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안주 - 인간은 습관에 복종해야만 살아가 진다
입력:2015-09-15 화
우히히~ 친구놈들과 먹는 술이니, 내가 관심없는 거에 대해 내 자신을, 상대를 속이지 않고 '관심없음'의 자세를 유지해도 내 이익에 별 지장이 없다는 거, 이거 아무 것도 아닌 거같지만 정말로 가치있는 거다. 늙어가니 그 폭력적인 젊었을 때에는 느껴지지 않았었던 이런 새로운 맛이 느껴진다. 아휴, 정말 다행이로다.ㅋㅋㅋ 쩝, 사설이 좀 길었는데 하여튼 저 안주를 먹었기에 이 글을 쓰게 됐다.
오징어가 느낄 고통에 공감하게
된다면? 이래서 사람은 그 동안 자기가 생존해온 습관대로, 자기 계에 갇힌 채 자기에게 이익되는 생각에 집중해야 하는 거로다. 개방사유가 아닌 폐쇄사유를 해야 하는 거다. 직업이 생성시킨 계는 특히 더 그렇다. 그래야 삶이 살아가 진다. 이러지 않고 살아온 습관에 함몰되는 능력이 약해지기 시작하면, 즉 자기 계가 약해지기 시작하면 기존의 자기 습관을 벗어나는 생각, 그러니까 자기 계를 초월하는 생각에게 지배당하기 십상이다. 그럼 그 사람의 인생은 거기서 종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왜? 지금의 자신을 성립시키고 있는 자신의 과거, 현재가 파괴의 단계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고로, 저 오징어 요리집 사장은 자신의 칼질에 죽임당하는 오징어의 고통에 공감하기 보단, 오징어를 썰음으로써 획득될 자신의 이익에 생각을 집중해야 하는 거로다.(재차 말하지만 직업인은 직업이 생성시켜온 계에 절대 복종을 해야 삶이 지탱된다.) "오징어를 썰어 손님에게 제공하면 돈이 들어온다, 이 돈이 있어야만 가게세도 내고, 애들 학원도 보내고 내 가족들의 생계가 유지되고 그리 되어야 가장으로서의 내 체면, 위신이 유지된다"같은 생각에 자신을 묻어 가게 할 수 있어야 하는 거다. 그리고 이왕 그러는 거 "음, 저 양반들 얼굴을 보아하니 술이 좀 된 상태인데, 안주를 다 먹진 못할테니 남은 오징어는 내일 애들 반찬해줘야지"같은 부가가치성 생각까지 해낼 수 있다면 삶에 더욱 더 유리! 인간은 습관에 지배당해야 삶이
살아가 진다 손님인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오징어가 겪게 될 고통에 공감하게 되면 저 술집에 가질 못 한다.(안 좋아하지만 오징어 음식을 좋아한다고 가정했다.) 내같은 이들이 늘어나면 갈수록 매출이 줄어, 저 사장은 전업하던가, 폐업해야 한다. 실제로 저런 상황에 이르렀고 내가 남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이 더 강화됐다면, 사장의 고통에 나도 고통을 느끼게 되리라. 그럼 나는 오징어 요리를 주문하지 않고 사장에게 음식값을 그냥 주게 될런지도 모른다.(공감 능력이 더 심화됐다면 죄책감에 위자료까지 얹어주려 할게다. 더 더 더 심화됐다면 육식 자체를 못 하게 되고 채식도 못해 결국에는 아사할 수 밖에 없게 되리라)
업소에서 살아있는 오징어를 썰어 내게 음식으로 제공해야, 내가 돈을 지불하는 게 자본주의 법칙이거늘! 나는 감히! 그걸 거부하는, 궁극의 고급질을 하는 놈인거다!!! 자본주의 체제의 지배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새끼가 감히 경제활동을 봉사활동으로 대체하려 하다니! 이 세상에 저런 궁극의 오바질이, 궁극의 고급질이, 궁극의 망발질이 또 있을까나? 재벌가의 자제처럼 태생적으로 자원이 엄청 두둑하게 주어져 있지 않는한 저런 정신자세로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 한다. 이래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기 이익에만 탐닉하게 돼 있지, 남의 고통에는 공감하지 못하도록 유전자 차원에서 프로그램돼 있는 거다. 남의 고통에 공감하면 자기 계가 유지되기 힘들기 때문이다.---저런 개체는 자기 이익획득 능력이 정말로 뛰어난 사람에게 딱 등쳐먹기 좋은 대상이 되기에 온갖 이해관계로 얽혀져 있는 이 현대 문명계에서 더욱 더 생존이 힘들어 진다.---이래서 남의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이 뛰어 났었던 개체들은 생존 경쟁에서 도태돼 멸종했었다고 봐야 한다. 정당한 방법이든 안 정당한 방법이든 남의 이익을 뺏어와서 잘 자기것화 해온 개체들이 자신의 풍부한 자원을 과시했었을테고, 저런 개체들이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상대를 만나 번식을 잘 해 왔었단 말이 되겠다. 고로 인간의 진화역사는 저런 개체들이 이끌어 왔었으리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고로, 인간의 자기이익 탐닉 성향은 이렇게나 근원적 본능이라는 말이 되는거다.
