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원을 지불하고서(?) 얻은 토익900점과 최고급 명품(?) ⑤

600만원을 지불하고서(?) 얻은 토익900점과 최고급 명품(?) ⑤

단순히 할 일이 없어, 책을 읽을 목적으로 책을 빌리러 가는 게 아니라 취업을 위해 관련 책을 빌리러 가는 기분, 그 기분도 정말 째지는 것이더구만. 물론, 정상인들은 이해안되겠지만 나는 평생 처음 느껴 본 감정이다. "시발 놈들, 나는 평생 못 느꼈었던 이런 기분을 너희들은 느끼고 있었을 것 아니냐? 그런데도 복에 겨운 줄도 모르고..." 물론, 아래를 보고만 살아야 하는 병신장애인의 상식으로 그렇단 말이지, 위로 보고 사는 게 당연한 정상인의 상식으론 정상인들의 저런 행태는 당연한거다.ㅋㅋㅋ(하여튼, 결핍, 박탈된 삶의 최대 장점이 바로 이런 거다. 결핍, 박탈로 인해 심성이 비뚤어지는 부작용이 없진 않지만, 오랫동안 그놈들과 벗하면서 자기보존도 그럭저럭 하게 되는 공력을 취득케 되면, 별것 아닌 것을 이렇게 엄청난 기쁨으로 느끼는 감각이 개화된다는 거... 하여튼, 이 놈의 뇌의 생존법은 참 눈물이 날 정도로 징하다, 징해...ㅋㅋㅋ)

아, 정상인과 나를 비교하는 이런 생각을 하면 내가 병신장애인이란 현실에 얼마나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지 모른다. 이렇게 열등한 자신과 우등한 타인을 비교하는 삶에 치명적인 의식을 그대로 방치하면 분노에 함몰되어 자살로 가게 된다.(그래서, 빼도 박도 못하는 오리지널 장애인들은 절대 이런 글을 못 적는거다.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철저하게 억압시킬 수 밖에 없었던 특정 의식이 기능을 해야만 이런 글이 나올 수 있으니 말이다. 나야 뭐, 정상인계, 장애인계, 이 양계에 다 발을 걸치고 있으니까 가능한 거고.ㅋ 정상인이나 장애인이나 하나의 계밖에 모를 텐데, 이 두 계를 아는 나는 축복받은 거라고 해야 하지 않나?라는 불경스런 생각까지도 든다.ㅋ) 정상인들은 다 가지고 있고, 그리고 권장되기까지 하는 있는 이런 미덕을 나는 이렇게 억제, 봉쇄시켜야 하는 인생이라니...

이런 게 안 불쌍하고 안 비루한 삶이면 대체 어떤 삶이 그런 삶이란 말이겠나? 나는 잘 나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물론, 다른 사람도 다 마찬가지니 새삼스레 언급할 필요가 없는 내용인가?라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다.ㅋㅋㅋ) 이렇게 밖으로 나갈려는 에너지가 정말 강한 사람인데,(최대의 자가당착같지만, 이 병만 아니었으면 나는 실제로 잘 난 사람으로 존재했었을 가능성이 꽤 높았었던 사람이지 않나?싶다.) 인생목표가 없었다 보니, 그 에너지가 갈 곳이 없어 정처를 잃고 방황하다가 전부다 나를 공격해 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었었는데, 자신의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아, 누구에게 화풀이라도 하기는 해야 겠는데, 남을 두드려 팰 용기, 배포는 없고, 만만한 게 부모라고 어머니를 두드려 패는 불량자식이라고 해야 하나?

