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수술 - 그때 느꼈던 고통을 지금도 느낄 수 있다면
입력:2010-10-19 화 대략 15년 전 쯤 가을이다. 지리산 근처에 놀러 갔다가 농가형 민박집에 숙박했을 때다. 방바닥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항문에서 혓바닥이 나온 것 마냥 뭐가 쑥~ 내려져 나와 있는 느낌이 났다. 왜 그런진 모르지만, 인간의 몸은 웃을 때에, 기침할 때에 항문이 조여진다. 이러니 웃을 때, 기침할 때마다 항문에 뭐가 쑥~나와 있던 부분이 눌려지니 실생활에서 꽤 불쾌한 느낌이 들었었다. 며칠있다가 자동으로 들어갔다. 오래전 얘기라 어떻게 들어갔는지 기억은 안 난다. 지금보다 15년이나 젊었던 때니 지금과는 달리 몸에 별 관심이 없었으니 기억할리가 없지~ 별 탈 없이 들어갔다는 게 중요한 거다. 나은 게 아니고 저때부터 치질이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5년 전 쯤 겨울이다. 냉방에서 의자에 양반다리로 앉아 컴퓨터를 치고 있었는데 항문에서 또 뭔가가 쑤욱~ 나와 있는 느낌이다. 의자에 정상적인 자세로 안 앉아 있고 양반다리로 앉아 있어 그런 것 같았다.---양반다리를 하면 항문이 찬 바닥에 닿는 부위가 늘어나니까.--- 항문조으기 운동이라고 하나? 이렇게 의도적으로 열심히 올리는(?) 운동을 하다 보니 며칠 뒤에 쏘옥~ 들어갔다. 기뻤다ㅋㅋㅋ(15년전에는 쑥~ 나왔던 게 어떻게 들어갔는지 기억 안나지만 5년전 거는 이렇게 기억난다. 10년 늙음의 미덕인가? 할 일이 없어진 자의 당연한 기억인가?) 작년도 봄 즉 2009년도 봄이다. 똥누고 나면 뭔가가 항문에서 쏘옥 나와 있는 현상이 발생했다. 휴지로 똥닦으려 하면 그 밀려나온 게 휴지랑 접촉되는 그 느낌이 너무나 불쾌해서 똥 누고서 바로 똥 못을 못 닦았다. 항문에 열심히 힘주면서 그걸(?) 올리는 운동을 5분 정도 한 뒤에 원위치됐기에, 그 때 닦았었다. 이러다 보면 바닥에는 항문에서 나온 누런 액체가 몇 방울 떨어져 있었다. 똥눌 때 똥이 잘 배출되도록 직장 쪽에서 배출하는 윤활 목적의 액체리라.(자연은 정말 경탄스럽다~) 코를 바닥에 대고 저 액체의 냄새를 맡아 보면 똥냄새는 아니지만 꽤 고약한 냄새가 났다. 그러다가 몇달이 지나니, 5분 정도만 용쓰면 들어가던게 그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리게 되었고, 결국에는 자동으로는(?) 안 들어가고 외부에서 물리적인 힘을 가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손으로 밀어 넣어야 하는 단계로 왔다는 말이다. 강제적으로 손으로 밀어 넣어줘야 했으니---나는 휴지로 똥닦으면서 밀었다.---10분 동안 용쓰면서 들어가게 할 필요가 없는, 나름 편한 상황이 오기도 한 거더라. 이 기분 참 묘했다. 증상은 분명히 악화된 건데, 오히려 이전보다 편해지는 요소도 있다는 게.ㅋㅋㅋ 바닥에 항문액이 떨어지는 불편함도 사라졌다. 증상은 분명히 악화됐는데 상황은 분명히 좋아졌다. 어쨋든 지낼만 했다. 신기한 건, 항문에서 밀려져 나온 부분을 밀어 넣으려고 생애 최초로 그 부분을 휴지로 접촉했었을 때에는 그 느낌이 꽤 불쾌했었는데, 그 뒤로 그렇게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처음 때의 그런 불쾌함은 사라지고 그냥 그럴려니 하는 느낌이 되더라. 밀려 나온 부분이 외부의 자극에 익숙해 졌다고 봐야 할 게다. 이러다 보니, 생각이 항문섹스로 확장이 되더라.(다시 말하지만, 나는 할 일 없는 놈이다.) 항문섹스도 대주는 쪽이 처음에는 대단히 불쾌하고 아프겠지만---삽입하는 자의 입장에서만 보면, 삽입자가 이기적인 면이 강하고 가학성까지 은근히 있는 사람이라면, 보지에 삽입하는 것보다 항문으로의 삽입을 더 좋아할 것 같다.---익숙해지면 그 불쾌감과 고통이 사라질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란 말이다. 여자가 보지로 하는 정상적인 섹스도 처음엔 이런 불쾌하고, 고통스런 적응의 과정을 거쳤다가 쾌감을 느끼는 감각이 개화되는 것이 아니던가? 남자는 여자와 달리, 생애 처음의 자위를 통해서도 바로 성적인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구조고. 세상은
고통을 건설적으로 승화시켜 낸 놈만이 존재가능하다. 암컷 중에 숫컷들의 저런 좆들이댐을 귀찮고, 짜증나고, 심지어는 고통스럽게 느끼는 개체들도 있었을 게다.---이건 지금 현재도 마찬가지 일 거다. 결혼해서 이걸 깨달은 여가 있다면 그건 그 사람에게 최대의 불행일테고. 참, 역설도 이런 역설이 없다. 평소에 보지를 남자의 좆을 받아들이는 목적으로 쓰지 않았던 여자라면, 결혼 하기 전에 자신의 보지의 적성을 어떻게 알수 있겠는가?---자신이 암컷으로 존재하는 한 피할 수 없는 숫컷들의 저런 좆들이댐의 고통을 쾌락으로 승화시킨 암컷들만 살아 남아 서로간의 생식본능을 충족시키고 쾌감까지 느끼도록 진화돼 왔다고 봐야.(애무같은 신체 접촉 역시도 마찬가지다.) 결국, 지금 현존하는 생명체들은 진화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변화를 거부하지 않고 건설적으로 수용했었던 것들만 살아남았다고 해야 할 듯. 인간은 동물 중에서 변화 수용능력이 가장 우수했기에 진화의 경쟁에서 1등 자리를 차지했다고 봐야 할 테고. 결국, 암수의 결합으로 종족을 번식하는 방식을 채택해온 생명체 중에서 암컷은, 나와 마찬가지로 극에서 극을 뚫어낸 개체라는 말이 성립될상 싶다. 무저갱의 절망에서 희망을 읽어내고, 죽음, 자살의식에서 삶의 의미를 읽어 낸 게.---내 자랑이지만, 이건 아무나 가능한 게 아니다. 역시나 삶에서 행복을 느끼는 정도가 예전보다 높아지니 사람이 보다 뻔뻔해진다. 처음부터 이렇게 뻔뻔했었던 보통의 인간의 마음에는 자기성찰이라는, 뻔뻔함과 대칭되는 성격의 것이 들어설 공간이 별로 없을 수 밖에 없을듯.---나 만큼이나 진화상의 근본 법칙을 잘 지켜낸 사람이 또 없다라는 말도 성립될 게다.
