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雖臥馬糞 此生可願)
입력:2009-09-21 월 雖(수): 비록,~할지라도 저 말은 아마도 신문에서 읽은 말이지 않나 싶은데, 사는 동안에 내 가슴에 못(?)을 박았었던 말 중의 하나다. 신문, 방송은 주로 정상인들을 위한 것이라 신문, 방송에선 주로 정상인들에게만 적용되는 상식만 나올 수 밖에 없기에 이렇게 병신, 장애인과(科)의 사람들은 신문, 방송에서도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자주 생기게 된다. 요즘에 매스컴에선 상당히 많이 나오는 얘기 중에 하나가 "걷기가 대단히 좋은 운동이니 걷기를 많이 하라"다. 내 삶의 조건이 병신같아서 나는 상처를 받아 온 사람의 입장에서 뭔가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할 수 밖에 없는데 다리 절뚝이는 사람, 휠체어 장애인같이 제대로 걷지 못하는 사람들은 저 뉴스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라는 생각이 든다. 대다수의 사람에겐 상식으로 적용되는 저게 자신에게는 상식이 아니라 상처로 와 닿는 상황에 있는 사람이, 열받고 분노가 폭발하는 저런 상황에 대한 방어책을 세워 놓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나는 저게 안 된다!!!"라는 현실에 분노에 파묻혀 죽거나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아, 저건 내가 너무나 잘 아는 감정이로다.ㅋㅋㅋ) 하여튼 병신, 장애인 계통의 사람들은 자신을 보호키 위한 비법아닌 비법을 세워 놓지 않으면 자기보다 우월한 곳에 위치해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저런 몰상식성 상식에 극도로 위축되어 결국에는 정신이 파괴되거나 하지 않을까 싶다.(이걸 막아 내려면 신앙밖에 없는 것 같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일뿐'이라는 말이 있지만 내 생각엔, 역사만 그런 게 아니라 상식 역시도 승리자, 있는 자들이 만들어 놓은 의식의 표준규범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속담 얘기로 윈위치한다. 저 말은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속담이라고 한다. 말뜻을 풀이하자면 "비록 말똥에 누워 있어도 이 삶을 원하겠다"이고 우리나라에서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쯤으로 해석되고 있더만. 쉽게 표현하자면 "사는게 아무리 괴로워도 죽는 것보단 낫다"는 말이다. 처음 이 속담을 들었을 때에 든 느낌은 위화감이었다. 역시나 나는 상처를 받아 온 사람인거다.ㅋㅋㅋ "나는 이렇게 절망 속에서 죽지 못해 살아 가는데 대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니~ 카~ 중국인들, 밥상빼고는 뭐든지 다 먹는 활기찬 백성들이라서 그런건가? 참 좋기도 하겠다~"싶었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나도 이 경지(?)에 오른 게 아닌가 싶어 흐뭇한 미소가 든다. 희망도 목표도 없지만 절망 속에서 어쨋든 버텨내기만 하면 이런 경지가 자연스레 오는 게 아닌가 싶다.ㅋㅋㅋ '此生'이 저승에 대한 반대말의 개념으로 이승을 뜻하는 건지 알 수 없는데, 만일 '此生'을 한자 그대로 풀어 쓸 수 있는 말이라면 '이 삶', 또는 '이 존재'라는 말도 되지 않을까 싶다.(사실, '이 존재'라면 '此在'가 되어야 할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희망은 없지만 어쨋든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살포시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지금의 나를 말하는 속담이 될 것 같다.ㅋㅋㅋ 이러니 아, 자살하지 않고 이 비루한 병신장애인 삶을 버텨 냈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젊었을 적에는 저 속담에도 상처를 받아 저 속담은 내게 위화감, 적대감을 불러 일으키는 말에 지나지 않았었지만 나이 든 지금은 감히 내같은 병신장애인도 저 개념에 대해 동질감으로 포용하고 있다. 정말 엄청나게 발전한 거다. 자살 안하고 이렇게 살아있는 것에 이렇게 은근한 차원에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는 정말 좋다. 아, 과거에는 부정적인 것들이 현재에는 긍정의 가치로 전환되는 이 기쁨~ 아, 정말 좋다. 존재하고 있다는 것의 희열, 보람, 쾌감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나? '사람이 태어나서 결국은 죽게 된다'는 자연질서에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건진 모르겠지만 만일 삶 그 자체에서 어떤 의미를 읽어 내면서 부정의 가치를 긍정의 가치로 만드는 거에 큰 의미가 있는 거라면 내같이 값지고 멋있는 삶을 산 사람이 또 없을 거라는 생각까지도 든다. 정말로 장족의 발전인거다. 이런 게 장족의 발전에 끼이지 않는다면 어떤 게 장족의 발족에 끼일 수 있을까나?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