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이 주는 깨달음 - 소유는 삶의 위험도를 높이는건지도

입력:2013-08-27 화

올 겨울에 느꼈었던 걸, 한 여름철인 지금 글로 정리해서 올린다.

쌕을 매고서 자전거를 타고 마트에 과자를 사러 간다. 과자는 이 병신 새끼가 제일 좋아하는 술 안주라는...ㅋㅋㅋ 이렇게 마트에 과자를 사러 갈 땐 늘 쌕을 매고 갔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알게 됐다. 마트의 채소 코너에는 셀프(?) 비닐이 늘 구비돼 있기에 저기에 과자를 넣으면 굳이 쌕을 매고 갈 필요가 없다는 걸.

너무나 할 일이 없는 인생이라, 정부시책같은 공권력, 그리고 지구환경같은 자연권력에 충실하게 복종하는 것을 자신의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삶을 살아온 이 반듯 그 자체의 인간이 그 틀에서 탈피하는 새로운 사고를 시작하게 된거다. 나랑 연결도가 그리 높지 않은 사회적 이익보단 나랑 직통으로 연결돼 있는 내 이익이 더 귀중하고 소중한 것이라는 이 당연한 걸 새삼스레 실감하고 있는거다.

우히히, "이제 마트갈 때 쌕을 안 매고 가도 되고, 마트에 있는 비닐에다가 과자를 그냥 넣고 오면 되는거네"라는 생각을 하니 은근히 신났다. 쌕을 매고 가는 일, 이게 별 부담을 주는 일이 아니었는데도 저 일을 이제는 안 해도 된다는 저 느낌이 이렇게나 홀가분하고 감사한 기분이 드는거다.

에고고, 이 불쌍한 놈~ 이 병이 짊어지게 했었던 그 삶의 무게감이 대체 얼마나 버거웠었기에 이깟 일을 안 하게 됐다는 거에 이렇게나 과잉의 홀가분함을 느끼는 걸까나? 이 병 때문에 얼마나 위축되고 짓눌러진 삶을 살았길레 저깟 일을 안 하게 됐다고 이렇게나 홀가분한 기분을 느낄 수가 있는 걸까나? 하여튼 남들보다 열등한 삶의 조건은 버텨내는 게 정말로 좆같아서 그렇지, 버텨내면 쥐뿔도 아닌 이런 일에 이렇게나 기뻐할 수 있는 능력이 장착되는 거로다. 거대한 성취에 기쁨, 희열을 느끼는 건 개나 소나 다 할 수 있는거지만 쥐뿔도 아닌 일에서 이렇게 쥐뿔 이상의 의미를 뽑아내 기뻐할 수 있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거다.

저게 인간이 보일 수 있는 능력 중 가장 엘리트스러운 능력인거다. 엘리트스런 능력 중에서도 지속가능성이 가장 높은 능력~ 이래서 인간은 득도라는 인간 궁극의 경지에 일단 오르고 봐야 하는 거라는.ㅋㅋㅋ 이 세상에서 남모를 삶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들아~ 그 처절할 정도의 좆같은 조건이 당신을 자살에 이르게 하는 요인일 수도 있고, 득도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요인일 수도 있으니 선택은 당신이 하는 거다.

본론으로 원위치한다. 이렇게 며칠 동안 개운함아닌 개운함을 느끼는 초월적인(?) 삶을 살았다. 그런데 담근 술이 다 떨어져 과자 사면서 간만에 소주도 한 병 샀더니 저 개운함이 중단되고 마는 현상이 발생하더만. 소주를 비닐에 넣었더니 소주의 중량감때문에 '어라? 까딱하다간 장갑낀 손에서 비닐이 빠질 수도 있겠는데..."라는 불안감이 개운함을 날려 버린거다.(재차 말하지만 이 글은 겨울철에 있었던 걸 지금 정리한 거다..) 이전엔 못 느꼈던 걸 비로소 느낀거다.

왼손으로 비닐과 핸들을 같이 쥐고 자전거를 탄다. 바퀴의 진동이 손에 전해지니 "비닐이 바닥에 떨어질지도 모르겠네..."라는 불안감이 더 강화된다. 당연히 왼손에 과잉의 힘, 신경이 들어간다.

