하는 법이니 전자는 뭐라고 하게 될지 우리는 알 수 없는 거고.

나 역시도 저런 초절정의 무기력 상황을 겪었다 보니 "정상인도 아니고 장애인도 아닌 이런 어중간한 병신 상태로 있으면 죽도 밥도 안 되니, 차라리 빼도 박도 못하게 병이 더 악화되어 정말로 자살을 실행하게 만들거나, 사고로 장애인이 되는 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참으로 복에 겨운 생각이었다 싶다. 저렇게 되면 내가 얻는 이득은 있을지 몰라도, 가족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정말로 지 혼자만 생각할줄 밖에 몰랐던 거다. 젊은 수컷의 한계이기도 하고. 역시나 나이듦의 미학이로다.ㅋㅋㅋ(가족에 대해서도 '극과 극은 통한다'는 개념이 적용되는건감? 예전에는 내한테 불필요한 자극만 주고 내게 별로 해준 게 없었다고 느끼게 했었던 가족인데, 지금은 왜 이리 가족 운운 거리고 있는지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다시 본론으로 얘기를 원위치한다. 나는 이 병때문에 소극적으로 삶을 포기했었던 놈이라, 내 인생 전체를 행위 관점으로 표현하면 "정말 할 일이 없었다"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다. 인생 목표가 없어 삶51%, 자살49%의 의식으로 살아 왔는데 무슨 할 일이 있었겠나?

할 일 없음이라는 지옥아닌 지옥, 나락아닌 나락
사람은 할 일이 없으면 돈다. 돈다고 해서, 내 맘에 드는 정도는 못되지만 가능한 친구 관계, 사회 생활 등을 바로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다. 집에선 병신에게 정상인의 기준을 요구받는 사실상의 정서적 학대까지 당하고 있다. 타인들이 정상인 기준으로 나를 평가하는 건 당연히 수긍한다. 내가 이를 악물고 정상인 척을 했으니 그건 내가 당연히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 집에서는 내게 그런 요구를 하면 안 되는건데 그런 요구를 한다.(하기야 자기들이 병신이 아니니 병신 삶의 고통, 아픔을 어떻게 알겠나?)

안 그래도 내 상황이 이래서 돌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할 일까지 없으니 사람이 더 더 더~ 돌 수 밖에. 아마도, 사람이 할 일이 없으면 뇌가 얼마나 못 견뎌 하고, 미치려고 지랄발광하게되는지를 내처럼 잘 아는 사람이 잘 없을 거다.

옛날에 친구 놈이 한 말이 기억난다. 자기가 병장 말년에 할 일이 없어 눈이 좀 풀려 멍~하니 있으니 소대장이 "어이, 김 병장, 너 그러다 사고치겠다. 내가 일 하나 만들어 줄게"이러더란다. 저 소대장이 지적한, 할 일이 없다는 것의 위험성을 내처럼 자기가 직접적으로 느껴본 사람이 잘 없을 거다. 이건 정말 엄청난 고역이고 정말 위험한 상태에 있는 거다.

할 일이 없다, 즉 몰입할 게 없으면, 온갖 우울하고 안 좋은 과거의 기억들이 자신을 공격하게 된다.---물론 당해 볼만한 공격이긴 한데, 이런 걸 못 견디는 사람은 정말 못 견뎌할 게다.---동물은 원래 치열하게 뭔가를 하게끔 진화돼 왔을테고, 인간은 그런 진화의 싸움에서 다른 생명체를 제치고 1등으로 달려온 개체이지 않은가? 이러니 할 일이 없다는 것을 인간은 그 어떤 동물보다도 더 거대한 위험 상태로 인식하지 싶다.

그래서 나는(얘기한 내용을 또 얘기하는 감이 없진 않지만...) 종교의 탄생이유도 할 일 없음이 크게 작용했을 거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기독교같이 척박한 환경에 사는 유목민이 탄생시킨 종교는 절망적인 환경에서 할 일이 없으니, 그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으니 "노니 뭐하나? 장독이라는 깨야지"심정으로 함께 정신적으로 몰입할 거리를 만들어 낸게 그 종교의 근원적인 탄생 이유라고 보고 있다. 저런 몰입거리라도 있어야, 할 일 없음을 못 견뎌하는 뇌가 사고를 덜 치게 되니까. 특히 젊은 수컷은 더 그렇다.

실업계 고교에서 인문계 고교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학생들의 사고가 많이 터지는 것도 역시 저런 할 일없음의 영향이 크지 싶다. 대부분 부모가 무능하거나 자식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어 실업계로 온 애가 많으리라. 그리고 인문계 고교생에 견줘 너무나 떨어지는 사회적(?) 지위에, 매스컴에 나오는 뉴스는 대입을 전제로 하는 고교생 관련 뉴스밖에 없을 정도로 모든 게 대학 위주니 실업계 고교생은 처음부터 소외에, 의욕이 저하돼 있을 수 밖에 없을게다.

