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담담하게 대비하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
입력:2009-12-31 목 이 글은 '움베르토 에코'라는 전세계에서, 다방면으로 똑똑한 양반이라고 인정받고 있는 석학이 쓴 책인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에 실려 있는 수십편의 글 중의 하나다.(참고로 제목에서도 그 낌새가 느껴지듯이, 저 책은 저 똑똑하신 양반이 자신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이 세상을 향해 신랄하게 날리는 비웃기, 패러디성의 글 모음집이다.) 나는 움베르토 에코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없었다. 그가 이탈리아 출신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평소에 이탈리아하면 연상되는 건, "저렇게 수준이 떨어지는 나라가 어떻게 선진국일까?'정도의 것이었는데, 베를루스 코니같은 언론 재벌 출신이 그 나라의 총리가 되는 걸 보니 역시나 이탈리아는 국민들 수준이 꽤 낮다는 내 생각이 틀린 것 같지는 않다.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회장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돼 있다고 상상해 보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명백한 사실관계까지도 왜곡시켜 보도를 하는 사람인데,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지금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돼 있는 상황보다 몇 배는 더 끔찍한 상황이 도래하지 않을까? 물론, 사실을 왜곡, 날조하면서까지 조선일보 회장이 추구하는 이익에서 자신도 이익을 보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조선일보 회장이 대통령으로 선출되기를 바랄 것이다. 이건 사람의 당연한 본성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내 이익과 조선일보 회장이 추구하는 이익이 동일해서 나는 조선일보 회장이 대통령되는 걸 찬성한다"고 말해야지, "그가 옳다"는 표현은 하지 마라. 그게 인간, 그리고 양심에 대한 예의다. 어쨋거나 내같이 이런 이유로 어떤 나라를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잘 없을테니 나는 정상적인 구석이 좀 덜한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고 해야. 이렇게 평소에 이탈리아가 내 눈에는 허접 선진국으로 느껴졌었기에 이탈리아산 개체들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었다. 에코 역시도 마찬가지였었고. 그에 대해 아는 거라곤, "우리나라에 그의 책으로 '푸코의 추'가 좀 알려졌나 보구나", "저 책이 나중에는 '푸코의 진자'라는 이름으로 약간 바껴서 다시 출간됐구나"라는 거 정도였었다. 그러다가 숀 코네리, 크리스찬 슬레이터가 주연했었던 영화인 '장미의 이름'의 원저자가 바로 저 양반이라는 거를 알고 나서는, 저런 희귀성이 다분한 '고급 종교 스릴러'(?) 영화의 원저를 쓸 정도면, "똑똑한 사람이라는 말로도 설명이 충분히 안 되는 꽤나 대단한 사람이겠구나~"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세계의 석학이라고 한들, 당신은 수준낮은 이탈리아산 개체일뿐이야~"라는 이 근원적인 폄하(?)는 사라지지 않더구만.ㅋㅋㅋ 내가 생각해도, 나는 이탈리아를 왜 이리 알로 보려 하는지, 좀 어이가 없다. 이건 우리나라 사람이 일제 식민지배에 대한 열등감과 그리고 그때문에 파생될 수 밖에 없는 정부의 잘못된 이데올로기 강제 주입때문에 별 타당한 근거도 없이 선진국인 일본을 알로 보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단한 사람이 되는 거다. 전세계에서 감히 일본을 이렇게 개무시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국민이 몇 나라나 있겠는가?(내가 알기론 북한말고는 없다.) 그래서 외국에 나가면 외국인에게서 일본인과 동격 대우를 받으려 하고, 일본인과 동일한 격으로 취급 못 받으면, 괜히 우울해하고...ㅋㅋㅋ 이런 웃기는 국민이 대체 어딨나? 이건 삼류대 출신이 서울대 출신 안 해준다고 징징거리는 거랑 같은 거라니까... 각설하고, 어째 어째해서 에코가 지었다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란 책을 알게 됐고, 이 제목이 맘에 들어(내 생각과 좀 비슷한 구석이 있겠구나 싶어서...ㅋㅋㅋ) 이 책을 읽게 됐다. 그런데 좀 읽다가 "왜 내가 이딴 책을 읽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집어 치울까?하다가 빌려온 노력이 아깝다 싶어 작은 제목만 대충 훑어 봤는데, '죽음에 담담하게 대비하는 방법'이라는 이런 가벼운 책에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 눈이 띄였고 그래서 그 부분을 읽게 됐다. 그나마 저 부분이라도 있어, "이야, 에코, 대단한데~"라는 느낌이라도 얻었었다는...
