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직전(?)의 회상 - 눈물이 나도록 고마웠었던 담배 ②

입력:2009-08-30 일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는 평생 무기력에 둘러 쌓인 채 "언제 자살할까?" 혹은 "언제 자살하게 될까?"라는 생각으로 소극적인 차원에서 인생을 포기했었던 사람이라 뭘 해보겠다는 의지로 내 맘 혹은 육신을 한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움직여 본 적이 없었다는 거다. 그래서 내 생각이 담배가 주는 쾌락을 향해 저렇게 달려가는 와중에도 "이거 진짜 중증이네. 까딱하면 정말 골로 가겠구나"라는 자각으로 나를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이지 싶다.

가만 생각해 보면 "언제 자살할까?"는 젊었을 적에 젊음이 이 고통과 괴로움에 너무 괴로워 했었을 때 든 생각이었고 "언제 자살하게 될까?'는 나이가 들면서 젊음이 떨어져 나가고 고통과 괴로움에 꽤 익숙해지면서 들게 된 좀 원숙한 생각인 것 같다. 하여튼, 비루하고 불쌍한 인생이다. 젊음이 사라지니까 이런 기쁨이 생겨난다는 게... 젊음이란 게 병신장애인한텐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는 건데, 내게는 무의미하고 이런 사치스러운 게 내뿜는 거친 특성을 제어한다고 정말 생고생했으니 그런 것이리라. 덕분에 인내는 많이 길러진 것 같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러니 "웬만큼 안 좋은 일이 생겨도 이것도 견뎌냈는데 저걸 못 견뎌?"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ㅋㅋㅋ

하여튼 젊음이 떨어져 나가는 게 이렇게나 맘에 드는 거다. 젊었을 적에는 너무나 괴롭고 고통스럽고 자기 욕심이 충족되지가 않으니 젊음이 자살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가지게 했었다면, 나이가 들어선 젊음이 떨어져 나가고 원숙한 의식으로 교체되면서 "비루해도 이것도 내가 살아온 하나의 삶이 분명하다"라는 생각이 자살에 대한 소극적 의지를 가지게 한 게 아닌가 싶다.(살면서 내같이 나이듦의 미학과 젊음의 폐해, 부작용을 뼈저리게 느낀 사람도 잘 없으리라.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고 젊음의 폐해, 부작용이 워낙 컸었기에 나이듦의 미학도 이 차원으로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움직이지 않고 한 곳에 정체돼 있었다.
저 제목이 다른 사람의 의식과 내 의식의 차이를 가장 제대로 표현한거리라. 나는 평생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 본 적이 없이 어느 한 지점에 정체돼 있었기에(물론 겉으론 움직이는 척을 하긴 했었다.)어느 방향이든 어느 쪽으로 움직여야 했었던 사람들과는 달리, 이런 움직임이 주는 느낌을 당연시하다고 생각치 않고, 이 움직임을 기술하는 게 가능하지 싶다. 이게 돈되는 기능은 아니지만 자기성찰, 관조하기에는 정말 좋은 기능이다. 늘그막에 깨닫게 된 할일 없었던 인생의 매력아닌 매력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안 달릴 수 있었던 환경에도 감사하게 됐고...

자신의 힘으론 어찌해 볼 수 없는 열등함, 척박함때문에 정말 만사를 제쳐놓고 쉬고 싶은데도 주변의 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달려야 했었던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달려야 했었던 사람들은 그 달림이 도출해 낸 결과에 어느 정도로 만족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

다시 담배얘기로 원위치한다. 내가 담배를 이렇게 과잉으로 사랑했었던 건 병신장애인 주제에 담배를 피움으로써 정상인인척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병신장애인이란 수치감, 무기력, 분노, 절망, 공허라는 부정적 기운에 찌들어 있었던 뇌가 그런 불쾌한 느낌을 상쇄시키기 위해 담배피는 일을 더욱 더 과잉해서 반겼기에 그랬지 싶다.