저 오징어들은 자신을 어떻게
인식할까? 저 오징어들의 인지체계로는 저 현상이 인간들이 자신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서 그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거라는 걸 절대로 알지 못하리라. 저 상황이 발생하면 단순히 놀래서 뜰채를 본능적으로 피하려는 시도만 하게 될 뿐이지. 사실, 내게 오징어에게 직접 물어보고 대답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게 아니니 저건 근거없는 추측에 불과한거긴 하다. 어쨋든, 저 오징어들이 저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이해한다면 자신들의 무력함에 얼마나 분노하고, 인간에 대한 증오심은 또 얼마나 하늘을 찌를까나? 이래서 오징어에게 저 앎은 자신들에게 고통만 배가시키지 아무런 이익을 주지 않는 앎이 되는거다. 오징어들에게 자신의 계를 초월하는 저런 급의 앎은 자기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되기에 오징어는 평생 저 정도의 인지상태에 머문채 저 정도의 앎만 획득할 수 밖에 없는 거다. 모름, 즉 '무지'가 오징어에게 '종(種)적 이익'이라는 가장 광범위하면서도 지속적인 이익을 주는 거로다. 열등한 것들은 열등하게 살아야
삶이 덜 고통스럽다 그래도 득도라는 궁극의 경지에서 인간들을, 문명계를 내려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 오징어들이 왜 자기들이 수족관이라는 사각형 공간의 물속에 존재하고, 위쪽에서 뜰채같은 게 와서 자기들을 채가는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알지 못 하듯이, 로또당첨, 교통사고, 살인, 전쟁, 병, 화재, 가뭄, 홍수, 지진같은 것 역시도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어떤 근원적 힘에 의해 발생하는 게 아닐까나?라는 생각. 내 경우, 인간 역시도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진화의 대법칙이라는 정말로 거대한 힘의 절대지배를 받기에, 번식욕의 노예로 존재할 수 밖에 없고 그게 당연하다는 걸 비로소 제대로 이해하게 됐는데... 저것말고도 세부적인 뭔가가 더 있지 않을까나??? 만일 그것까지도 인지하게 되면 내 삶에 이익이 될까나? 손해가 될까나? 후자일 수도 있으리라. 인간은 인간수준에 맞는 앎만 갖춰야 하는 법이니까.
쩝, 내 정신상태가 나를 이 정도의 상병신 상태로 몰아가고 있도다. 그래도 "모든 인간은 저 수족관 속의 오징어와 별반 다르지 않으며, 나는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궁극의 초절정 엘리트로다"라는 생각도 가능해졌기에 기분이 좋은 측면도 있긴 하다~ㅋㅋㅋ "물고기는 자기가 속해있는 물을 못 보고 인간은 자기를 못 본다"는 격언에 극히 예외적인 궁극의 초절정 엘리트가 바로 '나'라는 인간인거다. 오호, 놀라워라~ 인간같이 탐욕적이고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동물에게 있어 이 정도의 객관적인 인식이 가능한 인간이 존재할 수 있다니~~~ 아~ 이런 인간이 왜 예수, 부처, 공자같이 문명계에서 추앙못받고 이렇게 초라하고 모멸스런 병신 개백수 새끼로 존재하고 있을까나??? 으아~ 정말로 원통하지만, 그래도 문명계의 인간들이 수족관 속의 오징어로 느껴지는 맛이라도 있어 다행이로다, 저런 맛도 없었더라면 이런 초라하고 모멸스런 삶을 결코 버텨내지 못 했으리라... 사족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