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장애인 삶의 매력아닌 매력
입력:2009-10-21 수 병신 혹은 장애인의 삶하면 떠 오르는 건 비루함, 서러움, 불쌍함, 위축, 고립, 의존 이런 개념들이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지 몰라도 내 생각은 그렇다. 너무 적나라한 감이 없진 않지만 이건 내가 느껴온 솔직한 나의 감정이기에 이게 잘못됐으니 바꿔야 겠다는 생각같은 건 들지 않는다. 그런데, 저건 병신, 장애인이란 조건의 적용범위를 자신에게만 한정시켰을 때의 생각이고 적용범위를 주위로 확장하면 불행하게도 자신의 행복뿐만 아니라 주위사람의 행복까지도 방해하는 방해물 이라는 개념도 성립이 될 것 같다. 하여튼, 몸이라는 삶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 여건이 열등하다 보니 그 관계 범위를 확장하면 확장할 수록 그 열등함이 보완되는 경우는 없고 피해만 더욱 더 증대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니 타인에 대한 배려를 좀 할 줄 아는 장애인은 자기 세계에만 더욱 더 틀어 박힐 수 밖에 없지 싶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뻔뻔한 장애인은 당당히 밖으로 돌아다니려 할거고... 저건 자신들의 당연한 생존권이니 내가 뭐라고 할 그거는 아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맨처음 단락에서 말한 '고립'과 '의존' 이 둘은 대립적인 개념인데 같이 있으니 좀 이상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저기서 말한 고립은 어울려야 할 개체들로부터의 고립이고, 의존은 자립능력이 떨어지니 의존해선 안되는 개체로의 어쩔 수 없는 의존, 그러니까 가족, 시설 등에의 의존을 뜻하는 거다. 즉, 병신장애인은 어울려야 할 곳에는 고립으로, 독립해야 할 곳에는 의존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참으로 부조리한 삶을 뜻한다는 의미다. 그러니 저 두 개념이 같이 있다고 해서 말이 안되는 건 아닌거다. '장애=최고의 개성있는 삶'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긴 하지만, 저건 도저히 이성으로는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것에게 붙일 수 밖에 없는 당사자들의 반동형성형의 표현이지, 팔푼이가 아닌데도 저 표현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지 싶다.(그래도 저 표현은 후천적 장애인들이 "내 목숨을 대신해서 주님이 주신 귀한 삶"같은 신앙으로 이성을 누른채로 정말 후덜덜한 차원으로 이성과 지독시리도 괴리된 삶을 사는 사람들의 표현보다는 광기가 덜 느껴져서 다행이긴 하다.) 자고로, 개성이란 것은 자발적인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가 선택한 것에 붙일 수 있는 것이지 내가 아닌 타의에 의해, 더군다나 싫어하는 타의에 의해 규정지어진 것을 개성이라고 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매일 학교에서 깡패 부류의 학생들에게 돈 뜯기고 두드려 맞는 왕따 학생에게 "너는 참으로 개성있는 학창생활을 꾸려가는구나, 앞으로 그 개성을 더욱 더 살리도록 해라" 이럴 순 없다는 말이다. 일부러 두드려 맞고 돈뜯기는 개성을 선택하는 학생이 있을 수 없듯이 스스로, 병신, 장애인이 된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저건 자살자보다 더 못 미치는 수치이지 싶은데, 이런 식으로 따지고 보면 병신, 장애인은 죽음보다도 못할 수 있는 삶이란 말도 성립될 수 있을 것 같다. 정상인의 상식으로 보면, 낫기 힘든 병신, 장애인은 죽는 게 옳다고 본다. 삶의 질 차원에서도 그렇고 자신에게도 민폐, 가족에게도 민폐. 사회에도 민폐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은 너무 편하게 살면 복에 겨운 생각을 하게 되니 자신과 주변 사람에게 병신, 장애라는 인위적인 불편, 고통, 방해물을 줘서 교만을 억제해 준다는 차원이라면 병신, 장애인의 존재이유는 충분히 가치있다고 보긴 볼 수도 있을게다. 그런데 병신장애인인 새끼가 이런 얘길해도 되는건가 싶긴하다ㅋㅋㅋ 이 병신장애인 삶이 내 자신에게 너무나 가혹했기에 정상적인 방법으론 행복 같은 걸 못 느끼고, 절망을 통해 희망을, 죽음을 통해 삶을 느끼는 방법을 배워 올 수 밖에 없었듯이 이런 자기부정을 통해 자기긍정을 이끌어 내려고 이러는 게 아닐까 싶다. 