명품에 환장하는 사람들의 심리도 나와 담배의 관계와 비슷하지 않을까? 담배를 양성평등의 도구로 느끼고 있는 흡연 페미녀들도 마찬가지고. 하여튼, 내같은 병신장애인뿐만이 아니라 과도한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가지게 되는 단점 중의 하나가 그 결핍에 대한 한이 사묻혀서 엉뚱한 쪽으로 그 반발작용이 작동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하면서 그 결핍된 느낌을 채우려 하니까 그게 사람이지 그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그게 사람이냐? 자폐증환자~, 기계지~라는 생각도 들긴 든다.ㅋ)

나는 주위에서 담배를 내처럼 이렇게 숭고한(?) 의미로 인식하는 사람은 한 번도 보질 못했다.(나도 필 때에는 단순 호감이었지, 지금같은 차원은 아니었다. 무저갱의 절망을 버텨내고 담배에 대해 생각을 해 보니 비로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부모 생전에는 부모에게 감사한 걸 모르다가 부모가 타계한 뒤에야 그 가치를 알게 된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하지 않나 싶다)

미래에는 그렇게 인식할 수 있을법한 사람 역시도 내 주위에서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그래도 TV에서는 딱 한 번 본 적 있다. 한 10년 전 쯤, KBS의 영상기록25시란 프로에서... 그런데, 기호품이라는 담배에 이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도 나처럼, 답으로 자살 밖에 나와 있지 않는 궁극적인 무기력에 상당히 근접해 있는 사람이리라. 나를 포함한 이런 사람들은 좋게 보면 담배라는 주변에서 정말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절망 대체재'를 발굴해 낸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도 해야 하리라.

그 프로에 어떤 집안이 나왔는데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 집안의 구성원은 이랬다. 폐지 수집을 하는 노부부와 3명의 아들. 이 아들 3명이 어릴 적에는 다 멀쩡했었는데 지금은 둘째만 정상이고(그래서 둘째 아들은 나가서 살고 있었음), 첫째는 유전병인지 20세를 넘어서면서 다리 근육에 힘이 빠져 엎드려 누워만 지내고, 셋째는 첫째처럼 그 병이 심하진 않아 행동에는 별 이상이 없는데, 병 기운이 뇌에도 끼쳐 사람이 서서히 좀 모자르게 되어 갔다.

셋째가 서서히 모자라져 가면서, 생활에서 웃음이 좀 헤퍼지고(내가 지금 감사함 과잉 상태인 것도 혹시나 저 세째 아들처럼 좀 모자라져 가는 단계가 아닌가?라고 덕분에 반문해 보게 되더구만ㅋㅋㅋ) 교회를 다니게 됐다 보니 별 생각없이 자기 부모에게 교회가자고 권유하는 장면이 좀 웃겼었다.

담배에 올인한 내 자신을 타인에게서 느끼다
저 프로에서 첫째 아들은 방에 엎드려 누워 양 팔꿈치로 상체를 받친 채 담배를 피더구만.(아직도 기억하는데 담배는 디스였다) 그 장면이 나왔을 때 내 뇌리를 때렸었던 생각은 "와~ 저 사람은 내가 담배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겠구나"였었다. 저 사람도 하체에 힘이 빠져 할 일이 없으니까 저 좁은 환경에 갇힌 채 유일한 소일거리로 저렇게 담배를 피고 있는 것일테고, 저런 환경에서 담배라도 피야지 아들의 울분, 분노가 어느 정도 중화가 되니 장애인인 아들이 저렇게 만병의 근원인 담배를 피는 걸 부모들도 터치를 안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저건 바로 내 얘기이기도 했다. "쟤가 담배라도 펴야지 살지"라는 생각에 우리 부모도 나에게 담배끊으라는 말은 못했으니 말이다.

