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많이 빨아 병신된 모기에게 권력행사를 했다

입력:2014-08-23 토

아침, 똥누고 나온 직후다. 이불 바로 옆에서 다리가 긴 어떤 벌레가 엉금, 엉금 기어가는 게 인지됐다. 정상적인 중년남이면 출근에 정신이 팔려 저딴 거에 관심이 갈리가 없을텐데, 나는 그런 강박이 없는 개백수 새끼에다 득도까지 했다 보니 이깟 거에도 이렇게 시선이 갔다.(좋은 현상일까나??? 나쁜 현상일까나???)

거미겠거니 싶었는데 놀랍게도 모기다. 거미면 익충이라 그냥 그럴려니 하지만 모기는 해충이니 지금 안 죽이면 계속 내 피를 노리고 올테니 머리에선 '데프콘1'이 발동됐다! .---뇌는 진화라는 이 영겁의 시간 속에서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 "저게 내게 도움을 주는가? 손해를 주는가?"를 최우선적으로 판단하도록 진화돼 왔다.---자세히 보니 모기가 내 피를 날개가 주체 못할 정도로 과잉으로 빨아 먹었는지, 그 과잉으로 볼록해진 반투명의 붉은 하체(?)를 질질 끌면서 엉금 엉금 기어가고 있는 거였다.

내 생전 처음보는 신기한 광경이다. 피를 너무 많이 빤 덕분에 아침에 '기동력'이 저하된채로 벽에 붙어 있다가, 날개짓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죽임을 당하는 모기는 가끔씩 겪어 봤지만 저런 모기는 처음이다.---일상의 이런 재미를 느끼는 내 정신상태가 고맙도다.--- "쯧쯧, 그러게 적당히 처먹을 것이지 탐욕을 제어 못했다 보니 그런 병신상태가 돼, 니 수명이 단축되고 말겠구나"라는 측은지심같은 게 느껴진다.

사실, 딱 깨고 보면 저건 저 병신 모기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나를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 인간에게도 적용되는 얘기다. 고로, 이 측은지심은 궁극의 자가당착적 행위라고 봐야 한다. 탐욕에 관한한 저 모기나 인간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데 감히 누가 누구에게 측은지심을 느낀단 말인가!!!(저 병신같은 모기가 "그래, 니 말 한 번 잘 했다. 인간인 니나 모기인 나나 별 다르나!!!"라고 할 것만 같다.)

평소대로라면 이 쯤에서 'ㅋㅋㅋ'같은 의태어를 붙여야 하는데 붙이지 않는다. 모기의 생사가 걸린 상황을 읊고 있으니 나도 진지하게 대응해줘야 하는 게 생명체에 대한 예의니까. 음냐~ 궁극의 위선질???(ㅋㅋㅋ붙이려는 욕구가 재차 내 뇌를 장악했지만 자제했다. 나는 타개체에 대한 예의를 아는 놈인거다.)

이깟 모기에게서 권력욕이 충족되는 이 병신같은 정서상태
인간은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올라와 있고, 나 역시도 인간으로 존재하는 혜택을 누리고 있으니 나는 이 모기에게 궁극의 갑이다. 즉 이 모기를 죽일 수 있는 권력이 내게 주어져 있는거다. 나를 둘러싼 삶의 조건(?)이 이러니 원칙적으로 난 모기의 의향을 살피는 수고를 안 해도 된다. 절대 권력자가 좋은 게 이런 거다. 타개체같은 비자(非自)에게 신경 안 쓰고 자신에게만 충실해도 삶에 별 지장이 없다는 거. 열등한 것들은 권력자의 심중, 의도를(상인이라면 소비자의 심중, 의도를) 늘 살펴야만 삶이 지속되는 정말 피곤한 인생인데 말이지.

난 모기에게 절대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환경이니 "이 절대권력을 이 모기에게 행사하는 게 이익인가? 손해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가진 자에게만 허용돼 있는 권능??? 번민???---재차 말하지만 진화과정을 통해 뇌는 "내게 이익인가? 손해인가?"를 최우선적으로 판단토록 진화돼 왔다.---이 모기를 살려준들 언젠가 나를, 타인을 다시 공격하게 돼지, 심지어 지 새끼들까지 그 공격에 가담시키게 되지, 내게 돈을 물고 오던가, 로또 당첨 번호를 알려줄리는 없다. 그리고 이 모기에겐 나의 권력행사를 막아낼 능력이 없으니 나는 이 모기에게 거침이 없을 수 밖에. 내가 괜히 모기에게 초절정의 갑이 아닌 거로다.