좋게 생각하자.ㅋㅋㅋ 개 중에 자기가 개라는 걸 망각하고 개는 싫어하고 사람하고만 친하려는 웃기는 개새끼가 있다고 하던데, 내가 그런 경우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긴 든다ㅋㅋㅋ 어쨋든 이렇게 살다 보니, 병신장애인의 삶에도 묘한 매력이라는 게 있긴 있는 것 같다. 그 중에 하나가 결핍과 고립 속에서 살다 보니 정상인인척 할 수 있다는 거, 혹은 할 수 있었다는 거에 쾌감이 느껴진다는 어떤 묘한 게 있다. "정상인인척 할 수 있는 쾌감?" 푸하하~ 뭐 이런 쾌감이 있을까?싶지만 분명히 있다. 사실, 이런 게 있다는 게 나도 놀랍기도 하다. 신기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다리를 절뚝이는 사람이 밖에선 사람들의 시선이 거북하기만 하지만 차안에서 운전을 하는 동안에는 자신의 실체(?)를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정상인으로 취급(?)되기에 그때 무한한(?) 뿌듯함이 느껴지는 그런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아마도 온갖 열정을 다해 차를 튜닝하는 사람들의 심리도 바로 저런 게 아닌가 싶다. 궁극적으론, 비싼 차를 사서 자신을 과시하려는 욕구 자체도 마찬가지의 것일테고... 이런 생각이 든다. "보통사람이 평생을 살아봤자 안 자극적이면서 지속적으로 은은한 느낌을 주는 이런 요상스런 차원의 쾌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까나?"라는 생각. 그런데, "이건 내만 느끼는 특별한 쾌감이 아니고 정신박약이 아닌한 나이가 들면 개나 소나 당연히 느끼는 감정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잘 늙어가야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잘 못 늙어가면 이런 생각이 들지는 않으리라. 하여튼, 병신장애인 삶이 좋다고 남에게 권할 순 없지만 삶이 정말로 비루하기에 역설적으로, 혹은 이런 비루한 삶에 대한 저항, 반발의 의미로 이렇게 구석에 짱 박혀 있었던 은근한 쾌감이 발생하게 됐다는 건 정말 좋다. 이 비루한 삶의 수치스러움, 무기력함을 이게 뒤늦게라도 상쇄시켜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자살에 골인했었지 싶다. 그런데 이런 차원의 쾌감을 느끼는 감수성을 얻으려면 무저갱의 절망을 버텨내야 하기에 치뤄야 하는 대가가 너무 크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평소때에는 자기 가족이외의 생명에는 무관심하다가 암선고를 받고 나면 생명들의 가치를 새롭게 느끼게 되어 육식도 덜 하게 되고, 평소에는 그냥 바로 바로 죽이던 벌레도 잘 안 죽이게 되는 사람이 있는가 보던데,---아마도 항암치료로 입안이 완전히 헐게 되면서 음식을 제대로 못 먹으니 저런 생각이 드는 걸게다. 내 생각엔, 사람이 낙이 줄어들면 남, 세상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만 커질 수 밖에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단순히 생명가치로만 따지자면 저 암환자도 자신의 목숨을 암과 어느 정도 바꿨기에 저런 걸 느끼는 감수성을 얻은 것이라고 해야 할거기 때문이다. 물론, 당사자에게 그런 얘길하면 "이 양반아,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사람에게, 당신, 지금 말 장난하는 거야~ 뭐야!!!"이러면서 팔짝팔짝 뛸 게다. 그런데, 저 사람은 저렇게 화를 내면서 내게 말하는데도 나를 '당신'이라고 지칭했지 '병신장애인'이라고 지칭하지 않았다. 나를 병신장애인이라고 안 불러 준 것만해도 나는 고마운거다. 이게 바로 정상인인척 혹은 정상인 취급될 때 느껴지는 쾌감 중의 하나다. 아마도 정상인들은 이런 차원의 쾌감이 도저히 이해가 안될 것이다.(나만 그런 게 아니라 방향이 좀 다를 뿐이지, 사람마다 타인은 알기 힘든 이런 독특한 정신구조를 어느 정도는 다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병신장애인이 생존을 계속하려면 기준치를 최저치로 설정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러다 보면 이런 류의 쾌감을 느끼는 감수성이 갖춰 지는 게 아닌가 싶다. 