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원을 지불하고서(?) 얻은 토익900점과 최고급 명품(?) ②
입력:2009-11-29 일 학업얘기로 원위치한다. 다른 애들은 뭘 해 보겠다고 다들 저렇게 용쓰고 있는데... 내게도 정상인 몸이 주어져 있었다면 나도 저러고 있을텐데라는 울분 밖에. 머리가 커져버린 대학에서의 4년은 특히 더 그렇다.
나에겐 별 의미도 없었고 분노, 화딱질만 나게 하던 대학생활이었지만,---등록금 대 주는 부모를 생각하면 이런 말을 하면 안되는 거지만,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그래도 대학졸업장은 있어야 내 자신에게도 떳떳하고 어디서도 무시 안당한다라는 이득은 포기할 수가 없어서, 꾹 참고 대학을 다니긴 다녔다. 참내, 대학의 의미란 게 고작 이 수준의 것 밖에 안되다니, 이러니 내가 참으로 불쌍한 인간인거다. 그렇다고 안 다닐 수는 없는 일이고...
물론, "지랄하네, 어지간히도 복에 겨운 인간이구만도, 세상의 절망, 좌절, 우울, 무기력을 지 혼자 다 뒤집어 쓴 것 같은 이딴 개소리를 이렇게 길게 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당신도 병신장애인이 돼 보면 내 말이 이해 될 것이다. "뭐시라? 나보다 더한 병신장애인이라 정규 학교를 제대로 못 다닌 사람이라고?" 그럼, 당연히 당신 말이 맞다고 인정해준다.
"나는 부모가 없어서, 대학을 들어 가고 싶었는데 못 들어간 사람이라고???" 음... 이건 당신과 병신장애인과 누가 더 불행한건지(?) 좀 생각해 봐야 하는데... "아무리 부모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한들, 정상인 몸보다 가치가 있고 중요할까?"나는 저렇게 생각한다.
그 근거는 가출청소년들을 조사해 보면, 아마도 병신과((科), 장애인과(科) 애들은 거의 없지 않나 싶은데, 이것 하나만 봐도 걔네들 몸이 정상이니까 "이 뭐같은 집구석을 나가는 게 최소한 이 집구석에 있는 것보단 나쁘지 않을거야"라는 희망을 품고, 병신과((科), 장애인과(科) 애들은 누리지 못하는 가출이라는 특권아닌 특권을 누릴 수 있는 거다. 나는 내가 병신장애인이라는 대명제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싶어 머리를 꽤 굴려 봤는데, 방법이 없더라.
덕분에, "아하, 이런 결함이 항상 자기랑 붙어 있으니까 병신, 장애가 그렇게 좇같은 거구나"라는 자각을 하긴 했었고... 아마도, 이런 의미로 병신, 장애의 의미를 뼈저리게 느껴본 사람도 잘 없을 것 같다.ㅋㅋㅋ
이렇게 4년 동안 꾹 참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나도 대졸자가 됐다는 사실에 기쁘긴 했었지만, '4년 동안 꾹 참고 어쨋든 대졸자는 되자'라는 목표가 이뤄지고 나니 할 일이 사라지더라. 이건 정년퇴직자, 명예 퇴직자의 마음과 비슷한 것이지 싶은데, 그래도 저 사람들은 퇴직 후의 계획이라도 잡을 수 있지... 나는 그런 것 자체가 없는데... 하여튼, 대학을 졸업하고서 저런 기분을 느꼈다는 거 이거 기분 정말 더러운 거다.ㅋㅋㅋ
예상을 한 거긴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나니 할 일이 없어졌다는 거 정말 무료하더구만. 그래도 꿈틀거리는 사람인지라 처음부터, "그래, 이 시발놈아, 니 좆대로 한 번 해 봐라"면서 그 근원적인 무기력앞에 바로 투항할 수는 없는 일이니 내딴에는 할 일을 만들어 보려고 무척 노력을 하긴 했었다.
저건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이 병원 침대에 누워, 다리에 신경이 느껴지는 곳에 매일 사인펜으로 표시하면서 그 미묘한 mm의 변화에 '신경이 살아 날거야'라는 모든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거다. 하지만 망가진 신경이 자기가 바란대로 다시 살아나지는 게 아니듯이 내 인생은 인생 자체에 희망이 없고, 그 덕택에 아무런 인생목표도 만들어 질 수 없었던 인생이다보니 내 삶에 드리워져 있는 이런 근원적인 무기력 앞에선 저런 발악도 다 소용이 없더만.
