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 감동의 도가니탕을 끓였었던 시지프의 신화

자살 - 감동의 도가니탕을 끓였었던 시지프의 신화

입력:2009-07-16 목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적인 문제인 것이다. 그 밖에, 세계가 3차원으로 되어 있는가 어떤가, 이성의 범주가 아홉 가지인가 열두 가지인가 하는 문제는 그 다음 일이다. 인생이 살 만한 보람이 없기 때문에 자살한다는 것, 그것은 필경 하나의 진리이다. 그러나 너무나 자명하기에 아무 데도 쓸모없는 진리이다. 삶에 대한 이러한 모욕, 삶을 수렁으로 빠뜨리는 이런 부정은 과연 삶의 무의미에서 유래하는 것일까? 삶의 부조리는 과연 희망이라든가 자살 같은 길을 통해서 삶으로부터 벗어나길 요구하는 것일까? 이런 질문이야말로 모든 군더더기를 치워버리고 우선 밝히고 추적하고 해명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저건 알베르 카뮈가 지은 '시지프의 신화'에 나오는 내용이다. 난 알베르 카뮈에 대해 잘 모른다. 아는 거라곤 그가 프랑스의 지성을 대변한다는 평가를 들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는 것, 바바리 깃을 세우고 담배를 물고 있는 짧은 머리의 카뮈의 얼굴이 나와있는 흑백 사진정도다.(어릴 적에 집에 굴려 다녔었던 '마당'이라는 잡지에 실렸었던 이방인 책광고의 그림때문에 저런 인상이 남아 있지 싶다.)

그가 지은 책으로는 미르쏘인가 뭔가 하는 주인공이 "햇빛때문에 사람을 쏴 죽였다"라는 대사를 한다는 '이방인', 그리고, 공을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렸다가 공이 정지하지 않아 반대쪽으로 굴러 떨어지니 다시 내려가서 그 떨어진 공을 산꼭대기까지 다시 밀어 올리는 행위를 영원히 반복한다는 '시지프의 신화'가 있다는 것, 이게 내가 카뮈에 대해 아는 것의 전부다.

그나마 공을 영원히 굴린다는 시지프의 신화 저 내용은 어릴 적에 '로보트 킹'이란 만화에서 본 거라 '그냥 그런갑다'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저 만화책에선 공에다 홈을 파거나, 산꼭대기를 깍아 평평하게 만들어 공을 고정시키면 된다는 해결책을 제시했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로보트 킹의 작가인 고유성씨도 시지프의 신화에서 언급하는 인간 삶의 무한 힘듦, 무한노동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린 애들이 보는 만화에 저런 내용을 언급한 걸 보면 말이다.)

국민학교 때 정말 재밌게 봤었던 만화 로보트 킹. 그런데 이현세 화풍이 한국 만화계를 지배하고나선 이 독창적인 그림체의 만화가도 그 천편일률적인 까치머리의 만화풍으로 바꼈었도다. 아, 그 당시 좀 충격이었었다. 생계 앞에서 소신같은 자기만의 뭔가는 찍소리도 못 하도다.

그러다가 '어느 쓸쓸한 날의 선택, 자살'이란 책을 읽게 됐는데. 저런 충격적인 자살론이 들어있는 책이 바로 카뮈의 시지프의 신화라는 걸 알게 됐다. 아, 저 대목을 읽는데, 망치로 머리를 세게 강타당한 그런 느낌의 정말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다. 별것도 아닐 수 있는 이깟 책읽기에서, "내가 살아서 이런 책을 읽고 있구나~"라는 무한의 감동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하여튼, 사실상 인생을 포기해서인지 감사함 과잉이다.ㅋㅋㅋ)

어느 쓸쓸한 날의 선택, 자살
이 책은 자살관련 단편 글 모음집 성격의 책이다. 이 책의 엮은이가 '주정관'이라는 사람으로 소설가인가 보던데, 이 양반도 이런 류의 책을 펴낸 걸 보니 좀 정상은 아닌 것 같다.ㅋㅋㅋ 어쨋든 저 양반에겐 고마울 따름이다. 저 양반이 저 책을 펴내지 않았었다면 여전히 시지프의 신화에 나오는 저 명문 자살론을 모른 채 지내고 있었을테니까.