저 글은 절망에서 이 미묘하고 은은한 행복감을 추출해 낸 지금의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한 시각', 혹은 '삶에 대한 자세'와 너무나 비슷했다. 시지프의 신화에서 카뮈가 말하는 자살론, 어느 암완치자의 "항암치료가 그렇게 고통스럽다는 걸 미리 알았었다면, 항암치료를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에서 느꼈었던 당황스러울 정도의 공감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저 글을 읽으면서 "어라? 이 양반,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걸 나 대신 표현 해 놨네?"라는 묘한 공감을 다시 경험해 보는 지적 쾌감을 누렸었단 말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공감을 사람에게서만 받는 게 아니라, 이렇게 자기랑 생판 관련없는 사람의 글을 통해서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일종의 삶의 호사, 여유로움이 아닐까?싶다. 아마도 책읽기 매력의 정수란 게 바로 이런 게 아닌가 싶은데, 나는 책읽기뿐만이 아니라 외부의 개체에게서 이런 공감을 뽑아내는 능력이 증대되어 길가에 나 있는 잡초 등에서도 이런 걸 느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나는 상식차원에서 당연히 권장되는 상승욕구가 봉쇄돼 있는 삶이다 보니 억제된 상승욕구가 이런 쪽으로 삐져나오는 게 아닌가?싶은데 현재의 내 정서 상태로 보면 이게 꼭 불가능한것만은 아니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하여튼 나는 연금술사처럼 절망에서 희망을 뽑아냈다 보니---이건 고립된 세계에서 미쳐가는 자의 최대의 허세, 뻥일 수 있지만 사실일 확률이 더 높다---내가 미쳐가는 건지, 아니면 외부 개체들이 내가 자기들의 대화를 들어줄 수 있는 능력자라고 느껴서인지, 세상의 많은 것들이 내게 대화를 걸어오고 있다.ㅋㅋㅋ(지금의 이런 내 상태는 미친 상태와 종이 한장의 차이도 안 나는 상황일 수도...) 그래서 나는 외로워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벽안시하게 된다. 젊은 사람이 그러면 이해는 하지만 늙은 사람이 그러는 거 보면 "나이 먹을 동안 뭘 배웠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그런데 나도 나이가 더 들어 삶에 지칠대로 지치면 애완동물따위에 정서를 의지해야 하는 상태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으니 어쨋든 조심해야 한다. 다시, 에코의 글 얘기로 원윈치한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한 시각, 삶에 대한 자세는 막연하게 느껴지는 그런 차원의 것이기에, 현재의 내 능력으로는 그 느낌을 글로서 도저히 묘사를 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 에코의 저 글은 내 머리에서 그런 막연함을 걷어 내고 그걸 정확하게 찝어서 나 대신 묘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내 자신도 정확하게 몰라서, 막연하게 느끼고 있는 것을 용한 점쟁이가 그걸 정확하게 맞추는 걸 경험한 것이라고 해야 할까? 하여튼, 이거는 대단히 신기한 지적 쾌감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카뮈의 자살론은 내가 80%정도 묘사할 수 있는 걸 100%로 정확하게 표현해 줬고, 에코의 저 글은 30%정도의 것을 90%로 묘사를 해 줬다고 해야 할 것같다.
이래서 수치적인 측면에서 언뜻보면 에코의 글이 더 뛰어난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카뮈의 자살론은 절망에서 행복을 뽑아내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이 비루하고 치욕적인 삶에 자살로 대항하느냐? 마느냐?"의 그 심오하고 황량한 의식의 상태를 정확하게 대리표현한 것이고, 에코의 글은 이미 행복을 느끼고 있는 상태를 대리 표현한 것이라는 차이가 있다. 즉, 글의 강도, 깊이 측면에선 두 글이 상대가 안된다는 말이다. 딱 깨고 얘기하면, 나는 지금 이 자체가 은은하게 행복한 상황이니 에코의 글은 안 읽었어도 이 행복에 큰 지장이 없다. 물론 읽고 나니 이 행복에 행복감이 더 추가됐긴 하다. 하지만 카뮈의 저 자살론은 좀 과장되게 표현하면 "이런 책을 읽었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그 강렬함과 구태의 파괴성에 있어선 에코의 글은 카뮈의 글과 비교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건 까뮈의 자살론이 워낙 진중하고 무게가 있는 내용이라는 글 자체의 성격 외에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서도 글의 감동의 강도는 달라지기에 그런 것이리라. 자살에 대한 생각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결핍의 단계 중에서 최고 수준의 결핍 단계일 것이기에 이 단계에 있다보면 카뮈의 자살론에 저 정도의 차원으로 감동받을 수 밖에 없을테니까. 이 말은 결핍이란 것은 사람을 월등한 폭으로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리라. 물론, 그 결핍때문에 미쳐 버리거나 존재를 포기해 버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결핍의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결핍은 이렇게 위험할 수 있기에 교육에선 결핍을 일부러 주입하지 않는 것이지 싶다.) 잘은 모르지만, 밀튼의 실락원, 복락원의 수준 차이도 그렇다고 하는 것 같고 이문열도 배가 부르고 나서는 '사람의 아들'같은 배가 고팠던 시절 때의 글같은 글을 못 내놓는다는 얘기가 있는 걸 봐도 결핍에는 엄청난 미덕이 있긴 있나 보다. 인간은 당연히 결핍(불행)보다는 풍족(행복)을 좋아할 수 밖에 없지만, 풍족보다는 결핍에서 뭔가를 하나 더 배워도 더 배운다는 게 부조리의 극치라고 할 수 있겠다 싶다.(이걸 보면, 인간은 역시나 배우기를 싫어하는 게으른 천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지 싶다. 아니면 삶 자체가 그만큼 고달픈 것이라 항상 풍족이라는 좋음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던가.) 하여튼, 책을 통해 이런 극한의 공감과 그게 제공하는 쾌감을 느껴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특히나 책을 습관적으로 읽는 병에 걸린 사람들은 더욱 더 그렇지 싶다.(그런데, 에코 책 감상문 글인데 왜 카뮈 책 감상문 얘기를 이렇게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ㅋㅋㅋ) 자살에 대한 고뇌를 내처럼 오랫동안 해서 결과적으로 이런 극한의 쾌감을 느낄 수 있게 되는 사람이 그리 그리 많을리도 없을 것이고. 있다고 해도 그런 자살의 고뇌 속에서 나처럼 덜 망가지고 버텨낼 수 있는 자질이 있는 사람 역시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 역시나 자제하지 못하고 이렇게 나오고 마는 구나, 이 우쭐거리고픈 욕망이...ㅋㅋㅋ 아이고, 인간아, 그래, 자살고뇌를 그렇게 오래 해왔다는 게 어지간히도 자랑이기도 하겠다~ 이 상병신 새꺄~ㅋㅋㅋ 카뮈와 에코의 차이가 나는
이유가 뭘까?
