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센터의 필요성을 웅변해준 사건
입력:2009-02-09 월 “더 이상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없어 한 많은 세상을 떠나려 합니다. 저의 시신 중 모든 부분은 장기가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기증하여 주십시오” 저 글은 2008년 12월 6일 무렵의 신문에 등장했었던 어떤 사건의 내용이다. 여러 매체를 종합해 그 사건을 요약하자면 내용은 대충 이렇다. 북한에 가족을 두고 홀로 월남해, 젊었을 때 건설업으로 성공해 부유한 생활을 한 68세의 남자가 연대보증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월세방을 전전하다가 장기기증본부에 자신의 장기와 월세보증금 300만원을 기증하겠다는 유서를 보낸 뒤에 목을 매 자살했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도 매달 장기기증본부에 5000원의 후원금을 납부해 왔다. 장기기증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각막은 사후 6시간까지는 이식이 가능한데 시체는 6시간이 지난 뒤에 발견되었고, 자살의 경우 조사할 게 있어 6시간 이내에 발견되었어도 이식은 불가능하다.
저 사건을 뉴스에 봤을 때 내가 생각하는 존엄사 센터의 필요성을 저 사건만큼 제대로 웅변해주고 있는 사건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어차피 저 노인네는 나이가 68세라 실제로 이식가능한 건 각막 뿐이었겠지만, 저보다 젊은 상태에서 자살하는 사람 중에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자살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자살하게 된다면 나 역시도 그럴 확률이 높을 것이고... 내 주장대로,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과도한 엄숙, 금기에서 탈피해 안락사, 존엄사 센터 같은 걸 만들어, 자살하기 전에 필요한 장기들을 적출할 수 있는 제도가 생기게 되면 자살자에게도 이득이고 사회도 엄청난 혜택을 보게 되지 않겠는가? 특히나, 의료기술, 돈, 건강 이렇게 장기이식에 필요한 모든 조건은 갖춰 졌는데 이식받을 장기 이 하나가 없어 무작정 대기하고 있어야만 하는 장기 이식대기자들은 정말 엄청난 혜택을 볼 것이다. 그런데도 왜 저런 제도를 시도해 볼 생각조차도 없는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이런 면에서의 사회변혁을 시도하려는 시민활동가들도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쩝, 하기야 이런 생각을 하는 인간이 있다면 그게 미친 개또라이 새끼지 싶다.ㅋ 아마도 이런 운동은 중증장애인들에게 섹스도우미를 통해 성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보다 더 혁신적인 거라 엄청난 거부감을 느낄 사람들이 정말 많을 것이기에 존엄사 센터같은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수 밖에 없으리라. 하지만, 장기 이식대기자들이나 그 가족들은 현재의 자신들의 이익뿐만이 아니라 미래의 잠재적인 장기이식 대기자들을 위해서라는 대승적 의미에서라도 저런 차원의 사회변혁 운동을 시도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제, 내 얘기로 돌아와서,... 저 기사를 처음 봤을 때 내 뇌리를 때렸었던 건 '존엄사 센터의 필요성을 제대로 웅변해준 사건이구나'라는 생각외에, 동질감과 신선한 느낌의 의미심장함이었다. '나의 미래구나'라는 자각을 느꼈다고나 해야 할까? 자살한 사람의 유언장은 처음 본 거였고(매스컴에 저런 유언장이 바로 공개됐다는 것도 미증유의 사건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저 사람은 나와 마찬가지인 독신자이니 더욱 더 그러리라. "박탈감, 소외감으로 점철되어온 내같은 사람과 이렇게 코드가 강렬히 맞는 기사가 다 있나?"라는 경이로움과 반가움이 같이 드는 이 기사를 보니---하여튼, 인생에 대한 기대를 접었기에, 즉 인생에 적극적으로 뭘 바라는 게 없으니 모드가 감사함 과잉 모드가 돼 이렇게 별 것 아닌 것에도 감사함을 느끼게 돼 버렸다---나는 종말시에 어떤 맘을 가지게 될까?라는 생각이 새삼 떠올라 저 노인네의 저 종말과 내 종말을 비교하게 되더구만. 나는 어차피 정상인도 아니고 장애인도 아닌 병신장애인이라는 어정쩡한 존재라 평생 혼자 살아가는 게 내 존엄성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는 방법이란 걸 깨닫고 은둔형 외톨이가 된 사람이라, 젊었을 때에는 정상적으로 살다가 말년에 들어 심하게 망가진 저 노인네만큼 삶이 힘들게 느껴질 가능성은 낮지 않을까 싶다. 결과는 닥쳐봐야 알겠지만 어쨋든 이런 긍정적 맘이 드는 건 참으로 기쁜 일이라고 해야 하겠다. 역시나 감사함 과잉...