희망이 없기에 삶이 고통으로 느껴지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설계된 인간이란 개체에겐 고통에서 의미를 읽어낼 능력이 갖춰지기가 무척 힘들다. 고로 저런 환경 속의 인간에겐 삶이 무의미, 무가치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고, 이렇게 가다 보면 결국 살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구체화되기에 이르게 되고, 그럼 떠 오를 수 밖에 없는 자살에 모든 걸 바치고자 하는 이의 마음, 즉, 자살예비자의 심정을 어쩜 저리도 공감되게 잘 표현해 놨을까?

"혹시나 카뮈가 사람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기계를 탑재한 타임머쉰을 타고 미래로 와서는 내 마음 속에 들어와 내 속마음을 읽은 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내 속마음을 이 사람에게 들켜 부끄러운 맘이 들었었다는 표현이 더 옳을 수 있겠다. 그런데 카뮈같이 초절정 지식인이 미쳤다고 내 맘속에 들어올까?ㅋㅋㅋ 변태는 변태를 알아봐서???)

" 어떻게 저런 수준의 글쓰기가 가능한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카뮈는 나름으로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산 지식인이고 장애인도 아니다. 그리고 지식인도 어디 보통 지식인이던가? 40대에 노벨상까지 받았을 정도로 세계적인 명성을 누린 유명 지식인이 어쩜, 보통인들은 생각조차 하기 싫어하는 자살이란 놈에게 깔려 있는 저런 칙칙한 세계를 저 정도의 깊이로 잘 묘사할 수 있을까?싶어 감동과 소름이 좌르르르~

특히나 '인생이 살 만한 보람이 없기 때문에 자살한다는 것, 그것은 필경 하나의 진리이다. 그러나 너무나 자명하기에 아무 데도 쓸모없는 진리이다.' ☜우와~ 정말 이 대목은 정말 충격 그 자체다. 어쩜 저렇게 자살에 대해 저렇게 간단명료한 답을 끄집어 낼 수 있었을까?싶어 소름이 따따블로 좍~좍~끼칠 정도의 충격과 전율, 감동!!! 정말 감동 중의 극한의 감동이 인다!!!

얼마나 감동이 일었으면 웃음이 나올 정도다. 개그성 내용도 아니고 악당이 일망타진되는 그런 내용도 아니고, 한을 가졌었던 자의 한이 풀리는 그런 장면도 아닌, 진지한 내용의 글이 사람에게서 웃음을 나올 수 있게 한다는 건 저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인생포기자, 자살 예비자만이 가질 수 있는 감수성ㅋㅋㅋ
내가 이 글에서 감정 오바질을 좀 하는 것 같지만 이런 글에 이 정도의 감정의 깊이로 동질감,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게 인생포기자, 즉 자살예비자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살면서 이런 류의 감동을 경험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싶은데 이런 류의 감동을 느꼈다는 게 너무나 기쁘다. 역설적으로 내 삶이 그만큼 자극과 활력이 없는 식물같은 삶이란 말도 성립될테고.

급성 자살예비자와는 달리 내같은 만성 자살예비자의 경우, 자살에 대한 생각을 워낙 오래 해 왔기 때문에 자살을 은근슬쩍 좋게 보고자 하는 경향이 좀 있게 되지 싶다. 특히나 내같이 쥐뿔도 내세울 거 없으면서 우쭐거리고 싶어하는 기질이 강한 사람은 더 그런 것 같다. 남은 '살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활력있게 사는데, 자신은 '죽자'라는 생존본능과 너무나 배치되는 생각을 가지고 살다 보니 속에서 울화통이 터질 수 밖에 없을 것이고,(궁극의 위화감인거다.ㅋㅋㅋ) 더군다나 이런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다 되면, 자신의 자존심이 그 상황을 수긍 혹은 용납치를 못해 '죽자'가 '살자'보다는 더 고귀한 가치인양 은근슬쩍 미화하게 되는 경향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속물적이고 어벙한 것들이니 저렇게 짐승처럼 자기 이익을 위해 삶에만 맹목적으로 메달리는 거지, 내같이 평범하지 않고 깨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자살에 관한 고뇌도 하기 마련이야~"이러면서 말이다.