어쨋든 카뮈의 자살론에서 느낀 거대하고 강렬한 공감 외에 지금의 은은한 행복감이 에코의 글에도 은은한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너무나 기분이 좋다. 에코의 글이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걸 느끼고 있는 이 상태가 너무나 좋다는 말이다. 자살의식이라는 그 무거운 짐을 서서히 벗어버리고 있기에, 아니면 그 짐 자체를 내 삶의 일부로 소화할 수 있는 그릇이 되었기에 이런 은은한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 거라고 해야 겠다.(그런데, 웃기는 건 의식이 이 정도로 성숙했지만, 내가 병신장애인이란 걸 노출시킬바에야 그냥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은 정말 변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ㅋㅋㅋ) 하여튼, 보통인들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나는 이제 충만함을 가지고 자살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춰진 것 같아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만일, 이런 얘길 남에게 하면, "이 새끼, 진짜 개또라이 새끼네"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고, 평소에 죽음에 대한 강한 두려움을 억압하고 있던 사람이라면 "절대 그럴리가 없다, 시발놈아, 거짓말 하지 마" 이런 말을 내뱉으면서 내게 몰매를 가하려 할 것이다. 이건 내가 웰다잉을 실천을 정말 잘 해 왔기에 드는 생각이리라. 물론, 하고 싶어 웰다잉을 실천해 온 건 절대 아니다. 하다 보니 이런 웰다잉 측면에서의 성취아닌 성취를 이룬 것뿐이지. 어쨋거나 이렇게 웰다잉을 나만큼이나 진솔하게 실천해온 사람이 또 있을까? 이 상태로, 시간이 흐르면, 우울함, 절망이 깔린 게 아니라 충만함이 깔린 "안락사, 존엄사 센터가 있으면 좋겠다 2부"를 쓰게 될지도?(정말 가지가지 한다는 생각이 든다.ㅋㅋㅋ 그런데 이렇게 가지가지 하는 것도 내 능력인걸 어쩌란 말이냐?) 다시 에코의 책얘기로 원위치한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은 주간지 등의 잡지에 실렸던 에코의 글들을 모은 책이고, 그 중의 하나의 글인 '죽음에 담담하게 대비하는 방법'은 끝부분에 1997이라고 표시돼 있는 걸 보니 1997년도에 쓴 글이라는 의미일게다. 움베르토 에코가 32년생이니 저 글은 그가 65세에 썼다는 게 된다. 나는 세계의 석학이라는 에코가 65년 동안 삶을 경험하고 나서야 읊을 수 있는 삶에 대한 자세를 그의 3분의 2정도만 산 상태에서 저게 마치 내가 하는 말인냥 이렇게 공감하고 있다. 이러니, 은근히 기분이 좋아진다.ㅋㅋㅋ 이 병신장애인 삶이 비루한 삶이긴 하지만 내가 헛산 게 아니라는 걸 에코같은 석학의 글을 통해 확인받은 거라고 해야 하나?
움베르토 에코같은 다방면으로 박식한 세계의 석학이 삶에다 65년을 지불하고 나서야 느끼고 있는 것을 나는 그의 3분의 2정도만 지불한 상태, 즉 33%나 싼 값에 하고 있으니 나의 사유능력에 대한 엄청난 뿌듯함도 느껴진다. 푸하하~ 이런 생각도 들긴 든다. 내 기대수명이 에코의 3분의 2밖에 안되게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 그렇게 되면, 나는 에코보다 33% 더 효율적으로 삶을 배워 온 게 아니라 비슷한 효율로 배워 온 게 돼 버리니 에코에 견줘 가질 수 있는 내 삶의 우월성은 무효가 돼 버리고 만다.(하여튼, 열등감, 모멸감에 너무나 시달려 그런지,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다.ㅋ) 이런 생각을 하니 오래 살아야할 삶에 대한 새로운 의무감같은 게 느껴진다.ㅋㅋㅋ 그래야 나는 에코보다 삶을 33%정도 더 효율적으로 살아온 우월한 존재라는 정체성이 계속 유지되니까. 봐라, 아무리 비루한 삶일지언정 삶의 의미는 스스로가 이렇게 만들어 가는 거다.ㅋㅋㅋ 아~ 이런 성취아닌 성취도 남에게 좀 자랑할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는데, 내면으로만 간직해야 할 성취, 기쁨일 수 밖에 없다는 게 너무나 원통할 뿐이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고, 이렇게 내면으로의 행복의 강도가 더욱 더 세지는 게 사회적 관점에선 내 자신에겐 불행일 수도 있으리라. 내면으로 이렇게 행복하면 할 수록 사회적 활동을 할 마음은 더욱 더 줄어들테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평생 혼자 사는 게 내게 가장 큰 이익이라는 걸 자각한 사람이고 극강의 절대 고독이 주는 폭력성, 황량함도 버텨낸 낸 사람이라 삶이 이렇게 흘러 가는 게 내게 맞는 흐름이라 큰 불만은 없다. 경제적 부분은 앞으로 어떻게 될런지 약간 걱정이 앞서긴 하지만 말이다. 없으면 없는데로라는 신조로 버텨 오긴 왔는데... 그런데, 정상인도 자신의 우월함이 느껴지면. 당연히 기분좋겠지만,(특히나 우리나라는 경쟁이 삶의 원천, 활력소인 사회가 아니던가?) 나는 병신장애인이라 그런지 이런 우쭐거림을 더욱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사람들을 관찰해 본 바로는, 상처가 심한 사람, 즉 자신의 열등함, 아픔, 결핍을 많이 느낀 사람들이 그 상처를 잊기 위해 저런 우쭐거림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던데. 하지만 겉으로는 그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 내가 일반인에 대해 가지는 우월감(?)은 겉으로 표현할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열등함에 워낙 한이 사묻힌 사람이라면, 미친 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열등함에 대한 한풀이를 위해 '겉으로 그걸 표현한다'에 정신이 쏠려 결국 그 표현을 하게 될 듯 하다. 그 심정은 이해하지만...ㅋㅋㅋ 그런데, 중요한 건, 그렇게 한다는 게 그가 내면적으로도 우월할 게 없는 정말 보잘것없는 사람임을 반증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거라는 거다. 자신이 그 열등함을 건설적으로 처리하지 못해서 그 욕구에만 무작정으로만 집착하기에 저런 행위가 나오게 된다는 걸 모르니 저렇게 된다는 의미다. 안다면 저러진 않을 것이고. 