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원을 지불하고서(?) 얻은 토익900점과 최고급 명품(?) ③
내 삶에 희망이 없었기에 상향욕구를 봉쇄하고, 아래로만 봐야만 내 삶이 지속될 수 있었기에이렇게 된거라 꽤 씁쓸한 구석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뒤늦게나마 맛보는 이런 기쁜(?) 현상에는 감히 시비를 걸고픈 생각은 안 든다. "내가 느끼는 지금의 이 기분이 정상인들이 당연시하면서 안주하기 마련인 삶에 대한 긍정적 기분이란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푸하하, 어디에도 못 끼이는 병신장애인이 이런 차원의 기분을 느끼고 있다니~ 상전벽해인가? 격세지감인가? 죽을 용기, 당위가 없어 비루하게 살아있음의 형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던 것 뿐이지만, 어쨋든 결과적으로, 자살안하고 살아있기로 한 거, 이거는 내가 내린 선택 중에서 정말 탁월한 선택이 되는게 아닌가?싶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하고서 취직을 못한다면?
쟤는 자신의 우수한 성적이 자신의 자살 원인이 되리라는 걸 예상하진 못했을게다.
과거에 우수한 형태로 존재했었던 경험이 나중에는 고통으로 되돌아 올 수도 있다는 걸---나는 삶이란 게 이렇게 투기적 요소가 강한 거라고 본다.---쟤네들이 미리 인식할 수 있었다면 성취가 주는 쾌감에 100% 함몰되지 않고, 우수한 형태로 존재하는데에만 들였었던 노력을 비상용도로 좀 비축해 두지 않았을까?싶다. 물론, 저런 경우에 처하게 되는 건 상당히 희귀한 경우라고 해야 할 것이기에 반드시 저런 대비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저런 희귀한 경우에 내가 해당 안된다는 보장이 가능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역시 과잉불안...ㅋㅋㅋ)
어쨋거나 저 극한의 무기력 상황을 나는 잘 버텨냈다는 저 경험아닌 경험이 지금 내게 최고수준의 훈장이 된 것 같다. "후천적 장애인들은 예전과 너무나 품질이 떨어지는 저런 상태로 대체 삶에서 어떤 재미를 느끼고,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 것일까?" 이것도 살면서 대단히 궁금해 했었던 것 중의 하나인데, 그들 역시도 버텨내면서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훈장을 받은듯한 이 요상스런 느낌을 얻었기에, 이 성취감이 예전에 견줘 월등히 품질이 떨어지는 비루한 삶을 지탱하는데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지 싶다.
궁금이
풀리는 쾌감~
물론, 죽음에 진짜로 이르렀을 때에도 저런 생각이 유지될런지는 확언할 순 없다. 하지만, 죽을 때에는 죽더라도 멀쩡한 정신은 반드시 유지해야 저런 답을 내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거니, 살아 있는 동안에는 정신건강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한다는 긍정적인 삶의 의무가 느껴진다. "죽을 때에 이런 쾌감이 있지 않을까?"를 기대하는 인생이라, 내 삶은 예술품(?) 인생일 수도 있지 않을까?ㅋㅋㅋ
그리고, 버텨내는 동안에 스스로에게 이 훈장을 수여하지 못한 사람은 도중에 모멸감, 치욕감을 감내하지 못하고 자발적인 소멸을 선택한 사람도 있을게다. 이 사람들은 말이 없기에 우리는 이미 소멸한 그런 존재는 인지 못하고 살아 남은 사람들만 보고서 그 느낌을 읊을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자살관심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발적인 소멸을 선택한 이들이 스스로에게 가장 가치있는 훈장을 선사한 사람일 수도 있음을 부정은 안하겠다. 이건 스스로 소멸을 선택한 사람에 대한 내 나름의 예의, 예우, 위로라고 해야 할것 같다.
다시, 무기력 얘기로 원위치한다. 비록 예상은 한거지만, 내 인생 최대의 무기력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는(대학까지 졸업해놓고.ㅋㅋㅋ) 자신에 대한 모멸감은 더욱 강화되었고 그러다 보니 나는 극도로 초라해져 갔다. 할 일, 즉 이 무력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목표라도 있으면 현재는 괴롭더라도 미래의 열매를 바라면서 새빠지게 노력이라도 하겠건만 그런 것도 불가능한 인생이다 보니 생각이 초라함, 모멸감, 치욕감 쪽으로만 더욱 더 집중될 수 밖에 없었도다.
어린 애, 정신박약도 아닌데, 노동이 존재하기에 노는 게 좋을 수 있는거지, 노동을 안하고 무작정 노는 걸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은 잘 없다는 것도 한 이유겠지만 내같이 경쟁의식의 긍정적인 맛에 심취했었던 사람은 나는 이렇게 무력한 존재라는 것에 더욱 더 모멸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지 싶다.(더군다나, 대학까지 나왔으니 "등록금을 대준 부모를 위해서라도 뭔가를 해야 하는데"라는 의무감때문에 저 모멸감, 치욕감같은 게 더욱 더 힘을 키울 수 밖에...)