아, 어쩜, 삶의 형태가 나와 저리도 유사할까? 정상인들만 상대한다고 삶의 구체적 차원에선 이런 류의 동질감을 거의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저 프로를 보면서 엄청난 동질감을 느꼈던 것 같다. 물론, 저 사람이나 나나 병때문에 상승욕구가 봉쇄돼 '할 일이 없다'라는 상황에 처해져 버렸고, 담배로 그 상황과 자신의 병에 대한 울분, 분노를 중화시키는 건 비슷하지만 나는 저 사람보단 훨씬 더 양호한 환경이란 건 부인못하겠다.

담배를 피는 사람 중에 골초는 엄청 많지만 담배가 자기에게 얼마나 사랑스럽고 감사한 존재였었나라는 개념으로 담배를 인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재차 말하지만, 내 주위에서는 그런 사람은 한 명도 보질 못했고 매스컴에서도 별로 보질 못했다.(저 프로만 가지고선 판단해보면, 저 첫째 아들 역시도 담배를 핀다는 것만 알 수 있지 내처럼 그 담배를 사랑스럽고 감사한 존재로 생각하는지는 안하는지는 알 수 없는 것이기까지 하다.)

내가 담배피던 시절에도 그랬었는데, 요즘같이 담배가 천인공노할 공공의 적으로 몰리고 있는 지금은 더 그렇다. 그리고 대다수의 금연자들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흡연자에게 "아직도 담배 피냐~ 이 의지약한 놈~"이라면서 우쭐거리기 쉽상이고... 나는 평생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얻어 지금 금연 중이지만 담배가 내게는 정말 엄청난 의미였었기에 흡연자에게 절대 저렇게 우쭐거리지 않는다.

담배를 신성화할 수 밖에 없도다
나는 병신장애인, 즉, 타인보다 열등한 개체기에 나보다 우등한 개체들에게 우쭐거려봤자 그건 병신지랄하는 행위이고 결국에는 내 얼굴에 똥칠하는 격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정확한 사실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도 한 이유겠지만(장애인 애를 둔 부모가 자기 애가 4살에 드디어 첫걸음을 뗏다고 정상아 애를 둔 부모에게 그 사실을 자랑한다는 것은 모자란 부모가 아니고선 할 수 없는 일인 것과 마찬가지다) 담배는 내게 있어 감히 내가 희화화할 수 있는 개체가 절대 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해야 겠다.

내가 만일 그렇게 한다면 그건 내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나눠 준 담배에 대한 엄청난 무례, 혹은 신성모독(?)을 가하는 행위가 되는거니까.

하이고야, 얼마나 비루한 삶이었으면 담배에게 이런 감정을 느낄까나??? 우액, 징그럽다. 징그러... 내가 담배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정말 지고지순한 사랑의 감정임에는 분명하지만, 이깟 담배라는 개체에 대해 이런 생각이 든다는 건 내가 생각해도 정말 어이 없다, 어이없어.ㅋㅋㅋ 하여튼, 이런 걸 보면 난 담배를 통해 고차원적인 종교경험을 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아, 불쌍해라... 담배에 대해 이런 감정을 가질 수도 있는건데, 이런 감정을 수용안하고 이렇게 거부하려는 경향까지 같이 갖고 있는 것 역시도 내가 너무나 소수자스러운 삶을 살아서 그런 걸 거다. 아니면 평생 안 움직이고 정체돼 있었기에 얻게된 관조가 야기시키는 과잉 반응이던가...

하여튼, 담배에 대한 사랑강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기가 있고, 대한민국에서 담배를 정말로 사랑했었다고 자부하는 사람 100명을 뽑는다고 하면 아마 나도 그 안에 들 수 있지 않을까?싶다. 내 생각엔 저 프로에 나왔었던 첫째 아들은 상황만으로 보면 한 50등 안에 들 수 있을 것 같고...(교도소에서 교도관한테서 담배 한 개피를 10만원에 사서 몰래 피는 수형자가 가지는 담배 사랑강도는 과연 어느 정도라고 봐야 할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다. 역시 할 일없는 인생ㅋ)