재차 말한다, 인생포기자, 자살 예비자만이 가질 수 있는 감수성을ㅋㅋㅋ
이렇게 인생을 소극적으로 포기했다 보니 삶의 적극성에 함몰되어 있는 일반인들은 잘 못 느끼는 이런 걸 깨닫게 되는 의외의 수확이 있다. 가만 생각해 보면, 비판정신이란 것도 상대가 나를 압도, 흡수할 것을 두려워 하는 자신의 초라함, 열등함, 빈곤함 등이 만들어 내는 의식이 아닌가 싶다. 내게는 없는 걸 가진 상대의 부유함에 내가 압도, 흡수되어 상대를 한 없이 부러워 하게 되는, 정서적 노예가 되는 걸 막기 위해서 비판정신이라는 공격성을 동원해 자신의 자아를 보호 해 낸다는 말이다. 이래서 비판하기를 좋아하는 진보주의자들의 평균수명이 보수주의자들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일테고.

아마도 저런 근거없는 미화는, 폭력남편에게 매일 두드려 맞는 아내가 그 폭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으니, 그 상황을 견뎌내려고 "저 폭력은 그래도 날 사랑하기에 때리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과 비슷한 거라고 할 수 있지 싶다. 병신, 장애인이 된 사람이 이건 신께서 교만에 빠지지 않는 큰 그릇의 인물로 만들기 위해 나를 크게 시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도 마찬가지고...

아마 저런 식으로 신앙에서 답을 찾을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은 평생 저런 자기최면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게다. 저기서 빠져 나와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되면 살아갈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환경에 따라 희망뿐만이 아니라 이성이 이렇게 무서울 수 있는 거다. 역설적으로 '일체유심조'라고 사람이란 게 이렇게 초라할 수도, 거대할 수도 있는 존재라는 말도 되고...

본론으로 원위치한다. 이렇게 내같은 만성 자살예비자에게 약간은 미화돼 있기 마련인 자살에 대한 허위의식을 제대로 깨 버린 게 바로 카뮈의 저 자살론이라는 말이다.(그렇다고 내가 자살에 대한 생각을 접게 되었다는 건 아니지만 그동안 막연하게나마 가져왔었던 자살에 대한 허위의식의 하나가 확실하게 깨진 건 분명하다)

물론, 카뮈가 도출한 저 답에 억지로나마 비판을 해야 한다면, 까뮈가 제출한 저 답은, 우리들 절대적 다수가 동의하는 삶=선, 죽음=악이란 지극히 통속적인 전제하에서만 성립하는 반쪽짜리 답일뿐이라는 비판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뭣 때문에 그런 심오한 생각을 하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정상인의 고민, 번뇌라고 해 봤자 병신, 장애인의 고민, 번뇌에는 새발의 피도 안되는 거니 저런 근원적으로 열등한 개체가 되어 본 적이 없는 당신은 저런 얘기를 할 자격이 없다. 당신이 병신, 장애인이 돼 보면 정상인일 때 하던 그런 류의 고민, 번뇌 즉 당신이 시지프의 신화에서 읊어놓은 내용이 얼마나 배부른 소리였었던 게 느껴질거다"라는 억지스런 비판이 가능하긴 할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이런 비판아닌 비판을 만들어 내고 있을지언정 병신, 장애인이 아닌 정상인이 저 정도의 깊이로 자살에 대해 사고할 수 있었다는 건 정말 정말 높게 평가한다라는 사족을 당연히 덧붙일 수 밖에 없으리라~