그러니 어차피 버려진(?) 학생이고 공부로는 어차피 승산이 없고 해 봤자 열매도 초라하니, 웬만큼 인생목표가 뚜렷하고 머리가 똑바로 박힌 학생이 아니고선 "꾹 참고 3년만 잘 넘겨 고졸자는 되고 보자" 이 정도의 낮은 수준의 생각 밖에 못할 거 아니겠는가? 그나마 저 정도 생각은 양호한 거고, 자기들의 환경에선 매스컴에서 떠드는 것 같은 번듯한 인생 목표가 불가능하니 무력감, 분노, 박탈감이 많이 느껴질 수 밖에 없으리라.(아, 나도 저 기분을 너무나 잘 알도다~ㅋㅋㅋ) 그 갈 곳을 잃은 에너지가 엉뚱한 곳으로 터져 사고로 표출될 수 밖에 없으리라.

나 역시도 고교시절이 저런 의식상태였었지만(인문교 고교인데도.ㅠㅠ) 대학때에는 특히 더 저랬었다.ㅋㅋㅋ "희망이 없는 인생이라 내겐 대학 역시도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꾹 참고 4년만 잘 넘겨 어쨋든 나도 대졸자는 되고 보자"라는 생각... 내가 생각해도 이딴 생각을 가지고 대학을 다닐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정말 한심하다. 학비대주는 부모를 생각하면 정말 수치다, 수치.(단 소박함, 풋풋함으로 보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듯.ㅋㅋㅋ)

지금 생각해 보면, 내게 있어 대학은 상영시간은 4년에, 관람료는 대략 1000만원인 5D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고 해야 겠다. 문제는 정말 재미가 없는 영화였었다는 거, 그리고 의자도 너무 불편했고 앞좌석에는 내같이 앉은 키가 크고 대두이기까지한 사람이 앉아 있고 뒷좌석에는 내 의자를 발로 차는 비매너 관람객이 앉아 있는 상황이었다는 거. 그나마 일찍 관람했기에 저 가격으로 저 영화를 볼 수 있었지, 지금은 최소한 3000만원 이상은 줘야하는 것 같으니 어쨋든 그건 다행이라고 느껴진다.

어쨋거나 저렇게 지루한 4년짜리 영화를 꾹 참고 다 본 덕택에, 이해관계에 덜 구애받으면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관조능력이 더 강력해 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나름 열심히 뭘하는 4년 동안에 자기는 그 속에서 구경만 한다는 거, 이건 정말 저강도의 고문이다, 고문... 달리 얘기하자면 그만큼 내가 목적의식 하나만큼은 정말 강한, 정말 독한 놈이란 말도 성립될상 싶고. 하여튼, 인간의 고질병인 상대적 빈곤감때문에, 세상은 발전하면 할수록 약자에게는 정서적으로 더 험악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으니 일찍 태어난 게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요즘에는 내같은 병도 군대에 가야 되는가 보던데, 그 생각을 하니 섬��해지면서 "일찍 태어난 게 역시 복이다"라는 생각이 재차 든다. 만일 내가 군대 갔으면 나도 분명히 총기 사고 일으키고서 자살했을 확률이 높으니까 말이다. 훈련소에서 사고를 치느냐? 자대에서 사고를 치느냐? 내 혼자 죽느냐 다른 놈도 같이 데리고 황천길로 가냐 정도가 달라질 뿐이지.(링크: 희망없는 놈은 고난을 못 견뎌낸다.)

나는 그래서 대형사고 치는 놈을 그렇게 욕 많이 안한다니까. 나도 그 사람처럼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나는 그렇게 안 할 거라고 감히 장담 못하니까. 자신이나 사람에 대해 별로 깊이 생각해 본 적 없어, 사람 역시도 얼마나 다양한 정신상태로 존재 혹은 변화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철딱서니없는 인간들이 자신에게 억압돼 있는 스트레스를 풀겸 저런 사고 친 놈들에 대해 욕을 하는 거지...

다시 실업고생 얘기로 원위치한다. 저 혈기가 펄펄 끓을 나이에 힘도 과도하게 남아 도는 애들이 그 힘을 건설적으로 쓸 곳이 없으니 즉, 할 일이 없으니 그걸 못 참아 자신들의 소외, 울분, 박탈감을 분풀이하듯이 사고를 치게 되는거리라.

음냐, 내가 생각해도 나의 직관력은 어느 선을 넘은 듯하다. 사고치는 청소년의 환경에서 종교의 탄생이유와 비슷한 개념을 읽어낸다는 게.ㅋㅋㅋ 이것 역시도 나이듦이 선사하는 원숙함의 미학이리라. 그래서 종교는 늙은 것들이나 만들어 낼 수 있는 거지, 젊은 것들은 결코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일테고.