본론으로 원위치한다. 여름이 되니 항문이 무지 가렵기 시작했다. 앉아 있기가 좀 힘들었다. 아, 항문소양증이란 거구나 싶었다. 술을 좀 많이 마시거나, 과식하면 똥눌 때 항문에서 피가 나긴 했었지만, 견딜만 했었는데 이 상황에 큰 변화가 온 거다. 치질이 원인인지, 항문소양증이 따로 발생한건진 모르겠지만 날이 선선하면 병원에 가봐야 겠구나 싶었다. 의사들이야 뭐, 1년내내 수입의 급격한 변동없이 먹고 살아야 하니 어떤 수술이든 여름철에 수술해도 상관없다고 매스컴에 나와 떠들지만, 저 말을 곧이 곧대로 듣는다면 자기가 병신인증 하는 거 아니겠는가? 내가 사는 도시에서 제일 유명한 치질전문 병원은 **병원같았다. 치질 관련 최신 수술기법에 관한 서울발 뉴스에서도 비수도권 병원 중에서 유일하게 언급되는 병원이니까. 그런데 그런 최신 수술법은 이건희급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거지, 나같은 개백수 새끼에겐 해당안되는 얘기니 패스해야 마땅하다. 자신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에 안 맞는 생각, 바람을 가지게 되면 자신만 비참하고 괴로워지는 법이니까.(지레짐작의 일종의 자포자기일런지도?) 꿈, 행복같은 건 발이 땅에 닿아 있어야만 현실성을 띄는 것 아니겠는가? 혹시나 싶어 그 병원의 게시판에 질문해 봤다. 의사가 2박3일 입원비는 최하15만원이라는 답변을 달아 주더라. "오잉? 보통 30만원 이상이던데, 병원도 대량매출이 적용돼 이렇게 싼 건가?" 집하고는 엄청 멀지만 저 병원에 갈까?고민했다. 고민하다가 전화로 물어보니 2박3일 기준 최하 32만원 정도라고 여자가 대답한다. 무통 비용은 따로 지불해야 하고... 무통 비용을 추가하면 30만원 후반대가 된다는 의미다. 우씨... 추가경비는 쏙 빼 놓고 얘기하는 여행사의 낚시성 광고도 아닌데, 의사가 저런 답변하면 쓰나?싶어 저 병원은 포기. 실은, 너무나 먼 거리라 포기... 집에서 가까운 항문전문 외과에 전화 해 보니, 놀랍게도 모든 병실이 1인실이고 입원비도 다른 병원과 동일한 곳이 있었다. 더 이상 생각하고 잣이고도 없이 이 병원으로 낙찰했다~ 날 잡아 그 병원에 진찰받으러 갔다. 병원 홈페이지의 사진대로 의사 인상이 좀 괴팍했다. 인상이 초빼이같은 분위기.---음주 횟수로만 보면 나도 사실상 초빼이인데, 초빼이가 초빼이를 이렇게 까도 되는 건가? 병신이면서 장애인을 까는데 못 깔 것도 없지, 움하하하~---병원 홈페이지의 의사 소개 사진에 왜 좋은 사진 다 놔두고 이런 굳은 인상의 사진을 썼을까? 좀 궁금했었는데 직접 보니, 사람 자체가 서비스 마인드는 별로 없고 "나~ 의사입네"하는 이런 권위적 스타일이라는 느낌이다. 배가 많이 부른 사람이라는 말이다. 진찰실시 너무나 허접하게 보이는 진료대 위에 올라가서 옆으로 눕고 바지를 내렸다. 쪽 팔린다. 그런데 웃기는 건, 항문 내시경 이런 것도 없이(이런 기구 자체가 없는 것 같다) 손가락을 내 항문에 넣는 것도 아니고, 대는 척만 하고선 진단끝났다면서 치핵이 3개있다고 하는 거였다. 아무리 둔한 사람이라도, 자기 엉덩이에 손가락이 들어왔는지 안 들어 왔는지를 인지못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이 양반에겐 내 외관에서 이렇게 엉터리로 해도 통하리라는 신호를 얻었을 정도로, 내가 그리 어리숙하고 바보같이 보인 모양이다. 어라라? 번개불에 콩 구워먹는 것도 아니고 "아, 이 의사, 진짜 게으른 인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내 뇌리를 때렸다. 인상으로 봐선, 내방객이 여자라면 안 봐도 될 가벼운 증상도 항문을 봐야한다면서 옷을 내리라고 할 법한 사람이겠던데... 내가 항문과 의사라도 저랬을 것 같다. 사람들에겐 일상의 지루함, 단조로움을 탈피할 이런 자극이 필요한 법이니까. 그런 자극을 얼마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어떤 방법으로 얻는냐?가 그 인생의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거고. 남자가 남자의 항문을 보고 그 안에 손가락 넣는 거 결코 유쾌한 기분은 아닐 거라는 거 그 맘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의사가 이러면 쓰나? 지금 생각해 보면 "옛날에 요도염 걸렸을 때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회음부를 긁어주던 비뇨기과 의사가 고마운 거였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의 장점이다. 안 좋은 걸 경험해야만 예전에 "그냥 그럴려니"라고만 느꼈었던 게 실은 고마워 해야 할 일이라는 자각을 하니까. 불현듯, 이런 생각도 든다. 게이중에 정말로 변태끼가 강한 게이는 타인의 항문에 묘햔 취미를 느껴 항문 전문의가 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너무나 병신같은 생각인가? 이런 차원의 얘기는 절대로 표면으로 등장 못하기에 인지를 할 수 없는것 뿐이지, 실제로 안 그렇다고 그 누구도 장담못하는 거다.(이런 얘길 하고 있는 나를 너무 병신으로 몰려 하지 마라. 당신이 자신의 변태성을 그리 못 느낀다고 당신의 비변태성에 대해 너무 과신하지도 말고.) 진찰같지도 않은 진찰 끝나고, 의사와 나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의사가 재발은 절대 없고 급하면 지금 당장 수술도 가능하단다.---지금 당장 수술에 가능하다고 한 걸 보면, 장사가 잘 되는 병원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이런 배부를 자세를 가지고 있다니... 개인병원의 원장 의사라는 신분이 누릴 수 있는 특권, 배부름이려나?---난 그 사기발 진찰에 워낙 어이가 없어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다 있지?'라는 생각에 눈을 아래로 깔고 꽁~한 표정을 짓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사람 앞에서 이렇게 명시적으로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잘 없는데... 의사도 손님놓치겠다는 위기감이 이제사 발동했는지, 나를 일으켜 세우고선 옆에 있는 초음파 수술기기 홍보 사진 앞에 데려가서, 이걸로 치질부위를 어쩌고 저쩌고한다는 손님붙잡기 작전을 펼쳤다. 처음부터 이런 성의를 보일 것이지, 아무리 의사라고 한들 기술과 서비스를 파는 장사꾼에 지나지 않는건데, 이렇게 게으른 태도를 가져서야... 하기야 일반 장사꾼이 아닌 의사라는 고급 장사꾼이니 그럴 수 있는 것인지도. 이 의사도 진짜 뱃돼지 처부른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게으른 태도를 가진 게, 어떻게 보면 나랑 비슷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 양반이 배부른 자만이 보일 수 있는 저런 게으름을 환자에게 드러내는 거나, 나는 삶 자체에다가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그냥 이렇게 처자빠진 채로 지금의 행복감을 음미하겠어~"라는 정말 뱃돼지 처부른 게으름으로 이런 비루한 삶에 대응을 하는 것이나 별반 다르지 않는 것일테니까. 푸하하~ 생각 자체가 불가능한 그런 무저갱의 절망을 딛고, 내가 이런 경지로 올라 왔다는 게 너무나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 못 미더웠지만, 1인실 이것 하나때문에 사흘 뒤에 수술하기로 했다. 의사에게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나가면서 갈등 좀 했다. "진찰비 안 내고, 그냥 가버릴까? 만일 도망가면 무슨 죄목이 될까? 