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져 있는 가방이 주는 이 은은한 감흥과 재미

입력:2013-09-29 일

걸어가는데 커다란 가방이 버려져 있는 게 눈에 띈다. "사람 시체도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인데 용케도(?) 사람 시체는 안 들어 있네..."라는 생각과 함께 요상스런 미소가 지어진다. 기분이 좋긴 하지만 "어라라? 뜬금없이 왜 이런 생각이 들고 왜 이런 미소가 지어지는 걸까나?"싶다. 할 일없는 인간답게 날이 갈수록 미쳐감의 강도가 더 세지는 건감??? 아니면 초라하고 모멸스런 중년의 개백수 새끼라는 이 존재론적 분노가 세상에 대한 증오, 살인욕구로 서서히 전환되고 있기에 그런 건감???

곰곰히 생각해 보니 얼마 전에 봤었던 시사저널의 영향이겠구나 싶다. 저 잡지에는 경찰대 교수이자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범죄 심리학자인 표창원의 범죄기사가 가끔식 실리는데 그 기사에 실렸었던 선정적인 가방 사진이 저 가방에 대한 연상작용을 야기한거겠더만.

저게 문제의 그 사진이다.
죽어서 몸의 생체활동이 중단돼 외계로의 대항력이 사라지면 인간 역시도 저렇게 썩음의 상태, 즉 미생물의 밥이 될 수 밖에 없는 거로다. 좋게 보면, 욕망 덩어리 그 자체의 것이 다시 우주의 일원이라는 태초이전의 고요 상태로 되돌아 가는거고...

참고로, 저 사진을 탄생시킨 사건을 간단 요약하자면 이렇다. 교수 남편과 이혼소송 중이었던 부산의 50세 학원 재벌(?)이 실종됐고 돈많은 학원 재벌답게 남동생은 1억원을 현상금으로 걸었었는데, 결국 저 상태로 발견됐다. 범인은 역시(?) 이혼소송 중이던 남편이다. 특이한 건 남편이 서울대, 서울대 대학원 출신의 초절정의 엘리트라는 거. 얼마나 초절정의 엘리트였었으면 20대 후반에 대학교수가 됐겠는가! 40, 50줄이 되어도 시간강사에만 머무르는 인간들이 적지 않은 세상에서 말이지.(저 사람은 엘리트답게 전공 선택을 엄청 잘한 인간이라는... 삶은 이렇게 실존적 선택의 기로에서 선택이란 베팅을 잘한 인간만이 잘 살아 남는 것...)

그리고 제일 놀라운 건 3번 이혼한 경력이 있는 새끼가 총각행세하면서 저 학원 재벌 이혼녀에게 접근해 결혼에 성공했다는 거다. 역시 엘리트는 뭘 해도 엘리트스런 능력을 발휘하는 거로다. 그러니까 엘리트인거고.ㅋㅋㅋ 새끼, 3번이나 이혼했으면 자기 급에 맞는 공지영같은 여자에게나 작업할 것이지, 흔하디 흔한 평범 이혼녀에게 작업을 걸다니!!! 이 나쁜 새끼!!!

그래도 저 새끼가 저 결혼을 성공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을 쏟아 부었을까?를 생각하면 고개가 숙여진다.(득도라는 인간 궁극의 경지에 오르고 나선, 세상사, 만물에 대해 '가치판단'을 안 할 수도 있게 되니 이런 감수성도 생겨난 듯.) 뭘 하겠다면 저 살인자만큼 치열하게 해야 하는 거라는. 이런 자세가 안 되면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하는 거고.

시체얘기로 원위치한다. 자아를 가지고 있고 몸에 대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기에 이 삶이 유지가 되는거지 자아가 약해지고 몸에 대한 지배력이 사라지면 저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거로다. 삶은 이렇게 자계와 외계간의 "니 죽고 내 살기"의 전쟁이 벌어지는 곳이니, 내 의지로 자신의 몸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이 살아있음의 상태가 이렇게나 귀한 거라는 걸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거로다.

왜 이 사진이 실렸을까나?
"이때까지 저 연재기사에 저런 선정적인 사진이 실린 적이 없었는데 새삼스레 왜 이 사건에만 이런 사진이 실렸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시사저널의 의도던가, 표창원의 의도던가 둘 중의 하나일텐데 전자라면 중앙일보에 인수된 뒤로 기사의 품질이 전반적으로 낮아져 버린 시사저널이 생존을 위해 과감하게 선정주의로 가자고 결정했기 때문이리라.(나는 인터넷 허접매체의 선정주의는 그 누구보다도 혐오, 경멸하지만 저런 고급매체의 선정주의는 대단히 반기는 사람이라는.ㅋㅋㅋ 아, 열등한 것들에 대한 혐오, 경멸같은 이 자기학대성 정신질환이 언제쯤 나아지려나???)

