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탐정 잇큐 - 의외로 신선감을 줬었던 청소년용 탐정만화
입력:2014-05-31 토 '스님탐정 잇큐'라는 만화를 본다. 대대로 내력있는 탐정집안의 중학생 동자승이(고교생이었나?) 우연찮게 살인 현장에 개입되면서 그 사건을 푸는 만화다. 범인이 누구인지 감이 오면 "이 사람의 마음에는 어둠이 있습니다"라는 멘트를 날리면서.ㅋㅋㅋ(음냐, 중학생이라고 해도, 내력있는 탐정집안의 자제에 승려이기까지하면 저런 표현이 가능한갑다...) 청소년 만화고 주인공도 중학생이니 당연히 유치해야 정상(?)인데 의외로 덜 유치하고 나름 신선한 맛도 있어 7권까지 다 봤다. 나름의 성취로다.ㅋ "에이, 띠발, 돈 나오는 것도 아닌데 내같은 득도자가 왜 이딴 거 처보고 있지???"라는 궁극의 교만성 나태함이 억눌려지는 신기한 현상이 이 만화에서도 발생한 거로다. 나름의 경이로움이기도 하다. 아~ 내 행동 자체에서 신기함이 느껴지는 이 병적 정신 상태.ㅋㅋㅋ 원한 것이었든, 안 원한 것이었든 게으름, 처자빠짐의 가치를 정말로 잘 알게된 내같은 근면성실형(?) 개백수 득도자만이 맛 볼 수 있는 '삶의 맛'이라는 건 분명하도다. 이렇게 자신에게 맛있는 게 있으니 일부러 유명맛집(?)에 돈, 품을 들여 찾아갈 필요가 없는 거로다. 범죄자를 미리 처음부터 까발리는 신기함 저건 "궁극의 깨달음을 획득하면 본질에서 벗어난 잔가지스런 것들은 개무시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는 철학(?)의 그 궁극의 교만 자세, 득도했다고 세상을, 인간들을 내려다 볼 수 있게 된 내 삶의 자세와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거다. 이래서 돈, 앎이 획득되는 일, 약속한 일, 약속된 일이 아닌 한 문명계의 일은 그럴려니 하면서 그냥 처자빠져 있을 수 있게 된 내같은 인간도 이 만화를 완독할 수 있었던 거리라.(만화보는 것도 이렇게 고역인데 소설읽는 인간들 정말 존경스럽도다.ㅋㅋㅋ 달리 표현하면 "얼마나 병신이길레 소설같은 그따위 거에 그리도 착 붙어 있을 수 있나?"싶기도 하고.) 이 만화는 청소년용 탐정 만화인 주제에, 인간이, 세상이 다 병신같이 보이고 매사가 귀찮고 시큰둥해져가고 있는 득도자의 취향을 좀 헤아려주는 요상한 만화인거다. 그런데 저 만화가는 다른 추리 만화와의 차별화를 위해 저런 전략을 들이댄 거겠지만 저게 문명계의 보통인들, 특히 청소년들에겐 먹힐리가 없으니 그리 오래 연재하지 못하고 7권에서 완결난 게 아닐까나?싶다. 범인에 대한 연민을 과하게 들게 하는 만화 이렇게 인간에 대한 연민이 새삼스러운 게 아닌데 이 만화는 범인이 누구란 걸 처음부터 독자에게 알려주니 유달리 그 범인에 대한 연민이 과하게 발생되는 특징이 있더만. 독자는 만화 초반부터 범인이 누군지를 안다. 그런데 자기 삶의 이런 전제조건(?)을 알리없는 용의자는 자기가 살인을 한 게 아니라고 발뺌을 한다. 제 아무리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변명, 발뺌을 해댄들 창조주(?)인 만화가에 의해 이미 살인자로 설정됐고 그 사실이 독자들에게까지 알려졌으니 용의자는 저 개허접 범주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못한다. 자기가 온갖 용을 써가면서 그 어떤 개지랄을 한들 자기가 살인범으로 전락하고 마는 걸 막아내지 못하는 거로다. 용의자는 독자들도 알고 있는 이런 사실을 자기만 모르는 궁극의 무지상태니---이 세상에서 제일 애처로운 존재상태가 바로 저런 상태가 아닐까?싶다.---계속 저런 영양가없는 혼신의 병신짓을 하다가 빼도 박도 못하게 살인자로 드러날 수 밖에 없다. 정말 애처롭게 무기력한 상황의 인간이 정말로 애처롭게 추락하는 과정이 저 만화에 기술돼 있는 거로다.
