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장애인이 아니었다면 지금보단 나은 삶을 살고 있으려나? ⑦
어쨋든 전혀 예상치 못했었던 비판의식의 과도한 자학 공격도 잘 버터내서 정말 다행이고 이런 과도한 비판정신이 그나마 있었기에 초절정의 절망을 거치는 그 힘든 동안에도 그렇게 심하게 침몰, 퇴행 안하고 그럭 저럭 버텨내면서 나를 둘러싼 정신의 가식, 허위의식, 위선의 껍데기등도 어느 정도 벗겨내는 수확도 얻어 낸거지 싶다. 하하~ 정말 신난다. 이 과도한 비판정신이 야기하는 괴로움때문에 내 삶에서 지적 쾌감과 나의 자부심의 원천이었던 이 비판정신이, 까딱했으면 불행과 절망을 초래하는 원흉으로 처참하게 망가지는 꼴로 결론났을 수도 있었는데 나는 이 좌절에 굴하지 않고 이 놈을 처음 때와 비슷한 지적 쾌감과 자부심을 주는 존재로 지켜냈다는 거~ 아니 이전보다 더욱 더 가치를 지닌 존재로 키워 냈다는 게 너무나 맘에 든다.(계속 건강한 상태보단 가끔씩 아프다가 다시 건강한 상태가 되는 게 더 값진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동안 무작정 좋고, 선진 시민의 바른 자세로 여겼었던 비판정신이 가지는 나쁜 본질도 깨달았다. 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정말 기분 좋다~ 이 기쁜 마음을 부모의 마음으로 비유하면 장애인 자식을 직접 업고 등교시키면서 대학까지 졸업시킨 부모가 느낄법한 그런 뿌듯함에 비길 수 있지 싶다~
아, 이런 생각을 하니 내 자신이 너무 뿌듯하다~(물론, 남과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차원의 것이 아니란 게 원통할 뿐이지...ㅋㅋㅋ) 단순형 은둔형외톨이라면 느끼기 힘들 것 같은 이런 은은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다 이런 힘든 과정을 잘 거쳐 왔다는 뿌듯함때문이리라. 부부로 치면 죽니 사니, 이혼하니 마니하는 파국의 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부부라면 당연히 이혼하고 말았어야 할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하고서 애정이 더 깊어지는 단계로 들어선 부부처럼 말이다. 정상인인
나를 가정해 본다 하지만 내가 정상인으로 태어나서 정상인으로 계속 자라 왔다면 정상인 상태에 감사함을 알리는 만무하다. 나는 정상인 중에 자기가 그 정상인인 것에 대해 감사해하는 사람은 한 번도 못 봤는데(특히 젊을수록 더 그렇다.) 내가 정상인이었으면 나도 저 정상인의 한계에 갇힌 사고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거다. 인간은 상향욕구의 지배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젊음은 그런 경향이 더 강하니 나는 내보다 더 유복한 가정환경, 더 좋은 외모를 타고난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왜 저런 조건을 가진채로 태어나지 못했단 말인가!"라는 한탄을 하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병신장애인인 지금의 내가 하고 있는 "왜 내게는 정상인의 몸이 주어져 있단 말인가!"라는 한탄과 비슷한 한탄을 하는거다. 병신장애인이 염원하는 정상인의 상태나 정상인이 염원하는 더 유복한 가정환경, 더 좋은 외모는 서로 다른 것 같지만 '내게는 없는 조건'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본질적으로 같은 거기 때문이다. 내가 정상인으로 자랐다면 '정상인=당연한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을 수 밖에 없기에 더 유복한 가정환경, 더 좋은 외모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자살에 대한 자기 나름으로는 심오한 고민을(남이 보면, 상식으로 보면 호강에 받친 고민...)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절대 없는거다. 물론, 이건 약간의 과장을 보탠 가정이지만 그 사람이 얼마나 과한 욕심을 가졌느냐에 따라 과장이 아닌 현실일 수도 있다) '병신장애인'(혹은 '공인장애인')이라는 월등하게 나쁜 조건 1개와 '내게 없는 더 유복한 가정환경', '내게 없는 더 좋은 외모'라는 약간 나쁜 조건 2개, 이렇게 3개의 조건을 '내게는 없는 조건'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고서, 나는 내게 안주어진 조건을 가지고 고뇌를 하는 인간이라고 가정해 보면, "나라는 인간은 워낙 게으르고 의지가 약한 인간이라서 사소한 병이 있어도 그걸 뛰어넘을 생각은 안하고 타인에겐 있는 조건이 내게는 안 주어져 있다느니류의 신세한탄을 하면서 세상을 포기할 인간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까지 든다.원래부터