저 표현을 하고 나서 그 점이라도 깨달으면 그나마 저 행위가 가치가 있게 되는 것이긴 한데 그걸 깨닫는 게 엎질러진 물이 된 상황이 주는 손해를 과연 복구시켜 줄까?(사람은 이래서 충동성을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나 젊은 숫컷들은 더 그렇다.) 중요한 건 "언제까지 저런 영양가없는 기질이 계속되냐?"일텐데, 자신의 상처가 다른 좋은 걸로 어느 정도 대체가 되었거나, 자신의 내면을 보는 능력이 있어, 그 상처의 본질을 대략 파악하게 되면 저런 기질이 누그러져서 고개를 숙이는 여유가 갖쳐 지는거지 싶다.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이듯이 말이다. 내 생각에는 전자의 방법보다는 후자쪽이 더 좋은 것같다. 전자는 대증요법, 후자는 근원요법이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푸하하, 내가 이런 차원의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정말 어이없다. 자살 안하기 정말 잘했지. 자살 했었으면 이런 걸 못 느끼고 뒈졌을것 아닌가? 하여튼, 내만큼 이렇게 나이듦의 미학을 제대로 느끼는 사람도 잘 없을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나이듦의 미학을 읊는 사람들이야 적지 않지만, 그 사람들이 자살 의식과 살아 본 시간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그 사람들은 자기가 지금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느끼는 이런 느낌을 느낄 수 있을까? 600만원을 지불하고서(?) 얻은 토익900점과 최고급 명품(?)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가만히 처자빠져 있어도 나이가 자동으로 먹어진다는 것 이 자체에도 감사함을 느껴야 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내가 생각해도 정말 어이가 없다. 아, 정말 인간승리다, 인간승리.ㅋㅋㅋ 이런 차원의 것을 느끼고 있는 걸 보면, 나는 극한의 절망에서 극한의 쾌감을 뽑아낸 사람일 확률이 무척 높다. 그 덕분에 초절정의 메저키스트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부작용이 좀 있는 것 같고. 어쨋든, 사실상, 이 병때문에 '나'라는 자아가 인식이 생기던 시절부터 평생 자살의식이라는, 생명체의 생존본능과 너무나 배치되는 짐을 어깨에 짊어 지고 살아와서 그런지, 이제는 이 자살의식 마저도 나름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지 싶다. 그래서 그 정말로 칙칙하고 우울했었던 자살의식을 그렇게 두려워 하지 않게 되었지 않나 싶은데... 아~ 정말 엄청난 발전이다~ 푸하하~ 이래서, 내 정신이 이렇게 좋은 의미로, 폭주아닌 폭주를 하게 되면 "이 뒤에 대체 뭐가 나올까?"싶어 두근두근거리는 기대감과 함께 두려운 마음이 같이 든다. 하여튼, 극과 극은 통하는 법이라고, 나는 절망, 좌절, 우물, 무기력, 자살의식이라는 최저급의 상태에 워낙 오래 있었다 보니, 최상급의 상태에 대해서도 나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당신이 밑바닥 인생이면 과거의 방법대로, 상승으로 그 난관을 돌파할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더욱 더 하향해 최저급의 바닥과 맞닫게 함으로써 최상급과 만나는 방법으로 그 난관을 돌파해볼만도 한 게 아닌가?싶다. 물론, 그 오랫동안 그 처절한 밑바닥에서 안 미치고,---나는 장기적으로 이 과정을 겪었기에 단기적으로도 저런 양극단의 돌파가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저건 내 앎, 경험의 영역을 벗어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안 소멸하고 견뎌내기가 너무 힘들다는 게 문제다. 개나 소나 다 가능한 게 아니고 개인의 능력뿐만이 아니라 환경도 어느 정도 뒷받침되야 가능하기도 한 거고. 집안의 가장이면 저건 절대 불가능한 방법이 아니겠는가? 가장이면 부양의 의무때문에라도, 가족을 위해 상승쪽으로 달려야지, 하향쪽으로 달릴 순 없기 때문이다. 만일 자신의 저런 도닦음(?)을 위해 저런 하향의 방법을 가족에게 강요하는 가장이라면, 나라도 "아이고, 시발놈아, 그냥 나가 뒈져라" 이렇게 말하겠다.ㅋㅋㅋ 넋두리 그만하고, 이제 본글(?) 시작해야 겠다. '죽음에 답답하게 대비하는 방법' 이 글은 내 생각이랑 너무나 비슷하기에 본문 글을 파란 색으로 전제하고 글상자로 내 의견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적는다. >>>전재
시작 나의 이런 주장이 나만의 독특한 생각인지 아닌지 확실치는 않지만, 죽음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하는 생각은 인간의 중요한 문제들 가운데 하나이다. 신앙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 문제가 자기들을 기다리고 있는 문제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하는 식으로 제기 된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러 통계가 입증하듯이, 죽음은 결코 비신앙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신앙인들 역시 죽음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하는 문제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사후에도 삶이 계속된다는 것을 확신하면서도, 죽기 전의 삶이 무척 마음에 들기 때문에 그것을 당장 놓아버리기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들은 천사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가능하면 나중에 가길 원한다. <죽기위해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제기할 수 있으려면 우선 인간은 모두 죽기마련이라는 사실을 아주 담담하게 받아 들일 수 있어야 한다. 말하기는 쉽다. 죽는게 내가 아니고 소크라테스라면. 그러나 바로 나 자신의 문제가 되면 사정은 전혀 달라진다. 지금은 내가 여기 있지만 얼마 후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리라는 것을 알게되는 순간, 우리는 아주 견디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된다.