어쨋든 저 노인네에게서 나의 미래를 좀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든다. 가족을 놔두고 혼자 넘어올 수 있었던 걸 보면 몸에 병신, 장애인 기운이 그리 있었던 것 같진 않으니 이 측면에선 나보다 우월한 삶의 조건을 누렸던 사람이었다고 해야 하리라.(참고로 말하자면, 병신, 장애인이 가지게 되는 슬픔 중의 하나가 자신의 거처를 선택할 자유, 능력이 상당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거다) 젊었던 시절에는 사업으로 나름 잘 살다가 말년에 연대보증때문에 집과 재산이 거덜나면서 노년기가 평균인들보다 더 버텨내기 힘든 상황으로 느껴졌지 싶다. 나는 저렇게 추락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지 않나 싶다. 추락할만한 높이로까지 올라가질 않았으니 추락하고 싶어도 추락할 높이가 없으니까. 만일, 지금 자살을 한다는 식으로, 내가 유언장을 남길 수 있을 정도로 예측가능한 죽음을 지금 맞이하고, 그 상황에서 유서를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새롭게 생겨난다면 내 유언장은 이런 식으로 되지 않을까 싶다. "처음에는 그냥 좆같았었던 인생이, 사춘기와 젊음을 본격적으로 맞이하게 되면서 그 좆같음이 더욱 더 강해져 내 삶은 진짜 좆같았고 괴로웠었다. 하지만 삶이 정말 이렇게 좆같고 괴로웠었기에 내 삶에 대한 기대를 일찍이 접을 수 있었고 그 희망접음을 부모가 뒤늦게 나마 약간 철이 들면서---부모로 30년을 사는 것보다 병신, 장애인으로 1년 사는 게 인생의 쓴 맛을 더 확실하게 느끼기에 삶을 '철듦'의 측면으로 파악하자면 병신, 장애인으로 1년 사는 게 부모로 30년사는 것보다 더 강한 철듦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본다---약간씩 이해를 해 줬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다. 부모가 계속해서 이 병의 위력을 모르고 나를 달달 볽아댔으면 내가 지금 느끼는 이런 미세한 행복을 알 수 있을리가 없기 때문이다.(가만보자, 이 단락에서 좆같다는 표현을 대체 몇 번이나 썼나?ㅋㅋㅋ) 그런데, 정말 놀라운 거는 "이렇게 일찍 깨달은 절망이 내 삶을 나름으로 윤택하게 하는 역할을 했구나~"라는 걸 깨달은 거라고 해야 겠다. 이렇게 불행에서 행복의 의미를 나름 찾게 된 것에 감사하고, 이렇게 일찍 희망을 접은 것에도 예상치 못한 의외의 긍정적 효과가 있어 인생 후반기는 고통의 정점을 거치면서 이전보다는 덜 괴로운 상황으로 오게 됐다는 점도 대단히 감사한다. 병신장애인 삶의 이 좆같음에 적극적인 감사는 표현못하지만 이 덕분에 정상인들은 결코 느낄 수 없는 많은 걸 느끼고 감사함을 배울 수 있었다는 건 감히 부정못하겠다. 그리고 이런 좆같은 삶 속에서 이런 긍정적임을 잊지 않고, 아니, 오히려 강화시킬 수 있었던 거는 정말로!!! 감사한다. 내가 지금 유서를 적는다면 대충 저렇게 적을 수 있지 않을까?싶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좋은 감정이 무너지는 상태가 왔고 "이 상황을 방어할 힘이 완전히 고갈됐구나"라는 자각이 생기면 바로 자살로 돌입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죽을 때에는 내 삶의 최대 축복이었던 이 귀하디 귀한 이 좋은 감정을 고이 간직한 채 죽고 싶기 때문이다. 푸하하~ 저렇게 좋은 감정을 간직한 채 죽으면 저 노인네보다는 가치있는 삶을 살았단 말이 되는건가? 하여튼, 워낙 비루하고 위축된 삶을 살아서인지(정상적인 경쟁의식의 발로인 것 같기도 하고...) 저렇게 자살한 노인네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면서 이렇게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 같다. 아휴, 그냥 뒈져라, 뒈져~ㅋㅋㅋ 이 글에서 '좆같음'이라는 정말 세속적인 표현을 쓰고 있지만, 더 늙어가면서 이 병에 대한 한이 서서히 옅어지면서 '좆같음'이 '엿같음'으로, '엿같음'이 '뭐같음'이라는 보다 완곡한 표현으로 바뀔 수도 있을게다. 이런 걸 늙음의 미학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싶다. 그런데 아무리 너그럽게 봐주려고 해도 '좆같다' '비루하다'라는 표현만큼 병신, 장애인의 그 허접스런 인생을 본질적으로 제대로 꿰뚫은 표현은 잘 없지 싶다.ㅋㅋㅋ 정말