진료비 안 내고 도망갔다고 고소가 들어오면, 경찰에게 항문경은 커녕 손가락도 안 넣고 대는 척을 해 그게 미워서 그랬다고 하면 나름 정상 참작이 되지 않을까? 의사가 고작 이 금액가지고 귀찮게 고발이라는 무리수를 둘까?" 등등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어쨋거나 동일한 가격에 1인실이란 매력에 너무 꽂혀 버렸기에 안토끼고 병원비를 지불하기로 했다. 병원비 8000원내면서 카운터 여직원에게 물어봤다. "진단을 한 것 같지도 않던데, 어떻게 그런 진단이 나오죠?"(의사에게 물어봐야 할 걸 못 묻고, 수납 여직원에게 묻고 있다. 병신새끼가 괜히 병신새끼겠나?) 여직원 왈"전문가니까 그냥 척보는 것 같아도 다 아시는 거다." 역시나 들으나 마나한 답변이다. 싸우려는 것도 아닌데 "내 똥꼬에 손가락 자체가 안 들어왔는데 어떻게 알 수 있어요?"라고 따질 수도 없는 일이다. 1인실이라는 것 하나만 믿고 이 병원에 입원하기로 했다. 1인실이 주는 '금전적 이익, 편안함'이라는 긍정적 요소가 '게으른 의사'라는 부정적 요소를 제압해 버렸다는 말이 되겠다. 이 근시안적이고 단세포스러운 선택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까나? 기대 반, 두려움 반. 사실, 이 선택이, 장날에만 오는 밑도 끝도 없는 뜨내기 상인에게서 고가의 물건을 사는 것 같은 어리석은 선택인 건 아니다. 저 병원은 집 근처에 나름 오래 있었던 병원이니 최선의 선택은 못 되더라도---물론 최선의 선택은 먼 거리긴 하지만 치질수술로 유명한 그 병원으로 가는 것이다.---나름 근거있는 선택이 될 수 있는 거다. 그리고 게으름이란 것은 자신, 능력이 있기 때문에 게으를 수도 있는 것이라, 좋게 보면 좋게 볼 수도 있는 거다. 능력도 없는 새끼가 주제파악 못하고 게으름을 부리다가 자신과 주위에게 피해만 끼치는 되는 경우가 많아, 게으름의 긍정적 의미가 희석되고 있을 뿐이지. 수술날 간호사가 관장실시! 평생 처음 해 보는 관장이다. 관장이란 게 이런 거구나. 올 때 똥누고 왔기에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지만 어쨋든 했다. 좀 있으니 변이가 느껴진다. 화장실에 직행. 항문에서 뭔가가 폭발해 나올 것 같을 정도로 그 느낌은 정말 컸었지만 애개개~ 엄지손가락 분량의 변이 나왔다. 나올 똥이 없는데 용쓰다 보니 밀려나온 치핵때문인지 휴지에 피가 묻는다. 수술 할 때 좀 쪽팔리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 안 해도 될텐데... 수술실 좀 있으니 그 게으른 의사가 아니라 그 의사보다 좀 젊어 보이는 사람이 녹색 가운을 입고 들어왔다. 어라라? 뭐이래? 치질수술 기술을 전수받는 견습 의사인가? 그렇다면 저 게으른 의사가 실력이 있는 의사라는 말이 되는 건가? 상담의사 따로 있고, 수술하는 의사 따로 있나? 의사 2사람을 둘 수 있을 정도로 이 병원이 장사가 그리 잘 되나? 저런 신참 의사에게 수술받아도 되나? 수술안 받을랍니다하고 그냥 일어나야 하는 게 아닐까? 여러 생각이 맴돌았다. 그럴 배짱, 용기가 없어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손목에 손목시계형 혈압계를 찬다.(왜 팔목에 안하고 손목에 찰까 싶었는데, 수술하는 동안에도 혈압을 확인하기 위한 거더라) 다른 병원은 심전도 검사도 하는 것 같더만 여긴 혈압검사 뿐이다. 이런 과정이 없어 병원비가 절약된다면야 나는 좋긴 하지만, 실제로 절약되는지 아닌지 내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왼팔에 링겔 바늘을 꽂는데 간호사가 2번째 시도만에 성공했다. 처음 실패했을 때 "죄송합니다"이런다. 이 얘기 안 했으면 실패한건지 안한건지 몰랐을텐데... 좀 있다가 또 "죄송합니다"이런다. 또 실패했나?싶어 이번에는 화가 나려 했는데 두 번째의 죄송합니다는 바늘을 장착성공하고서 처음 실패를 재차 미안해하는 사과였었나 보다. 자기는 보다 예의를 갖춘단 차원에서 그랬겠지만 이래서 사과를 여러 번 하는 게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닌 거다. 예의를 갖추려고 한거라면 시기를 정확하게 맞춰야 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이 간호사는 그 시기를 못 맞춘 게 되는 거다. 수술받는 환자는 긴장할 수 밖에 없으니 저런 사소한 거에도 예민반응할 수 밖에 없는데, 적절한 때를 정확하게 못 맞추고 2번 사과하다가는 그 사과가 아니한만도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내가 화잘내는 사람이라면 저 2번째 죄송합니다 말을 듣고 또 실패했다고 오해를 해서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2번째 시도에서 성공하고서 굳이 할 필요도 없는 "죄송합니다"라고 한 게, 안 하니만 못한 결과를 낸거다. 물론, 세상에는 별의별 희한한 양아치 새끼들이 많으니, 실수를 했는데도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1번 밖에 안했다고 성깔 부리는 사람도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런 새끼들을 상대해야 하는 직종의 사람들은 각오를 단단히 하지 않고선 버텨내기 힘들 것같다.ㅋㅋㅋ(엄격하게 따지고 들어가면 삶에서 그런 각오 안하고 사는 게 병신인 거니, 새삼 각오 운운 거릴 필요가 없긴 하다. 넓은 관점에선, 이 놈 삶이나 저 놈 삶이나 요 놈 삶이나 궁극적으론 같은 거 인거다.) 이런 생각이 든다. 수술실이 아닌데도 수술실의 환자처럼 평생 저렇게 긴장한 채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자기가 긴장한 상태로 존재한다는 게 자신의 불행의 근본 원인인데, 그걸 모르고 내게 이런 불행을 느끼게 하는 세상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거라는 말이다.(링크: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버리는 유머3개) 푸하하~ 나는 저런 상병신 중의 상병신같은 의식 상태에서 진작에 탈피한 사람이라는 게 너무나 기분 좋다. 내가 봤을 때에는 저 상태에 고착돼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사람에겐 자신의 열등함, 잘못을 인지안하려는 본능이 있고---이걸 인지케 되면 삶이 너무나 참혹해 져서 그런 걸거다. 푸하하~ 나는 이런 참혹한 과정을 거치고 살아 남은 놈이다~---그걸 남탓으로 돌릴려는 본능도 있다. 그러면 자기가 편해지기 때문이다.(삶이란 지금보단 편한 상태로 가기 위해 사는 거 아니겠는가?) 예전에는 난 저런 사람들을 상병신새끼들이라고 까면서 내 우월감을 강화시키는 목적으로만 인식했었었는데, 지금은 삶의 고단함, 의무에 고착돼 있으면 저렇게 될 수 밖에 없겠구나라는 연민의 감정도 인다. 켁켁켁~ 날이 갈수록 세상에 대한 이해력이 이렇게 높아져만 가도다. 이렇게 진행하다 보면, 결국은 산 상태에서도 삶의 종결, 즉 죽음까지도 꽤 이해하는 상황이 도래할 거고, 그러다 보면 나의 궁극의(?) 인생 목표인 충만한 자살이 가능해 질 확률은 더욱 더 높아질 게다. "정상인계 vs 장애인계", "삶 vs 자살의식"을 오랫동안 섭렵해온 자칭 "듀얼코어 인간"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놈인데, 싱글코어 인간과는 뭔가 좀 다른 저런 인생 목표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실, 너무나 이질적이고 변태스런 인생 목표라는 게 좀 문제긴 하다. 본론으로 원위치한다. 좀 있으니 그 게으른 의사가 들어 왔다. 휴, 안심이 되면서 반가운 감정이 든다.ㅋㅋㅋ(역시나 부정적 자극이 행복의 원천인 거다.) 허리 뒤쪽에 마취주사를 놓는다. 좀 통증이 있을거라고 했는데 별 통증은 없다. 