최근에 크리톤이라는 걱정 많은 제자 하나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죽음에 제대로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의 대답은 이러하였다. "방법은
하나 뿐이야. 모든 사람들이 다 바보라는 것을 확신하는 것이지."
크리톤이
얼떨떨해 하는 것을 보고 나는 그가 말귀를 알아듣도록 이렇게 설명했다. "생각해 보게. 만일 자네가 이 세상을 떠나려는 순간에, 젊고 매력적인 남녀들이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며 즐기고, 지혜로운 과학자들이 우주의 마지막 신비를 밝혀내며, 청념결백한 정치가들은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위해 헌신하고, 신문과 텔레비젼은 유익한 정보 제공을 유일한 목적으로 삼고 있으며, 건전한 기업가들은 마셔도 좋을만큼 맑은 시냇물과 푸르른 수풀이 우거진 산과 오존층의 보호를 받는 청명한 하늘과 단비를 뿌려주는 솜털 구름으로 이루어진 자연을 우리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자네가 아무리 신앙인이라고 해도 어떻게 미련없이 죽음을 향해 걸어갈 수 있겠는가? 자네가 이승을 떠나려는 참에, 그렇게 멋진 일들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견딜 수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런 경우를 한번 생각해보게. 자네가 이 눈물의 골짜기를 곧 떠나게 되리라고 느낄 때, 인간 50억이 모여 사는 이 세상이 온통 바보들로 가득차 있다고 확신하는 경우를 말일세. 즉, 나이트클럽에서 춤추는 놈들도 바보고, 우주의 신비를 풀었다고 믿는 과학자들도 바보고, 우리 사회의 모든 질병을 치유할 만병통치약이 있다고 주장하는 정치가들도 바보고, 우리의 신문들을 쓸모없는 기사와 하찮은 가십으로 가득 채우는 기자들도 바보고, 지구를 파괴하는 탐욕스런 기업가들도 다 바보라고 말일세. 그렇다면 이승을 떠나는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자네는 매우 만족해서 마음 놓고 이 바보들의 골짜기를 떠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자 크린톤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선생님 그런 생각을 언제쯤 하는 것이 좋을까요?" 다만 명심할 것이 있네. 우리 주위에 있는 50억의 사람들이 모두 바보라는 확신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심하고 사려 깊은 노력의 결과라는 것일세. 귀고리 코거리 달고 찢어진 청바지 입고 껄렁대는 날라리들은 꿈도 못 꿀일이지. 재능도 있어야하고 땀도 흘려야 하는게야. 모든 것을 한꺼번에 이루려고 하면 안되네. 조급하게 굴지말고 천천히 나아가야 해. 시간에 딱 맞추어 담담하게 죽을 수 있게 말일세. 하지만 죽기 전날까지는 이 세상에 바보가 아닌 존재, 우리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존재가 하나쯤은 있다고 생각해야 하네. 그러다가 적절한 순간에 -미리하면 안되고- 그 사람 역시 바보임을 깨닫는 것이 바로 지혜일세. 그래야만 비로소 우리가 담담하게 죽을 수 있을 걸세.
그러한 지혜를 얻는 방법은 보편적인 사상을 조금씩 조금씩 공부해 가면서, 세태의 변화를 세심하게 살피고, 미디어의 정보와 자신만만한 예술가들의 주장과 제 멋에 취한 정치가들의 발언과 비평가들의 난해한 논증을 매일 매일 분석하고,카리스마적인 영웅들의 제안과 호소와 이미지와 외양을 연구하는 것일세. 그래야만 결국 그 자들 모두가 바보라는 놀라운 계시를 얻게 될 테니까. 그리고나면 죽음을 맞을 준비가 되는 것이지...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이르기 전까지는, 그 견딜 수 없는 계시를 받아들이지 않도록 해야 하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은 이치에 맞는 것을 더 좋아한다라든가, 어떤 책이 다른 책들보다 낫다라든가, 어떤 지도자는 진실로 공동선을 추구한다라는 식의 생각을 어떻게든 고집해야 하네. 남들은 하나 같이 다 바보다라는 믿음을 거부하는 것은 아주 당연하고 인간적인 본성일세. 그렇지 않다면 인생을 살 필요가 무엇이 있겠는가?"