그나마 그 당시에 저런 소용이 없는 짓이라도 했었다는 게 지금은 도움이 되긴 하다. 지금은 그냥 가만히 있어도, "남들은 다 뛰고 있는데, 과거처럼 나도 뭐라도 안하면 큰일날 것 같은 공황상태에 빠진채 내게 별 의미도 없는 짓을 할 필요없이, 내가 선택한 이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이 행위를 하고 있다는 거, 이 얼마나 좋은 것인가?"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장님의 뇌는 결핍된 시각때문에 부족해진 감각의 총량을 맞추기 위해 청각, 촉각등 시각이외의 감각을 월등히 발전시킬 수 밖에 없듯이, 나는 소극적으로 삶을 포기하고 의도적으로 학습한 무기력으로 이 비루한 삶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보니 내 뇌는 그 떨어지는 적극성의 총량을 맞추기 위해 감성을 정말 엄청난 상태로 개화시켰지 싶다. 그래서 지금은 거짓말 좀 보태면, 세상의 모든 것에 감동할 준비가 돼 있는 상태가 됐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상태가 됐다 보니 떠오르는 시가 있는데 김춘추의 '꽃'이란 시다. 고교때 배운 시지 싶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아마도, 저 시의 저 부분을 나처럼 의미심장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지 싶다. 내 주위에는 "내게 관심 좀 가져주세요~", "나도 꽃으로 만들어 주세요~"라고 내게 외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졌다. 절망에서 이런 류의 희망을 추출해 낸 사람이라는 걸 알아보고 내한테 저러는 건가?싶기도 하다. "이런 감성이 무작정 준동하도록 방치하면, 까딱하다간 사람의 선을 뛰어 넘게 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겠구나"싶어 이 광란하는 듯한 이 감성에게도 경계의 눈길도 강하게 보내고 있다.ㅋㅋㅋ
하여튼, 도저히 인간과는 상대가 안 되는 싸움인데, 내가 상대해야 할 놈은 이런 놈이다 보니, 내가 더 이상 황폐화되는 게 싫어, 의도적으로 학습한 무기력 전략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래서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내만큼 할 일 없는 인생을 살아 온 사람이 잘 없지 않을까?싶다. '우리나라에서 평생 할 일없었던 사람, 그런데도 정신이 여전히 똑바로 박혀 있는 사람'을 뽑게 되면 나는 아마 100등 안에 들 수 있을 것 같다.ㅋㅋㅋ
그래서, '할 일없다'가 이 얼마나 큰 고통일 수 있는지를 내만큼 뼈저리게 느껴 본 사람도 잘 없을 게다. 그냥 할 일이 없다가 아니라 절망, 무기력에 봉쇄돼 할 일이 없다는 거, 이거 정말 비루한 거다. 분위기가 이렇게나 비루한 곳에선 종교라고 태어나봤자, 기독교같은 저급한 수준의 종교 밖에 탄생될 수 밖에 없는 것이리라. 내가 나의 근원적인 쪽팔림, 초라함을 드러내는 이런 넋두리성 글을 적을 수 있는 것도 저런 비루함에 대한 반발심(?)때문이라고 해야 할테고. 그리고 내가 이런 글을 적는 이유 중에는 이런 글 적는 게 할 일없는 것보단 낫다는 것도 어느 정도 작용했으리라.
등수(?)얘기로 돌아간다. '평생 불안과 지내 왔으면서도 정신이 보통 사람보다 좀 더 똑바로 박혀 있는 사람'을 뽑게 되면 나는 50등 안에 뽑힐 것 같기도 하다. 불안에 시달리면 스스로가 불안에 함몰되어 정신병적 증상을 가지는 식으로 미쳐버리던가? 불안에 살아남기 위한 명징한(?) 이성을 갖게 되던가? 둘 중의 하나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 나는 후자쪽이지 싶다.(내 입으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무척 쪽팔리는 거긴 하지만 어쨋든 이렇게 표현했다.ㅋㅋㅋ)
어쨌거나 이렇게 지내다 보니 할 일이 있다는 것, 이 좋은 느낌이 안 사라지고 지금 있다는 것, 이런 것들이 얼마나 좋은 것인가?를 노년이 아닌 이 나이에 깨닫게 됐다. 이건 비루함, 모멸감의 최고조 단계를 겪어야 되는 후천적 장애인이 돼 보지 않고선 결코 느끼기 힘든 차원의 생각일텐데, 나는 이렇게 후천적 장애인이 되어야만 느낄 수 있을 법한 차원의 사고가 지금 이 상태에서 가능해진거다. 이건 내게 불행의 의미일 수도, 행운의 의미일 수도 있는데 내가 하기에 달린 것이리라.
이런 차원의 사고가 가능하니 타인과의 별다른 사회적 교류를 하지 않고서도---사실, 과거에는 저 사회적 교류를 할만큼 하긴 했다. 이렇게 했기 때문에 정상인계와 장애인계를 넘나 드는 이런 글쓰기가 가능한 거니까.---매스컴 등에 등장하는 타인의 불행이 내게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 전에 내가 가지고 있었던 부정적 개념들이 나이들어선 긍정적 개념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 등에 대해 기쁨이 솟아나는 식으로 나만의 굳건한 왕국같은 게 만들어 졌다. 물론, 부정적으로 보면 대한민국 최고수준의 은둔형 외톨이성 아집, 독선의 왕국이로다~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