링겔 장착한다고 찌른 바늘이 제일 아팠지, 마취주사는 하나도 안 아프다. 사랑니뽑을 때 잇몸에 살짝 놓는 그런 류의 주사같다. 엎드려 누웠다. 수술에 들어가기 직전이다. 치술수술 후기 읽어보니, 마취하고 나서 수술에 들어가기 전에 "느낌이 느껴지냐?"고 물어본다던데 여긴 그런 것도 없고 좀 있다가 바로 수술에 들어가려 한다. 나는 겁이나서 "느낌이 좀 느껴지는데요."이랬더니 그건 정상이란다. 하여튼 의사가 좀 무대뽀식이다. 좋게 보면 취질수술은 워낙 쉬운 수술이라 자신감이 가득해 그런 걸 수도 있긴 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ㅋㅋㅋ 수술개시 수술 중 1인실이 주는 금전적 이익, 편리함때문에 저런 게으른 의사가 있는 병원을 선택한 결과가 어떻게 나올런지... 평상시의 그 게으름이 외과의사의 본연의 업무, 즉 수술시에는 집중력, 정성으로 발휘되기를 바랄 수 밖에. 너무나 편하게 자라, 천성 자체가 게을러진 새끼가 아니라 자기가 우월해서 게으름을 부릴 수 있는 사람이면 자신의 본영역에선 맺고 끊음이 분명할테니까. 어쨋거나 "내가 지금 지고 있는 도박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의사:"변볼 때 많이 틔어 나왔지요?" 의사:치핵10개를 잘라 냈어요. 내가 잘못 들은건지 잘 모르겠다. 제대로 들은 거라면 진짜 10개인지 신뢰가 안 간다는... 내 빤스를 내린 채, 항문을 들여다 보면서 수술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그 강력한 권위, 아우라에다 '저 인간은 게으른 인간'이라는 인간적 불신까지 겹쳐져 있다 보니 저 양반은 감히 내가 뭐를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느껴졌던 거다~ 언터치블? 불가촉'귀'민? 저 양반 입에서 나오는 대답에 내가 신뢰할 수 있을 정도의 진정성이 들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없었다는 말이 되겠다. 내 질문이 무의미하게 소비돼 버린다는 그 자체도 싫었었고... 대체 저 의사의 게으름에서 얼마나 불신을 강하게 받았으면...ㅋㅋㅋ 그런데도 저 병원에 입원하고만 이 병신성. 의사가 수술보조남에게 작은 소리로, "어허이, 그러면 어떡해."라고 한다. 으아... 가슴이 철렁한다. 수술사고 난 거 아닌가? 저 작은 실수가 치질수술의 예후에 큰 피해를 끼치는 게 아닐까? 아, 1인실이 주는 눈앞의 이익에 빠져 내가 독박을 쓰고 마는건가?라는 생각이... 수술이 끝났는 갑다. 피로 범벅이 돼 있을 내 엉덩이를 누가 슥삭 슥삭 닦아주고 빤쓰를 올려준다. 이 느낌이 꽤 친근하고 신선했다. 타인이 내 빤쓰를 올려 주는 기분은 치질 수술이 아니고선 결코 못 해볼 경험이 아니겠는가? 이 기분은 어릴 적에 부모의 손길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기분이라서 이렇게 친근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성인의 삶이 고달파서 어릴 적에 부모 품에 있을때의 안락함을 좇아, 어린 시절로 퇴행한다는 게 바로 이런 기분이겠구만. 성인이 어릴 적의 저런 친근한 기분을 다시 느낀다는 건, 어릴 적에는 못 느꼈었던 신선한 기분까지 추가적으로 느끼는 것이 되니, 저런 퇴행이 주는 마력에 빠져 못 헤어 나오는 사람이 이해가 된다. 다리가 마취돼 있어 못 걸으니 옆 침대로 굴렀다. 가만보니, 이렇게 굴러보는 것도 정말 오랜 만이다. 집에 가면서 방바닥에서 의도적으로 굴러 볼까나?(확실히 내가 단절된 세상에 살긴 사는 갑다. 이깢 수술 하나에 느껴지는 게 이렇게 많은 걸 보니...) 수술보조 남자와 간호사가 침대를 끌고 아까의 대기실로 이동시킨다. 아, 천장이 휙휙~ 지나가는 게(평생 내 안구, 내 뇌리에 처음 입력된 광경이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영화 『칼리토의 웨이』에서 알파치노가 느꼈었던 기분이 바로 이런 거겠구만~ 중요한 건 알파치노는 칼에 맞고서 후송되는 거고, 나는 치질수술을 끝마치고 후송되는 거. 내 상태가 더 양호한거 아닌가?~ㅋㅋㅋ 대기실 침대에 누웠다. 누워서 보니 옆에 점심밥이 놓여져 있다. 수술하는 동안에 갖다 놓은 모양이다. 역시나 웃기는 병원이다 싶다. 다른 병원에선 수술끝나면 마취때문에 몇 시간 동안 뭘 못 먹게 한다더만(장이 안 풀린 상태라서) 여긴 밥이 대령돼 있는 거다. 밥을 먹든 안 먹든 입원비는 동일하게 나오는 것일테니, 즉 환자에게 강제적으로 밥을 한끼라도 더 먹여 입원비를 더 뜯어내겠다는 건 아니니, 악의적으로 생각할 건 아니다. 내일 똥눌 때 똥 잘 나오라고 밥을 준걸 수도 있을 테니까. 어쨋거나 나는 안 먹었다. 장이 제대로 안 풀렸는데 먹었다간 몸에 무리가 갈까 싶어서. 고통,
결핍이 만들어 내는 행복이 가장 좋지 싶다. 역시나 가장 승산이 높은 행복은 고통, 결핍이 만들어 내는 것이란 걸 다시금 느끼게 된다. 치질 수술을 안했으면, 세상 그 어느 곳에 누워 있다고 한들 이런 편안함, 안락함을 느낄 수 있겠는가? 치질수술을 했으니까 이런 편안함이 느껴지는 거지. 고통에 숨어있는 고차원의 긍정적 의미가 바로 이런 것이다. 이건 내가 정말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누가 내게 세계 최고의 미인과 한빠구리 하기위해 그 여자랑 같이 침대에 누워 있는 상황을 선택할래? 치질수술하고 나서 누워 있는 지금의 상황을 선택할래?라고 한다면 나는 후자를 택하겠다. 만일 죽기 직전에 선택하는 상황이면 당연히 전자를 선택하겠지만, 살아 갈 날이 많은 시점에선 쾌락획득보다는 고통제거가 삶에 월등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저런 최고 강도의 쾌락과 맞닿고 나서 그 뒤에 느껴질 그 허망함이란... 물론, 저런 최고 강도의 쾌락까지도 겸허히 처리, 소화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얘기는 좀 달라 지겠지만 그런 사람이 아니고서야 저런 것에 맞닿고 나서의 뒷일을 생각하면... 아, 정말 무섭다.(푸하하, 나는 진정한 매저키스트가 아닐까? 쾌락을 이렇게 공포로 느낄 수 있는 걸 보면.ㅋㅋㅋ) 좀 있으니 간호사가 바로 링겔을 제거한다. 하루종일 차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지. 아꼈다가 다음에 또 쓰는 걸까나? 나중에 마취가 풀리면 입원실인 3층으로 직접 걸어 올라가란다. 여기가 입원실인줄 알았었는데 입원실이 따로 있나 보다. 대기실은 TV, 냉장고도 있는, 방이 큼직한 저가형 모텔방 같지만 3층 입원실은 고시원처럼 방이 좀 작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쨋거나 마취때문에 아무런 통증이 안 느껴지니, 나는 혹시 통증이 전혀 없는 행운이 오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든다.ㅋㅋㅋ 푸하하~ 자기만은 예외를 바라는 이 인간의 희망추구 본성의 어설픔이란... 하기야, 이게 인간 삶의 원동력인데 이걸 누가 비판할 수 있으랴. "설사 남은 잘 못되더라 나는 잘 되겠지~"라는 희망이 제공하는 쾌락만큼 세고 초월적인 게 또 있을까? 저게 있으니 '함'이 나올 수 있는 건데, 희망이 선사하는 쾌락의 저런 매력에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초연까진 몰라도 내처럼 저것들의 이면이라도 인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희망이 주는 쾌락이란 게 저렇게나 무서운 거다.---물론, 이건 평생을 별 희망이라곤 없이 절망이 기본값으로 설정된 채로 살아 온 자만이 읊을 수 있는 거라, 이 말이 이해되기를 바라진 않는다. 듀얼코어형 인간이 아닌 싱글코어로는 절대 이해불가의 개념이니까.---재수가 없어 저런 희망, 쾌락에 배신당하면 그게 문제가 되는 거고.