고로 "이 모기가 심기일전해 비행능력을 복구시키기 전에, 그러니까 권력행사의 성공확률이 절대적으로 높은 지금 당장에 죽여야 한다"로 귀결됐다. 그래야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뽑아낼 수 있는 황금같은 기회를 놓쳤다"는 후회가 안 생기게 된다. 아무 종이나 급히 찢어 과감하게 저 모기에게 권력행사를 했다. 실패할 요소가 없는 상황이었으니 당연히 성공! 종이에는 피가 좀 흥건하다.(나는 지 손바닥에 피를 묻히기 싫어 종이같은 도구를 이용하는 야비한 새끼???)

저 모기가 자기 삶이 저렇게 마감되리라는 걸 알았더라면, 특히나 목숨 걸고서 빨아낸 피가 자기가 죽는 원인이 되고 마리라는 걸 알았으면 저렇게 과하게 피를 빨진 않았으리라. 하기야 고생, 고통, 위험 뒤에 오는 성취가 주는 쾌락이 너무나 짜릿한 것이니, 인간도 저기서 벗어난 생각을 하기 힘든데 이깟 미물인 모기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 것 같진 않다.

나는 이렇게 모기를 죽였다. 이걸 간단히 기술하면, 나는 초절정의 갑의 권력을 이용해 한 생명체의 삶을 소멸시키는 행위를 한거다. 죽음과 벗하는 삶을 살고 있기에 죽어가는 것, 사라져 가는 것, 망가져 가는 것 등에 대한 과잉의 연결감이 느껴지는 병적 의식상태긴 해도 이 권력행위가 그렇게 가슴 아프진 않다. 밤에 주로 활개치는 도둑 고양이같이 '규모의 몸'을 가진 생명체라면 "다음 생애에는 꼭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에 대한 열등물이 아니라 동격물로서의 삶을 누려 봐라"는 생각이라도 들텐데 모기는 그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모기는 몸의 크기가 너무 작아 인간과 어떤 연결이 만들어지기가 불가능한 생명체이고, 고작 만들어 지는 연결이라고 해 봤자 피빨림, 뇌염같은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손해인 것들이기 때문이리라. 말라리아 발생지역이면 더 이상 말할 것도 없고.

이러니 모기를 죽이는 행위는 나뿐만 아니라 엄한 남에게도 절대적 이익이 되는거고 그 행위가 성공했으니 이렇게 희열이 느껴질 수 밖에. 애앵~거리는 소리에 느껴지는 그 전율적 스트레스, 물리고 나서의 가려움, 귀한 피를 도둑 맞았다는 분노 등등 현재에서도 자주 발생하고, 미래에서도 발생하기 마련인 손실을 예방했으니 뿌듯해지는 거로다. 권력행사를 통한 자기 이익획득, 손실 예방이 이렇게나 쾌락적인 거로다. 그렇기에 자전거 탄채로 멈춰 있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듯이, 동물은 동물계(界)속에서 동물 상태의 정반대 영역인 '정물 상태'의 참가치(?)를 알지 못한 채 동물 상태를 유지하는 거다.(자고로 움직여야 번식이 발생하니 저건 내같은 득도자도 절대로 까지 못하는, 동물의 당연한 본성이다.)

동물은 권력행사를 통한 자기이익 획득을 위해 살아가는 것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이렇게 타 개체에게 권력행사를 통한 자기 이익 획득을 위해 살아가는거지, 권력절제를 하려고 살아가는 게 아니다.---시발 놈, 얼마나 할 일이 없고 편하기까지 하면 그깟 모기 한 마리 죽였다고 이런 생각이 탄생하남??? 철학했다는 유명인사 새끼들, 지금하고 있는 새끼들, 내만큼이나 했을까나???---우리가 동식물의 시체를 먹는 것도 우리보다 열등한 것들에게 행하는 권력행위다. 고로 이 권력관계가 역전돼 있다면 우리가 동식물에게 먹혀야 한다. 이 권력관계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돼 있으니 우리가 걔네들을 먹고 우리 입맛, 용도에 맞추려고 사육, 품종개량까지 하고 있는 거로다.