하여튼, 내라는 놈은 병신장애인 주제에 남한테 지기 싫어하는 경쟁의식이 왜 이리 강한지 내가 생각해도 정말 어이없다. 내 상황에 안 어울리는 이 놈때문에 무척 괴로웠었지만, 어쨋든 이 놈을 생고생을 하면서 환골탈태시켰다가 잘 승화시켜 놓고 보니, 이 의식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이었단 생각이 든다.
저 의식이 유발시킨 모욕감, 치욕, 수치심이 나를 내 평생의 화두였었던 자살의 깊은 수렁으로도 몰고 갔긴 하지만,(우리나라가 총기소지가 자유로운 나라라면 진작에 자살했었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을 황천길 동무로 만들면서 갔을지도 모르고.) '자살=정말 쪽팔리는 짓'이라는 생각으로 자살을 항상 일시유보의 상태로 만든 것 역시도 저 의식이었지 싶다. 결국 자살에서 나를 건져 올려 지금의 이 은은한 기쁨을 느끼는 상황에 이르게 한 것도 역시 저 의식이라고 해야 하리라.
이것 역시도 전에는 엄청나게 부정적이었던 게 나중에 긍정적인 것으로 바뀌는 엄청난 승화를 이뤄낸 경우라고 해야 할거다. 이런 정말 힘든 과정을 지나왔으니 드는 생각이겠지만, 내가 사람을 죽였나? 강간을 했나? 재물을 훔쳤나? 이것도 아닌데, 내 자신에 대한 모욕감, 치욕 등의 이유로 자살한다는 것은 삶에 대한 최대의 사치, 허영, 과소비일 수도 있으리라. 물론, 앞으로 저런 사치, 허영, 과소비 욕구가 다시 안생긴다는 보장은 못 하는 거지만 말이다.
지금은 할 일이 없어도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경지(?)에 올라섰지만 저 당시에는 그런 공력이 있을리가 없었으니 정말 괴로웠었다. 그래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어쨋든 바빠야 할 필요성이 있지 싶다. 그래야 뇌가 그 바쁨에 신경쓴다고 '나=불행하다'는 생각에 빠질 틈이 별로 안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자기는 쉬고 싶은데 가족부양 등등의 의무때문에 그 바쁨에서 못 헤어져 나오는 사람이 아마도 제일 불행한 사람이 아닐까?싶은데(중년 가장이 느끼는 부담이 바로 이런 게 아닌가?싶다.) 그런 사람은 내같이 정말 할 일없는 사람을 떠 올리면서, 그래도 나는 저 사람처럼 할 일이 없어 괴로워 하는 것보단 낫다는 자기최면을 만들어 자기 삶의 위안을 삼아볼 수도 있을게다.
본론으로 원위치한다. 예상은 한거지만 나는 이런 무기력한 상황에서 한없이 초라해져 갔다. 인생을 소극적으로 포기한 놈이지만 실현불가능한 것인데도 상승욕구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는 말이다. 상승욕구는 젊음과 함께 결합돼 삶에 정말로 강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의식이라는 말도 성립될 것이다.
장애인으론
약발이 떨어져 무기수로 자신을 설정하다
나는 전생에 큰 죄를 지어
이런 병을 얻은 것이고, 그래서 사실상의 무기징역수가 되어 무기력하게
이
좁은 환경 속에 살고 있는 거다. 교도소에
있으면 밤에 불도 켠 채로 잔다고 하던데, 나는 밤에 불도 끄고
잘 수 있고, 그 인간같지도 않은 족속들과 같은 공간에 안 있어도
되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리고 내 맘대로 바깥 세상 구경도 가능하고
마음만 먹으면 365일 내내 담배도 피고, 술을 먹을 수도 있고, 가끔씩은
친구들이랑 술을 마실 수도 있다.
이렇게 나는 내 자신을 무기징역수라는 좀 더 현실적인 새로운 상(像)을 동원해 상승욕구를 누르면서 지냈다. 그러다가 집에 인터넷이 깔렸다. 내가 쓰려고 깐 게 아니고 다른 사람이 쓰려고 깐 걸 나도 쓰게 된거다.
나는 이 비루하고 무기력한 은둔형외톨이 생활을 일부러 인터넷없이 2년 정도를 버텼는데 이런 자발적인(?) 가난, 의도적인 결핍이 이 비루한 삶을 버티게 하는데 큰 힘이 됐다.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 감사한 일이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으니 말이다. 의식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려고 아무리 노력한다고 한들, 몸으로 직접적인 그 결핍을 체험해 그 결핍을 뇌리에 박아놓지 않는한 의식이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쨋거나 나는 이 절망, 좌절, 우울, 무기력, 자살생각에서 살아 남으려고 이렇게 나름 발악을 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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