저게 아니라면 표창원의 의도때문인데 평소에 안 하던 저런 짓을 왜 했는지 꽤나 궁금하다는.ㅋㅋㅋ 나는 그 심오하고 칙칙한 인간의 심층 의식에 정말로 관심 많고, 그 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고 "최고등 생물인 인간의 마음이 이렇게 진화하면서 이 세상에 적응해 왔겠구나..."라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보니 표창원이 유독 저 사건에서만 저런 사진을 노출시킨 이유가 대략 유추가 되긴 된다는.

하지만 표창원 자신은 자기가 왜 유독 저 사건에서만 저런 사진을 노출시켰는지 그 이유를 모르고 있을거라는. 안 그래도 거친 사건, 거친 범죄자들을 주로 상대하는 공안 계통 출신이라 생각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고 생각의 경직도도 대단히 높은 사람인데 바쁘고 할 일까지 많다 보니 저런 반추적 생각을 할 짬이 있을리가 없으니까 말이지.(이런 반추적 생각은 내같이 할 일없는 인간이나 받을 수 있는 축복이자 저주...)

그런데 올 대선을 기점으로 표창원은 경찰대에 사표를 냈기에 예전보다 시간이 많은 사람이 됐다 보니, 그 협소하면서도 경직돼 있었던 직업적 자아에서 탈피돼 어떤 찰라적 깨달음을 느끼면서 그 이유를 자각했을런지도... 그런데 자신에 대한 국정원의 소송, 가장으로서의 부양의 의무때문에 저런 생각을 할 짬이 예전보다 더욱 더 없어졌을 수도 있으리라. 이런 걸 다 감안하고서 지루해진(?) 중년의 삶에 새 승부수를 던진거긴 하겠지만 말이지.

어쨋거나 득도하기 전에는 결코 느껴지지 않았었던 인간에 대한 이런 새 앎, 새 재미라도 생겼으니 이 초라하고 모멸스런 중년 개백수의 삶도 그럭 저럭 유지가 되는 거지 이런 거라도 없었으면 이 비루한 삶을 버텨내기 힘들었을거라는.ㅋㅋㅋ(직장에서 잘리거나 병들고 해서 이혼당하고만 중년남들은 정말로 답이 없을 거라는. 실제론 이혼상태인데 자식들, 남의 시선때문에 마지못해 계속 살고 있는 부부들도 마찬가지고.)

이 비루한 삶의 이 멋드러진 여유~
아, 버려진 큰 가방을 보고서 시체가 연상되는 이런 개그성 사색과 묘한 미소가 떠오르는 삶의 이런 여유가 너무나 맘에 든다는.ㅋㅋㅋ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궁극의 성취라는 어떤 궁극의 정서적 단계를 경험해보지 못했고, 옆에 주렁 주렁 매달아 놓은 것도 많아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해야 한다", "할 수 밖에 없다"같은 자기최면 속에 갇힌 채 존재할 수 밖에 없는 학업기, 부양기 속의 인간들이 좀 안 쓰럽게 느껴지기도 한다는. 쟤네들은 늘 저런 개념의 노예로 존재할 수 밖에 없다보니 이런 우발이 주는 일상의 여유를 누리기 힘들텐데 나는 그걸 누리고 있으니 이 상태가 너무나 감사할 수 밖에.

그리고 재수없는 놈은 우발적 사고, 우발적 살인에 의해 목숨이 끊겨지기도 하는데, 나는 이런 우발적 감흥으로 일상에서 이런 차원의 청량감과 초월감을 느끼고 있으니 더욱 더 감사할 수 밖에. 고로 시사저널이든 표창원이든 둘 중의 하나에겐 고마움이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거다. 시사저널에 저런 선정적인 사진이 실리지 않았었더라면 이런 요상스런 재미를 느끼지 못했을 테니까.

사족1:가방이 뭐길레...

롯데백화점에서 찍었다. 저런 쇼윈도우를 보면 "왜 저 따위 거에게 낚이고 싶어 환장하는 여자들이 그렇게나 많을까?"라는 생각이 떠오른다.---여자 철학자가 잘 없는 것처럼 진화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그 이유는 뻔하긴 하지만.---그 덕분에 "얼마나 많은 수컷들의 등골이 휘고 있을까나?"라는 생각도 든다. 재밌기도 하고 한편으론 안 쓰럽기도 하다.(물론, 능력있는 암컷들은 자기 능력으로 구매하긴 할텐데, 이건 물질적으론 능력있어도 수컷과의 관계면에선 열등한 암컷이라는 말도 성립되는 거라는.ㅋㅋㅋ)