기본적인 신체 조건이 열등한데 정상인들은 못 느낄 법한 이런 쾌감아닌 쾌감이라도 느낄 수 있어야만 삶이 살아가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 아니겠는가? 아마도, 이렇게 무저갱의 절망을 버텨내다 보면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는 적극성 생성기저도 상당히 파괴되기에---암환자에게 항암제를 투여하면 암세포뿐만 아니라 위점막 세포, 입안의 상피세포같이 성장속도가 빠른 정상세포도 같이 손상받는 것과 마찬가지의 경우라고 해야 겠다--- 생존을 최우선시하는 영악한 뇌는 그걸 보상받으려고 이런 미세한 차원에서의 쾌감을 느끼려고 부단한 노력을 할 수 밖에 없지 싶다. 나는 그 과정을 잘 거쳐온 것 같고...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이런 미세한 행복감은 장님은 눈 기능이 손상, 박탈됐으니 그걸 보상하는 차원에서 예민한 청각, 촉각 등을 얻게 되는 것과 비슷한 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예민한 청각, 촉각 등을 얻으려고 자발적으로 장님이 되는 사람이 없듯이 결국, 이런 미세한 차원의 쾌감을 느끼게 된 것도 자발적인 게 아니라, 좋은 자극, 나쁜 자극의 균형을 일정하게 유지키 위해, 혹은 살아 남기 위해 뇌가 하는 최후의 발악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내 식으로 표현하자면, 의식의 한구석에선 맨날 자살, 죽음에 관한 생각을 한다고 멍한 상태로 있다보니 뇌가 "이러면 큰일 나겠다"고 싶었기에 이런 미세한 차원의 쾌감을 느끼고 있는 거란 말이다. 아니면 이제 견딜만큼 견뎌냈다는 만족감, 충족감이 생겼고 그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서 이런 쾌감을 느끼고 있는 거던가. 이런 생각이 든다. "영원한 건 없다고 이런 은근한 쾌감이 사라지는 날이 혹시 오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병신, 당연히 오지.ㅋㅋㅋ) 그런 날이 오면 내 삶을 유지하는 거대한 주춧돌이 붕괴되는 셈이라 삶이 더욱 더 괴로워져 바로 자살에 돌입하게 되리라. 나는 아무런 생산적인 행위를 하질 않고 있으니 미래에 새로운 이득은 생겨날리가 없기에 이렇게 항상 걱정을 사서 하면서 내가 막을 수 있는 불행이라면 미리 막는 일에 열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리라. 그런데 이 정도의 미미한 차원에서 이런 기쁨을 느껴 봤기에 추가적인 신체 기능의 손상, 탈락이 아니라면, 그런 날이 오기는 좀 힘들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런 추가적인 신체 기능의 손상, 탈락이 아닌 한에는 다른 행복 대체물을 다시 찾아내게 될 것 같다는 말이다. 내가 무기력한 병신이라는 사실에 너무 고통을 당해 몸의 기능에 대해 이렇게 극도로 과민반응하고 있어 저런 생각을 하는 거겠지만 하여튼 신체 기능의 추가적인 손상, 탈락이 생기면 지금 느끼는 이런 은은한 행복감이 무너지리라는 건 분명하다.(일반적인 정상인 역시도 저기서 예외일 수 없는 거고.)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은, 안 그래도 이 치욕스러운 병신장애인 삶이 더욱 더 비루해지고 초라해 진다는 의미인데 병신장애인의 이 비루한 삶을 겨우 겨우 버텨내, 지금 겨우 이런 소극적인 행복을 맛 보고 있는 판국에 삶의 조건이 이런 식으로 더 악화되면 나는 바로 자살로 돌입할 확률이 99%는 더 될거라는 말이다. 내게는 이런 치욕, 모욕이 더 가중되는 삶을 버텨 낼 용기가 없다는 것을 내 자신이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이 비루한 삶이랑 부대끼면서 엄청나게 단련이 되긴 했지만 인간의 의식으론, 절대로 단련이 안 되는 부분도 있는데 그 부분이 건드려 진다는 의미다. 그때가 도래하면 삶이 종결되어 '지금의 나'라는 의식을 가진 존재가 사라질테니 좀 우울해지리라는 건 당연한 얘기겠지만, 내 삶에 대한 '궁극의 궁금증'(?)을 풀게 되는 궁극의 기쁨도 느끼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비루한 삶을 살다가 죽을 무렵이 되었을 때에도 지금 느끼고 있는 이 미묘한 긍정적 생각이 유지되어 "삶이 비루하긴 했었지만 그래도 가치는 있었다"라는 식의 긍정적 맘을 품고 죽게 될 것인지~, 아니면 "시발, 내가 이 병신장애인만 아니었었다면~"류의 회한같은 부정적 맘을 품고 죽게 될 것인지라는 할 일없는 인간이 전 생에에 걸쳐 가졌었던 궁극의 호기심에 대한 답을 비로소 찾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현재로선 정말 양보해서 보수적으로 점수를 매겨도 '좋은 맘:51%', '회환:49%'로 갈 확률이 대단히 높다는 게 너무 기분이 좋다.