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으로 학습한 무기력 - 무저갱의 절망에 대응하는 기법
입력:2009-10-23 금 아마도 '학습된 무기력'이란 말은 들어 봤어도 '의도적으로 학습한 무기력'이란 말은 처음 듣는 거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의도적으로 학습한 무기력'이 뭔가를 이해하려면 '학습된 무기력'의 개념을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니 이 개념을 먼저 얘기해 보자. 학습된
무기력 짜잔, 학습된 무기력 실험의 핵심 얘기는 이제 나온다. 저 상황에 있는 쥐에게 도망갈 길을 열어 주고 전기충격을 주어도 저 쥐는 도망갈 시도를 하지 않는다. 자기가 아무리 발악을 해 봤자 도망갈 길이 없다는 사실이 이미 학습이 됐기에 도망갈 생각을 않고 계속 가만히 앉아서 전기충격을 받아 낸다. 이 쥐는 결국 전기충격에 의한 스트레스때문에 며칠지나면 죽고 만다. 굳이 실험실의 쥐가 아니더라도 살아가면서 그렇게 새빠지게 노력했는데도 자기가 기대한만큼 혹은 사회가 자신에게 요구하는 만큼의 과실이 떨어지지 않아 저런 상태와 비슷한 상태에 빠져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의도적으로 학습한 무기력 '의도적으로 학습한 무기력'이란 것은 조급한 희망성취에 눈이 멀어 상황판단을 제대로 못하고, 아직 때가 아닌데 의욕, 희망을 투입했다가 허무하게 절망의 힘만 더 키워주는 이런 뭣같은 상황이 초래되는 걸 방지키 위해 절망에게 적극적으로 절망으로 맞대응하는 기법을 일컫는다. 일종의 이열치열, 동종요법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감히' 간디의 비폭력저항 운동도 이 차원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데, 하여튼 손뼉도 양손으로 쳐야 소리가 나고 싸움도 비슷한 수준의 상대가 맞대응을 해야 싸움이 성립되듯이 절망이란 놈도 사람이 의욕, 희망을 안 내세우면 상대가 없는 격이 되니, 자기도 할 게 없어 조용해 질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 암환자 중에 아무리 암을 내쫓으려 해 봤자 안 내쫓아 지고, 내 쫓으려는 그 기대치에 안 채워지는 현실에 스트레스만 더 심해져 암은 더욱 더 악화되니, "암아, 너는 내 친구다"라는 생각으로 친구삼아 자연스럽게 암이랑 공존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환자가 있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도 해야 할거다. 어떻게 보면 의도적으로 학습한 무기력이라는 건 그 당사자가 정말 비루한 삶을 사는 거라는 걸 반증하는 태도겠지만, 이 비루한 현실은 현실이고, 과정을 중시할 수 있고, 이 지긋지긋한 절망을 방어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채택할만한 전술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싶다. 단, 절망을 앞세운 채로 비루한 현실에 대응하는 것이다 보니, 좋은 결과, 아니 결과 그 자체가 안 나올 수도 있기에 과정 그 자체를 중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한 이 대처법을 장기적으로 지탱해 낼 수 있는 사람이 적을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다행히 나는 어릴 적부터 "내게 희망은 없다"는 정확한 현실인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저 방법에 꽤 어울리는 사람이다.) 역시나 희망, 기대를 유보해도 삶을 지탱해 나갈 수 있는 공력을 갖춘 자만이 가능한 전술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공력이 나에겐 있다는 게 웃어야 할 일인지?, 울어야 할 일인지? 참 아리송하다. 내 삶은 이렇게 비루한 삶이란 것이란 걸 내 스스로가 이렇게 증명하고 있다.ㅋㅋㅋ 비록 글로서긴 하지만 가식, 위선, 허영의식을 떨쳐 낸 이런 글쓰기가 가능한 걸 보면 '나=멋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어쨋든 병신과(科) 장애인과(科) 사람의 삶이 원래 뭐 이 정도 수준밖에 안되는 것일테니, 감지덕지하면서 버텨내기는 버텨내야 한다. 버텨내면 지금보다는 좋은 느낌을 주는 날이 올테니 말이다~ , 내 경험에 의할 것 같으면 고통, 절망, 좌절, 우울, 무기력, 죽음의식은 버텨내는 것 자체가 거대한 성취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버텨내는 것 자체로 은은한 기쁨을 주니까 말이다. 아, 이러다가, 초절정의 매저키스트가 되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