우씨, 할 일도 없는데 어디 나쁜 놈 없나
이제 슬슬 결론으로 가야겠다. 예전에는 "우씨, 할 일도 없는데 어디 나쁜 놈 없나? 나도 이봉창 의사처럼 폭탄이나 던지고 죽게..."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할 일없는 건 인간이 받을 수 있는 저주 중에서도 정말 지독한 저주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거칠기까지 한 젊음이 떨어져 나가고, 그 떨어져 나간 단견의 자리에 연륜이 좀 있는 질좋은 생각들이 들어 차다 보니 지금은 "할 일없는 것도 복 중의 하나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할 일이 없고 싶은데, 자기가 벌여 놓은 일, 자기가 자신의 환경에 붙여 놓은 개체, 혹은 붙여져 있는 개체가 있어 그 개체들에 대한 책임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할 일에 매달려야 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게다.(자기가 붙여 놓은 건 그렇다 쳐도,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붙여져 있는 개체때문에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면 그 기분 정말 더러울 것 같다.)

그에 반해 나는 내 존엄성(?) 유지를 위해 자발적으로 할 일이 없는 상태를 선택했고, 그 선택이 계속 유효한 환경이 유지되고 있으니 "이건 비관해야 할 일이 아니라 행복하다고 해야 할 상황이 아닐까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거다. 더군다나 이러고 있으니 의외로 깨달아지고 느껴지는 것도 많다보니, 기분이 너무 너무 새로운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거야 말로 꿩먹고 알먹는 거 아니겠는가?(내처럼 배우겠다는 자세가 돼 있는 놈이나 이렇게 배우지, 개나 소나 이런 건 아닐 것이다. 아따, 이 놈의 잘 난체는...ㅋㅋㅋ)

예전에는 저주라고 생각했었던 '할 일이 없는 것'까지도 이제 이렇게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현상 혹은 증상이 발생한건 이번 겨울부터다. 추운 날 아침에 떳떳한 전기장판 위에 누워 있는데 "이 추운 날에 출근 안 하고 이렇게 누워 있을 수 있는 거, 이게 행복이 아니고 뭔가?"라는 깨달음아닌 깨달음이 느껴지고 만거다.(아, 이거 큰일났다. 현재의 삶이 이렇게 사랑스러워지면 발전이 없어지게 되는데ㅋㅋㅋ)

겨울이야 뭐, 작년에도 겪었고 재작년에도 겪은, 매년 겪는 계절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왜 이번 겨울에 이런 흐뭇한 깨달음이 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나=병신'임을 수긍하는 영역이 확장되고 있어 일을 안한다는 사실에도 예전같은 부담을 덜 느껴서 그런가?싶다. 아니면 자신의 내면을 탐사하면서 일반인이 이뤄낼 수 있는 최고의 단계를 이뤄 냈다는 성취감(자기최면?)이 선사하는 긍정의 힘이던가.

"자기안의 신을 찾아라"라는 말이 있던데, 저 말의 함의는 정말 다양해서 저 말의 의미에 대해 "내 말이 맞다"고 우기면 그 말이 정답이 될 수 밖에 없으리라. 그런 무대뽀성을 감안해도, 나는 내 안의 신을 보통인은 감히 상상도 못할 정도로 심오하게 발굴해 낸 사람이 아닌가?싶다. 지금 나는 이런 무저갱의 절망을 버텨낸 내 자신과, 은은한 행복감을 느끼는 지금의 내 자신에 대해 신비함, 경이로움까지 느끼고 있을 정도니 저 말이 그리 근거가 없는 게 아닌거다.

하지만 밖에 나가면 비루한 개백수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여전히 변하지 않아 좀 씁쓸하긴 하다. 저건 내가 선택한 것이니 내가 당연히 수긍해야 할 부분이긴 해도 나도 사람인지라 씁쓸한 건 어쩔 수가 없도다. 잘 나고픈 욕구가 아직까지 이렇게 남아 있으면---하기야, 이런 게 없으면 생명체가 존재를 영위할 이유 없다.---잘 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걸 전혀 안 하는 인간이 이런 걸 바라고 있다는 게 웃긴다. 하기야, 그러니 사람이고, 항상 자가 편할 궁리만 하는 게 또 사람이지 않은가?ㅋㅋㅋ

하여튼 올 겨울을 기점으로 전반적으로 내 인지 방식(?)에 약간의 변화가 생기고 있다. 전에는 택시기사, 택배기사등을 보면 "저 사람들은 그래도 삶의 목표가 있으니 저런 힘든 일을 계속하려는 의지가 있고 그 의지에 맞게 체력도 유지되는 거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었다.(타인 중심화, 나의 변두리화) 그런데 지금은 "아휴, 저런 고된 중노동을 하고 사회적 지위도 낮은 저 사람들이 행복이란 걸 느낄 수 있을까? 만일, 행복이란 걸 느낀다면 지금 내가 느끼는 은은한 행복감보다 질이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타인의 변두리화, 나의 중심화)

이건 비록 비루하긴 해도 나처럼 할 일 없는 상태에서 은은한 행복감을 느끼면서 무한의 사유를 경험하는 게, 저런 박봉에 사생활을 누릴 시간도 없이 중노동을 하는 것보단 더 가치있을 수 있다는 걸 느끼기 시작한거다. 음냐~ 놀라운 발전이다. 물론, 택시기사, 택배기사가 이 글을 보면 "이 병신 백수새끼까지 우리를 알로 보네, 아 열받아!" 이러겠지만 말이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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