ㅋㅋㅋ 후하게 매기면 90%, 10%정도의 압도적인 우위이고... 이건 이 절망의 상황에서 자살을 하지 않고 내 의식을 이렇게 잘 보존, 잘 양육시켜 왔다는 의미인데, 남에게 정말 자랑하고 싶어 죽겠다. 그런데, 이런 건 남에게 자랑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혼자서만 자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보니 너무나 원통할 수 밖에. 니미!!! 왜 사회가 허용하는 우쭐거림은 재물, 외모, 학벌, 가족 이런 것뿐이란 말이더냐~ㅋㅋㅋ 자신의 죽음의 장면을 상상해보면서 이렇게 어떤 흡족함을 느낄 수 있는게 병신장애인 삶의 매력요소에 넣어도 되지 않을까?싶다. 아마도 내가 느끼는 이런 류의 기쁨은 저승입구까지 갔다고 착각하는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이 가지게 되는 그런 기쁨과 비슷한 게 아닌가 싶다.(링크: 죽음, 뇌에 대해 궁금하면 꼭 읽어봐야 할 책 - 임사체험) 내가 겪은 이 오랜 절망도 사실상 목숨줄을 놓고 있었던 거나 마찬가지였고, 교통사고등으로 죽음 직전의 상황을 겪은 임사체험자들이 경험한 그 현상도 목숨줄을 놓기 직전의 상황에서 펼쳐진 장면이니 이 둘은 비슷한 거라고 볼 수 있을거라는 말이다. 임사체험자가
겪는 죽음 경험보다 너무나 저급한 죽음 경험 좀 과장되게 말하면, 마취는 했는데, 마취가 작동이 안돼 맨정신으로 수술당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다른 사람은 잠시 한 번 잤다가 깨어나면 끝인 걸, 나는 수술하는 그 오랜 고통의 시간 동안 무기력하게 그 고통에 노출된채로 수술을 당하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었단 말이다.(내가 잘하는 '강제로 긍정하기'의 잣대로 들이대면 그래도 자기에게 이로운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수술이니 좋게 봐주려 한다면 좋게 봐줄 수는 있다) 물론, 임사체험자들은 교통사고, 심장마비같은 엄청난 사고를 겪고 그런 체험을 한 사람들이니 나중에 육체적 손상, 기능상실 같은 후유증이 남을 수 있을테지만 나는 늘 겪던 육체적 고통이라 육체적 후유증은 그들만큼 급격한 게 아님을 감안하면 그들과 나랑 누가 더 괴로운가?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는건지도. 결국, 내 만족치에는 절대 차지 않는 이런 비루한 병신장애인의 삶이긴 해도 "죽을 때 어떤 맘을 가지고 죽게 되냐"하는건 "이 삶에서 내가 정신상태로서 어떤 걸 뽑아낼 수 있느냐?"라는 나의 주관적 의지에 달려 있는 거라고 해야 할게다. 즉, 현실을 내 의지로 바꿀 순 없지만 거기에 대한 내 느낌은 내 의지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니미, 내가 이런 멋진 말을 하고 있구나.ㅋㅋㅋ) 풀어서 얘기하면, '나=병신장애인'이라는 가혹한 현실은 변하지 않는 거고, 내게는 병신장애인임을 인정하고 거부, 멸시당하고 동정받으면서 사회생활을 할 용기 역시 당연히 없으니 의식적으로라도 좋은 감정을 만들어 내는 게 내게 가장 남는 장사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는 말이다.
어쨋든 내가 선택한 생존방법이 요놈이니 과하게 욕심부리는 일 없이 감지덕지하면서 이 상황을 더 강력하게 버텨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홍세화씨가 애용한다던 그람시의 말 "이성으로는 힘들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는 격언을 곱씹으면서 말이다. 캬아, 절망 밖에 없었던 이 삶에서 지금은 이런 인생목표라도 존재한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줄 모른다. 그렇다고 "언제 죽게 될까?"라는 근원적 공포가 해결된 건 아니지만... 물론, "이 공포에서도 역시 즐거움을 뽑아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세상에는 자신에게 가르침을 주고자 하는 것이 너무 많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내처럼 삶의 본질적 차원에서 비루함, 절망을 느낀 사람일지라도 그 속에 숨어있는 오묘한 맛을 뽑아내게 되면 비루함 속에서도 나름 좋은 기분이 느껴질 수 있다는 거다. 