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장애인이 아니었다면 지금보단 나은 삶을 살고 있으려나? ①
입력:2009-09-16 할 일이 없으니 저 제목처럼 "내가 병신장애인이 아니었다면 지금보다는 나은 삶을 살고 있으려나?"라는 정말 심오한(?) 질문을 내 자신에게 가끔씩 하게 된다. 저 질문은 내가 정상적으로 살았으면 내 자신에게할 필요가 없는 질문이겠지만. 아니, 안 그럴지도 대부분의 정상인은 저런 마음상태를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기에 정상인 상태의 나 역시도 자신의 기대치만큼 삶이 안 이뤄지고 있다는, 당연할 수 밖에 없는 삶의 현실에 절망해 "이렇게 비루하게 살 것 같았으면 차라리 병신, 장애인이 되어 사는 게 낫지 않았을까? 병신, 장애인이면 내가 부담해야 할 일도 지금보단 많진 않을테고 시간도 여유로울테니 최소한 자기성찰하는 시간은 많았을 것 아니겠는가?"라는 질문을 하고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나=병신'이 내 삶의 모든 불행의 원흉이라는 지금의 내 인식과는 달리, 병신이라서 삶이 비루하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나는 태생적으로 상승욕구가 강하고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정상인으로 살았어도 나의 1등주의 욕심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우울함, 삶에 대한 과도한 회의감을 여전히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만일 그렇다면 병신장애인이기 때문에 세상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배웠고 그 상태에서 이런 넑두리성 글을 적고 있는 지금의 나는, 정상인일 때의 나의 간절한 염원이 이뤄진 상태라고 볼 수도 있으리라. 카~ 이거 엄청난 발상의 전환이다. 아니면 비루한 삶에 대해 저항하는 단순 반발성의 가치체계가 완전히 전복된 거라고 하던가. 저건 이상주의적인 생각이고, 현실에선 "병신장애인인데 하면 뭐해?"라는 배째라 정신에 정상적인 의식이 자꾸 밀리다 보니, 이렇게 계속 퇴행만 하려는 내 의식을 이런 화두나 질근, 질근 씹어보게 하면서 달래키는 수 밖에 없다~ 이런 류의 할 일이라도 못 만들어 내면 뇌가 미쳐 버리기 되기 때문이다. 카, 어쨋든 삶을 안 악화시키려고 이렇게 나름 발악을 하고 있다ㅋㅋㅋ 그런데, 뇌는 자기가 둥지를 틀고 있는 몸뚱아리의 생존유지에 가장 최우선 순위를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기에, 제 아무리 자기가 병신, 장애인스러운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생존해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그 시간을 버텨내기가 고통스러워서 그렇지, 만일 잘 버텨냈다면 병신장애인 삶일지언정 가치가 있다는 것으로 믿게 될 수 밖에 없을 것같다. 저걸 심리학에선 '확증편향'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던데, 이왕 된 병신, 장애인, 자기가 아무리 신세한탄을 해 봤자 자기에게 도움이 될 게 없다는 걸 언젠가는 깨닫을 수 밖에 없기에 "이런 헛지랄 그만하고 이것보다는 생산적인 일을 해 보자"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저 과정에서 삶의 의미, 삶의 질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손익을 치열하게 계산해 보다가 "내게는 이렇게 만년 적자상태로는 삶을 운영해갈 자질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면 자발적인 파산선고를 내림과 동시에 스스로의 소멸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을게다. 내처럼 삶에 대한 애착이 좀 더 있다 보면---나는 내 삶에 희망은 없다는 걸 일찍이 인지하고 기대를 접었었기에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이런 애착이 일반적인 환경의 사람보단 더 생겼던 건지도.