크리톤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움베르토 에코 선생님. 삶과 죽음에 대해 제가 하고픈 얘기를, 핵심은 그대로 간직한 채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재미있게 적어 주셔서요. 저는 님같은 석학의 글을 통해 제 생각을 얘기하는, 경제학에서 가장 경계하는 무임승차의 죄를 저질러 버린 것 같습니다.ㅋㅋㅋ 푸하하, 내가 대체, 이런 류의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정서적 감각이 개화돼 버렸다는 게 사실 어의가 없다.ㅋㅋㅋ 다른 사람도 다 이런 행복감을 느끼고 있나 싶어, 어쩌다가 옛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나는 이런 걸 주로 관찰하게 되는데,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행복감을 느끼는 건 아닌 것 같더라.(그리 되기가 힘든 게 애가 커가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늘 수 밖에 없기 때문인 듯. 내가 남자라서 남자-프렌들리하게 볼 수 밖에 없어 그런지 모르겠지만 부양의 의무를 진 중년 남자들 정말 불쌍하더라.) 그리고 애를 키우면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게 되는 경험같은 걸 하게 되는줄 알았더만 그것 역시도 아닌 것 같고... 이건 삶자체가 힘들어서 그렇지 싶다. 그래서 "내면을 바라본다 어쩐다"는 건 내같이 할 일없는 놈이나 할 수 있는 정말 복에 겨운 소리로 들리기 쉽상이겠더라.(부양의 의무 등등때문에 등골이 휘는 일 없이 이렇게 내면을 무한정 살피면서 자신을 나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는 거, 이거는 어떻게 보면 내게 있어 최대의 축복, 행운인지도.) 내가 얘네들을 만나는 이유는 얘네들과 옛 정이 아직도 남아 있어, 만나면 반갑다는 마음이 여전히 든다는 이유도 있지만, 이렇게 관찰하기 위한 목적도 대단히 크다. "내 자신의 나이듦, 가족의 나이듦 외에 타인의 구체적인 나이듦이란 어떤 것일까?"라는 걸 직접적으로 관찰하는 대상으로는 친구만한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친구가 아니면 절대로 이렇게 가까운 관찰 대상은 만들어 질 수 없으니까. 그런데, 살펴 보면, 옛날이나 부모가 되어서나 똑같은 놈은 똑같고, 결혼한지 10년이 됐는데도 아내의 요구를 들어주면 평생 그 짐을 짊어지게 된다고, 일부러 안 들어주면서 아내를 자기 밑에 두려는 전투를 계속 펼치는 애도 신기하고.. 하여튼, 다른 사람의 삶이 내게는 재미를 주는 대상이니 TV는 시사, 다큐 프로 이런 걸 빼고는 별로 볼 게 없다. 요즘에는 TV자체가 재미가 없긴 하지만 말이다. 하여튼,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행복감은 사회적 지위와 재산까진 갖춘 부모가, 자기 자식의 서울대 법대 합격통지를 받고 난 뒤의 행복감같은 게 아닐까?싶다. 아니면,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에 사법연수원까지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하고서 판,검사로의 발령통보를 기다리는 어떤 사람의 행복감?같은 거라고 해야 할까? 결국, 부모의 저런 성공적인 자식농사나, 사법연수원 졸업생이 공부에 들인 노력이나, 내가 필사적으로 이 병, 절망, 좌절, 우울, 무기력, 자살의식에 견뎌내는 행위를 해온 것이나 동일한 것일 수 있을 게다. 전자는 남들에게 알리면서 자랑할 수 있는 거지만, 후자는 남들에게 알리면서 자랑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게 다르다면 다른 것이고... 그 험난한 과정을 잘 통과한 것 같아 뿌듯하긴 한데, 나도 사람인지라 그 험난했었던 과정을 생각하면 열도 받긴 받는다. 가만 생각해 보면 이거다. 나는 어차피 희망이 없는 인생이지만, 자살할 당위, 이유도 아직 없기에 자살할 때에는 자살하더라도 살아 있는 한에는 어쨋든 견뎌 보겠다라는 배수의 진을 쳤다는 거~ 이 버팀의 행위를 하고 있다 보니, 부모가 살아있는데, 자살하는 건, 부모얼굴에 똥칠하는 거고, 이건 중죄구나라는 깨달음이 들어---부모에게 항의하는 의미로 자살하는 거라면 부모가 살아있을 적에 자살해도 할 말 없다. 그건 그런 상황에 있는 당신의 불행이니까.---당신들이 살아 있는 한에는 어쨋든 살아있어야 되는거구나라는 의무감아닌 의무감을 나중에야 느끼게 됐다.
아무런 생산적인 행위를 안 하고 그냥 버텨 내는 행위만 하고 있는데, 정신병자가 아니고서야 좋은 결과를 바라는 건 말이 안되는 거니, 결과는 생각말고 어쨋든 버텨내자라는 각오로 버텨내 왔다. 그런데 매도 많이 맞으면 맞는 거에 대한 요령이 생긴다고, 이렇게 덜 망가지면서 나름 오래 버텨내다 보니 의도적으로 학습한 무기력이라는 보통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하는 전략으로 이 비루한 삶과 투쟁해 온 셈이 되었고, 드디어 이게 생각지도 못했었던 놀라운 결과를 낸거지 싶다. 아, 너무나 기쁘다. 역시나 내 선택은 옳았고 나는 내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안목을 가지고 있었다는 의미가 되니까 말이다. "니 자신을 알라" 즉, 내 주제파악만큼은 내가 정말 기가 찰만큼 정확하게 했다는 말이다. 나는 사회적 기준에는 분명히 엄청나게 미달되는 인생이지만 내 나름으로 정말 열심히 살아 왔었던 거라는 게 이제야 느껴진다. 푸하하. 세상이 삶의 화려한 성취에만 눈길을 주고, 삶의 칙칙함, 우울함에는 전혀 눈길을 안 준다는 게 좀 아쉬울 뿐이다. 저런 거에도 좀 배려를 하면 비록 찌질하긴 하지만 이런 차원의 기쁨을 추출해 낸 나도 당당하게 얼굴을 내밀 수 있을텐데 말이지.ㅋㅋㅋ 확실히 사람은 자기가 견딜 수 있는 고통을 의도적으로 주입하면서 삶을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건 확실하다.