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아침에 광복동에서 찬송가 부르던 아줌마ㅋ

입력:2015-09-30 수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9월 29일, 즉 어제 일이다. 오전 7시쯤에 자전거 타고 광복동 거리를 지나가는데 웃기게도 어디서 노래소리가 들린다. 고음부가 꽤나 청량한 게 기본기가 갖춰져 있는 고급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같았지만 그건 아니고 생소리(?)다. 대중가요는 아니고 가곡같은 노래다. 이거 대체 뭐지???

둘러보니, 놀랍게도 50대 정도되는 아줌마가 광복동 광장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성악 목소리는 아니지만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성량도 꽤 풍부하고 노래도 아주 잘 하더라.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도 아닌데 어떻게 여자 목소리가 저 정도로 넓게 울려퍼질 수 있는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거리가 조용해서 울림현상이 유발되어 노래소리가 보다 넓게 퍼지는 듯.

아, 사람이 다니지 않는 이 이른 아침에 저기서 노래를~ㅋ

신기하다. 이른 아침이라, 더군다나 추석연휴때라 더욱 더 사람이 안 다니는 이 광복동 번화가에서 혼자서 찬송가를 부르는 아줌마라니... 안쓰러움과 함께 "역시 세상은 넓고 정상에서 이탈돼 있는 내같은 사람은 많은거다"싶어 요상스런 미소가.ㅋㅋㅋ

저것도 일종의 전도행위일텐데 사람 바글바글한 낮시간대에 안 하고 왜 사람 안 다니는 아침에, 더군다나 사람이 더욱 더 안 다니는 추석연휴 아침에 저러고 있을까나? 음냐~ 사람이 많으면 사람들의 소음에 노래소리가 묻혀 울림현상이 발생하진 않을테니, 그 울림현상이 좋아서 사람없는 아침에 저렇게 노래를 하는 건지도... 그렇다면 저 아줌마는 노래를 통해 자신의 정서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 정말 대단한 아줌마인거다! 남들은 하지 못하는, 오로지 자기만의 삶의 필살기를 가진 우월 아줌마! 아~ 종교의 힘은 대단하고 인간은 역시 위대한 거로다~

가정이 없는 사람이겠지?
저 아줌마가 남편, 자식이 있는 정상적인(?) 여자면 아침부터 저 곳에서 저러고 있진 않으리라.---나 역시도 직업, 아내, 자식이 있는 정상적인 남자면 매일 아침 자전거를 타기 힘든 것처럼.---이혼을 당했거나 사별을 했거나 등등의 이유로 마음이나 자아에 엄청나게 큰 구멍이 뚫렸다가 기독교가 그걸 메꿔주는 경험을 했기에 저러고 있는 거리라. 아니면 다른 종교 믿는 시댁에 모처럼 왔다가 종교문제로 시부모랑 한바탕하고 나와서, 저렇게 자기만의 독창적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 거던가.

맥도날드 할매랑 마찬가지로 환상 속의 예수랑 결혼한 여자인듯...
여자는 구원환상에 매달릴 수 있으니 저럴 땐 꽤 유리한 삶인듯.
어쨋거나 뇌의 능력은 이렇게나 무궁무진한 거로다~ㅋㅋㅋ

사람없는 광장에서 저렇게 '예수부활' 십자가들고 찬송가 부르는 행위가 저 아줌마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건진 알 수 없지만 "아휴, 나는 남들에게 자신의 종교관, 신념관 등을 드러내는 행위를 안 해도 삶에 아무 지장 없다는 거 이 얼마나 감사한 것이냐"라는 생각이 든다. 초절정의 1등주의자로서, 내같이 열등한 것들의 그 천박함, 허접성을 혐오, 경멸하는 사람이 또 없을텐데, 이런 신념관이 밖으로 드러나면 내만큼이나 좆되는 사람이 또 없으니까 말이지. 음냐~ 이렇게 인간은 비교만이 살 길이로다.ㅋㅋㅋ

할 일이 없으면 뇌는 사고치게 돼 있다
재차 말하지만 저 아줌마도 상대해야 할 남편, 자식이 있거나 출근해야 하는 사람이면 아침에 저러고 있을 순 없을게다. 할 일이 없으니 저럴 수 있고 저러고 있는 거다. 인간은 최고등 생물이라 뇌가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복잡하고 복합적이다. 내가 늘 강조하는 거지만, 이런 복잡 수준으로 뇌의 절대적 지배를  받기에 인간은 할 일이 없으면 어떤 식으로든 사고를 치게 되는거다. 뇌는 할 일이 없으면 환상, 환청, 환시, 망상, 망아(我)같은 걸 스스로 생성시켜 할 일을 만들어 내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 일 없음이 모든 정신질환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거다.