새삼 말할 것도 없긴 하지만 그래서 아래를 보는 능력을 키울 수 밖에 없었다. 그래야 분노에 안 빠지고 생존이 가능해 지니 말이다.(그러다 보니 내 자신을 공격해 댔던 저 의식도 철이 들면서 나름 성숙해져 공격을 자제케 되더라. 애 키우는 재미가 이런걸까나?ㅋㅋㅋ)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새빠지게 공부해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에서는 더욱 더 새빠지게 공부해 우수한 성적을 얻어 판, 검사로 임용된 사람이 첫날 출근하다가 교통 사고를 당해 반신불수가 된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싶다. 저 상황보다 더 안 좋은 사람은 종합보험에 가입 안 된 차량에 치였거나 뺑소니를 당해 아무런 보상도 못 받고 반신불수가 된 사람이 아닐까?싶다. 전자는 몸은 반신불수가 되었을지언정, 그래도 보상금 산정에 있어 자기가 새빠지게 노력해서 얻은 열매만큼의 보상이라도 받지만 후자는 그런 것도 전혀 없지 않은가?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미국MBA학위까지 받았었던 어느 유능한 팀장
이건 아는 사람에게서 직접 들은 얘기다. 자기 회사의 팀장인데, 이 사람이 미국가서 MBA과정까지 마쳤을 정도로 자기계발 열의도 강하고, 자기가 잘나서 그런 거겠지만, 잘잘못을 따지는 것도 좋아하고,(아, 나도 이러던 시절이 있었었지ㅋㅋㅋ) 성격도 정말 불같았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물론, 팀원 개개인들의 평가는 다르겠지만, 그 사람은 사회의 상식으로, 그만큼 유능한 팀장이었단 말이다. 그런데 이 사람이 소뇌에 무슨 병이 생겨 결국 사표를 내고 말았다고 한다. 내가 이 얘기를 꺼낸 이유가 지금 나오는데, 저 팀장은 동료와 부하직원들의 병문안을 거부했다고 한다.

저 양반의 병은 물론 내거(?)랑은 다르겠지만, 저 양반도 나을 수 없는 병이다 보니, 사람들을 만난다는 게 나와 마찬가지로 '나는 당신보다 빼도 박도 못하는 근원적으로 열등한 존재'라는 걸 드러내는 게 되기에 그게 자신의 자존심으로는 도저히 용납못할 일, 즉 스스로 초라해 지는 것이라서 병문안을 거부한 거지 싶다.(이런 관점에선 혹시나 나을 수도 있는 암은 오히려 행복한 병일 수도 있으리라.) 달리 표현하면, 재차 나와 마찬가지로 '나는 당신들의 관심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아닌 자신감도 갖추고 있다는 말일것이고.

나는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저 상태의 저 팀장에게 미국MBA학위등등 과거에 자신이 열정을 받치면서 이뤄놓은 자신의 저런 우수한 성취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현재의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 느껴질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지금은 이렇지만, 그래도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살았었다"는 만족감이 느껴질까? 아니면 현재의 자신을 괴롭히는 삶의 족쇄로 느껴질까? 어떻게 느끼냐하는 건 그 사람이 살면서 뭐를 주로 느끼면서 살아 왔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자기에게 저런 병이 생기리라는 걸 미리 알았었다면 미국까지 가서 그 비싼 돈과 노력을 들이면서 MBA를 따왔을까? 이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겠지만 인생은 이래서 투기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싶다.ㅋㅋㅋ병신장애인 새끼, 꼭 저렇게 잘 안 풀린 경우의 사람의 예를 들면서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려고 발악을 하는구나.

그래도 정상인, 너희들은 취업공부 하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지, 내가 느끼는 이런 기쁨은 절대로 못 느낄 텐데, 나는 이런 것에서까지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된 걸 보면 내게 주어져 있는 이 삶이 겉으로는 비루할지라도 속으로는 더 알찬 것일 수 있지 않을까?싶다.(짜식, 드디어, 자기최면의 최고 단계로 들어섰구나...ㅋㅋㅋ 우리 부모에게 이런 얘기하면, "머식이가 드디어 미쳤구나" 이러겠지? 아니면 "하기야, 그 동안 안 미친 게 오히려 이상했었는데, 어쨋든 곱게 미쳐줘서 다행이다. 역시, 머식이니까 저럴 수 있는 거다." 이럴지도 모르겠다.ㅋㅋㅋ)