5시간 정도 있으니 다리에 마취가 좀 풀려 소지품 챙기고 3층 입원실로 올라갔다. 우와~ 웬걸, 2층 대기실보다 방이 더 크다. 3, 4인실해도 될 정도의 방이다. 여전히 TV, 냉장고도 있다. 더군다나 TV에 동축케이블이 연결돼 있다. 대기실에선 TV를 켜보지 않았었는데, 유선 케이블일까? 공중파 안테나 케이블일까? 켜보니 유선 케이블이다~ 워메~ 좋은 거~ 나름 이렇게 좋은 1인실을 이런 가격으로 쓰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 아마도 인터넷의 발달로 다들 유명병원을 수소문해 그 병원으로 가게 되니 작은 병원은 어차피 놀릴 병실, 과감하게 1인실 정책으로 간 것 같다.---언놈에게 치질수술했다고 하니 걔의 첫 말이 "어? 왜 **병원에서 안 하고 거기서 했냐?"였을 정도로 치질전문 유명병원이 사람들에게 그렇게 널리 알려져 있더라. 치질이 현대인의 입원질환 1등이라는 걸 새삼 실감했다.---그래서 저 의사는 "환자들아, 동일한 가격으로 1인실쓸 수 있는 거, 내게 감사히 생각해라~"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ㅋㅋㅋ저런 자세에서 그 게으른 태도가 나오는 거라고 봐야 할테고. 나도 의사였었다면 저런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을지 모르니 나는 저 양반 비난 안한다.ㅋㅋㅋ 아~ 병신같을 정도로 넓어진 이 이해력~ 게으름은 우등한 것들의 전유물... 게으른 건 우등한 것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니, 열등한 것들은 부지런이라도 해야 도태되지 않는 거다.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그 게으른 상태를 확보하겠단 자신이 있으면(희망이 주는 쾌락이 이렇게나 초월적이고 강하다~) 그렇게 매진하던가~ㅋㅋㅋ 수술하고 7시간째 정도되니 마취가 풀리면서 똥꼬가 욱신, 욱신 거리기 시작한다. 항문이 밖으로 강제로 꺼집어 내어진 채 고정돼 있는 느낌이다. 몸의 자연적 반응인지 몸밖으로 나와 있는 항문이 쑥~쑥 몸 안쪽으로 들어가려는 느낌도 난다. 욱신거리는 통증과 항문이 쑥~쑥~ 들어가려는 느낌이 혼재해 있다. 아파서 괴로울 그런 건 아니고 견딜만한 통증이다. 어쨋거나 저 쑥~쑥~ 들어가려는 느낌때문에 밤에 잠은 잘 못 잔다. 잠 들려다가도 저 쑥~ 쑥~ 들어가려는 느낌때문에 들려던 잠에서 깨기 때문이다. 새벽5시쯤에 겨우 1, 2시간 정도 잤다. 무통기를 달았으면 이런 통증이 덜할까나? TV에 유선이라도 없었으면 그 지루한 밤을 뭘로 때웠을까? 욱신거림때문에 잠은 안 오지, 할 일은 없지, TV라도 쳐다 보면서 뇌가 이 욱신거림에 덜 신경쓰도록 하는 것말고는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사회라는 전쟁터에서 부양의 의무때문에 돈벌이를 하면서 살아남아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는 성인 남자에게 TV의 의미는 바로 저런거지 싶다. TV가 재밌어 보는 게 아니라 생각을 잊게 해서, 머리에게 쉴 시간을 제공하게 하는 거...(세상이 남자 위주라서 남자는 밖에서 할 게 많지만, 여자는 할 게 별로 없으니 TV 드라마 따위에 광적으로 취미를 붙이는 이들이 많지 않나 싶다. 그래서 남자에게 TV는 대체로 '을'이지만, 여자에겐 대체로 '갑'인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치질얘기로 원위치한다. 항문 쪽이 마취돼 있기에 수술당일 날은 오줌누기가 힘들다. 치질수술하고 나서 똥누는 부위와 오줌누는 부위가 연결돼 있다는 걸 비로소 인지하게 됐다. 중3때의 포경수술때에는 포경수술 전후에 아무런 배움(?)을 얻지 못했는데, 지금은 별거 아닌 거에도 이런 배움이 얻어지고, 이 별 것아닐 수 있는 배움이 이렇게 귀하게 느껴진다는 게 너무나 좋다. 앎을 습득한다는 배움 그 자체도 좋은 건데, 이런 배움을 얻을 수 있어 좋다는 기쁨까지 부가되는 이 따따블의 좋음이 너무 좋다.---나는 앎에 환장한 놈이라서 그렇다. 달리 표현하면, 도저히 답이 안 나왔던 이 삶에서 모름의 상태가 얼마나 개좆같은 거라는 걸 본능적 차원에서 깨달은 놈이라서 그런 거고.---인간에겐 내일이라도 자살해야 할 상황이 도래할 수 있기에, 그 때 잘 죽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 이 세상에 의무를 별로 안 깔아 놓고 살고 있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이리라~ 이 의무가 별로 없어 삶의 공허, 우울을 느끼는 이들도 많을텐데... 역시나 세상은 별의별 사람이 다 사는 곳인 거다.
이래서 "어릴 적의 너와 지금의 너가 가장 큰 차이점이 뭐냐?"라고 누가 내게 묻는다면 "뭘 모르고 철딱서니없는 어릴 적과는 달리 지금은 배울 자세가 갖춰져 있고, 지금은 그 배움의 덕을 엄청나게 보고 있다는 거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나는 내 안정적인 거주지만 확보된다면 허허벌판 사막에 갖다놔도 어떤 재미를 만들어 낼 인간이 아닐까 싶다.) 공자가 "배우니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말을 했나 보던데, 나는 "배워지니 즐겁니 아니한가?"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의도적으로 배울 필요도 없고, 그냥 처자빠져만 있어도 배워지는 게 있다는 게 이렇게나 좋다는 걸 말하는 거다. 게으른 자가 올라올 수 있는 최고의 경지가 바로 지금의 이 경지가 아닐까 싶다. 이 말이 맞다면, 게으르면서도 이 정도의 경지로 올랐다는 게 나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는 걸 증명하는 게 되고. 푸하하~ 사실, 내같이 경쟁의식, 승부욕, 권력욕이 강한 놈이---이런 놈은 부지런할 수 밖에 없다. 그 부지런함이 지나쳐 남에게 해꼳이하는 결과가 되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되는거지---이 병때문에 모든 걸 포기하고, 이렇게 할 일이 없는 게으른 상태로 존재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치욕, 고통이었었더랬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나 좋은 느낌이 드는 건, 이것 역시도 극에서 극이 뚫어진 거라고 봐야지 싶다. 정말 죽음과 맞먹는 고뇌에서 살아 나온 자만이 얻을 수 있는 경지라고 해야 할까나?(신났다~ 병신새끼.ㅋㅋㅋ) 지금 이 상태가 주는 좋음이 내 의식과 평생 가는 걸까? 아니면 이것 역시도 언젠가는 깨지는 날이 올라나?(추가적인 신체적 열등해짐같은 대형 사건 앞에선 깨지는 게 당연하고...) 그런 날이 온다면 그건 대체 어떤 느낌일까나? 푸하하~ 편하니까 이런 생각이 가능한 거다. 좋다, 좋아~ 현실로 원위치한다. 수술하고 10시간 정도 지나니 마취가 좀 풀렸다. 오줌을 눌 수 있게 됐다. 그래서 눴다. 수술하고 1일뒤 간호사가 1층에 내려가서 진찰받으라 한다. 황당하다. 다른 병원은 의사가 회진을 하는 것 같더만, 이 병원은 환자가 의사에게 가야하는 구조인거다~ 그것도 거동이 꽤 불편할 수 밖에 없는 치질수술 환자가.ㅋㅋㅋ 확실히 내 판단대로 의사가 정말 게으른 사람임에는 분명하다. 괜히 쓸데없이 부지런할 필요가 없기에 그런 거라면 환자가 이해해야 겠지만... 뭐, 패권자가 가라면 가고 오라면 와야지, 이게 인생이 아니던가. 어기적 어기적 계단을 내려간다. 그나마 나는 무통주사, 링겔도 없어 손에 걸리적 거리는 게 없기에 망정이지---팔에 걸리적 거리는 게 없으니 침대에 누워 TV보는 것도 별 불편이 없어 좋았다.