그런데 저 사람은 장애로 인해 입은 피해가 나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강도가 세니---내가 저 사람이 되어보지 못했으니 이런 판단이 한낮 헛소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긴 하겠지만 내 판단이 그리 틀리진 않으리라---장애가 주는 그 폭력적인 기운에 함몰되어 담배에 대한 감사함을 가질 심적인 여력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중병, 장애가 이래서 좆같은 거다. 장애가 선사하는 그 막강한 폭력성에 강타를 당한 개체는 자신의 생존문제라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의 2개의 단순 선택만 있는 그 좁디 좁은 본질 그 자체의 세계에만 함몰되어, 넓은 세계를 생각할 여유를 갖게 되기가 무척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생존문제에 직면해 삶이 이렇게 좆같이 느껴지고 있는데---사람마다 느끼는 생존문제가 다 다르겠지만 장애만큼 남녀노소 불문하고 불평부당하게 적용되는 생존문제는 잘 없다고 본다.---남들은 그런 것 없이 지엽적인 문제를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하고 있는 것 보면 분노, 박탈감 등등으로 인해 좋은 심성을 갖게 되기도 힘들다. 박탈감, 소외감의 결과물인 분노에 휘둘리게 되면 부처같은 사람이 아닌한 심성이 안 삐뚤어질 사람이 잘 없기 때문이다.

사고 안 치는데에는 병신, 장애인의 몸이 유리하다
재차 강조하는 거지만 중병, 장애가 이래서 좆같은 거다. 그런데 박탈감, 소외감을 사람에게 무조건적으로 안 좋은 것이라는 부정적 관점으로만 파악한다면, 성한 육체 상태에서 박탈감, 소외감을 느끼는 것보단 병신 육체에서 저것들을 느끼는 게 오히려 덜 해로울 수도 있을게다. 어떤 이유로 박탈감, 소외감으로 인한 분노를 느끼면 타인에 대한 공격성이 순간적으로든 지속적이로든 증대되기 마련일텐데---차를 주차해 놨는데, 자기 차만 누가 긁어 놨다면, 다른 차를 자기가 긁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게 정상적인 활동성이 있는 사람의 마음이지 싶다. 특히 젊은 남자는 더 그럴 것이다.---성한 육체의 사람이 자기는 잘 난 사람이기에 어느 정도의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고 충동성 조절까지 잘 안되는 사람이라면 타인에게 실제로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병신 육체의 사람은 몸이 병신이라 사고를 치고 싶어도 못 칠 뿐만 아니라 자기 육신이 정상인에 견줘 형편없으니, 살면서 충동을 억제하는 방법을 배워 올 수 밖에 없었기에 정상인은 좀 견디기 어려운 저런 분노도 나름으로 그냥 소화시키게 될 테니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외부로 표출하지 못한 화, 스트레스 등이 속으로 쌓여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 사람이 쌓아 놓은 방어능력에 따라 달라질게다.) 이래서 정상인의 상태로 저런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것보단 장애인의 상태로 느끼는 게 개인과 사회에게 양호할 수 있다는 말이다.

병신, 장애인에겐 이런 심오한 의미가 있는건지도
그래서 이런 생각도 든다. 병신, 장애인을 음양의 관점으로 보면, 음양의 법칙의 주관자가, "저 놈은 성한 육체를 가졌다면 틀림없이 대형사고를 칠 놈이란 걸 알고 그 피해를 막기 위해 저 인간을 병신, 장애인으로 만들어 저 인간으로 인해 세상이 입을 피해가 덜하도록 미리 조치를 취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

고시원에 불을 질러, 빠져 나오는 사람에게 족족 칼질을 해댄 고시원 살해범의 경우,(2008년 10월에 발생) 저 놈은 음양의 법칙을 적용시킬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뛰어난 양의 기운을 가진 양의 개체라 장애인으로도 만들지 못했기에 저런 사고가 터진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말이다.