물론, 이런 기쁨이라는 건 공사시험을 준비하던 그 시절에는 못 느꼈었고,---당연히 그 당시에는 분노성 기분만 느꼈었다. 사실상의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관조능력이 예전보다 좀 더 생긴 상황이었다 보니 대학다닐 때 만큼의 활력적인 분노는 아니었었고... 나이가 들면서 저런 분노가 지금의 여유로움으로 바뀐거니 이것 역시도 나이듦의 미학 중의 하나다. 자기최면인지, 정말로 객관적인 기쁨인지는 모르겠지만---하여튼, 할 일이 없는 게 이렇게 안 좋은 거다. 할 일이 없으니 그냥 좋아해도 될 거를, 자기 최면, 객관적 기쁨 이런 걸 따지는 관념적인 지랄발광유희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내 뇌가 이런 유치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행위를 하지 않았었다면 나는 할 일이 없어 뇌가 폭주를 해 미쳐버렸을 지도 모른다.ㅋㅋㅋ---어쨋든 이게 좋은 거임에는 분명하니, 이것 역시도 시비를 걸고픈 맘은 생기지 않는다. 내 생존방법은 이것뿐이고 병신장애인이 정상인과 동급의 열매를 바랬다간 자살로 골인할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나이가 드니 젊음의 객기가 만들어내기 마련인 쓰잘데기없는 분노계통의 열정은 대부분 떨어져 나가고, 생각이 좀 원숙해지고 있는데,(곰곰히 생각해 보면, 과거에 분노를 많이 느낀 사람일수록 역설적으로 말년은 행복한 삶이 될 가능성이 꽤 높아지지 않나 싶다. 분노가 떨어져 나가는 쾌감, 이런 게 삶에서 느껴질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단, 분노에 함몰되어 심성이 망가지지 않았다는 전제가 있긴 있어야 할 것 같다.) 이러다 보니, 취업을 위한 책이 아니라 도서관에 그냥 책을 빌리러 갈 수 있다는 것 자체에 행복을 느끼는 단계로 올라선 것 같다.

좀 과장되게 말하면, 내 주위에 불행한 일, 손해나는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약간만 정신 집중을 하면 이 평온한 상태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단계에 이른 것 같다는 말이다. 이 상황에서 더 이상 뭘 바랄 수 있겠는가? 하여튼, 나는 내 내면에 관한한 사람이 성취할 수 있는 최고의 단계를 경험하고 있지 않나 싶다.(생사의 고비를 잘 넘겨온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걸 경험하지 않나?싶다. 생명체의 특성상, 생존의 위기를 잘 넘겼다는 것 자체가 뇌에는 최고의 값진 경험, 기쁨으로 각인되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내게 있어 이 말은 정말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이게 아니라면 내가 지금 이런 은은한 기쁨을 느끼고 있을 이유가 있을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면으로 나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백수라는 개체가 밖에 나가는 거, 이거는 이 나이에 정말 쪽 팔리는 일이다. 그냥 알고만 지냈었던 친구뻘들은 가다가 마주치게 돼도 서로 그냥 모른 체 하게 되기에 별 상관없는데, 좀 친하게 지냈었던 애들은 그렇게는 안 된다. 본능상, 모른 척 하기가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래와 같은 대화정도는 가능해서 그리 많이 쪽팔리지는 않는다.

너:어~ 요즘 어떻게 지내냐?
나:옛날에 하던 거 한다.
너:뭐 하는데?
나:노는 거...(이런 말을 하긴 하지만, 참, 씁쓸하다.ㅋㅋㅋ)

너:시바, 아직도 노나...

나:그렇게 되네...(옛날에는 '세상이 나같은 인재를 몰라주는 걸 어쩌냐?라는 얘길했는데 지금은 의식이 많이 성숙한 거다.ㅋㅋㅋ)

친구뻘들을 만나게 되면 그래도 저런 우스개 소리나 하면서 넘기지만, 씁쓸한 건 사실이다.ㅋㅋㅋ 나름 단련이 된 거고, 저건 내가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고, 휠체어타고서 조우하게 되는 것보다는 백배, 천배는 낫다는 나만의 모멸 감소법도 있고 해서 그리 심각한 거는 아닌데, 나이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저런 우스개 소리를 할 수가 없으니 좀 심각하다 싶을 정도의 쪽팔림, 수치심이 생긴다. 휠체어를 동원해 봐도 그 심각이 그리 많이 옅어지지도 않고...ㅋㅋㅋ 그래서 병원, 도서관 가는 거 등등의 낮에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한 낮에는 잘 안 다니게 되고 물건을 사는 것 등등은 꼭 밤에만 하게 되더라. 어쨋든 은둔형 외톨이로 사는 게 내게 가장 손해가 덜한 삶의 형태라서 내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고, 이러니 이런 쪽팔림, 수치감 역시도 당연히 내가 감내해야 할 요소다. 그래서 이 점에 대해서는 그리 큰 불만은 없다. 지가 선택을 해 놓고 불만을 내뱉는다면 나는 정말로 최저급의 사람이 되는거니 말이다.