내가 비닐에 이렇게 과잉의 신경을 쓰는 건 비닐이 장갑낀 손에서 빠져나가 추락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함이다. 사실, 비닐에 과자만 들어 있다면야 비닐이 땅에 떨어지든 말든 신경 안 써도 된다. 바닥에 떨어져 봤자 과자가 좀 뽀사진다는 피해뿐이니까. 손님께 대접할 과자라 외관까지 신경써야 할 게 아닌한 저건 피해 축에도 못 끼이는 피해인거다. 그런데 비닐에 병소주가 들어 있다 보니 상황이 이렇게 달라지는 거다.

비닐이 바닥에 떨어져 소주병이 깨지는 상상을 하니 좀 아찔하다. 소주값이 헛되이 낭비되었다는 금전적 손실감, 그리고 내가 마트에 온 행동의 무의미화 외에 내 부주의때문에 물건이 본래의 용도로 쓰이지 못하고 헛되이 낭비됐다는 병신같은 죄의식에도 시달릴 수 밖에 없는 거로다.

나는 평생 할 일이 없었던 인간이었고 중년들어 득도까지 했다 보니 일상에서 느껴지는 상징에게 이렇게 과잉으로 휩쓸릴 수 밖에 없는 딱한 인생인거다.(내가 늘 강조하는 거지만, 할 일없는 인간만큼 위험한 상태의 인간이 잘 없다는...ㅋㅋㅋ)

사실, 소주 얘도 유리잔에 담겨져설라문에 혀를 통해 사람의 목구녕으로 넘어가면서 누구를 즐겁게 하는식으로(혹은 슬픔, 우울함 등을 달래주면서) 자신이 산화되는 걸 좋아하지, 맨땅에 헤딩하면서 처참, 허무하게 개죽음화되는 걸 좋아하진 않으리라. 맨날 햇빛, 타이어, 신발 밑바닥, 인간의 침, 애완동물의 똥, 오줌만 상대하는 도로에 연민을 느껴, 그 도로에게 자기를 보시코자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던 이타형 소주가 아닌한에는.

비닐이 장갑에서 빠져 나갔다면?
비닐이 장갑에서 빠져 나가 소주병이 처참하게 깨졌다는 가정을 해 본다. 내가 직장이 있거나 해서 기본적인 할 일이 있는 사람이면 "답답한 사람이 치우겠지" 혹은 "이런 일 하라고 구청에서 환경 미화원을 고용하고 있는 거고, 그래서 우리같은 월급쟁이들이 세금내고 있는 것"이라고 합리화하고 그 자리를 떠나기도 하겠지만 나는 저런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게 문제다. 할 일이 없어 "남에게 도움은 못 줄지언정 민폐끼치는 인간은 되지 말자"라는 반듯한 가치관에 과잉으로 함몰돼 있다보니 저렇게 공적인 가치에 반하면서까지 자기이익에 충실해하는 행위가 좀처럼 나오기 힘든거다. 간단히 말해 병신새끼인거다..ㅋㅋㅋ

저것 역시도 생각하는 질환을 앓고 있는 인간이 상징에 지배당하고 있는 하나의 현상에 지나지 않는 거다. 이래서 인간의 품질과 그 인간이 누리는 삶의 품질은 그 사람이 어떤 상징에게 지배당하고 있냐?가 결정적으로 좌우한다고 봐야 하는거다.

그리고 나는 자전거 광팬답게 깨진 병조각이 자전거에게 얼마나 포악스럽게 민폐끼치는 것인지를 너무나 잘 알기에 저 소주병 추락상황에 대해 더욱 더 민감하게 느낄 수 밖에 없다는.

비닐은 비닐이고 쌕은 쌕이로다
아~ 비닐하고 쌕이 이렇게나 다른 거로다. 과자만 샀을 땐 비닐의 효용성과 쌕의 거추장스러움이 느껴지더니만, 소주를 사 보니 비닐의 효용성이 그리 완성도가 높은 게 아니라는 게 느껴짐과 동시에 쌕에겐 비닐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계급적(?) 우월성이 있다는 걸 비로소 느낀거다.(어떤 이유로 본처에게 싫증을 느껴 바람피던 남자가 뒤늦게 불륜녀의 헛가치를 깨달음과 동시에 본처의 참가치를 자각했을 때의 기분이 이런 게 아닐까나???)