저 말은, 다리가 하나 절단된 사람이 상식으로는 비루하고 비참한 장애인이지만 맘 먹기에 따라선 "두개가 안 잘리고 하나만 잘려서 다행이다"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면 두 다리가 멀쩡하던 시절보다 심적으로는 윤택해 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사람들이 간과하기 좀 쉬운 부분이기도 한데, 저건 그 혹독한 절망 상황에 무너지지 않고 버텨낸 자 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이자 성취지, 개나 소나 저런 호사, 성취를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다. 사실, 저렇게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엎질러진 물의 상황에 처해버리면 그 가혹한 변화가 주는 파괴적인 충격때문에 "이런 꼬락서니로 이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누..."라는 생각이 들 수 박에 없다. 각고의 고통을 통해 "그래도 한 개라도 남아 다행이다"라는 류의 긍정적 생각을 쟁취해내지 못하고 저런 냉정한 사실인식에 계속 고착돼 있으면 답은 하나 밖에 없다. 자살로 가는 길말고는. 그래서 난 저런 절망속에서도 긍정적 생각을 쟁취해내 생존을 계속 유지해가는 후천적 장애인같은 사람을 보면 존경스럽기도 하지만, 저 난관을 못 버텨내고 목숨을 끊은 사람도 떠 오르기에 "저 사람은 정말 독종 중의 독종이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되더만. 아마 이런 생각은 이 비루한 삶을 버텨내기 싫어 빨리 죽고 싶어하는 교만한 의식이, 지금 현재의 내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놈에게 말하는 내용이라고 해야 하리라. 자살시에 "이 비루한 삶이 이제야 종결되는구나~"라는 류의 흡족한 생각이 만일 느껴진다면(아, 얼마나 할 일없는 인간이면 이런 생각을 다 하고 있다냐?ㅋㅋㅋ) 그건 저 교만한 의식이 만들어 내는게 아닐까?싶다. 이건 평상시에는 억눌려 있었던 저 의식이 죽을 때에나마 비로소 당당하게 발현되는 거라고 볼 수도 있을텐데, 그렇다면 죽음이란 건 의식의 공평한 순환과정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아니면 저런 교만한 감정은 인간이 죽을 때에 좋은 감정으로 죽을 수 있게하기 위해 뇌가 마련해 놓은 최후의 비책이던가...) 카~ 어쨋든, 미세한 차원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게 무저갱의 절망을 버텨낸 뒤에 얻어진 묘한 힘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런 힘을 얻었다고 해서 나같은 병신장애인에게 사회적인 성취를 이끌어 낼 힘이 부여되는 건 아니지만 정말로 밋밋한 것에서 이런 밋밋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는 건 정말 감사해야 할 일이리라.
아, 자살 생각, 분노, 절망 뿐인 이런 삶에 이런 게 있으리라곤 정말 생각도 못했었는데... 엉엉, 미소와 함께 감동의 눈물이 글썽... 이 홈페이지를 채우기 위해 이런 절망관련 글을 쓴 게 만고 헛지랄이었던 것만은 아니라는 의미다.(우울인들에게 글쓰기를 권하는 정신과 의사들의 책이 좀 보이던데 이런 글쓰기를 통한 사고의 재정립 효과를 나만큼 강하게 느낀 사람도 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소극적으로 삶을 포기한 채 아무런 기대없이 삶에서 버티는 행위만 해왔었기에 이런 게 느껴지는거지 싶다. 즉, 특정 조건에 있는 사람일 경우, 삶을 사실상 포기하는 게 자신에게 득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인거다. 포기한 사람의 삶치곤 내 자신이 그렇게 심하지 망가지지 않았다는 게 감사하고 삶을 소극적으로 포기한 놈이 이런 글을 웹에다 올릴 수 있는 것도 감사할 뿐이다. 이렇게 내 환경과 내 의지가 고맙게 느껴진다. 이야기가 어쩌다가 이렇게 흘러왔지? 감이 잘 안 잡히는데... 어쨋거나 삶을 살아가는 이에게 중요한 건 지금 자신에게 다가온 좌절, 불편함이 자신의 좌절감당 능력의 범위 안에 있는건지? 밖에 있는건지?를 어느 정도로 가늠할 수 있나하는 것일게다. 기말고사를 잘 못 쳤다고 "아, 내 인생은 이제 끝났어~"라면서 "자살해야 겠다"라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아내와 이혼했다고, "아~ 내 인생은 이제 끝났어~"라면서 "이제 죽는 수 밖에 없구나"라는 사람도 있을 게다.