아니면, 저 고시원 살해범에게 살해된 무고한 시민 중에 미래에 미증유의 살인범으로 변할 잠재적 살인범이 있었기에 그 잠재적 살인범이 실제 살인범으로 탄생되는 것을 막으려고 저 고시원 살인범같은 희대의 놈을 등장시키는 초극단의 방법을 동원해 그 잠재적 살인범을 죽인 것일 수도 있을게다.(피해자 중에 여자가 많았다고 하니, 미증유의 잠재적인 살인범을 낳을 어머니가 될 사람을 죽인 것이거나.) 아, 할 일없는 병신장애인이 이런 상상력을 펼치면 한도 끝도 없기에 머리가 아프다.ㅋㅋㅋ 음양의 관점으로 바라 본 장애인 얘기는 여기서 그만...

음양(?) 관련 장애인 얘기는 그만하고, 정상적인(?) 장애인 얘기로 돌아온다. 이 글에서 내가 피력하고 있는 사실적인 장애인 기술(記述)에 대해 "당신은 당신을 병신장애인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장애에 대해 지나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장애란 게 알고보면 당신 생각처럼 그렇게 나쁜 게 아니다"고 말할 사람이 없진 않을 게다. 그럼, 나는 이렇게 반문하겠다. "오호~ 그런 말 하는 당신은 정말 그릇이 거대하신 분이거나 자신이 장애인 혹은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어 그로 인해 부가되는 거대한 불만, 억압 등을 정말로 세게 억누르고 있는 엄청난 자기 기만자, 이 둘 중의 하나일 거요."라고...

그런데 이 내용을 두드리고 있으니 저 첫째 아들이 지금은 어떻게 지낼려나? 궁금해진다.(내보다 처지가 안 좋다고 판단되는 사람의 삶을 떠올려 정신적 자위행위를 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인간적인 관심의 발로일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아직도 살아는 있을라나?라는 생각도 들고... 저 사람은 하체에 힘이 안 들어가니 자살하고 싶어도 스스로 어딜가서 자살도 못할 사람일텐데...

이렇게 자살을 스스로 할 육체적 조건이 못 갖춰져 타인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건 정말 비참한 일이 아닌가 싶다. "굳이 자살 뿐만이 아니고 똥오줌을 스스로 못 가리는 장애인들도 적지 않은데 타인의 힘을 빌려 자살하는 게 뭐 대수냐?"라고 내게 항의하면 할 말이 없긴 없지만 말이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에게 한 번 물어보고 싶네. "삶이 얼마나 고달프셨으면 감정이 말라 그렇게 기계같은 사람이 되셨어요?"라고...

저 사람이 만일 자살을 했다면 집에서 자살을 했을까? 아니면 외부에서 자살을 했을까? 외부에서 자살했다면 삶의 최종 목적을 이루기 위해 체력을 기른 뒤에 자살했었을까나? 아니면 타인의 힘을 빌려 자살했을까나?

'카스바의 여인'을 부른 가수 윤희상씨도 교통사고로 반신불수가 되고나서 자살하려 했었지만 반신불수라서 스스로 자살할 형편도 못되니 스스로 자살할 힘을 기르기 위해 죽을 각오로 재활훈련을 했다고 한다.(은유적 표현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죽을 각오다. 세상에나~ 은유가 아닌 '죽을 각오'란 게 가능하구나 싶어 어안이 벙벙했었다.)

저 양반은 '카스바의 여인'으로 오랜 무명시절에서 벗어나 대박을 터뜨리던 무렵에 저런 사고가 터졌으니 얼마나 원통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내 가슴이 왠걸 쓰리다. 나는 할 일없음, 병신장애인이라는 조건을 2가지 갖추고 있어 그런지 이런 류의 공감은 정말 잘 하는 편이다.(할 일 없다고 다 병신장애인게 아니고, 병신장애인이라 할 일없는 상태일 확률이 높을테니 "할 일없음 보단 병신장애인이기에 저런 공감을 잘 하게 됐다"라고 하는 게 더 옳은 표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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