이래서 인간은 한 개만 경험해선 안 되고 최소한 두 개는 경험해 봐야 하는 거리라. 한 개만 경험하면 비교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무식, 무지 그 자체의 그 좁은 계에 갇힐 수 밖에 없으니까. 심판이 없는 환경에선 책 1권 읽은 놈이 책 100권 읽은 놈과 토론하면 1권 읽은 놈이 이기는 것과 비슷한거다. 이래서 저런 삶의 조건에서 승리하는 삶을 살려면 책은 딱 1권만 읽고서 삶에 임하는 게 가장 좋은 게 되는거다. 아는 게 하나 밖에 없으니 결코 갈등, 번민이 발생하지 않는 일편단심스런 삶을 살 수 있게 되니까.

사막지대에 살아 "비가 오냐? 안 오냐?"에 따라 자신들의 생존조건, 재산상태가 절대적으로 흔들리는 그 허접 유목민들의 유일신 신앙 역시도 바로 저 개념에서 탄생된거리라.(시발 놈, 할 일이 얼마나 없었으면 그깟 소줏병 하나가 야기시킨 생각이 이 차원으로까지 올라가는구나.ㅋㅋㅋ)

너무나 척박한 환경이라 여러 개를 생각할 형편이 못돼 유일신 신앙이라는 그 좁디 좁은 그 하나의 계에 갇혀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인간들이 만들어낸 종교가 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거... 이게 지구 문명의 최대의 불행이자 최대의 재앙이라니까. 그래서, 지금 생각해보면 기독교를 전파한다고 기독교도들이 사람을 그리 많이 죽인 것도 필연이라는 게 느껴진다니까. 척박한 환경때문에 배울 기회도 없었고 본대도 없는 저급한 인간이 상대를 복종시키려면 몽둥이로 상대를 죽을 때까지 두드려 패는 것말고는 방법이 없으니까 말이지. 기독교의 지구문명 지배는 전과 20범의 중학교 중퇴자가 야구빠따로 서울대 출신, 하버드대 출신들을 복종시킨 정말로 치욕적인 상황과 비슷한 거라니까.ㅋㅋㅋ(물론, 세상에 일방과실은 잘 없다고 복종당한 개체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잘못은 있다...)

그리고 1부1처제 역시도, 그 좁디 좁은 하나의 계에 갇혀 있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전형적인 예인데, 내 생각엔 결혼제도가 2부2처제로 바뀌면 현재의 부부사이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가 꽤 깔끔하게 해결되지 싶다는. 하여튼, 인간의 대부분의 문제는 그 하나에 너무 종속돼있기에 발생하는 거라는. 그 하나에서 벗어나 숨돌릴 틈, 그 하나와 다른 것을 느낄 여유공간이라도 있으면 사람들의 삶이 꽤나 부드러워 질텐데 말이지... 일주일 속에 토요일, 일요일이 있듯이, 내가 정상인계와 장애인계, 삶계와 자살계, 정상계와 광기계, 엘리트계와 열등계, 부자계와 가난뱅이계, 문명계와 순수자연계를 별 무리없이 넘나들듯이 말이지.

언제나 사설이 이렇게 길도다. 드디어 본론이 등장한다. 득도자라 그런가? 이깟 소주병에서 이런 감흥을 얻다 보니 "그렇구나, 인간의 삶도 이거랑 똑같은 거구나"라는 깨달음이 든다.(저거때문에 이 글을 쓰게 된 거라는.) "삶에다가 저런 소주병을 많이 매달고 가는 사람은 그만큼 위험도가 높은 삶이 될 수 밖에 없는 거로구나"라는 생각이 만들어 진거다. 소유란 게 이렇게나 위험할 수 있는 거다.