그런데 미혼 수컷은 번식욕, 연결욕 등의 충족을 위해서라도, 유부'수컷'은 이미 이뤄놓은 가정의 건사를 위해서라도 저런 짐을 부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로다. 수컷들 참 불쌍한 것들인거지. 좆이라는 이 힘의 원천을 가진 대가, 즉 세상에서 암컷보단 갑으로 존재하는 것들이 당연히 부담해야 할 짐인거다. 수컷은 수컷이라 괴롭고, 암컷은 암컷이라 괴롭고, 상대의 성에 별 영향을 받을리 없는 혼자사는 것들은 그 영향을 못 받아 괴롭고... 생각하는 질환을 앓고 있는 인간이라 이 세상의 모든 인간들은 존재의 슬픔을 겪는 안타까운 것들이지 싶다.(음냐, 무척 폼나는 말같다.ㅋㅋㅋ)

광복동의 일반(?)매장에서 찍은 건데, 난 잘 모르지만 얘네들은 자기들이 쇼윈도우에 제 아무리 그럴싸하게 치장돼 있어도 롯데백화점에 있는 가방보다는 열등한 가방이지 싶다.ㅋㅋㅋ 얘네들이나 롯데백화점에 있는 애들이나 품질상으론 우등, 열등 구분이 잘 안 될테지만 어떤 곳의 쇼윈도우에 자리하고 있냐?에 따라 저것들의 계급이 이렇게나 달라지는 거리라.

이래서 인간들 역시도 이왕 일하는 거 공공기관, 삼성같은 이 시대 1등의 간판 밑에서 일하고 싶어하는걸게다. 능력있고 폼도 나는 부모밑에서 태어나 황금 찌찌를 물고 자라는 게 제일 좋긴 하겠지만 그건 자기 선택권에서 벗어나 있는 거니, 새빠지게 노력해 저런 간판 밑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할 수 밖에 없는 거로다. 그래야 우월한 번식도 가능해지니까.(인간에게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은 '유성생식'이라는 번식방법때문이라는.ㅋㅋㅋ)

인간에 대한 이해도가 일정 수준에 이른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인간의 저런 자세를 비난할 수 없는거다. 고로 이 득도자는 이렇게 읊을란다. "이 비득도의 열등한 인간들아, 치열하게 노력해 1등 간판이 붙어 있는 그 삶을 꼭 성취하고 계속 유지하도록 해라!!!"라고.

사족2:4계급에 대한 평가
이 글에는 4계급의 가방이 등장했다.

①롯데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가방
②광복동의 어느 매장에 입점해 있는 가방
③시체는 안 들어 있고 그냥 길거리에 버려진 가방(길바닥에 입점한 가방이라고 해야 하남???)
④시체를 싼채로 버려진 가방.

①이 가장 우월한 계급의 가방이고 ④가 가장 열등한 가방이라고 해야 하리라. 하지만 가방의 가장 본질적 존재이유로 치자면 살인자의 시체 운반에 쓰인 저④가 자신의 존재이유를 가장 제대로 충만하게 경험한 가방이 되는거지 싶다.

쇼윈도우 안에서 화려한 조명빨을 받아보지도 못하고, 인간의 사체를 옮기는 용도로 밖에 안 쓰였지만 저런 궁극의 기괴한(?) 용도로 쓰였다는 게, 가방으로서 자신의 존재론적 가치를 가장 궁극의 단계로 경험한 가방이 된 거란 말이다. 저 가방의 사용자, 즉 저 살인자는 아내를 죽일 때 젖먹던 힘, 첫경험을 할 때의 힘등 모든 힘과 정신을 총동원 했었으리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저 남자는 일상에서는 절대로 경험못하는 저런 궁극의 경험을 한건데 저 가방은 그 궁극의 경험에 동참(?)하면서 그 궁극의 경험의 결과물을 처리하는 정말로 대단한 용도로 쓰인거다. ④는 여행용 가방이라던데, 여행용 가방답게 여행자의 물품, 선물이나 실리는 용도로 쓰이는 것보단 저렇게 궁극의 용도로 쓰인 게 더 가치가 있을 수도 있는 거다라는 말이 되겠다.

가만 보니 제일 불쌍한 놈은 ③이로구만. 외관을 보아하니 화려한 쇼윈도우에서 있을 가방은 절대 아니다. 그냥 길바닥에 저렇게 버려져 있는 걸 보니 저런 궁극의 경험도 못해본 가방이라고 봐야 할테니 말이지. 어느 살인자가 저 가방에 토막난 시체를 비닐로 똘똘 싸서 옮겼다가 그 토막들을 다 들어내고 가방만 버린 것이기를 바래야 겠구나.ㅋㅋㅋ 오원춘꽈가 썼던 가방이었길 바래야 겠도다.

음냐, 가만 생각해 보니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저 시체가방에게서 조차 내 삶이 느껴지기도 하니 이런 글이 탄생되는 거구나. 이 초라하고 모멸스런 삶속에서 득도라는 궁극의 경지를 이룩해낸 내 자신이나, 가방으로서의 궁극의 쓰임새를 충족시킨 저 시원찮은 가방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거니까 말이지.

아, 이제는 가방에게서도 이렇게 동지애를 느끼게 됐남??? 이거 이렇게 계를 자꾸 초월하다간 정신이 완전히 가버릴 수도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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