이 정도밖에 못되는 인간이면 이 병은 내게 축복이로다 그 근거를 들자면, 남자들이 가능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 갈려고 하는 군대를 난 이 병때문에 면제를 받아 신의 아들이 됐기 때문이다. 고위층 자제나 유명 연예인이 아닌한 웬만한 병이 아니고선 신검에서 면제받기란 정말 힘든 것이지 않는가?(요즘에는 병역 비리가 잘 적발되어서 인지 유명 연예인들도 대체로 군에 가는 분위기이던데...) 이렇게 국방부에선 나를 병신이라고 인정했는데, 민간사회의 법률적 기준은 그것보다 좀 더 까다로운지 공인 병신, 즉 장애인으로 인정을 못 받고 있는 게 좀 안타깝다.(그런데 법률적 규정으로는 장애인이 못 되더라도, 이 병은 사회에선 실제로 병신취급된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나는 이 사이트에서 나를 지칭하는 용어로 '병신장애인'이란 말을 쓰고 있는 거다. 정상인들이 자기들끼리 '병신'이란 말을 너무 흔하게 쓰고 있기에 그 복에 겨운 병신이란 말에 내가 도매값으로 같이 취급된다는 게 기분이 나빠서 말이다. 하여튼, 쥐뿔도 없는 인간이 자존심만 가득해 갖고는...ㅋㅋㅋ) 만일, 이 병이 지금 장애인으로 인정되면 분명히 혜택을 받는거니 감사한 마음에 나=장애인이라는걸 감내, 감사도 하면서 공무원시험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장애인 혜택을 받는 정식 장애인들은 자기들이 받는 혜택을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기에 이런 기분을 아마도 모르지 싶다. 하기야, 나도 공인장애인에 견줘 병신장애인으로서 받은 혜택을 생각하면---정상인인척 할 수 있었다는 게 가장 큰 혜택이었다.ㅋㅋㅋ별 것 아닐 수 있는 혜택이지만 지나고 생각해 보면 엄청난 혜택이었도다.---50보 100보긴 하지만 말이다. 하여튼, "당연한 걸 당연 안할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을 하게되면 불행끝, 행복시작의 길이 열리지 싶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면, 내가 벼락 안맞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니고, 벼락을 맞을 수도 있는데 안 맞고 아직 살아있는 거니 자기가 살아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해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정상인의 상태 역시도 마찬가지다. 이런 생각을 하면 정상인이라는 게 당연한 게 아니고 자동차 사고, 중병, 장애인, 사망상태가 아닌 게 매일 매일 정말로 감사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물론, 사람은 상황에 금방 적응을 하려는 기질이 있으니---상승하려는 욕구때문이리라. 그 상황에 적응을 안 하면 지금보다 나아지려는 상승욕구는 절대 안 나올테니, 내게 안 주어져 있는 걸 획득하려는 건설적인 행동이 나올리가 없기 때문일게다.---저런 생각을 유지하기가 대단히 힘들다는 게 문제다. 불행히도 저런 개념은 초절정의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나 만들어 낼 수 있는 절망의 탈출구와 비슷한거지 싶다. 즉, 보통사람은 결코 넘볼 수 없는 경지라는 말이다.(지금보다 더 안 좋은 경우의 비유를 들어 희망을 느끼려는 것과 동일한 개념이다.) 폭력남편에게 두드려 맞고 사는 여자의 심리에 관한 기사를 읽었었는데, 어쩜 장애로 피해보는 사람의 심리(바로 내 심리...)와 이리도 유사한지 깜짝 놀랬었던 기억이 있다. 폭력남편이 배우자에게 선사하는 폭력의 피해와 장애가 자신과 주위 사람에게 선사하는 피해나 비슷해서 그런 것이리라. 하지만 저런 상황의 여자라면 저 여자에게서 폭력남편을 격리시키면 일단 그 문제는 해결의 길이 열리게 되니 저런 여자들을 구제해 주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기사 등이 당연히 나오는 거겠지만, 장애는 답이 없다는 게 문제인거다. 저 중병, 장애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면, 즉 몸 혹은 정신을 정상으로 돌려놓으면 모든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는건데 그게 불가능하니 당사자와 주위 사람들이 막대한 대가를 치뤄가면서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게 바로 중병, 장애의 좆같은 점인거다. 애가 실종돼 그 고통과 스트레스 때문에 몸이 극도로 쇄약해진 부모에게 제 아무리 좋은 약을 주고, 좋은 치료를 한들 실종된 그 애를 찾아주는 것보다 좋은 치료효과가 나올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