인간은 생각하는 질환을 앓고 있고, 다른 동물들과 달리 자아까지도 소유하고 있다 보니 당연히 본능적으로 소유에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다. 유성생식으로 번식하는 고등생명체는 기본적으로 남들보다 소유를 많이 해야만 보다 우등한 유전자를 가진 반대성을 만나 우월한 번식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로 인간의 소유에 대한 저런 강렬한 본능은 유전자 차원의 습성이 되는거고 사는 동안에 타인과의 소유거리 획득전쟁을 해야 하는 건 삶의 필연이 될 수 밖에 없는 거로다.(이 전쟁을 수행할 의지, 능력이 없는 것들은 스스로 일찍 죽어 주는 게 여러모로 이익인지도...)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저런 본능적 인식과는 달리 소유를 많이 하면 할수록 삶의 위험도가 더 오를 수도 있다는 말인거다. 만일 이 의견에 타당성이 있다면 "어떤 걸 소유하고 있고 그 소유의 유지에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냐?"에 따라 인간이 누리는 삶의 품질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해야 하리라. 내가 겪었었던 저 소주병 상황을 예로 들자면, 파손의 위험성이 있는 먹거리를 비닐에 얼마만큼 넣었느냐? 그 비닐을 어떤 재질의 장갑으로 쥐고 있냐?등에 따라 이 소유에 내포돼 있는 위험도가 달라지는거다.

먹거리를 많이 넣었기에 비닐을 움켜질 부분이 얼마 남지 않았으면 소유의 위험도가 높아지는거고, 방한능력도 좋으면서 마찰력도 좋은 고급의 장갑을 끼고 있다면 높아진 소유의 위험도를 어느 정도 상쇄시킨다고 할 수 있으리라.

물론, 찌질하게시리 물건 구입에 가격을 최우선시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면야 병소주 대신에 파손의 위험성이 없는 페트병 소주, 팩소주를 사 바닥추락의 위험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면 되겠지만(저런 소주들은 기본적으로 병소주보다 비싸다.ㅋㅋㅋ) 내같이 50원, 100원에 벌벌 떠는 걸베이 새끼에겐 저런 호사를 누릴 자유가 없다는 게 문제다.

재차 말하지만 선택의 여지없이, 가난이라는 이 좁디 좁은 계에 고착되는 게 이래서 비참한 거라는.ㅋㅋㅋ 그래서 부자만이 시전할 수 있는 『자발적 가난』이 그렇게나 고급스러운 삶의 방법이 되는거다.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부자들은 부자인 주제에 부자계에만 머물지 않고 가난계까지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사람이 되는 거니까. 건강한 사람도 가끔씩 아파봐야 그 건강함이 정말로 가치있는 거라고 느낄 수 있듯이, 저 부자들은 하나라는 좁디 좁은 계에 갇혀 지내는 삶이 사람을 얼마나 퇴화시키는지를 아는 사람들이라고 해야 할까나? 다들 합법적인 부인을 1명 밖에 못 두는 일부일처제 사회에서 부인을 합법적으로 2명 둔 남자가 느낄 수 있는 신선함, 우월감이라고 해야 할까나?

그리고, 이 소주병 상황을 좀 더 근원적으로 보면 저건 소주병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라는 게 더 근원적 문제라고도 할 수도 있다. 즉, 내가 자전거가 아니라 차를 모는 사람이라면 병소주 따위가 야기시키는 위험에 영향을 받을리가 없는데 차보다 급이 급격히 떨어지는 자전거라는 탈 것을 타는 사람이다 보니 병소주 따위에도 이렇게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거다.

고로 "인간은 능력만 된다면야 자전거보단 차를 타야 하는거고 저럴 수 있는 인간만이 살 가치가 있는 인간이다!"라고 주장하고 싶지만 자제한다.ㅋㅋㅋ---고차원의 매저키스트가 되어서인지 이런 자기모멸성 생각에도 나름의 맛이 느껴지게 됐다니까. 좋음도 좋고 모멸감도 독특한 맛이 있고, 얼씨구나~라니까.ㅋㅋㅋ---그런데 차라는 놈은 할부금, 유지비 등등 돈에 대한 압박을 야기시킬 뿐만 아니라, 사람을 편안한 환경에 매몰시키다 보니 그 사람의 정서까지도 무뎌지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는.(재차 말하지만 인간은 위험에 처해져야만 평소엔 못 느꼈었던 새로운 감성이 개화된다는.)

그래서 차 할부금, 유지비 등은 삶의 고려사항 축에 끼이지도 못할 정도의 막강 재력을 가진 부모밑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자기 직업에 차가 꼭 필요한 게 아니면서도 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을 나는 정말 대단하게 생각한다니까... 대체 돈을 얼마나 잘 벌길레, 직장 다닌다고 별로 탈 시간도 없을 차에다가 그렇게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을까?싶어서 말이지.