너무나 대단하도다~ 카뮈~
하여튼 카뮈에게 물어보고 싶다. 장애인도 아닌 정상인이 절망자의 심리를 어쩜 이리 잘 알 수 있는지를... 이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내 마음 속에서 가학성이 발동이 되는데 정상인이 저 정도의 깊이로 글을 쓰는데, 카뮈를 장애인으로 만들어 글을 쓰게 했으면 대체 어느 정도 수준의 글이 나왔을까? 정말 궁금해진다. 그런데 수준이 더 깊어질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수준이 떨어질 수도 있으리라. 그게 바로 병신, 장애인들의 태생적인 한계니까.

쩝... 이건 비판을 위한 비판이지 내 자신을 속일 목적으로 가면을 쓰고 자살을 긍정하기는 싫고 그럴 마음도 없다. 장애인이 돼 보지 않은 정상인이 이런 차원의 글을 썼다는, 비뚤어진 초등학생도 하지 않을 법한 이런 말도 안되는 이유로 카뮈를 비판하기도 싫다.

그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을 속이는 헛지랄 그만하고 그냥 자살해라~"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하여튼, 카뮈, 정말 대단하다. 어쭈구리, 당신 정상인 주제(?)에 삶에 대해 이 정도의 깊이로 고뇌했었단 말인지...ㅋㅋㅋ

카뮈는 대체 어떤 인생경험을 했었었기에 저런 차원의 생각이 가능한걸까나? 난 저건 자신의 생존조건이 심각하게 뒤틀리는 경험을 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이라고 보는데, 내 생각에 카뮈는 후천적 장애인이 될 뻔 했었던 경험이 있지 않나 싶다. 아니면 그런 사람을 옆에서 지켜 볼 기회가 있었다거나...혹은 보증을 잘못 섰다하는 식으로 감당못할 빚을 진 경험이 있었다거나, 그런 형편에 처한 친지, 정말 가까운 지인를 지켜봤다거나...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그 시절의 프랑스가 우리나라의 박정희, 전두환같은 폭압적인 독재시대도 아닐텐데 제아무리 심지가 곧고 근기가 뛰어난 사람이라고한들 자기와 무관한 사회의 부조리, 불의등에서 절망을 느꼈다고 해서 자살을 꿈꾸는 이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민이면 이민이지.

독재시대에 양심, 사회의식같은 건 삶의 독이 된다.
폭압적인 독재시대에 사회의식과 양심 등이 비이성적으로 깨끗하게 발달한 사람일경우 사회적 절망을 과도하게 느낄 수 있을테고 그럼 그게 자신의 절망으로도 느껴져 그 사회에 대한 항의차원의 자살도 가능하지 싶다. 실제로 전두환 시대에는 그 시대에 절망을 느껴 대학 교정에서 자살하는 그런 대학생들이 몇 있었지 아니한가? 삶의 자세라는 게 사람의 품질에 따라 수준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 거다.

"카뮈가 오리지널 프랑스 출신이 아니고 식민지인 알제리 출신 프랑스인이라서 저런 비주류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정서가 갖춰진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알아보니 카뮈는 20세가 되기 전에 축구선수로 활동하다가 폐결핵으로 요양생활을 했다고 한다. 축구선수를 할 정도로 팔팔했었던 10대 시절에 요양생활을 경험했다라...(결핵은 지금도 신약이 나온 게 별로 없어 치료도 오래 걸리고 완치키 어려운 병이라던데, 아마도 카뮈가 살던 시대의 폐결핵은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병이 아니었을까?라는 추측이 든다.)

아마도 카뮈가 이렇게 실존에 대해 고뇌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된 것은 젊었을 때 경험한 저 요양생활이 큰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 자신의 병뿐만 아니라 타인의 병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인간에 대한 인식 등이 그전보다는 월등히 넓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나도 이 병만 아니었으면 평생 자살에 대해서 이렇게 궁리하지 않고 이것보다는 좀 밝은 걸로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병 덕분에 인식의 차원은 정말로 엄청나게 넓어졌다는 수확물이라도 건져서 다행이긴 하지만...)