(물론, 다 그런 게 아니라, 내만 그런 걸 수도 있는 거다.) 사실, 나는 50의 고통을 받을 상황이면 일부러 100을 주입했다고 할 수 있다. 내 인생이 희망이 없는 인생인 건 확실했지만, '그래도 있을지도 몰라'라는 삿된 생각으로 희망을 들이대 보니 고통만 더욱 더 배가되더라는 쓰라린 경험도 분명히 했으니, 이왕 겪을 고통, 이 비루한 삶에 지기는 싫고,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진다면 내가 얼마나 버텨내고 무너지는지 테스트나 해보자" 심정으로 아무런 결과는 기대 안하고 어쨋든 버텨내 보자로 이런 험난한 과정을 버텨 왔는데 "이런 극한의 험난한 과정을 이제 맞친것 같구나"라는 판단이 서는 지금, 이런 은은한 행복감을 느끼고 있으니 내가 이 싸움에서 이기긴 이긴 것 같다. 푸하하... 대한민국의 구세주였었던 황우석 박사와 다툰 PD수첩처럼 상처뿐인 영광이긴 하지만 이게 어디냐?싶다. 고립된 세계에 사는 병신장애인의 초절정 자기최면일 수도 있겠지만,(따지고 보면 정도의 차이일뿐이지, 세상에 안 고립된 세계에 사는 사람은 없다.) 내가 내 자신에 대해 참 멋진 놈이라고 생각하는 구석이 있는건, '내게는 희망이 없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던 능력이 있었던 것하고, 이 희망이 없는 상황이 야기시키는 비루함, 초라함, 모멸감을 받아들이는 게 내겐 가장 이득이라는 걸 은연 중에 깨닫고 있었다는 거지 싶다. 희망없음, 그리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비루함, 초라함, 모멸감이 아무리 뭐같은 거라고 한들, 내가 사회에서 근원적인 열등함을 드러내놓은채 동정받고 거부당하는 병신장애인으로 생활하는 것보단 꽤 양호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적인 개념으로 저것보단 낫다는 개념을 이렇게 적용하고는 있지만 희망없음, 비루함, 초라함, 모멸감 이것들의 폭력성, 황량함은 정말 무시무시한 거라는 건 절대 부정할 수 없다. 어쨋든 내게는 ①희망없음, 비루함, 초라함, 모멸감같은 부정적인 것, ②동정받고 거부당하는 병신장애인으로 사는 것, 즉 ③자살, 이렇게 3개의 선택 항목에서 나는 ①이 내게 가장 피해가 덜한 삶의 방법이라 ①을 채택해 온 것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게 있어 저건 어쨋든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의미다. ③을 선택했었으면 지금같은 이런 차원이 있다는 걸 절대 모른채 "왜 나만!!!"이라는 분노만 머금은 채 죽었을 것이고, ②를 선택했었어도 지금같은 이런 차원이 있다는 걸 모르고,(종교를 통해 이런 차원이 있다는 걸 배우게 되었으려나?) 자신의 신체적 결함이 원인인줄은 못 깨달은 채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열매를 얻지를 못해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원망하는 마음만 가지지 않았을까?싶다.(물론, ②에서 성취를 이끌어 냈으면 지금보다 더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나는 그 정도의 그릇이 아니다"라는 걸 정확히 인지를 했기에 저 영역은 감히 내같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정확히 선을 그었었다.) 기분이 정말 침울하긴 했지만, 내게는 이렇게 3개의 선택항목 밖에 없다는 현실인식을 정확하게 했고, 그래서 거짓된 희망이 주는 사탕발림에 그렇게 심하게 힘을 낭비하지도 않았었다는 사실.---나도 사람인지라, 희망이 없다는 걸 인식한 뒤에도, "그래도 있을지 몰라"면서 희망을 찾기 위한 나름의 지랄발광을 하긴 했었다.ㅋㅋㅋ---그리고, 내가 주어진 이 3개의 선택 항목에서 ①이 내게 제일 유리한 선택일 것 같아 선택을 했는데, 정말 오랫동안 검증을 하면서 "실제로 그렇구나"라는 걸 드디어 확인했다는 사실!!! 카, 이런 생각을 하니 내 자신이 너무나 뿌듯하다. 그리고 이런 비루한 병신장애인 삶에서 이런 생각을 창출해 낸 내 자신이 너무나 자랑스럽다!!!(이런 차원의 기쁨도 좀 자랑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면 얼마나 좋겠냐마는...ㅋㅋㅋ) 내 인생 전체에 드리워 졌었던 최강의 절망, 좌절, 우울 등의 부정적인 것들이 긍정의 기운으로 승화되는 이 느낌... 카~ 나는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다.---이래서 "이제 긍정의 기운을 머금은 채 자살이 가능해 졌구나"라는 만족감이 드는 것일테고, 그 덕분에 나의 기쁨도 배가 되는 것이리라. 이런 차원의 기쁨이 가능하다는 게 사실, 나도 어이가 없긴 하다. 하지만 이걸 외부로 발설했다가는 개또라이 새끼라는 말을 듣기 쉽상이니 내 맘속에만 꼭꼭 담아둘 수 밖에.---사람의 몸을 받아 살면서 이런 극한의 기쁨을 경험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겠나? 이런, 좋은 경험때문에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사실상의 인생포기자가 이런 극한의 기쁨을 느끼고 있다는 거, 이건 자연질서에 대한 대역죄다, 대역죄.ㅋㅋㅋ 사실, 늘 자살생각을 해 온 내같은 사람이 이제는 삶을 지속시키기 위한 생활 계획을 짜야 한다는 게 상당히 당혹스럽기도 하다. 거짓말 안 보태고, 나는 평생 한 번도 이런 개념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다른 사람은 사람이라면 당연한 그런 생각을 할 동안에 나는 그런 생각을 안하고 대체 무슨 생각을 했었겠나? 비참함, 비루함, 초라함 등의 절망스런 생각이지 절대로 좋은 느낌을 주는 생각을 해 왔을 순 없다. 