"내가 노력을 열심히 하면 내 인생의 앞날은 장미빛으로 펼쳐 질거야"라는 자기 확신이 그만큼 강하고 자신감도 있으니 저런 긍정적인 삶의 자세가 나올 수 있는 거겠지만 내가 보기엔 정말 위험한 삶의 자세이기도 한거라니까.ㅋㅋㅋ 돈을 잘 버는 직장인이 저러면 나름 이해라도 하겠지만 돈도 잘 못 벌고 삶의 조건도 그렇게 안정적이지도 못한 놈이 허영, 허세에 찌들어 저러는 거 보면 "저 새끼 때문에 결국 자기 부모가 꽤 피해를 입게 될텐데?"싶다는. 하기야, 자식의 뇌에 저 수준의 의식밖에 못 들어차 있는 건 부모 탓도 없지 않은거니 그 부모에겐 자업자득이 되는 거라는.

저 소주병 환경을 내 삶에 적용해 보기
내 삶을 저 소주병 환경이랑 비유해보면, 나는 손발이 꽁꽁 어는 겨울철에, 잡을 부분이 얼마 안 남은 비닐 봉투를 겨울장갑이 아니라 노가다용 그냥 목장갑을 낀 손으로 잡고 있었던 거라고 해야 겠다. 그러니 손의 통증과 불안감을 과잉으로 느껴 왔었던 거고.(목장갑이 아니라 코팅장갑이면 그래도 마찰력이라도 높아서 잡기가 좀 수월했었을텐데...)

저 불안뿐만이 아니라 내게 별다른 이익을 주지 못했었던 이 영양가없는 소유에게 내가 과잉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기에 이제까지의 내 삶이 그렇게 수지타산이 안 맞다고 느껴졌던 거고 그 덕분에 늘 분노, 박탈감, 손실감 등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애처로운 상태였었다는 걸 지금은 정확하게 안다.

저 앎에 힘입어 병소주같은 위험한 것들을 비닐에서 많이 들어 냈기에 지금의 내 비닐에는 과자같이 땅에 떨어뜨려도 별 지장이 없는 것만 들어 있는 상태가 됐다고 해야 하리라.(웅하하~ 저것들이 들어내 졌다는 거에도 감사한다. 꼬이는 인생은 한없이 꼬인다고 저것들이 너무나 고착돼 있어 들어내려 해도 못 들어내질 수도 있는건데 말이지. 그리고 소주병이 아니라 자기에게 필요한 약병, 혹은 타인과 싸울 때 요긴하게 쓰이는 화염병이라서 들어내고 싶어도 못 들어내는 사람도 있을테고.)

소주병이라는 이 위험한 것을 지닌채 자전거로 집에 무사귀환한 걸 기념하고
이런 고급의 깨달음을 준 것도 기념해 찰칵~
음냐, 이 사진에서 내 삶이 느껴지기도 하구만.ㅋ
할 일없을 때 깨는 장독도 보이고.ㅋㅋㅋ(절대 설정 사진 아님.)

우히히~ "그동안 삶 속에서 느꼈었던 불안감, 분노, 박탈감, 손실감 등에서 꽤나 탈피해 이렇게 단촐하고 홀가분한 삶이 가능해졌구나~"라는 이 개운하고 명징한 기분이 정말 쥑이는 거다. 저 기분 자체도 좋은 거지만 나는 "띠발~ 내가 자살을 안 하고 생존을 유지하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었으니 이런 기분을 누릴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라는 내만의 뽀나스 기쁨도 가능하기에 저 쥑이는 기분이 따따블의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밖에. 고로 내 머리 속에는 "내일 죽어도 좋아!!!"라는 발상이 늘 존재할 수 있는거다.(우주의 질서님께서 "이 시발놈이 내가 오냐 오냐 해주니까 내 고마운줄 모르고 지가 잘나서 그런 건줄 알지!!!"라고 분노하실까봐 저런 교만 그 자체의 표현은 글에서 딱 1번만 쓰기로 마음먹었다는.ㅋㅋㅋ)