--- 저 2개를 장착한 환자면 걷기가 더 불편할텐데 어떻게 환자보고 가라고 하는건지, 사실 어이가 좀 없다. 진찰실에 가니 의사가 아니라 간호사가 치료한다.(이건 좀 충격이었다. 저 의사는 내 예상을 초월할 정도로 게으른 인간이라는 말이다. 그래도 입원수술인데, "수술 잘 됐네요"라는 뻔한 립서비스라도 환자에게 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단골에 신경쓸 필요가 없는 역앞 밥집도 아닌데...) 간호사가 엉덩이에 주사 한 방을 놨다. 무통기를 안 달아서 그런지 항문이 많이 부어 있다고 한다. 나는 무통기의 용도가 단순히 통증완화인줄 알았는데, 수술부위의 상태에도 영향을 미치는갑다. 아니면 내 치질이 워낙 심해서 그렇던가. 14시쯤에 드디어 대망의 똥누기 시도. 똥꼬가 여전히 욱신욱신거리는데 이 욱신거림의 진원지를 뚫고서 똥을 밀어 내야 한다는 거, 정말 공포 그 자체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겠건만 피할 수 없는 거니 어쨋거나 시도할 수 밖에. 공포를 뒤짚어 쓰고 밀어내기를 시도한다. 아, 아, 아프다......... 으아~ 나온다... 나온 것 같다... 나왔다~ 아, 똥냄새가 이렇게 향긋하게 느껴지기는 내 평생 처음이네. 변기를 보니 벌겆다. 똥눈다고 정말 욕봤다. 어라? 변기에 흰 헝겁조각같은 게 떠 있다. 처음에는 없었었는데, 저게 뭐지?싶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항문에 거즈가 붙어 있었고 그게 똥눌 때 떨어졌구나 싶다. 저걸 보고 생각이 든건데, 똥눌 때 직접적인 통증은 그리 세지 않았던 것 같다. 똥눌 때 항문에 붙여져 있던 거즈 반창고가 피부에서 떨어지는 그 느낌이(반창고를 피부에서 뗄 때 느껴지는 그 가벼운 통증.) 치질 공포때문에 과도한 통증으로 오인돼 실제 이상의 강한 통증으로 느껴졌던 거고. 거즈를 미리 떼고서 똥누기를 했었다면 덜 아팠을 듯 하다. 똥눌 때 거즈떼고 누라고 좀 알려주면 어디 덧나나? 아니, 환부에 거즈가 붙어 있는 게 당연한 건데, 그런 당연한 걸 몰랐던 내가 병신인가 싶기도. 역시나 나는 병신이었던 거다. 자신이 병신이라는 걸 인정할 수 있는 이 그릇, 보통 병신은 절대 불가능한 거다. 그래서 나는 엘리트 병신이 되는 것이다~ 푸하하~ 당연한 거겠지만 똥누고 나서 통증이 있다. 알려준 대로 좌욕을 했다. 아, 온수로 하는 좌욕이 이렇게나 좋은 느낌을 주는 것이로구나... 2일뒤 - 퇴원 나는 무통주사를 안 맞았기에 치료비는 28만원 가량 나왔다. 다른 병원은 그럴듯한 치료내역서가 있는 것 같더만, 여기는 그런 것 없이 단란주점 마냥 카드 전표 하나만 달랑 끊어준다. 참고로, 2박 3일 동안 의사는 수술끝나고 대기실에 누워 있을 때, 문열고 고개만 빠꼼히 내밀고서 "괜찮아요?"라고 한 번 물어봤을 때 말고는 한 번도 못 봤다. 의사의 입에 발린 립서비스에 정신을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사람이라면 이 병원에 오면 안 될 것 같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의사가 별 의미도 없이 단순 립서비스를 위해 환자의 항문을 보는 것도 할 짓은 아닐 것 같다.---환자가 암컷이라면 특히나 예쁜 암컷이라면, 안 봐도 되는 환부일지라도 일부러 방문해서 보려 할테고. 제 아무리 겉을 의사라고 포장하고 있을지언정 속은 엄연한 숫컷이니까---의사가 환부를 보고서 수술이 잘 됐든 잘못됐든 "수술 잘 됐습니다~"라고 하지 "아, 이거 큰일났네요. 수술이 잘못됐네요"라고 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심지어 수술이 잘못됐다고 해도 "수술 잘 됐습니다~"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게다. 의사의 책임회피를 위한 게 아니라 그 말이 환자의 예후에 긍정적으로 적용할테니까. 중병 환자같이 사람이 약해질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되면 의사의 저딴 엉터리 립서비스에나 정서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을게다. 인간이란 역시나 저렇게나 나약하고 불안정한 존재인거다. 역설적으로, 저런 걸 생각해 보면, 건강한 상태를 유지시켜야 할 이유가 이렇게나 명확한 것이기도 하고. 아~ 이건 병신 입에서 나올 법한 얘기가 아닌데.ㅋㅋㅋ 5일뒤 - 행복이 주는 안락함, 좋음이 고통의
원인이다. 병원에서 준 종이에 보면, 치질수술 뒤의 통증은 5~6일 쯤에 최고조에 이른다고 돼 있는데 역시나 이 말이 맞는 말이었다. 나는 이런 고통없이 은근슬쩍 좀 지나가 줬으면 하는 무의식적인 기대를 좀 가지고 있었었는데ㅋㅋㅋ 행복이 주는 안락함, 좋음이 고통의 원인이란 걸 치질수술이 새삼 상기시켜 준다. 치질수술이 다른 수술과 구별지어지는 부분, 통증이 5~6일 뒤에 최고조가 된다는 거지 짚다. 내가 직접 경험해 본 바, 이유는 이거인 것 같다. 수술하고 3, 4일 정도 동안은 치질수술 부위 자체가 아프기 때문에 똥눌 때의 통증이 치질 환부 그 자체의 통증과 중첩되어서 그렇게 심하게 느껴지진 않는다.(그리 심하지 않다는 거지, 안 아픈 통증은 절대 아니다.) 수술하고 3, 4일 정도 동안은 수술 부위가 통증, 불편함을 지속적으로 뇌에게 제공하기에, 뇌는 그 아픈 그 상태를 기준치로 설정할 수 밖에 없을 거란 말이다. 그런데 그 이후가 되면 수술부위가 꽤 아물어져 수술부위 그 자체가 주는 아픔은 꽤 사라진다. 이렇게 되면 뇌가 제공(?)받던 통증, 불편함도 꽤 사라지게 될 거기에 뇌의 고통 기준치는 정상 상태로 복귀할 수 밖에 없을 거다. 이 상황에서 똥눌 때의 고통이 느껴지면, 고통 기준치가 정상 상태로 환원돼 있었던 뇌가 그 고통을 강하게 느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래서 수술부위의 직접적인 통증이 사라지는 시기라 할 수 있는 5~6일 쯤에 배변 고통이 최고조가 되는 듯. 이 얘기를 우리의 일상으로 비유하면, 일상이 평화로우면 평화로울수록 우리가 느끼는 고통의 강도는 세질 수 밖에 없다는 거다. 이걸 봐도, 문명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고통때문에 괴로워 하는 사람 역시도 더 늘 수 밖에 없을 게다. 뇌의 인식 체계가 이렇게나 간사한 것이라는 말이다. 한 번 생각해 보라. 많이 먹어서 비만이 될 수 있고, 당뇨병에 걸릴 수 있는 이 세상은 인간이 존재한 이래로 가장 행복한 시절을 영위하고 있는거다. 너무나 편한 세상이라 직접적 고통이 사라진 세상이니, 인간들은 역설적으로 고통에 과민반응하게 되는 거로다. 이래서 뇌가 너무나 편함에 노출되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적절한 고통을 가하는 게 행복을 획득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봐도 무방할 게다. 삶은 지금보다 편하려고 살아가는 건데, 뇌에게 인위적인 고통을 적절히 가하라니, 이것도 참 역설아닌 역설이다. 나는 행복이 선사하는 안락함, 좋음이 고통의 원인이란 걸 치질수술을 통해 새삼 다시 자각하고 있는 거다. 이런 걸 자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건 할 일이 없기에 모든 방향으로 감각이 열려 있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배움이리라.(물론, 이런 상태에 있다가 골로 가는 놈은 골로 가기도 한다.) 살면서 느껴지는 이런 자각, 배움, 앎이 주는 혜택을 받는 사람 중에 나 역시도 끼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좋다. 