역시 카뮈는 어렸을 때 장애인스런 삶을 산 게 맞더라
(이 내용은 몇년 뒤에 추가된 거다.) 학창시절의 스승인 '장그리니에'와 카뮈의 편지 글을 우연찮게 읽은 적이 있다. 우와, 그 내용이 너무나 징해서 정말 충격이었다. 카뮈가 정말 자아가 쪼그라질대로 쪼그라진 이런 무저갱의 바닥을 겪었으니 저런 수준의 글쓰기가 가능한 거더만. 그리고 카뮈는 찢어지게 가난한 홀 어머니 밑에서, 그것도 문맹에 농아인 홀 어머니 밑에서 성장했고 몸도 아주 허약했었단다. 아, 드디어 "카뮈같은 초절정 유명인사가 어떻게 이런 차원의 글을 적을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이 풀렸도다.

만일 카뮈가 몸이 건강했었고, 홀어머니도 나름 정상적인 상태의 홀어머니였었다면 아버지가 없어 고삐풀린 비행 청소년이 됐었을 수도 있으리라. 이렇게 비행 청소년이 될 능력 조차 없는 너무나 결핍된 환경이라('장애 한 부모 밑에서 자란 장애 비행 청소년'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는가?) 장그리니에를 정신적 아버지로 섬길 수 밖에 없었으리라. 하여튼 저 둘 간에 오간 편지를 보니, 이건 뭐 신부, 목사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저급의 병신 신자도 아니고, 카뮈가 이렇게나 상병신 상태의 정신 상태를 경험했었구나라는 전율, 안쓰러움이... 내가 겪었었던 거랑 비슷한 상태인데 나는 그 누구에게도 조력을 받지 못 했었다는 차이가 있다.(모든 방어체계가 해체됐었던 저 때 내 뇌리에는 어떤 성령이, 어떤 악령이 들어왔을까?ㅋㅋㅋ) 쩝, 궁극의 불행일까??? 궁극의 재수일까??? 이래서 내가 지금 이 모양 이 꼴이려나??? 우울해할까? 신나할까???

아무튼, 카뮈, 당신은 정말 대단했었다. 내게 있어 시지프의 신화가 얘기하는 저 자살론은 정말 감동 그 자체였었다. 좀 과장되게 표현하면, "살면서 이런 책을 읽었는데 더 이상 뭘 바라겠나, 더 바란다면 욕심이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었다. 아, 기쁘다. 책을 통해 이런 극한의 희열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게... "아줌마요~ 여기 자살 안하고 살고 있는 기쁨 하나 더 추가요~"(단, 뉘앙스는 "이모~ 여기 병신 하나 더 추가요~"다.ㅋㅋㅋ)

카뮈의 저 자살론을 읽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고 저 답이 선사하는 충격은 여전히 유효하기에, 유달리 이 글에서만큼은 병신장애인, 자살예비자, 인생낙오자, 은둔형외톨이 등이 지니는 무기력함, 칙칙함이 아니라 발정난 암캐나 낼 법한 암내수준의 비이성적인 기쁨이 이렇게 진동하고 있는거리라.

"혹시나, 내가 자살을 평생 꿈꿔 왔었다는 건 심심하고 할 일없는 인간이 관념상으로 만들어내는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곤 했었었는데, 카뮈의 자살론에 이 정도 차원으로 공명받고 이 충격이 이렇게 오래 지속되는 걸 보면 헛소리가 아닌 진솔한 내 의식의 표현이 맞았겠구나 싶다.