뇌에게 현대문명 사회는 혼란스러운 곳
어쨋거나, 생명체의 본능인 소유의 관점으로 보면, 자본주의 문명을 이끌고 있는 상업자본은 인간에게 손쉽게 소유할 거리를 너무나 많이 제공하기에 뇌에 있어 이 세상은 정말로 혼란스런 곳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는 것이로다. 돈만 있으면 소유가능한 것들이 너무나 많아 진정으로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소유가 뭔지 뇌가 알아채기가 대단히 어려운 시대인거지. 상업자본이 노리는 것도 바로 인간의 저런 무지몽매한 상태라고 해야 할테고. 그래야 인간들이 끊임없는 소비로 자신의 불안 등을 덮으려 하게 되니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저런 혼란의 상태보다는 오로지 1개만 있어 그 1개라는 좁디 좁은 곳에 갇혀설라문에 그 1개만 인식하면서 살아가는 '유일물' 세상이 어떻게 보면 인간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상태가 아닐까나?라는 생각도 든다는. 물론, 생각을 좀 더 심층적으로 해 보면 현대인들은 표면적으론 소유할 게 너무나 많이 주어진 정말로 혼란스런 곳에서 사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론 돈이라는 그 지극한 1개의 개체에 완전히 갇혀 지내는 궁극의 유일물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지만.(그래서 돈과 연관돼 있는 거만 얘기 거리가 되고 소통이 이뤄지는 시대.)

내가 보기엔 저건 인간의 정상적인 존재 상태가 아니라는. 결국, 저런 1개가 주는 단조로움, 식상함, 권태가 존재하는 계에서 탈피해 어떤 소유가 자기에게 제일 이익인지를 알아가는 쾌감을 느끼려면 치열하게 앎을 회득해 갈 수 밖에 없는 거라는...(띠발, 그냥 처자빠져 지내는 새끼가 이런 얘기를.ㅋㅋㅋ)

산업혁명은 인간 궁극의 불행의 시발점인지도
이런 류의 얘기를 읊은 김에 하나 더 읊고서 글을 마무리할란다. 증기기관의 등장으로 산업혁명이라는 인류 역사상 전대미문의 것이 인간 세상에 던져줬고 그 덕분에 물건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짐으로써 인간은 빼도 박도 못하게 소비의 도구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다는 거, 이게 인간 궁극의 불행의 시발점일 수도 있는 것이로다. 인간과는 달리 배부른 소리 안하고, 외부에서 동력이 공급되는한 자기 몸이 뽀사질 때까지 자기 본분을 수행해내는 동력기계의 등장은 인간에게 있어 진정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걸 수도 있다는 말이 되겠다.

우히히, 내가 했지만 저거 정말 폼나는 말같구만.ㅋㅋㅋ 젊었을 때에는 100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못 할 이런 사유질이, 지금은 가능해 졌고 그걸 하고 있는거로다~ '만물=재미 덩어리'라고 해야 할 정도로 세상이 내게 너무나 온화하게 반응해 준다. 정말 감사하다.

재차 웅하하~ 이깟 소줏병에서 이런 차원의 감흥을 뽑아내는 내 자신이, 그리고 그걸 이렇게 글로 표현하고 있고, 이렇게 글로 표현해냈다고 또 이렇게 흡족함을 만끽하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나 뿌듯하고 고맙다는. 뿌듯 안할래야 뿌듯 안할 수 없고 안 고마워 할래야 안 고마워 할 수가 없다니께.

띠발, 글 쓰기 자체가 뇌에게 있어 정말 엄청난 중노동인데, 돈이 나오지도 않고, 누가 봐주지도 않는 이런 병신같은 글쓰기를 이렇게 치열하게 정성들여 할 수 있는 인간이 이 세상에 몇이나 있겠나??? 할 일없음을 못 견뎌 사고치는 것보다야 이런 병신같은 지적 중노동이 100백, 1000배는 낫다는 걸 체득한 내같은 놈이나 가능한 거지.ㅋㅋㅋ

음냐~ 중년남 중에 일상에서 이런 기분을 느끼는 놈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라.ㅋㅋㅋ 나는 "이런 은은한 희열이 죽기 직전에 반짝하는 그런 기분이 아닐까?"라고 경계의 눈치로도 지켜보고 있었더랬는데 이 기분이 몇 년 이상 이렇게 지속되는 거 보면 그런 차원은 아니라는. 고로, "역시 내가 득도라는 인간 궁극의 경지에 올라 세상을, 사람들을 내려다 보게 됐기에 그런 거로구나~"라는 확신이 강화될 수 밖에.(문명계, 인간관계가 인간의 저런 본연적 감정의 느낌, 감정의 표출을 금하고 있을 뿐이지 타인을 낮춰 보면서 자기를 우월시하는 게 인간에게 있어 최고의 희열이라는...)