이래서 보통의 인간은 직업, 결혼같은 지속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설적 할 일 생성 도구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거다.(내같이 궁극의 경지를 경험한 득도자 정도되면 예외가 가능하고.ㅋㅋㅋ) 그래야 뇌가 할 일 없음의 상황에 처해지는 경우가 최소한으로 줄게 된다. 인간에게 있어 할 일 없음이란 이렇게나 위험한 존재상태다. 만일 "할 일이 사라져 위험해지겠다..."라는 위험이 자각되면, 즉각 집근처의 편의점에라도 달려가 조리퐁을 사서 열심히 조리퐁 갯수라도 살려야 하는 거다.(편의점 물건이 비싸지만 이렇게 뇌가 미치는 걸 방지하는 긴급용도로 가치있게 쓰일 땐 돈을 아끼지 말아야~)

사실, 보는 사람도 없고 하니 물어보고 싶었더랬다. "찬송가 정말 잘 부르시는데, 어느 교회 다니세요?"라고. 이렇게 크리스찬인척 하면서, 아줌마가 저러고 있는 이유를 알고 싶었던 거다. 추리닝입고 자전거타는 게 아니라 정상적인 복장으로 저기를 걸어가는 중이었으면 물어봤었을상 싶다. "난 정상에서 이탈돼 있는 사람이에요"라는 걸 바로 드러내고 있는 사람을 쉽게 접해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런 열혈 크리스찬의 정신상태도 평소에 궁금했었던 거니 말이지.(그 뻔한 수준을 짐작은 하고 있긴 하지만.ㅋㅋㅋ)

어쨋든 안쓰러움과 동질감을 느낀 거에 자족하고(과부마음은 과부가 아는 거로다.ㅋㅋㅋ) 그냥 집에 왔다. 낮에도 저 아줌마가 있는지 궁금해서 "함 가볼까?"하다가 "가면 뭐하노?"싶어 관뒀다. 음냐~ 할 일없음이 얼마나 축복받은 상황인지를 자각하는 능력이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거로다. 득도자의 품질, 성능이란 바로 이런 거다.ㅋㅋㅋ 근데, 오늘 아침에 가보니 안 보이더라.

사족
나흘간의 추석 연휴가 끝났다. 직장인, 학생들은 어제 오후부터 우울함에 휩싸이기 시작했을테고 오늘 아침에 눈 뜰 때 그 우울함이 정점을 찍었을 게다.(개백수 새끼의 삶이 참으로 초라하고 모멸스럽긴 해도 이런 상황에선 궁극으로 유리!ㅋㅋㅋ) 그럼, 전업주부들은 추석 연휴 끝난 걸 기뻐할까나? 직장인+주부 속성을 겸비한 기혼 직장녀는? 자영업자들은? 백수들은? 노숙자들은?

어쨋거나 삶이란, 이렇게 자극과 전쟁을 치루는 거다. 쾌락적 자극을 접하면 그 뒤에는 그에 상응하는 강도의 부정적 자극이 필히 따라 온다는 게 삶의 좆같음이자 인간의 인지체계의 좆같음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쾌락적 자극을 좇도록 유전자 차원에서 프로그램돼 왔다는 게 인간 본성의 근본적 좆같음이로다. 이런 자극과의 전쟁을 건설적으로 수용해 왔었던 개체들만 살아남아 번식하면서 진화의 대레이스를 이어 왔었을테니 인간은 이런 상태로 존재할 수 밖에 없는거다. 인간은 죽어서 감각기관의 작동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자극과의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 안쓰러운 개체인 거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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