각설하고, 사람마다 절망에 빠지는 이유는 사람수 만큼이나 다양하고 가지각색이겠지만 절망에 빠졌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비슷하지 싶다. 결코 자기가 대적할 수 없을 것 같은 끝과 깊이가 안 보이는 그 침울하고 우울한 감정... 사람이 저 앞에 서게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건 스스로 선택하는 자신의 소멸, 즉 자살이 될 수 밖에 없으리라. 저 상황에 이르게 되면 "나와 연결된 사람이 있냐? 없냐?"에 따라 이 괴로움의 강도 역시도 달라질 것이고 그 절망에 대응하는 방법 역시도 달라질 것이다.

아마도 연결된 사람이 없으면 자살쪽으로 가게 될 확률이 높을 것이고, 연결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위해서라도 강한 희망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을 위해 희망을 가지고 그 절망에 대응했다가, 결과가 기대치에 못 미치게 나와 자신에 대한 모멸감만 더 증대되는 결과에 이르게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은 그 절망에 대응케 해 주는 힘을 선사했었던 그 사람까지도 죽이고 자신도 최종적으로 자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희망이란 게 이렇게 무서울 수 있는 거다. 음냐... 역시나 인생포기자다운 글이다. 희망의 부정적인 면을 이렇게 강조하면서 자신은 그런 상황에 처해지지 않았다는 거에 이렇게 위안을 느끼고 있는 게... 이 빌어먹을 놈의 과잉 관조 의식ㅋㅋㅋ 그런데 자존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신에 대한 모멸감을 못 받아들여 동반자살로 가는 경우가 많을 듯 싶다.

"너희가 나 없이 어떻게 살겠어? 너희는 나랑 죽는 게 낫다."가 동반자살을 만들어내는 의식상태리라. 저 생각에 대해 상대의 동의를 구하느냐? 안 구하느냐?정도만 달라지고. 그런데 내같은 만성 자살예비지가 보기에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자기위안이 바로 저거지 싶다. 저 의식을 한꺼풀만 벗겨내면 "나는 죽을 때에도 멋진 놈인척하면서 죽고 싶어"니까 말이다. 저건 항상 밖만 신경쓴다고 자신의 내면을 살펴 볼 기회가 없었던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자, 불행이라고 해야 할거다.(사실, 자신의 자존감때문에 저렇게 가족같은 타인까지 자신의 자살에 끌어들이는 게 자신과 그들에게 유리한 행위인지 불행한 행위인지는 판단이 안 서긴 안 선다.)

아, 드디어 글을 마무리할 때가 왔다. 내가 이 사이트에 올려 놓은 이런 절망 관련 넑두리성 글이 이 사이트의 방문객 중 한 명에게라도 그 절망에 대한 마음을 공감, 위안, 혹은 토닥거려주는 역할이라도 했었으면 좋겠다.

"이 새끼,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절망, 자살에 관한한 나는 그 누구보다도 선배(?)라고 감히 자부할 수 있어 이런 나름의 교만한 생각을 할 수 있지 싶다. 내만큼의 절망을 느끼고 자살 생각을 오랫동안 한 사람이면 자살이든, 병사든, 정신병원 수용이든(미쳐서) 교도소 수용이든(다같이 죽자면서 무차별 홧김 범죄로) 어떤 방법을 택해서라도 이 사회와 이 세상과 진작에 이별 혹은 격리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래서 나는 이런 초절정의 절망, 무력감을 버텨내고 내가 이렇게 살아 있는 상태로 이런 글을 적고 있는 것 자체가 인간승리라고 감히 주장할 수 있는거다.

쩝, "니가 겪었다는 그 무저갱의 절망, 자살의식도 사고로 휠체어 장애인이 된, 이전에 정상인 상태로 존재했었던 사람이 겪을 그 환골탈태의 과정에 견주면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짓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관조 의식이, 폭주하려고 안달하는 나의 교만 의식에 역시 제동을 건다.ㅋㅋㅋ 어쨋든 이런 넋두리성 글에 공감하는, 금전적으로, 정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에게서 금전적 후원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정말 여한이 없겠다~ 푸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