물론, 희망이 인간에게 가하는 폭력을 좋은 것으로 해석하고 쾌락으로 받아들여야 삶이 유지가 되는 범인들과는 달리, 나는 '절대 인지'라는 범인들이 접근했다간 뼈도 못 추리는 궁극의 경지도 접해본 득도자가 아니던가? 고로, 현재의 기분이 10분 뒤에 궁극의 공허, 우울, 절망, 고통 등으로 돌변해 나를 공격할 수도 있다는 걸 여전히 인지하고 있다는 게 나의 저력이자 병신성이라는...

사족
비닐과 소주병이 줬었던 깨달음 덕분에 지금은 별다른 심리적 저항없이 쌕을 홀가분하게 매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여유가 생겼도다.ㅋㅋㅋ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게 진짜 엄청난 장족의 발전이라는...---재차 말하지만, 바람났다가 불륜녀에게 어울리는 가치와 본처의 참가치를 깨닫고서 가정에 정말로 충실하게 된 남자의 마음이 이런 게 아닐까?싶다는.---저건 이 병이 내게 가했었던 과도한 삶의 무게가 야기시킨 정신적 외상에서 벗어난 사유가 가능해 진거라고 할 수 있으니까. 우히히~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꽤 짜릿~ 짜릿~한 거라는.ㅋㅋㅋ

이래서 누구보다도 성실하긴 하지만 머리속에 1등주의라는 똥 역시도 엄청 가득한 내같은 기질의 사람은 남에게 과시도 못하는 허름한 직장다니면서, 부양의 의무에 찌든 우울, 칙칙 그 자체의 삶을 사는 것보단 이렇게 자신만의 정신적 고양감을 느끼는 삶이 더 가치가 있는 거라니까.... 내게 최적화된 출가를 한 셈이라고 해야 할까나? 엉엉, 감동의 눈물이 글썽거릴라 칸다.ㅋㅋㅋ 내 삶에 대한 나의 판단, 선택이 옳았고 그 탁월한 선택의 결과물을 내가 지금 이렇게 흡족하게 만끽하고 있다는 사실때문에... 엉, 엉...

이건 도박판에서 늘 꼴기만 했던 놈이, 판돈이 엄청나게 걸려 있는 마지막 판에서, 판돈을 완전히 휩쓸면서 돈 따는 쾌락을 느끼고 있는 것과 비슷한 기분인거다. 그뿐만 아니라 그 동안에 꼬랐던 돈을 완전히 원상복구시킨 쾌락까지 추가적으로 느끼고 있는 도박자의 심정인거다!!! 웅하하~ 5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인간이나, 지금 삼성그룹 임원으로 있는 인간 중에 이런 희열을 느끼는 놈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라!!!

물론 그렇다고 고시 합격, 대기업 취직이 잘못된 삶의 방법이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저 길로 가는 게 당연한거다.---젊을 때 저런 목표라도 없으면 할 게 없다. 목표가 없으면 내같이 '할 일이 없는 젊음'이라는 정말 위험 그 자체의 상태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ㅋㅋㅋ 이런 인간은 필히 종교같은 걸로라도 저 할 일 없음을 무마시켜내지 못하면 정말 답이 없다는.---나도 저 길로 가서 남들에게 과시하는 삶을 살고 싶었지만 이 병때문에 그게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었기에 이 타고난 건설적 폭력성, 천재성(?) 따위는 변소같은 곳에 파묻고 궁극의 울분, 초라함, 모멸감 따위를 삼키면서 이렇게 득도를 이뤄 낸 거니까. 웅하하~

음냐... 날이 갈수록 정신적 딸딸이를 치는 능력하나만큼은 정말 일취월장을 하는구만... 자기 확신이란 게 이렇게나 좋은 것이라는 게 이제사 이해되구만.ㅋㅋㅋ 미성숙한 것들, 병신같은 것들은 사는 동안에 이런 거라도 쥐고 있어야만 삶이 살아가지긴 하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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