할 일이 없기에 정말 치욕적인 존재상태인 개백수 새끼로 존재하고 있긴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할 일 없음이 지금 내가 느끼는 행복의 원천이라는 말도 되는거다. 그래서 나는 비루한 삶이 주는 근원적 우울, 칙칙함을 사랑까진 못해도 고마워 할 수 밖에 없다. 이 환경에서 성격 안 비뚤어지고 나름 이런 건설적인 삶의 자세를 유지하여---"이 놈이나 저 놈이나 똑같은 놈인데 투표를 왜 해~"같은 냉소에 안 빠지고, 세상이 좋은 쪽으로 바뀌라고 투표를 안 빠지고 하는 것도 이런 삶의 자세가 있었기에 가능한 거다.---지금의 경지(?)에 올라와 있는 내 자신에게도 감사해 한다. 뜨아~ 이런 걸 느끼고 있는 내 자신이 감사할 뿐이다. 카~ 이런 비루한 삶 속에서도 의식을 이 차원으로 닦아 낼 수 있는 이런 놈이 회사를 다녔었다면 정말 하늘을 날았을 텐데~(철저하게 망가져 상병신이 됐거나...) 이런 놈이 개백수 새끼로 존재하는 건, 사회, 국가에 대한 손실이다. 이래서 지금 사회에서 날고 있는 놈 중에서 한 놈은 반드시 내게 감사해야 하는 거다.ㅋㅋㅋ 자존심이 세서 구체적 개인에게 감사하기 싫다면 이런 병이 존재한다는 거에라도 감사를 해라~ 이 병이 이 세상에 존재치 않았었다면 당신을 끌어내리고, 내가 당신의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을 확률이 높았을 테니까. 물론, 내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내가 느끼는 이 행복에 대해서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기에 이런 얼토당토않은 공격적인 생각은 여기서 자제한다.ㅋㅋㅋ 8일뒤 깁스 환자가 저러는 건 도저히 말이 안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치질수술은 저런 말이 안되는 경우의 수밖에 없다는 게 지랄인 거다. 아마도 똥을 입으로 뱉어내게 하는 방법이 있거나, 몸에 별 무리없이 똥을 항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뽑아내는 수술법이 개발된다면 돈쟁이들은 수백, 수천만이 들더라도 이 새 수술법을 이용할 것 같다. 치질수술 글을 읽어 보면 "치질수술 뒤의 배변의 고통이 애낳는 고통보다 더 세더라"라고 언급하는 여자도 있을 정도면 말 다한 것 아닌가? 그런데,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긴 하지만 진짜로 그럴까?싶긴 하다. 저 글을 쓴 여자는 매사에 호들갑을 잘 떠는 여자라서 그럴 수도 있을테고, 인간의 인지체계 특성상, 현재의 고통은 현재라는 프리미엄이 있기에 과거의 고통보다 더 세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을 몰라서 저런 표현을 한 걸 수도 있을 게다. 이렇게 인간의 인지체계는 정확하지가 않다. 죽음에 대한 공포, 두려움 역시도 저런 부정확한 인지체계의 산물인지도. 음냐, 나는 살아 있는 동안에 저걸 깨기 위해 나름 노력 중이다~ 되면 되는 거고, 안되면 안되는 거고, 성공여부에 그리 신경쓸 필요도 없고 이 얼마나 좋은 목표인가? 어쨋든 나는 내 목표를 성취해야 하는 과정에 있으니 나름으로 충실하게 임하고 있는 중이로다. 사실, 삶에 대한 소유권만 살짝 약화시키면 죽음에 대한 공포를 깨는 게 그리 힘들 것 같지 않은데 이게 쉽지는 않다.(링크: 삶에 대한 과도한 소유욕이 자살을 힘들게 한다.) 이 삶은 내가 소유한 게 아니라 단순 점유만 하고 있을 뿐이며 언젠가는 반납해야 하는 것이란 것은 분명한데---점유물을 개판으로 만들어 놓고 반납하냐? 더 좋게 만들어 놓고 반납하냐?에 따라 자신에 대한 만족도, 혹은 점유자의 품격이 평가되는 게 아닐까?---자꾸 소유권자 인척 하게 되는 게 문제인 것 같다. 이렇게 늘 척~하는 것 밖에 못하는 게 삶일런지도? 어쨋거나 나는 이런 것과도 투쟁하고 있는 정말 처절하게 찌질한 인생인 거다~ 치칠얘기로 원위치한다. 오기(?)가 생겨, 똥 안누는 간격을 24시간보다 늘이기 위해 이 날 아침은 똥 누는 걸 쉬었다. 저녁에 당면을 먹었는데, 이게 속에서 안 받았는지 22시쯤에 똥을 누고 말았다. 그동안 항문에게 늘 24시간 정도의 휴식기 밖에 못 줬었는데, 오늘은 거의 38시간의 휴식기를 준 셈이다. 우히히, 똥을 누고 나서도 통증이 그리 안심하다. 욱신욱신하는 건 여전하지만 그래도 잠은 들 수 있는 통증이다. 우히히, 밤에 똥을 눴으니 내일 아침에는 똥을 쉬어도 되겠구만, 기분좋다. 하하, 이런 기분 좋음이 가능하구나~ 10일뒤 버스를 타서 자리에 앉았는데, 불편하다. 한 쪽 엉덩이를 약간 들고 있어야 한다. 좌우로 번갈아 가면서. 11일뒤 병원에 가면 똥코에 거즈를 붙이는데, 벌어진 똥꼬에 거즈가 붙어 있는 이 느낌이 너무 불쾌하다.---이런 배부른 소리가 나오는 걸 보니, 역시나 상처가 낫고 있다는 의미다.ㅋㅋㅋ 등따시고 배부르면 딴 생각을 하게 되는 게 우리 인간인거다~---이제 상처도 꽤 나았으니 병원에 안 가야지. 13일뒤 - 으하하~ 변기에 빨간 색이 보이지 않는다~ 변이가 좀 약한데, 똥눌까 말까 누워서 고민했다. 물 한 잔 먹었더니 변이가 느껴진다. 화장실로 진격. 똥누는 게 여전히 스트레스지만 어제보다는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생리대를 보니 피가 어제보단 덜하다. 똥 다 누고 변기를 보니, 으아~ 변기 물이 빨갛지가 않다~ 야호~ "기쁘다~ 구주오셨네~"다. 내같이 기독교를 저급종교라고 파악하는 사람의 입에서도 저런 구호(?)가 나오는 걸 보니 확실히 기독교의 문화 침투성은 이렇게나 강한거다. "기쁘다~ 부처님 오셨네~", "기쁘다, 알라신 오셨네~" "기쁘다, 동자신 오셨네~"는 역시나 어색하다. 다른 종교의 신자들은 저런 상황에서 어떤 종교적 구호를 외치는지 궁금해지네. 어쨋거나 역시나 낫고 있긴 있다. 휴지로 똥꼬를 닦으니 피가 여전히 좀 묻어 나오긴 하지만. 저녁 좌욕뒤 휴지로 똥꼬를 닦는데 쓰린 느낌이 없고 혈흔도 별로 없다. 신난다~ 역시나 낫고 있는 거다~ 14일뒤 15일뒤 16일뒤 - 걸음이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아침 좌욕할 때에는 생리대에 피가 별로 없었는데, 밤에 보니 좀 있다. 깨어 있는 동안에 약간의 출혈이 있었다는 의미다. 어쨋거나 걸음이 거의 증상으로 돌아와서 좋다. 23일뒤 25일뒤 26일뒤 27일뒤 30일뒤 31일뒤 32일뒤 33일뒤 35일뒤 38일뒤 40일뒤 45일뒤 46일뒤 47일뒤 50일뒤 72일뒤 치질 수술 마지막 정리(?) 치질수술하고서 올해 첫 여름을 맞이 했을 때 사실 좀 조마조마 했었다. 항문이 또 가려워지면 어쩌나 싶어서. 그런데 그런 것 없이 여름을 잘 넘어갔다. 역시나 작년 여름 때의 항문가려움은 치핵3기가 유발했었던 증상이었던 거다. 지금은 항문이 100% 정상은 아니지만---항문쪽의 혈액 순환을 위해 서서 양다리 떨어주기를 가끔씩 해 줘야 한다. 이러면 하체의 혈액순환이 잘 되는지 항문 상태가 좀 나아진다.---술을 먹어도 피가 나거나 하진 않으니 만족하기로 했다. 마무리
어쨋거나 나 역시도 앎이 주는 쾌락이 얼마나 좋은 건가?라는 걸 누구보다 실감하는 사람이기에, 저 책 제목이 생각할 거리를 줬던 건 사실이다. 고로 저 제목으로 생각을 좀 해 봤다.(제목으로라도 생각을 할 거리를 줬다는 점에선 류씨에게 고마움을~) 내 경우에는, 지금 알고 있는 걸 과거에 알았더라도 상황에 별 변화는 주지 못했을상 싶다. 이 병때문에, 젊음이 주는 그 극렬했었던 고통스런 감정을 내 혼자 다 뒤집어 써야 했었던 그 상황엔 그 어떠한 앎을 가지고 들어간다 한들 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존재의 상태 그 자체를 깨버릴 수 있을 정도로 파괴적인 앎 정도나 예외지.