음냐~ 진화의 대레이스 속에서 인간을 먹이사슬 1등의 자리로 올리신 인류의 조상들에 대한 경외심이 샘 솟는다. 그럼, 인간에 밀려 1등에 오르지 못한 비1등의 병신같은 개체들에겐 "너거 조상탓이나 해라~"면서 혐오, 경멸을 퍼부어야 할까나? 너거같은 열등한 것들이 있어 우리가 1등한거니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걸까나?

각설하고, 생명체가 존재하는 이 자연계는 이렇게나 처절한 약육강식의 법칙이 적용하는 곳이다. 이래서 이걸 깨달은 자는 먹는 것 자체가 이 얼마나 권력스런 행위이며, 이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 것인지를 느끼게 된다. 그럼, 밥상은 자연스레 소박해지면서 밥맛은 엄청나게 좋아지는 기현상이 발생케 된다.

물론, 학업, 번식욕, 생계, 부양의 의무 등에 함몰돼 있는 보통형 어른이면 이런 걸 느낄 짬이 있기 힘들다. 그리고 저런 병신같은 감사함이 느껴지면 삶에 엄청난 지장이 발생하기도 하기에 더욱 더 그렇다. 자고로 삶이란 자신에게서 부족함, 불안함 등이 느껴져야 그걸 충족, 완화시키려고 부지런히 삶에 임하게 되는데, 저런 병신같은 감사함이 느껴지면 삶에는 충만감이 과잉으로 들어찰 수 밖에 없고 그럼 좋은 마음으로 그냥 처자빠지게 된다는... 지금의 딱 내같은 상태...

종교, 마약같은 외적 도구를 안 빌리고 일상 속에서 맨 땅에 헤딩하면서 이 경지를 이뤄낸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내 입이 째진다. 이건 사교육을 한 번도 받지 못한 빈곤형 한 부모집의 고등학생이, 4년 전액 장학금받으면서 서울대 정시 모집에 당당히 합격했을 때 느껴질 법한 입째짐이라고 해야 하리라.

마무리
음냐~ 특이한 상태의 모기 한 마리 죽인 거에 이런 글이 써졌다. 할 일 없는 인간만이 보일 수 있는 저력이로다. 그래도 나름 장족의 발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10년 전쯤인가? 그러니까 절망, 좌절, 우울, 무기력의 정점을 지나던 시절에는 옥상 고무통(흔한 표현을 하자면 '다라이'ㅋㅋㅋ)에서 열심히 헤엄치고 있는 장구벌레 새끼들을 죽이지 못 했었으니까 말이지.

"물속에서 저렇게 활기차게 요동치는 저 어린 것들도 나는 맛을 보고서 죽어야 모기로서의 삶을 산게 아니겠는가?", "모기는 암컷들만 피를 빤다고 하니 암컷들을 죽이는 건 당연하다쳐도 그 덕분에 덤탱이 씌워져 죽어갈 장구벌레 수컷들이 불쌍하다"라는 초절정의 병신성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로다.

이렇게 인간은 접근해선 안 되는 절대온도0도같은 궁극의 바닥에 오랫 동안 침착됐다가 저 단계를 어느 정도 벗어나니, 채로 물속에서 장구벌레를 솎아 내는 행위를 할 수 있게 되더만. "장구벌레의 이익도 존중해주면 좋겠지만 내가 그 정도의 그릇이 될리가 없으니 내 이익을 먼저 추구하는 게 당연하고, 이러는 게 정상적인 인간의 상태다"라는 상식적인 의식을 어느 정도 되찾기 시작한 거로다. 이렇게 정상적인 모습을 되찾아가는 내 자신이 고맙다.

젊었을 땐 꽤나 인정받는 진보언론인으로 통했다가 늙으면서 극우언론인으로 변한 조갑제도 "과거의 그 병신같은 상태에서 벗어났다는 거 이 얼마나 좋은가?"같은 자신에 대한 요상스런 감사함, 기특함을 느끼고 있을 것 같다. 과부마음은 홀애비는 모르고 과부만이 알고 선수는 선수만이 알아보는 거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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