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장애인이 아니었다면 지금보단 나은 삶을 살고 있으려나? ⑤

입력:2009-09-16

밖으로는 사실상 차단돼 있고 안쪽으로는 무한대로 뚫려 있는 병신장애인이다 보니, 엄청나게 내면으로 파고 드는 것말곤 할 게 없었기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거지 싶다. 대다수의 사람은 외연의 성장을 통해 삶을 가꿔 가겠지만 이렇게 내면으로의 압축, 파고듦으로 삶을 가꿔가는 사람도 있는거다.

이 말이 맞다면 나는 꽤 성공한 사람 축에 끼일게다. 내면으로 파고듦에서 내만큼의 성취(?)를 이뤄낸 사람은 있기 힘드니까.(아, 병신장애인이 이렇게라도 정신적 자위질을 해야지ㅋㅋㅋ 그런데 "까짓거 성공못하고 이렇게 비루하게 살 수도 있는 거지, 뭐 어때~"이런 차원으로는 의식의 성장이 왜 안 이뤄지는 걸까?)

하여튼 초라함을 감내해야 하는 인생이라고 나름 대비를 해 왔었는데도, 비판의식이 나를 근원적인 초라함까지 꺼집어 내면서 나를 공격해 왔을 때 느꼈었던 그 황망함, 절망감이란...

저때의 경험덕분에 김삿갓이 갓을 쓴 그 맘을 이해하게 됐다고 해야 할까나? 그래도 김삿갓은 정상인이니 정상적 삶을 포기하고 갓을 쓰고 세상을 유랑하면서 자신의 수치감을 풀기라도 할 수 있지, 나는 그런 것도 안되는 병신장애인이 아니던가?
 

존경스러워라, 종교없는 장애인들~
그래서 나는 장애인 중에 종교없는 장애인을 정말 존경할 수 밖에 없다. 특히나 후천적 장애인은 더 그렇다. 그렇게 급격하게 맞이한 신체적 퇴행 현상에서 강제로라도 종교적 최면을 만들어내지 않고는 그 상황을 견디기가 힘들텐데 어떻게 그 참혹스런 고통의 과정을 견뎠을까나?(후천적 장애인들의 종교소지율이 얼마나 될까? 이것도 꽤나 궁굼하다.)

댄스 그룹이었던 클론의 강원래씨도 교통사고로 휠체어 장애인이 되고 부턴 교회에 열심히 다니게 된 걸로 봐선 내 추측은 틀리지 않다고 봐야 할 게다. 그리고 종교를 안 가졌었던 사람도 사형수가 되면 종교를 가질 수 밖에 없을텐데 사형수 중에 종교를 안 가지고 끝까지 버티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사람이 어느 정도 될런지도 궁금하다.(저런 사람이 진정한 의지의 한국인에 속하는 이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혹시 저 반대의 경우도 있지 않을까나? 종교가 있었다가 자신을 사형이라는 형벌에서 구원해주지 않았다고 종교를 버리는 사람...

하여튼, 장애인과 정상인은 여러 차이가 있겠지만, 내 생각엔, "할일 없다, 심심하다"의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장애인이 정상인보다 월등히 많을 것이란 것도 저런 큰 차이 중의 하나지 싶다. 정상인은 할 일이 없다 싶으면 활동에 별 제약이 없으니 자기가 할 일을 만들 수 있을테지만, 장애인은 그런 생각이 들어도 정상인보단 제약이 많은 입장이니 왠만큼 잘난 장애인이 아니고선 불가항력적으로 할 일이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는 거 아니겠는가? 사실상 나도 그랬었고...(물론, 당신의 그 알량한 경험 하나로 다른 병신과(科) 장애인과(科)의 사람까지 도매값으로 넘기려 하지 마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이 없긴 하다)

할 일없음 타파엔 종교만큼 좋은 게 없다.
이럴 때 제일 하기 쉽고 유익한 게 종교행위를 하는 걸거다. 이 행위가 그렇게 힘든 것도 아니고, 하겠다고 하면 밀어주는 종교단체는 수두룩하고, 이 행위를 함으로써 할 일없음의 상황을 탈피하게 될 뿐만 아니라 '몰입'이라는 이전에는 잘 몰랐었을상 싶은 것의 가치도 느껴보게 될테고, 신의 사랑을 받는다는 사랑받는 느낌도 얻고, 종교적 가르침도 얻고 심적으로 얻는 게 이렇게나 많으니 장애인 입장에선 종교를 가진다는 것은 님도 보고 뽕도 따고의 차원을 넘어 완전히 땡잡는 게 아닌가 싶다.(가만보니, 교회에선 밥도 주는 것 같던데 땡을 잡아도 보통 땡을 잡는 게 아닌거다.)

장애인 얘기하다 보니 역시나 종교쪽으로 얘기가 흘러가고 있는데 내 생각엔, 서남아시아같이 건기, 우기가 워낙 뚜렷해 "건기에 비가 오냐? 안오냐?"에 따라 사람과 가축의 목숨이 왔다 갔다하는 정말 가혹한 환경에서 탄생한 기독교 같은 종교는 넓게 보면, 절망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만들어 낸 종교로 느껴진다.(절망에 시달려 인력으로는 아무 것도 못하는 상태, 이것도 의외로 '할 일없다'의 한 상태일뿐이다)

그래서 내 관점에선 기독교는 외부 환경에 벌벌벌 떨면서 생존에만 연연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장애인 기질이 강한 종교라서 기독교와 장애인은 천생연분이 될 수 밖에 없지 싶다.

이렇게 기독교는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가혹한 환경때문에 절망에서 파생되는 '할 일없음'이 탄생시킨 종교라면 힌두교, 불교같은 온화한 기후대에서 태동한 종교는 "그냥 처자빠져 있어도 최소한 죽을 일은 없다"는 기독교와는 너무나 비교되는 부유한 환경에서 파생되는 '할 일없음'이 탄생시킨 종교라고 해야 할게다.

이래서 기독교에는 가난한 자들이 가지기 마련인 '니 죽고 나 살기'의 천박한 폭력성과 협소함이, 힌두교, 불교에는 부유한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온화함, 여유로움같은 미덕이 존재하지 싶다. 어떤 상황에서의 '할 일 없음'이냐에 따라 종교의 수준, 품질이 이렇게나 달라지는 걸 보면 인간이란 가만히 있는 걸 진짜 못 견뎌하는 정말 활동적인 존재인거다. 이런 기질때문에 인간이 진화 전쟁에서 모든 짐승들을 제치고 승리를 일궈낸 것일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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