이런 생각도 든다. 나는 밖에서 병신장애인 상태로 존재하는 것보단 백수로 존재하는 게 이득이니, 바깥에서 백수로 존재하는 게 내게 그리 손해나는 상황은 아닌데도 이 정도의 쪽팔림, 수치감이 느껴지는데, 몸이 성하면서 백수로 존재하는 사람은 나같은 정서적 도피처도 잘 없을테니 정말 죽고만 싶을 것이다. 어차피 치욕스런 백수로 존재할 것 같았으면, 이런 병이 있는 게 내게는 축복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성한 몸인데, 백수라는 이유때문에 은둔형 외톨이가 된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의식세계는 절대로 창출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카~ 이 놈의 우쭐거림은 대체 끝이 없다.ㅋㅋㅋ)

대략 생각해 보니 공사입사 공부를 한 게 4년 전쯤 일인 것 같은데, 취직공부를 할 수 있는 정상인들에 대한 분노아닌 분노, 적개심아닌 적개심 등이(정상인들은 이걸 보고서 "이 사람, 정말 희한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이건 내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인간들이 갖고 있는, 즉 당신도 갖고 있는 개개인의 정말 독특한 의식구조의 한 형태일 뿐이다. 그게 어느 쪽으로 표출되냐?만 다를 뿐이다.) 지금은 여유로움으로 바뀌었고, 취직관련 책을 빌리러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가는 것에도 기뻐할 수 있게 된 것등을 보면, 4년동안 내 의식이 이만큼이나 성숙해 졌다는 말이 성립될 것같다.

그 당시에 생각하기로는, 나는 뭘 하겠다는 의지가 없으니, 퇴행만 그리 심하게 안하기만 해도 양호한 거라고 봤었는데, 지금은, 예상 밖으로 이렇게 의식이 성장하긴 했구나라는게 느껴져 내심 무척 놀라고 있다. 내가 이 비루한 이 삶에게 구사하는 의도적으로 학습한 무기력 전략의 효력이 꽤나 유효하게 발휘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 자랑같지만,(이럴 때 또 우쭐거려 보는 거다~) 썩어도 준치란 속담이 내게도 적용될 수 있는게 아닐까?싶다.ㅋㅋㅋ

단순 반발심에 지나지 않는 행위였었다는 걸 깨닫다.
내게 엄청난 의미였었던 토익900점 얘기로 원위치... 확실히 토익이 900점이 되니 서류전형에서 통과돼 시험보라고 하는 경우가 좀 되더라. 이렇게 서류전형에 통과되어 서울에 있는 고사장에 가서 시험쳐 보는 기분... 이게 600만원을 들여서 느껴본 3번째 수확물이다. 그런데 공사시험도 몇 번 쳐 보다가 접었다. 공사시험에 임하는 나의 행위는 본전을 만회하라고 하늘이 준 기회라는, 불행에 대한 단순 반발심에 기인하는 마음이었다는 걸 결국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이 깨달음은 동대문 운동장 옆에 있는 한양공고에 입실하려고 동트기 직전에 그 앞의 횡단보도에 서 있을 때 얻었던 건데, "과연 내 자신에게 내가 병신장애인임을 드러내 놓고 사회생활을 할 용기가 있냐?"라는 내 삶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말이 되겠다.(당연히 나는 죽었으면 죽었지, 저렇게는 못 한다.) 저건 600만원을 꼬랐으니 저걸 복구해 내야 한다, 복구될 것이다라는 반발성 자기최면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즉, 공부는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혹시나 붙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600만원을 꼰 이 상실감도 복구되겠지?라는 요행을 바라면서 시험에 임하고 있었던 거구나!"라는 자각을 했다는 말이다. 이건 할 일도 없는데, 요행을 바라고, 심심함 해소 차원으로 주식에 임했었던 나의 태도와 완전 똑같은 거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역시 글쓰기로 얻을 수 있는 사고의 재정립 효과다.) 내가 공사시험을 칠 수 있었던 건, 애인이랑 이별한 여자가 그 이별의 충격, 상실감, 분노 등이 너무 싫어, "더 나은 사람을 얻게 될거라는 하늘의 계시야~"라는 자기 최면 혹은 "네가 어쩜 내게 이럴 수 있어!, 너보다 더 좋은 사람을 사귀고 말거야!"라는 과잉확신을 가지고 자기 수준에 너무 과분한 남자에게 메달리려고 하는 것과 비슷한 거라고 봐야 할 것같다.(그런데 능력있는 여자만 저럴 수 있는거고, 능력없는 여자는 아무 남자에게나 달라붙어 저 공허감, 상실감 등을 해결하려하게 될게다. 이런 능력 자체도 없는 여자면 자살의식이나 붙잡고 있게 될테고.)