---그렇게 오랫동안 줄기차게 해 왔었던 신세한탄에서 새로운 묘미, 즉 내가 느끼는 지금의 이런 미묘하면서도 은은한 행복감을 얻어내는 사람도 있을게다. 나는 평생 "내가 정상인이냐? 장애인이냐?"라는 어떤 궁극의 고뇌를 했었던 사람이다 보니 저런 행복감의 가치를 이렇게 알 수 있는것일테고. '뭔가가 없어져 봐야만 그게 있었던 그 때가 좋았고 그게 귀한 것이었단걸 알게 된다'란 격언이 있다. 여러 의미로 파악할 수 있겠지만, 멀쩡할 때에는 못 느끼다가 교통사고, 당뇨합병증 등으로 다리를 절단한 뒤에야, 그동안 다리를 '내 몸에 붙어 있는 신체의 일부'라고만 그냥 무덤덤하게만 생각해 왔었던 게 얼마나 교만스럽고 잘못된 것이었나?라는 걸 깨닫게 된다로 해석이 가능하리라.(내가 신체결함자이다 보니, 항상 이렇게 몸을 최우선적으로 비유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비유가 이해시키는데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해야.) 막상 저렇게 직접적으로 벼랑 끝에 몰리고 나서야 저런 사실을 깨닫느냐? 아니면 미리 깨닿느냐? 어느 정도로 미리 깨닫느냐?에 따라 삶의 행복도가 엄청 달라지리라. 직접 벼랑 끝에 몰렸는데도, 현실을 인정하기 싫어 아직 안 깨닫는 사람도 있긴 있을게다.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가 아닌가?싶기도 한데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생명체는 지금 내게 안 주어진 것을 획득하는데 쾌감을 느끼도록 프로그램된, 즉 위로 보고만 살도록 프로그램이 돼 있기에 저런 걸 깨닫기가 정말 힘들다는 게 바로 삶의 최대 딜레마가 아닌가 싶다. 아래로 보게 되는 여유를 가지게 되면 자족이란 덫에 걸려 그 생명체는 멸종의 길을 걷고 말았을테니 말이다. 저
격언은 결핍자에겐 그리 안 어울린다 그러니 저 속담보다는 '타인에겐 다 있는게 내게는 없다는 현실에 대한 분노, 절망감, 박탈감 등을 묵묵히 견디고 참다 보면 좋은 날 온다' 저 속담이 원래부터 없었음에 방점을 더 찍고 있기에 내게 더 어울린다고 해야 할 거다.(불교에서 진흙속에서 피는 연꽃에 그렇게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도 연꽃에게 저런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만.) 그런데 불행하게도 저기서 '좋은 날 온다'의 개념은 누가 봐도 좋은, 즉 실질적으로 좋은 날이 온다는 그런 게 아니라 고통을 워낙 오랫동안 견뎌내다 보니 그 고통에 단련되고 익숙해져서 호감(?)이 느껴지는 그런 단계의 것을 뜻하는 게 아닌가 싶다. 즉, 남에게 기쁘게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좋은 날은 못된다는 거다. 보통 애는 걸음마를 2살쯤이면 뗀다던데, 아파서 맨날 누워만 지내던 애가 5세쯤 되자 비로소 걸음마를 시작하고, 저 애의 엄마가 쟤의 저런 모습을 볼 때 느끼게 되는 저 최고급 수준의 감흥(?)을 보통의 엄마들과 공유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다. 자기가 좋으면 된거지, 이런 기쁨까지도 남에게 표현 가능 여부를 이렇게 구별하고 있는 걸 보면 자기가 세상에서 고립되어 타인에게 인정도 못 받고 우쭐 거릴 수도 없게 된 게 어지간히 원통하긴 원통한갑다ㅋ 그런데 나는 자발적으로 선택한 은둔형외톨이라서 사실, 그리 원통할 것도 없어야 하는데 왜 이리 생각이 드는걸까?싶다. "나=병신장애인이라는 걸 노출안시킨다"는게 내가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이익이고 지금 그걸 어느 정도 누리고 있는건데 말이다. 역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미래에는 노출될 게 두려워 아직 잘 모르는 미래의 그 불안때문에 미리 화를 내고 있는걸까나?"라는 생각도 든다. 하여튼, 저 '좋은 날이 온다'는 것의 최대치는 내가 어떤 수준이라고 감히 말 할 수 없지만 최소치는, 내가 느끼고 있는 지금의 미묘한 행복감과 비슷한 게 아닐까?싶다. 그렇다면 좋은 날이 온다의 그 좋은 날은 좋은 날이 맞는 게 되는거다. ■▶▶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