인간은 그 나물에 그 밥, 유유상종이라고 딱 지같은 것들끼리만 있는 이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살아간다.---저게 자연법칙에 가장 맞는 삶이다. 나는 너무나 할 일이 없는 인간이니 이딴 생각이나 하고 있는 거고.ㅋㅋㅋ---근데 저 정도로 강렬한 차원의 앎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기가 이 세상에 존재할 이유 자체가 사라질 확률이 높다. 존재 그 자체의 야비함을 읽어 낼지도 모르기에 자신의 존재 그 자체를 깨버리는 시도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자살도 이런 파괴적인 앎을 얻고서, 혹은 얻기 위해서 한다면 정말 해볼만 한 것이리라.)
물론, 저런 창조적 파괴를 행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반대로 존재의 고귀함을 깨닫고 존재 그 자체의 숭고함을 존중하면서 창조적 지탱을 행하는 사람도 있을 게다. 전자는 소멸해버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테고, 후자는 이 세상에서 혹시 내같은 삶의 형태로 존재하지 않으려나?ㅋㅋㅋ
당신은
어느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은가?
괴테가 "젊음은 젊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라는 말을 했는가 보던데, 괴테가 어떤 류의 고통을 지칭하면서 저런 말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젊음이 주는 고통을 내 만큼이나 극악하게 혹독하게 겪은 사람은 또 없지 싶다. 재차 말하는 거지만, 저 상황은 존재 그 자체를 깨버릴 수 있을 정도의 파괴적인 앎이 아닌한 아무런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다. 내가 죽음에 대해 타인보다 좀 더 어젓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도, 너무나 험난해서 이성으로는 답이 없는 저런 과정을 나는 거쳤기에 그런거라고 해야 할테고.(푸하하, 답이 없는 거에서 나는 답을 만들어 냈다는 이 뿌듯함~)
죽음과 맞먹는 정도의 고뇌, 고통의 과정을 거쳤기에 달리 표현하면 내 뇌는 생존 위협이라는 인간 최강의 자극(☜저게 궁극의 쾌락일 수도 있으리라.)을 겪었고, 그걸 버텨 냈기에 지금의 은은한 행복감이 드는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리라.
이렇게 류시화의 좀 그럴듯한 저 책 제목은 내게 이 정도까지의 생각거리 밖에 제공 못한다. 내가 오랫동안 갖고 놀만한 수준을 갖춘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이래서, '총알탄 사나이'같은 패러디 영화의 거장인 ZAZ사단처럼 저 책 제목을 패러디한 "치질수술하고서 느꼈었던 고통을 지금도 느낄 수 있다면"으로 생각 갖고놀기를 한거다.
이 글 제목처럼 저럴 수 있는 인간이 있으면 사실상 불행끝 행복시작인데, 이러기가 참 힘들다는 게 문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고통을 싫어하고 잊고 싶어 하니까.
병원에서 퇴원하고서 한 동안 일부러 저 병원 앞을 지나가기도 했다. "휴~ 치질수술을 해서 다행이고 환자가 아닌 일반인으로 여기를 지나갈 수 있어 감사하다"라는 감정을 느끼려고. 이걸 내 식으로 표현하면 과거보다 나아진, 즉 과거의 상태보다 우월해진 현재의 자신에게서 기쁨을 느끼려고 그런 거다.
지금은 저 병원앞을 지나도 그런 생각이 별로 없다.---과거보다 우월해진 자신을 느끼는 방법 하나가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다.---물론, 소가 지나가는 닭보듯이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처음때보다 그 의식이 대단히 희석된 건 분명하다. 이 희석되는 의식을 강화시킬 수 있으면 사실상 불행끝 행복시작인데...(신기한 건, 저 병원에 손님이 많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거다. 그래서 밤에 지나가다 불켜진 병실이 많이 보이면 기분이 좀 좋고, 적으면 괜시리 좀 우울해진다. 가난, 결핍에 대한 공감능력이, 전문 병원에 밀리고 있는 동네 병원에도 어떤 연민을 느끼게 하는 거다.)
그런데 의식에선 이런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을지언정, 무의식에선 어떤 식으로든 좋게 작동하고 있을런지도? 그러니 이런 기억이 의식에서 사라진다고 너무 아쉬워 할 필요가 없는 건지도 모른다. 이건 사라진 모든 것에 적용될 수 있는 얘기가 아닐까? 쩝, 이렇게 생각하는 것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도다.ㅋㅋㅋ
아~ 아~ 아~ 그때 느꼈던 고통을 지금도 느낄 수 있다면, 모든 인간은 분명히 불행끝, 행복시작인 상황을 자기에게 도달시킬 수 있는데 그게 안 된다. 어떻게 보면 의식적으로는 분명히 안 그렇지만, 인간이 성취에 목을 매고, 그 성취가 도래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통, 고뇌를 느끼는 것은 사라져 간 고통을 무의식적으로라도 다시 느껴 보려고 그러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주객이 전도되어도 이렇게 전도된 게 또 없는 거로다. 인간은 전부다 할 일이 없어서 병신짓이나 하는 개체라는 말도 성립될상 싶다. 아, 할 일이 없으니 이런 헛소리를 또 실실하고 있다.ㅋㅋㅋ
아휴, 편해서 좋긴 한데 사는 게 지겹기도 하다. 역시나 뱃돼지가 처부를대로 처 불렀다. 뇌에게 지금보다 좀 더 품질좋은 자극을 공급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은 있는데, 귀찮다, 하기가 싫다. "나는 그냥 처자빠져 있어도 당신보다 더 안락한 행복을 계속 느껴낼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이 얼토당토 않은 자신감이 세상의 그 어느 누구보다 강하니 그냥 처자빠져 있게 된다.---이 놈의 경쟁의식은 어쩜 이리도 강한지, 살면서 자신의 근원적인 열등함이 얼마나 심하게 자주 건들여 졌으면 이렇게 됐겠나.ㅋㅋㅋ 이게 역설적으로, 참 슬픈 인생인거다. 유영철이 괜히 유영철이 된 게 아니고...---극과 극은 통하는 거라고 사실상, 이건 궁극의 무기력 상태라고 볼 수도 있다. 모든 일에는 음과 양이 같이 있는 법이라고, 싱글코어에겐 없는 듀얼코어만의 약점이라고 해야.
어쨋거나 내가 이런 경지를 누리고 있다는 이 자체로 좋긴 한데, 그래도 상향욕구가 없을 순 없기에---상향욕구가 전혀 없으면 죽어야지, 뭣 때문에 살겠나?---뭔가 꽤 부족한 건 사실이다. 그냥 이 얼토당토않은 자신감으로 계속 밀어 붙일까? 아니면, 몸과 의식을 지금보다 좀 더 부지런히 움직여 볼까? 어쨋든 행복한 고민이다~ 평생 이런 고민만 하다가 뒈질런지도 모르겠구나 싶다. 이렇게 뒈질지언정 남들보단 더 나은 정신 상태로 죽을 수 있다면 그 삶은 그나마 덜 망가진 인생이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삶은 남들에게 겉으론 게으르게 보일지언정 내면으로는 정말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것 일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