제니퍼 애니스톤...
어느 연예 기사에서, 상당히 재혼하기 힘든 여자로, 브래드 피트와 이혼한 제니퍼 애니스톤을 언급하던데, 저 우스개성 기사에 세상의 본질을 꿰뚫는 해학이 있지 않나 싶다. 브리대 피트가 너무나 잘 난 남자였기에 제니퍼 애니스톤은 재혼하기가 힘들 수 밖에 없는거다.

물론, 운이 따라줘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야 누가 그걸 뭐라고 할 수 있겠냐마는 그런 운 좋은 경우에 해당되는 게 아니라면 저렇게 헛짓하다가 시간이 지나고 그 여자가 그 상실, 실연, 분노의 기운에서 좀 벗어나게 되면 "이건 내 본심이 아니라 반발심이라는 일시적 감정에 휘둘려져 나오게 된 행위구나"라는 그 상황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생기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이게 내가 공사시험을 접은 이유와 비슷한 거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그 여자나 나나 일시적 감정에 휩쓸려 벌인 그 행위가 초래한 그 결과에 대해선 자기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나는 별로 책임지고 잣이고 할 것도 없어 다행이긴 하다. 몰래 밤차타고 서울가서 시험쳤다가 다음 날에 바로 왔었으니 집에선 내가 공사시험을 쳤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어차피 소극적으로 포기한 인생이었으니 기회비용격으로 내가 손해 본 게 있을리가 없으니 말이다. 차비만 좀 깨지는 금전적 손해만 있었을 뿐이지...ㅋㅋㅋ 오히려 인생포기자가 저런 걸 경험하게 되는 기쁨아닌 기쁨은 엄청 크게 누렸을 뿐이다.

이건 반발심이란 게 이렇게 강한 의식이라는 말이 될 것이고, 인간이라는 개체는 그만큼 손해, 상실을 느끼는 걸(그런 상황이 되면 '모욕을 당했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느낌에 분노가 솟구치기 마련이고...) 싫어한다는 말도 되는 것일게다. 지금 생각해도 웃긴다. 내가 감히 '나는 당신보다 빼도 박도 못하는 근원적으로 열등한 존재요'라는 걸 노출시켜야 되는 직장생활을 할 생각을 했었다는 게... 푸하하, 이런 차원으로 웃어 보는 것도 600만원을 꼴고서 얻은 수확 중의 하나다.