이러니 유독 이 만화에선 범인에 대한 연민이 과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지 싶다. 문명계의 이 폭압적인 질서 속에서 버텨낸다고 자기들이 말라 비틀어지고 있다는 걸 못 느끼게 된 현대인들에 대한 연민, 갑갑함 등을 내가 어디다 발산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이깟 만화의 범인에게서도 그런 게 느껴지는 거로다. 그리고 범인이 살인자니 그런 연민이 더 세게 발생하는 건 당연한 거다. 엄청난 이익이 걸려 있었기에 살인을 한 걸텐데 그 이익획득은 커녕 인생 자체를 종칠 수 밖에 없게 됐으니까.(이거 워낙 병적 정신상태라 현실계와 상상계의 구분이 갈수록 희미해지는 건감???) 각설하고 띠발, 이 초라하고 모멸스런 중년 개백수 새끼의 뇌리에서, 정상적으로(?) 살고 있는 문명계의 인간들에 대한 연민같은 게 어쩜 만들어 질 수 있는지 정말 어이없도다.ㅋㅋㅋ 이건 중금속 가루가 훨~훨~ 날리는 허접 공장에서 일하는 허접 노동자가, 정장입고서 삐까 번쩍하는 에쿠스 모는 그 공장 사장을 측은히 여기는 것과 비슷한 정신질환 현상이다. 그래도, 이 정신질환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정신질환이라는 게 중요.ㅋㅋㅋ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외상후 쾌락 니르바나(PTPN)로 승화시켜낸 득도자답게 나는 이 상태가 정말로 미친 상태라는 걸 한시도 망각한 적이 없기에 늘 조심~조심~한다.ㅋㅋㅋ 병원장의 아내 살해사건 그런데 중요한 건 이 의사는 병원장, 즉 미래의 장인어른이 암에 걸렸고 1년 밖에 못 산다는 고급정보(?)를 가지고 있었기에 이 궁극의 도박에 뛰어들었단 거다. 만약에 이 정보를 저 동료의사도 알았다면 서로 저 딸과 결혼하기 위한 투쟁을 펼쳤지 싶다.ㅋㅋㅋ 어쨋든 그 고급정보가 맞았는지 이 의사는 결국 병원장이 된다. 월급쟁이 의사에서 종합병원 원장이 된거니 궁극의 신분상승을 이뤄낸거다.---삶은 늘 실존적 선택이 유발되는 도박판이라는 걸 누구보다 제대로 느끼는 사람 입장에서, 도박에서 승리를 일궈낸 저 의사양반에게 축하를.ㅋ---놀라운 건 이 의사가 결혼으로 얻고자 했던 게 단순한 '병원장 되기'가 아니라 그보다 더 순도높은 목표가 있었다는 거다. 그 순도 높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결국 아내까지도 살해하게 된다.(이 의사는 도박에서 승리했을 때 느껴지는 쾌락이 얼마나 짜릿한 것인지를 제대로 아는 진정한 도박꾼인거다.ㅋㅋㅋ)
저 장면이 내 인지체계를 엄청나게 자극했기에 이 글을 적게 된거다. "저 상황의 저 양반처럼 삶의 목표, 삶의 투지가 정말로 분명해져 보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 이 세상에 과연 몇이나 있을까?"라는 생각때문에 저 양반에게 경외심 비슷무리한 게 샘솟더구만.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었고... 싫든, 좋든 문명계를 초월하는 기분이 저런건데 저 정도의 강렬한 삶의 자세, 투지가 발현되고 있는 사람과 내 이익이 충돌하질 않아 저런 사람과 맞붙지 않아도 되는 이 상태에 안도감도 느껴지더만.ㅋㅋㅋ "생존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 모든 걸 걸어야 하고, 상대를 죽여야 내 이익이 생기는 상황이라면 고민하고 잣이고 할 거 없이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같은 순수자연계 의식이 열린 사람과 맞붙으면 누군가 한 사람은 필히 죽어 나갈 수 밖에 없다. 고로 저런 상황의 사람과 맞붙으면 상대방이나 나나 둘 중의 하나는 필히 죽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이렇게 평온하게(?) 처자빠져 있을 수 있다는 거 이게 궁극의 행복감인거다.ㅋㅋㅋ 극에서 극은 통하는 거라고 나는 삶의 포기의 최종귀결지인 자살을 통해, 저 의사 양반의 저 투철한 삶의 자세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치열하게 사는 법을 획득했다 보니 저 의사에게서 묘한 동질감(?)같은 게 느껴지는 거로다.ㅋㅋㅋ 그리고 어릴 적부터 삶을 포기하는 자세를 가졌던 놈이라 "내 피, 내 땀이 귀한 거면 남의 것 또한 마찬가지다"라는 인식이 과하게 무뎌진 적이 없기에, 저 의사 양반처럼 누구를 죽이는 것 같은 궁극의 포악 행위를 안 해도 내 삶이 별 탓없이 굴러간다는 것도 내 삶의 장점이고. 생계, 가족 부양 등등의 이유때문에 이미 저 계로 넘어갔거나 그 경계에서 갈등, 고뇌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중요한 건, 무뎌져야 할 때 무뎌져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자신의 도덕수준을 과신하면 결국 골로 갈 수 밖에 없는 게 인간의 삶이다. 도덕은 내같이 죽음을 늘 안고 살아 왔었던 인간 만이 기댈 수 있는 곳이지, 보통인은 절대로 기대면 안 되는 곳이다. 마무리 우히히, 이번 글은 꽤 짧게 끝냈다. 새끼, 철들었구만.ㅋㅋㅋ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