(어느 정신과 의사의 말이 생각난다. "당신 인생이 끝난 게 아니라 결혼에 한 번 실패한 것일뿐이다") 그 반면에 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된 사람이 술먹고서 무면허 상태로 차를 몰다가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였는데도 "까짓거, 감방갔다가 오면 돼지~"라면서 여전히 낙천적 태도로 삶의 의욕을 불태우는 사람도 있을게다. 인간이란 이런거다. 사람에 따라 좌절감당 능력이 이렇게나 차이가 나는거다. 나는 "이 병을 감당할 능력이 내게는 없다"는 걸 꽤나 정확하게 인지했었었기에, 즉 내 자신의 좌절감당 능력에 대해 꽤나 정확한 판단을 하고서 내 삶을 소극적으로 포기한 거기에 내 나름으로 이런 소극적 의미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이런 요상스런 기쁨을 느끼고 있다고 한들 여기에 100%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도 아니란 걸 여전히 잘 알고 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다가 노숙자로 갓 전락한 사람이 처음에는 노숙자 생활이 무척 힘들어 그 생활에서 탈피하려는 생각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게 되면 그 생활에서 탈피할 생각을 하지 못하게 돼 평생 노숙자로 고착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내 상황도 저 경우와 별반 다른 게 아닐 수 있다는거다. 그런데 나는 '나=병신장애인'이라는, 삶에 너무나 치명적인 결함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행운아닌 행운을 누리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노숙자와는 다르다. 내가 병신장애인만 아니었으면 이런 비루한 상태로 존재했을 사람이 아니라는 걸 내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도 알기에 나는 내 나름으로 당당할 수 있다는 말이다.(쩝, 이런 얘길하는 것 자체가 내가 정말 상병신새끼라는 걸 반증하는 것일 수 있다는 걸 부정은 안하겠다.ㅋㅋㅋ) 하여튼, 내가 병신장애인이 아니었다면 살면서 이런 오묘한 매력은 결코 느낄 수 없었을게다. 이걸 기뻐해야 하는지? 슬퍼해야 하는지? 그건 좀 당혹스럽지만.ㅋㅋㅋ 이런 심각한 신체적 결함이 없으면서도, 나랑 비슷한 이런 비루한 삶에 꼬가 꿰여 버린 사람보다는 내가 100배, 1000배 이상은 당당할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재차 말하는 거지만, 이런 얘길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내가 정말 상병신 중의 상병신 새끼라는 걸 반증하는 것일 수 있다는 건 나는 부정않는다ㅋㅋㅋ) 그래서 이 맘에 안 드는 삶에 대처하고 있는 지금 나의 전략이 최선책은 아니더라도 차선책은 분명히 된다는 확신이 들 수 밖에 없는거리라. "내가 좀 더 열정를 가지고 이 삶에 대처한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을 수도 있을텐데..."라는 나름의 자책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나름의 소극적인 행복을 느끼면서 살 수 있는 이 차선책이나마 어디냐~"면서 현실해 감사해 하고 만족하는 생각이 좀 더 나은 저 생각을 내게 과분한 욕심으로 간주하고 억압시켜 놓은 상태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사람이 항상 최선책으로만 어떻게 살아가나? 만일 인간이 그렇게 설계된 존재라면 뇌 혹은 의식이 진작에 지쳐 소진되어 버리고 말았을텐데~"라는 변명도 널어 놓으면서 말이다. 이런 변명을 널어 놓고 있지만 내 관조 의식이 계속 시비를 건다. "계속 널럴하고 게으른 상태로 있고 싶어서 자신의 상황을 주구장창 합리화만 시키고 있는 이 병신새끼!!!"라는 자책 역시도 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결국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채 계속 이렇게 넑두리만 읊고 있는거다.ㅋㅋㅋ 어쨋든 이 넑두리의 소재가 다 떨어질 때까지 신나게 한 번 읊어 보는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