만일 공인 장애인이 된다면???
공인 장애인이 되어 혜택을 받고 입사하게 된다면 당신들보다 열등한 존재라는 걸 당연히 인정할 것같다. 그런데, 이런 혜택을 못 받으면, 내가 얻을 수 있는 열매는 정말 뻔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데, 그 미약한 열매를 얻기 위해 정상인들과 동일하게 새빠지게 노력해서 경쟁을 뚫어야 한다는 건, 정말 가치가 없는 일이다. 나는 그렇게 안 해도 내 스스로 그 정도의 열매는 충분히 따 낼 수 있다는 자신감아닌 자신감도 있었었기도 하고... 지금의 이 은은한 행복감이 그 자신감의 결과물이라고 감히 주장하고 싶긴 한데...ㅋ

"삶아, 좋다. 근원적으로 열등한 상태로 존재해야 하는 거를 내가 수긍할 수 밖에 없다면, 그렇게 할테니까 너도 내 편의 좀 하나 봐주라. 나는 욕심이 많은 놈이라 죽었으면 죽었지, '나는 당신들보다 근원적으로 열등한 존재'라는 걸 노출한 채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존재할 수 있는 그릇은 절대 못 된다. 그러니, 치욕스럽지만, 모든 상승욕구는 억제하고 그렇게 존재는 해줄테니까 그걸 제발 밖으로는 표 안나게 하자. 그러니까, 은둔형 외톨이로 존재해주겠다 이 말이다. 이러면, 니 요구사항도 충족되고 내 요구사항도 같이 충족되는 거 아니냐? 삶아, 내가 언제 네게 한 번이라도 부탁한 적 있더냐? 이 부탁만큼은 제발 들어다오..."

저 대화가 내 삶과 나의 관계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라고 해야 할터인데,(비록 비루한 삶일지라도 이 삶이 나의 저 소박한 혹은 간절한 바람을 들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하여튼, 감사함 과잉이다 보니 감사해 할 게 너무나 많다.ㅋㅋㅋ) 8개월 정도의 기간이었지만 돈에 대한 손실에 따른 반발심이 저런 확고부동한 의식에 일시적이긴 하지만 약간의 균열을 일으켰었다는 게 무척 신기하고 웃긴다. 하여튼, 이런 웃김은 내 평생의 간식거리가 되었지 않나 싶다. 길거리를 가다가도, 이 생각을 하면 히죽~ 히죽~ 미소가 지어지니 말이다.

이래서, 반발심이 건설적으로 쓰일 수 있으면 삶을 개선시키는 데에는 엄청나게 잘 활용되겠구나 싶다.(그 피해자들에겐 죄송한 얘기지만 그래서 일제시대, 6.25에는 감사해야 할 구석도 분명히 많으리라고 본다. 큰 사고를 겪은 사람들도 다 그런 얘기를 하고, 나 역시도 이 병에 대해 꽤 긍정적인 요소도 있구나라는 걸 느끼고 있는 것도 그렇고...) 나도 600만원의 손실이 야기시킨 이 반발심의 강력한 힘에 힘입어 내 평생에 못 느꼈을 것 같은 것들을 느꼈기에 내게도 꽤 유용하게 쓰인 것같고...

그래도 600만원을 지불하고서 이런 걸 느꼈다는 건 내겐 너무나 안 어울리는 과소비임에는 분명하다.ㅋㅋㅋ 그런데, 이걸 달리 표현하면 나는 600만원을 지불하고서 구찌, 루이뷔통이 아니라 헤르메스같은 명품 중의 명품(맞나?)도 감히 제공할 수 없는, 삶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수준의 무형의 명품을 구입한 사람이라는 말도 성립할 것같다.(음냐, 이건 내가 생각해도 정말 멋진 표현이다~ㅋㅋㅋ)

할부가 아닌 일시불 피해의 미덕
만일 600만원을 한 방에 안 꼴고 야금 야금 서서히 꼬랐다면 위에서 언급한 저런 신선하고 짜릿한 기분들을 평생 못 느끼고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는 "아, 젊었을 적에 시험에 도전해 볼 걸, 나이가 들고나니 그 때 도전해 보지 못했었던 게 괜시리 이렇게 후회가 쌓이네~'라는 회한, 아쉬움을 뒤늦게 느끼면서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 방에 600만원을 꼴지 않았더라면 평생 모르고 죽었을 법한 저런 긍정적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았었고, 나이가 더 들면 생길 수도 있는 저런 회한을 막는 백신주사를 맞은 셈이라는 추가적인 잇점도 느껴지 기분이 더욱 더 좋다. 오히려, 600만원의 손실이 약이 되었나?라는 생각까지 든다.