유언장을 남길 맘이 없을까? 내 생각에, 죽는 사람이 유언장을 남기는 경우는 2가지인것 같다. ①후손들에게 남길 유산이 있는 사람이 분쟁없는 유산 길정리를 위해서 유언장을 남기는 경우. 저건 반드시 남겨야 하는 유언장이리라. ②예상하지 못한 돌발적 사건으로 인해 자살하는 사람, 즉 자신의 죽음맞이에 대한 준비시간이 얼마되지 않은 사람이 자기 삶의 예상치못한 그 급격한 방향전환에 맞닥뜨렸을 때 느껴지는 그 막막한 심정을(혹은 상대에 대한 증오심을) 종이에 적어 놓는 경우. 이건 선택적인(?) 유언장이라고 해야 하리라. 나는 돈도 없고 후손도 없으니 ①에는 해당되지 않고 '내가 언제까지 살아갈 수 있을까?' 즉 '언제쯤 자살하게 될까?'라는 화두로 자살에 대한 고뇌를 정말 오랫동안 한 사람이니 ②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재차 언급하지만, 이 사이트의 글 자체가 유언장스런(?) 글이라 내 유언장 욕구가 많이 배설됐으니 자살할 때 새삼스레 새롭게(?) 유언장을 쓸 맘은 안 생길 것 같다. 아, 좋은 느낌을 가지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구나.ㅋㅋㅋ 젊었을 적에 분노에 휘둘린 채 자살했었으면 당연히 살면서 느꼈었던 좋은 감정까지도 분노, 회한, 저주 속에 묻힌채 죽었을 텐데 내 경우, 자살 안하건 정말 잘한 것은 확실하다. 대체 이런 차원을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ㅋㅋㅋ
부모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자살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 내가 부모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부모를 위해서라도 자살하지 않겠다라는 이유를 들이대는 건--- 물론, 생에 대한 애착때문에 내가 억지로 지어낸 한낱 변명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저 두 사람이 생물학적으로 나의 양친이라는 혈육의 정 이유도 있지만 내가 이 병신, 장애인스러움으로 인해 내가 삶에서 느낀 모욕감이 인간에게 얼마나 치욕스러운 것인가?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안다는 게 가장 크게 작용하는 거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나는 모욕감이 얼마나 불쾌한 것인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인간이고, 병신장애인이 야기하는 이런 모욕감을 잘 참아 왔었던 인생인데 이걸 좀 더 참으면 될 걸, 즉 그동안 쭈욱 해 왔었던 걸 좀 더 하면 되는데 그걸 못 참고 일찍 자살해서 나 이외의 사람, 더군다나 부모에게 별다른 근거, 당위성없는 이런 모욕을 심어준다는 건 정말 나같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말이다. 푸하하, 인물났구나~ 인물났어~~~ 부모에게 적극적으로 효도를 했다는 적극적 의미에서의 효자상이 아니라, 부모에게 갈 피해를 최소화시켰다는 소극적인 의미에서의 효자상이란 게 있다면 나는 효자상을 받을만한 인간이 아닌가 싶다.(하여튼, 병, 장애는 자신에게도 불행, 가족에게도 불행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나는 분명히 효자인데, 효자라고 행세할 수 있는 이 슬픔.ㅋㅋㅋ '아부지를 아부지라고 부를 수 없는 슬픔'이 나오는 게 홍길동이었나? 하여튼, 살면서 이런 요상스럽고 독특한 감정을 느껴보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삶의 의미를 뭘로 평가하는진 잘 모르겠지만 만일 삶을 독특함이란 측면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나는 나름으로 괜찮은 삶을 산 사람이 되는게 아닐까나? 내같이 지극히 개성적이면서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는 인간이 또 없는 게 아닐까나?라는 생각도 드네.ㅋㅋㅋ 이런 글을 적다보니, 나라는 인간이 병신장애인치곤 대단히 양호한 인간인건 사실인 것 같다. 종교의 힘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이런 개념들을 만들어 내면서 잘 버텨내고 있으니 말이다. 할 일없는 인간이 미치는 게 두려워서 하게 되는 어쩔 수 없는 발악인가?싶기도 하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