하여튼, 내처럼 이렇게 이질적인 정신상태를 가지고 살아 온 사람이, 세상에 대한 끈을 아직도 놓지 않고, 세상 원망은 커녕 오히려 세상에 감사해 하면서 이렇게 나름 건전한 정신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기적이자, 인간승리의 한 형태라고 보는 게 옳지 싶다. 하여튼, 의도적으로 학습한 무기력 전략은 성공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성공하기만 하면 극한의 행복감을 주는 게 아닌가?싶다. 아, 그놈의 잘난 체하고픈 욕구는 정말 끝이 없구나~ㅋㅋㅋ 지금 내 형편은, 약간 과장되게 말하면, 사형수는 내일 당장에라도 사형이 집행될지 모르니, 그 날에 사형집행을 당해도 아쉬움, 후회가 없도록 하기 위해 하루 하루를 나름 겸허하게 꾸려 갈 수 밖에 없을 텐데, 교도관이 어느 날, "석방!!!"이러면서 그 사형수를 출소시킨 것과 비슷한 거라고 해야 겠다.ㅋㅋㅋ 그 사형수도 예상치 못한 석방이 당혹스럽긴 하겠지만, 기분은 정말 좋을텐데,(강제적인 타율적 죽음이라는 중압감에 이성이 미쳐버리지 않았다면...) 내가 그 사형수 상황과 꽤 비슷하다는 말이다.ㅋㅋㅋ 내 삶의 경험이 이런 차원, 이런 수준이다 보니, 나는 유영철, 정남규도 내같은 사람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걔네들과 나는 방향이 좀 틀렸을 뿐이지 나랑 본질적으로는 같다고 본다. 나도 그렇고 걔네들 역시도 정신적 장애인 혹은 정신적 초월자라고 할 수 있을터인데,(물론, 이건 가치판단을 배제한 시각이다.) 그래서 나는 걔네들의 행태에 대해 그렇게 심각하게 비난은 안 한다. 내가 걔네들을 비난을 한다면, "나도 너희처럼 선을 넘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너희들처럼 그 선을 넘지 않았기에 그런 선을 넘은 너희들을 비난할 자격이 내게는 있다"는 차원에서 비난할 뿐이지... 그런데 걔네들이 속했었던 그 삶의 조건에 내가 존재했었었다면 나도 그렇게 안 됐을 거라고 누가 감히 장담할 수 있겠는가? 내 삶의 이 비루함이 타인의 것을 강탈해서 해결 혹은 외안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면 나도, 유, 정처럼 그렇게 안 했으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참조:짐승과 인간의 경계가 명백히 구분지어져 있어 고맙다) 내게 있어 치명적인 결핍의 모습이 육체적 기능으로 나왔고, 걔네들에겐 정신적 형태로 나왔기에 걔네들은 그렇게 폭주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본다. 끝으로, 이 책에는 에코가 포르노를 언급하면서, "여자가 개랑 말하고 하는 건 있어도 남자가 암말, 암캐와 하는 건 없다. 왜 그럴까?"라는 대목이 나온다. 물론, 그도 사회적 체면을 생각해서 저 주제를 가지고 얘기를 이끌어 갈 순 없으니 저 운만 던지고 화제는 다른 쪽으로 돌려 버린다.ㅋㅋㅋ 사실, 난 저 대목에서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나도 포르노에 심취한 적인 있긴 하지만, 동물하고 하는 포르노는 내 취향이 아니고, 여자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서(가난은 역시 죄다, 죄...) 내가 아무리 할 일이 없는 인간이라고 해도, 여자가 동물과 하는 포르노는 내 관심사의 대상에 오르지 못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세계적인 석학이라는 사람이 나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었던 저런 음습한(?) 분야에서도 특히나 음습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는 게 꽤 놀라웠었던 거다.(에코가 기호학자라서 이런 생각이 가능한 걸까나?) 나는 일부러 이런 비사회적(?)인 쪽으로의 상상력을 억제하면서 살았었다. 내가 이상한 쪽으로 폭주할까?싶어서 말이다. 세계의 석학이라는 사람이 동물과 하는 포르노를 언급하면서 저런 개그성 얘기를 언급하는 걸 보니,(물론, 자신도 체면이 있으니 운만 던지고 말았긴 하다.) 이런 상상력을 펼쳐도 되는건가?싶다. 이러다 까딱 잘못되면 나도 그동안 억제하고 왔던 게 발동이 과도하게 걸려, 유영철, 정남규과로 빠지게 되는 수도 있을텐데... 내가 만일 희대의 사이코 패스짓을 하다가---그 정도의 용의주도함, 자기관리능력, 열정, 체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붙잡혀서 피의자 호송 중에 기자로부터 "왜 그러셨어요?"라는 질문을 받게 되면, "내가 이렇게 사이코패스가 된 거는 움베르토 에코때문이요"라고 말할게다.ㅋㅋㅋ 그렇게 되면 "조디 포스터의 관심을 끌려고 레이건을 저격 했다"고 말한 그 저격범때문에 조디 포스터의 주가가 더욱 더 치솟았듯이, 움베르토 에코 역시도 지금 현 상태의 석학과는 비교할 수 없는 더욱 더 고급 단계의 석학으로 발돋움하게 되는 거다.ㅋㅋㅋ 만일, 인간으로서는 차마 하면 안 되는 몹쓸 짓을 저지른 주제에 "움베르토 에코때문이다~"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을 하는 지성인형(?) 사이코패스가 뉴스에 나온다면, "어라, 저 인간 www.lonely.co.kr의 운영자로구만~"이라고 생각하시라.ㅋㅋㅋ 그럼,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하면서 흡족해 하고 있을게다. "봐라, 자기 자신에 대한 관찰이 나만큼 정확한 사람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그러고는 이렇게 기자를 향해 이런 말을 덧붙이게 될 것 같다. "내같이 자기관찰이 정확한 사람도 정신이 폭주하는 건 역시 막지 못했습니다. 역시나 결핍이 정신에 끼치는 영향은 이렇게 크고 무서운 거니 다들 결핍 관리를 제대로 하십시오." 아휴, 장문의 글을 적었더만, 머리가 지끈, 지끈거리네. 어쨋든 2009년도 이렇게 가는구나. 기분좋게 흘러가서 다행이다. 역시나 anyway wind blows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