이렇게 고차원의 자기최면에 심취해 있으려는 나를, 할 일이 없어 안달인 뇌는 나를 가만히 안 놔두고 내게 또 시비를 걸게 된다. "삶이 얼마나 비루했었으면 불행에서 이렇게 행복의 의미를 읽어 내는 능력이 체득되었을까나?"라는 시비조 생각이 다시 고개를 쳐들려고 한다는 말이다. 하여튼, 이런 생각하면 참 우울한 건 사실이다.(이성으로는 힘들더라도 의지로 낙관해야지 어쩌겠나?)

절망에서 이런 긍정의 의미를 뽑아낼 정도의 공력의 사람이라면 이 병만 아니었으면 뭘 해도 제대로 하고 있을텐데 싶어서 말이다. 내가 이 병이 없는 상태로 존재하는 게 내게도 좋고, 가족에게도 좋고, 친구들에게도 좋고, 사회에도 좋은 일일텐데... 물론, 성취가 주는 쾌감에 중독돼 인간의 선을 넘은 쾌락에 중독돼 지금보다 더 망가진 인생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긴 하다. 나라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경쟁심, 승부욕의 깊이를 생각하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만한 인간이니 말이다.

세상은 남자가 만든 것이다 보니 건강, 시간, 돈 이렇게 3가지를 다 갖춘 능력남이 되면, 그 남자에겐 이 세상은 너무나 재미있는 게 많은 세상이 되는데,(세상에는 남자들의 저런 기질을 이용해 살아가는 여자들도 너무나 많고 그런 산업도 너무나 잘 발달돼 있고...) 농담이 아니고, 이 병이 내게 안 주어졌으면 나도 저런 과의 남자가 돼 있을 확률이 상당히 높았을 거기 때문이다.(푸하하, 이 엄청난 자아도취~ 하기야 이런 거라도 있어야 이 비루함이 해소되지...ㅋ) 건강, 시간, 돈 이렇게 3개를 다 갖춘 남자 중에 안 망가지는 사람이 잘 없다고 그러다가 한 순간에 맛이 파악~ 가 완전 상병신급으로 추락하는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이 어떻게 되리라는 건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 처음에는 성취의 쾌감에 취해 한동안은 우수한 상태를 유지하다가 나중에는 저렇게 추락해 있을지도 모를 내 자신을 생각하면 이 병이 있는 게 어떻게 보면 축복이라고 할 수도 있긴 있을 것같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요 인간, 이제 완전히 후천적 장애인의 의식 수준으로 진입했구나~라는 생각도 든다.ㅋㅋㅋ 그래도 이렇게 사는 것도 이제 지루해질대로 지루해졌고, 이 은은한 행복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내가 지켜야 할 것'이란 이런 기득권, 삶의 의지같은 느낌이 내게 생겼다는 게 너무나 신기하고 고맙다. 평생을 절망, 좌절, 우울, 무기력 속에 살다 보니 이런 느낌은 한 번도 가져 보질 못했었던 건데 말이다. 이래서 삶을 사용자가 인위적으로 끊으면 안되는건가?싶다.---내 자존감을 지금보다는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봐야 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긴 든다.

과연 새롭게 들고 있는 저 의식이 내 삶에 근원적으로 드리워져 있었던 절망, 우울, 무기력과 여기에 대응키 위해 내가 들이 밀었었던 의도적으로 학습한 무기력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견고해져 있을 이 무기력에 어느 정도의 변용을 가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쨋든 선택과 집중이 대단히 중요해졌다. 해체가 가능한 부분을 골라서 거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이성으로는 힘들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쪽팔리는 게 싫으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아무 것도 안하고 살았는데도 이 정도의 행복감을 느끼고 있으니, 조금만 해도 지금보다 더 나아지리라는 건 분명한 사실일테니 말이다.

거참,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감사모드가 되어서인지, '이성으로는 힘들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같은 이런 멋들어진 격언을 우리나라에 알려준 홍세화씨가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이렇게 세상에는 감사할 게 너무나 많은 게 고맙고, 이런 걸 느끼고 있는 내 자신에게도 고맙다.

④◀◀■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